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08/12 09:06:57 ID : 5SGq43WmK1D 0
여기다 글을 쓰게될 줄 몰랐는데 최근에 일어난 일들때문에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서 처음 써봐. 그냥 대나무숲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쓸게. 누가 읽어주길 바라고 쓰는 글은 아니라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어디에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너무 답답해서 쓰는거야.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난 여자고 나이는 어리진 않아. 결혼 적령기 정도의 나이라고 생각하면 돼. 내가 대학시절 정말 친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잠수타고 사라졌었단 말이야. 그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지난주에 정말 우연히 다시 만나버렸어. 말도 안 되게. 그 친구랑은 대학교 처음 들어가서 만났어. 내가 외국에 사는데 학교도 처음이라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나 사귀려고 한인동아리 같은거 들어가서 만난거거든. 거기 다른 사람들도 많았고 걔도 처음엔 그 중에 한명이었어. 처음부터 친한건 아니었어. 처음엔 그냥 인사하고 동아리 모임때 조금 얘기하는 정도였는데 서서히 친해지면서 둘이 엄청 잘 맞는다는거 알게되고 그때부터 항상 붙어다녔어. 친해지면서 걔네 집에도 자주 놀러갔는데 우리집은 학교에서 멀고 걔네집은 가까운 편이라 가끔 걔네집에서 숙제하고 놀다가 너무 늦으면 걔네집에서 자고 다음날 학교가고 그랬어. 그런 날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안 그래도 매일 왕복 2시간거리 통학하는것도 피곤하고 힘들어서 자연스럽게 걔네집에서 하숙하듯이 지내게 됐어. 걔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따로 사셔서 안 계셨고 걔네 어머니가 허락해주셔서 난 본가엔 주말에만 가고 주중엔 걔네 집에서 같이 살게됐어. 걔는 언니랑 방을 같이 썼는데 나도 그 방에서 걔 싱글침대 같이 쓰며 지내게 됐지. 걔 어머니는 사양하셨지만 물론 약간의 생활비도 드리고.. 진짜 나도 그 집 가족처럼 매일 같이 저녁먹고 같이 시간보내고.. 걔 가족들이랑도 가깝깝게 지냈어. 같이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까 우리는 더 가까워지고 더 친해졌어. 각자 수업을 듣느라 떨어지는 시간 외에는 정말 24시간 내내 붙어있었어. 잠까지 한 침대에서 잔거니까 가까워질수밖에 없었지. 언제부터 그렇게 된건진 모르겠는데 처음엔 손 잡고 팔장끼고 어깨동무같은 가벼운 스킨쉽에서 시작한 사이가 어느새 뽀뽀랑 그 이상의 스킨쉽까지 하게됐어. 뽀뽀나 키스는 정말 거의 매일. 그리고 그 이상의 높은 수위까지도. 근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된 일들이라 거부감이나 이상하다는 생각 없이 받아들여졌고 우리가 너무 친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었어. 너무 친하고 너무 좋으니까 그런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도 헷갈리긴 했어. 친구끼리 이러는게 맞나? 근데 그때마다 난 좋으면 그럴수도 있지 라는 결론을 내렸고 우정인지 사랑인지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관계는 계속 이어져갔어. 사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때도 서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뿐이지 짐작은 했던것 같아. 우리 관계가 그저 친구라고만 보기에는 애매한 관계고 우리가 ‘친구사이’에 하는 행동들을 남들에게 밝힐순 없다는것도 알기는 했지만 그땐 서로가 너무 좋아서 약간 흐린눈 하고 친군데 그럴수도 있지!라고 뭔가 정당화 하려고 했던것 같아. 그리고 혹시나 이걸 둘 중 누가 입 밖으로 꺼내고 진지하게 얘기하기 시작하면 이 관계가 끝나버릴 것 같은 생각에서 그런것도 같고.
