1 ◆4Y8qi01a66m 2018/11/01 23:14:24 ID : 0tBBAi1cleE 0
오늘도 우리집에 놀러와서 자고간다! 아까도 내가 엎드려있는데 그 위에 걔가 누웠어. 샴푸 냄새가 훅 하고 퍼졌어. 같이 사소한 주제로 대화를 하지. 네가 앉아있는데 내가 굴러가서 네 다리를 베고 누웠어. 설렐법도 한 상황이지만 우린 서로 핸드폰만 하지.
2 ◆4Y8qi01a66m 2018/11/01 23:15:00 ID : 0tBBAi1cleE 0
사실 이젠 두근거리지도 않아. 그거 알아? 두근거리는 건 상대방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과 기대에서 오는 거래.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도, 퇴보시키기도 하는 원동력이지. 나랑 걔는 안정된 사이야. 난 아무 기대도 안 하거든. 우린 친구니까 그러니까 두근거리지 않아.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아.
3 ◆4Y8qi01a66m 2018/11/01 23:20:32 ID : 0tBBAi1cleE 0
혼자 좋아한지 이제 칠년이야.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고, 우린 이제 대학생이지. 처음엔 불꽃같았어. 걜 떠보기도 했고. 만약에 여자애한테 고백받으면 어떻게 할 거야? 걘 그런거에 편견 없지만 자기한테 고백만 안 하면 된대. 그래서 난 그렇게 했지. 중학교 졸업하면서 어차피 다른 고등학교로 가게 됐겠다, 확 고백해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역시 앞에 서니까 용기가 훅 날아가버리는 거 있지?
4 ◆4Y8qi01a66m 2018/11/01 23:32:12 ID : 0tBBAi1cleE 0
걔가 게임 하는 것도 같이 해보고, 걔가 보는 만화도 따라 봐 봤어. 내 취향은 그렇게 만들어졌지. 난 좋아하는 게 없었거든. 근데 걜 좋아하게 된 다음엔 좋아하는 게 많아졌어. 세상엔 재미있는 게 많더라.
5 ◆4Y8qi01a66m 2018/11/01 23:35:37 ID : 0tBBAi1cleE 0
걔랑 더 친해보이는 애를 질투하기도 했었지. 급식 먹는 무리에서 걔랑 날 이간질해서 찢어놓은 애가 그렇게 미웠는데, 지금은 그것도 그냥 다 추억이다. 물론 그때로 돌아가면... 또 화날 것 같긴 함.
6 ◆4Y8qi01a66m 2018/11/01 23:39:30 ID : 0tBBAi1cleE 0
고등학교 땐 그나마 좀 괜찮았지. 걔랑 난 간혹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지. 난 걔네 무리랑 전체적으로 친한 게 아니어서 단톡방엔 못 들어갔으니까. 난... 암투같은 거 무서워서 싫거든. 걔넨 신경전을 자주 했지. 나랑 내가 좋아하는 걔는 팀?을 안 정해서, 견제를 안 당하는 대신 무리에 깊이 섞이지도 않았어. 중학교 때는 취미가 맞아 그냥 다같이 놀았지만 고등학교땐 딱히 연락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 같았고. 그럼 마음도 정리되겠지 싶었어. 그땐 그 좋아함이 너무 절절했어서. 잊고싶기도 했고.
7 ◆4Y8qi01a66m 2018/11/01 23:46:02 ID : 0tBBAi1cleE 0
그러다가 단톡방이 딱 하나 생겼어. 애들은 다 단톡방 몇개씩 있고 그런거 같던데, 난 그냥 걔 포함 친구 두엇 더 있는 방 하나. 거기서 일상 얘기를 하고 일상 얘기를 듣고 그러다보니까 뭐 좋더라. 걔 소식 들리니까 좋았어.
8 ◆4Y8qi01a66m 2018/11/01 23:51:24 ID : 0tBBAi1cleE 0
자연스럽게 놀러갈 빌미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밥 먹을 빌미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만큼 친화적인 척 하고. 그러다가 다른 애들이랑도 친해졌네. 그렇게 생각해보니 걔가 지금의 날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9 ◆4Y8qi01a66m 2018/11/01 23:52:03 ID : 0tBBAi1cleE 0
아. 이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거라 두서가 없을 거야. 그 점 양해부탁
10 ◆4Y8qi01a66m 2018/11/02 00:15:11 ID : 0tBBAi1cleE 0
걔가 날 '특별하게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 실감할 땐 너무 기뻐. 말로 표현하는 거 말고도, 이미지관리해야하는 사람 앞에선 절대 안 할 행동 하는거같은? 스스럼없이 쌍욕(...)을 하거나, 이상한 개그 하거나 뭐 그런거... 서로 바닥까지 다 봤지. 그리고 '니 앞이니까 그러지.' 하고, 비밀도 아니라는 듯이 말해. 우린 아주 편한 사이지. 그런데도 아직 가끔 설렐 때가 있어. 내가 공부한다니까 시간 쪼개서 가르쳐주고. 내가 슬픈 일이 있으니까 그 비싼 케이크를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잔뜩 사다주고. 칼 같이 더치페이 하는 애가 나한텐 그냥 같이 계산해줄 때라든가. 그리고 나 때문에 감동받은 소소한 이야기를 해 줄때.
11 ◆4Y8qi01a66m 2018/11/02 00:16:15 ID : 0tBBAi1cleE 0
일단 공부하고 와야겠다... 걔랑 같이 하니까 잘 되겠지?
12 이름없음 2018/11/02 09:38:11 ID : Ai2k9s3zWqj 0
스레주 상황이 뭔가 내 상황이랑 비슷해서 공감된다...난 좋아한지 1년 됐는데 서로 못볼거 다봄. 그 친구가 나한테만 속 깊은 얘기 털어놓는 것 같을 때면 기분이 좋앜ㅋㅋㅋ ㅋㅋ물론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가끔 같이 자는 것도 나뿐일걸 아마도.. 그래도 난 좋아한지 1년밖에 안 돼서 그런지 아직도 많이 설렌다..ㅎ고백할 생각은 1도 없지만. 걘 이성애자니까
13 ◆4Y8qi01a66m 2018/11/03 22:42:09 ID : 0tvxu4HyE61 0
그 감정 소중하게 간직했으면 좋겠어. 없애려고 하거나 억지로 사그라뜨리지 말고, 그 애의 가장 친한 친구 자리를 꿰차는거야! 난 그렇게 좋아하는 애 곁에 지금도 남아있어. 난 널 응원해. 응. 뭔가 막연한 체념이랑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그런 게 있지 않아? 걘 이성애자니까, 라는 말에 담긴 자연스러운 착잡함? 그런 거...
14 ◆4Y8qi01a66m 2018/11/03 22:45:57 ID : 0tvxu4HyE61 0
가끔 '내가 걜 아직 좋아하는구나' 싶을 때 씁쓸하긴 한데, 하나도 안 슬픈 거 같아. 짧게 사귀다 헤어지고 친구만도 못한 관계가 되는 연인들을 많이 봤거든. 그치만 난 안 그럴 거니까. 걔랑은 절대 사랑을 나누지 않을 테니까.
15 ◆4Y8qi01a66m 2018/11/03 22:50:32 ID : xvbdDvxCja5 0
걔가 짝사랑하는 대학 친구가 있었는데, 다른 애랑 커플이 됐다나봐. 한동안 걔가 우울해있었어. 걘 짝남이 여친자랑 하는 걸 들을 때마다 저세상 착잡한 표정으로 "내가 자기 좋아하는걸 왜 모르지?!" 하며 한탄했지. 나한테. 그러게... 넌 왜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걸 모르냐...
16 ◆4Y8qi01a66m 2018/11/03 23:36:16 ID : 0tBBAi1cleE 0
눈치 못 채면 나야 좋긴 하지. 관계가 변하는 건 무서워. 그러니까 내가 비주류인 건 환영이야. 자연스럽게 부정당할 수 있잖아. 영화 보러 가서 커플석에 앉든, 단 둘이 빙수를 먹으러 가든, 포옹을 하든 뭘 하든 걔 포함 아무도 눈치 못 채지. 심지어 '자기야' '사랑해' 같은 말을 해도. 친한 여자애들이란 으레 그러니까ㅡ하고 다들 생각하는지.
17 이름없음 2018/11/04 00:54:59 ID : MknveIK2LdO 0
스레주우..나랑 너무 똑같아 ㅠㅠ
18 ◆4Y8qi01a66m 2018/11/04 01:14:20 ID : 0tBBAi1cleE 0
공감의 레스(라고 부르는 게 맞던가. 사실 이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가 달리면, 착잡하면서도 고마워. 이런 경험도 이해받을 수 있구나ㅡ싶으면서도, 반응해주니 이야기할 맛도 나고. 널 응원할게. 우리, 좋아하는 사람의 절친이 되자.
19 ◆4Y8qi01a66m 2018/11/04 01:15:14 ID : 0tBBAi1cleE 0
익명의 공간이란 참 좋아. 가감없이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있잖아.
20 이름없음 2018/11/04 01:16:10 ID : MknveIK2LdO 0
그래! 괜히 사귀다가 친구만도 못한 사이로 남느니 평생 절친으로 남는게 낫겠지 ㅎㅎ
21 ◆4Y8qi01a66m 2018/11/04 01:27:28 ID : 0tBBAi1cleE 0
나는 친구들과 토론하는 것을 좋아해. 그런데 이번엔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를 들었어. 친구가, 상대와 다른 감정인 걸 속이고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건 기만이라는 주장을 하더라. 예를 들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사귀는 것. 이유인즉슨, 관계유지를 위해 그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난 거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어. "그럼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로 지내는 건?" 친구 왈, "그건 찌질한거지" ...한 대 때릴 뻔.
22 ◆4Y8qi01a66m 2018/11/04 01:28:02 ID : 0tBBAi1cleE 0
어쩌면 기만이 맞을지도 몰라. 난 걔의 우정을 이용해서, 걜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치만 난 이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 안 해. 난 결과주의자라. 내가 걔한테 피해를 입힌 건 아니잖아?
23 ◆4Y8qi01a66m 2018/11/04 01:28:54 ID : 0tBBAi1cleE 0
그러면서도 슬 불안감과 죄악감이 올라오지. 나쁜 짓을 하고있는 것 같은 느낌. 처음엔 이런 게 없었어. 불꽃처럼 타오르는 애정을 꾹꾹 눌러담기 급급했던 시절엔 그냥 그게 전부였지. 널 좋아해. 난 널 좋아해. 근데 들키기는 무서워.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난 걜 좋아했었지ㅡ정도로 바뀌고. 또 그 시기가 지나니까, 아. 아직도 난 얠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바뀌고. 걔 곁을 지키려니까, 이젠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아. 하. 찌질한 거라 말해줘서 고맙네. 그냥 내 용기가 모자라단 뜻이지 나쁘단 게 아니잖아?
24 ◆4Y8qi01a66m 2018/11/04 01:29:51 ID : 0tBBAi1cleE 0
그치만 난 고백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하고 있는 거니까, 그 친구가 상상했던 상황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난 이 관계가 굉장히 만족스럽거든. 난 걔랑 사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 야한 생각도 당연히 해본 적 없고. 나와 그 애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친구니까. 친구인 그 애가 좋아. 근데 이게 좋은 걸까. 역시 사랑인 것 같은데. 나 걔 사랑하는 거 같은데. 음. 쓰다가 살짝 울컥했다. 괜히 새벽이라 감성적이어졌나봐. 이젠 자야겠어. 보고있을 사람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다들 잘 자. 난 너희의 사랑과 우정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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