2 이름없음 2025/08/12 09:08:34 ID : 5SGq43WmK1D 0
난 그 친구를 만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여자를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어. 관심조차도 없어. 그 전에도 뭐 짝남, 썸남, 남자친구도 있었고 그 후에도 마찬가지고..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기보다 그 친구여서 좋았던 것 같아. 정말 딱 걔가 좋았던거야. 우리는 약 2년동안 의도치 않은 동거를 하며 정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많은 일상을 공유했어. 같이 빨래, 청소, 설거지를 한다거나 아침에 같이 일어나 양치를 하며 학교 갈 준비를 한다거나 같이 영화 틀어놓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떤다거나.. 셀 수 없을 정도의 정말 사소한 추억들이 너무 많고.. 내 20대 초반은 걔로 가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그러다가 우린 각자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게 됐어. 우리가 다니던 학교는 4년제가 아니라 어느정도 학점을 이수하고 4년제로 편입해서 졸업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걔랑 나랑 다른 학교를 지원하게 된거야. 각자 원하는 학교에 문제없이 편입하게 됐지만 문제는 걔가 가게된 학교는 너무 멀었어. 자주 볼 수 없을 정도로 몇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하는.. 그래서 걔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서 다른 룸메이트들과 집을 구해 살게됐고 나는 다시 본가로 와서 학교를 다니게 됐지. 우리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거나 복잡한 감정을 서로 정리하지 못 한채 상황상 떨어지게 됐어. 지금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처음엔 그래도 연락을 하고 지냈을거야. 그리고 언젠가 한번은 걔가 전화와서 우리 관계를 언급하더라고. 나는 본인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나랑 연인사이처럼 스킨쉽하고 지냈던거 생각해보니 그러면 안 됐던것 같은데 걔가 나한테 미안하다는거야. 갑자기 통보하듯 그래서 나도 뭐라고 얘긴 길게 못 하고 그냥 알았다 하고 끊었어. 난 좀 혼란스러웠지. 그리고 갈수록 연락이 뜸해졌어. 무슨 일이 있었던건 아니고 각자 새로운 학교와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며 지내다보니 바빠지기도 했고.. 나는 그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힘든 시기에 내 옆에 그 친구가 없는게 힘들었고 나랑 그렇게 친했으면서 연락이 뜸해진거에 대해 서운하기도 했어. 그러다가 그 친구가 갑자기 한국으로 가버린걸 알게됐어. 아무에게도 말 없이. 가족들 같이 간것도 아니고 혼자. 나도 나중에 페이스북을 보고 알게됐어. 한참동안 연락이 없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미 떠나버린 뒤였어. 그땐 좀 이해가 안 되고 허탈했지. 그리고 겹치는 지인들도 나한테 그 친구 얘기를 많이 했어. 내가 제일 친했으니까 혹시 걔 소식 아냐고. 걔 페이스북에 글도 남기고 했지만 답장이 없었어. 걔가 자기 소식 올리는것도 없었고. 페이스북 자체를 안 하는것 같더라고. 다른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나도 몇년동안은 가끔 글 남기다가 관뒀어. 그리고 그 뒤로는 그냥 잊고 살았지. 마음에서 좀 체념해버렸어. 그 친구는 나한텐 떠올리면 애틋하고 아픈 기억으로 남았어. 우리가 그렇게 친했는데 왜 그렇게 말도 없이 가버렸을까. 그래도 나한테는 얘기하고 가지.. 이런 마음.
3 이름없음 2025/08/12 09:09:07 ID : 5SGq43WmK1D 0
걔가 떠난뒤로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썸남도 생겼어. 진짜 걔 말고 여자를 좋아한적은 단 한번도 없어.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난 지금 나는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곧 결혼도 할거야. 내가 엄청 좋아하고 먼저 끌린 사람은 아니었는데 나를 너무 좋아해주고 나한테 정말 잘 해주고 많이 사랑해주는 모습에 나도 마음을 열고 받아주게 된 것 같아. 결혼을 결정할 정도니까 나도 그 사람을 의지하고 좋아하게된게 맞지. 여전히 그 친구의 소식은 모르고 아직도 한국에서 지내는 것 같다는 추측만 하며 서서히 잊게됐어. 사실 이제 살면서 걔를 다시 보는 일은 없겠구나, 철저하게 지나간 인연이구나 생각하며 살아왔어.
4 이름없음 2025/08/12 09:10:40 ID : 5SGq43WmK1D 0
지난주에 엄마 생신이라 가족끼리 외식을 했어. 우리 가족이 예전에 살던 내 본가가 있던 동네에 가서 밥을 먹고 그냥 헤어질까 하다가 아쉬워서 그 동네에 있는는 카페에 잠깐 들렀지. 유명한 곳도 아니고 구석에 있는 작은 카페였어.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는데 누가 나를 향해 걸어오며 인사를 하는데 걔였어. 이게 말이 돼? 말도 없이 떠난지 10년도 넘었는데 이 넓은 외국땅에 하필 이 동네 이 작은 카페에서 걔를 다시 만난다고? 그것도 서로 다른 시간에 왔다갔으면 엇갈릴 수도 있는데 같은 시간에? 걔도 너무 놀란 얼굴이었고 나도 마찬가지로 정말 놀랐었고. 걔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하고 나를 가볍게 안아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 너무 반가워서 그랬으려나. 그리고 그 상황이 거짓말같고 믿기지 않았어. 걔는 일때문에 몇달전에 한국에서 다시 여기로 발령받아 들어왔다고 하더라구. 걔가 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발령지가 바뀌는데 이번엔 여기로 오게 된거래. 지금은 직원숙소같은데서 사람들이랑 같이 지내고.. 그 숙소가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더라구. 암튼 걔도 일행이 있었고 나도 가족들이랑 있어서 전번만 교환하고 그 날은 헤어졌지. 집에 와서 문자를 할까 하다가 관뒀어. 다음날도 연락을 해 볼까 하다가 일하는 중일까봐 걔 스케줄도 모르고.. 그래서 안 했고 하루가 또 갔지. 그러고 있는데 밤에 걔가 문자가 왔어. 정말 오랜만에 안녕 이라면서. 카톡도 연결이 되서 친구추가하고 카톡으로 조금 얘기하다가가 걔가 전화할 수 있냐고 하길래 괜찮다고 하고 통화를 했는데 정말 떨리더라. 10년도 지난후에 수화기 너머로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건. 서로 어색한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고.. 걔가 그러더라고. “넌 옛날이랑 목소리 똑같다.” 그동안 살아온 얘기 간단히 했는데도 1시간이 넘게 통화를 했더라고. 걔는 일이 많이 바쁘다했어. 그리고 약간 리더급 책임자 직급이라 같이 발령받아 온 아랫사람들도 살펴야하고 할게 많아서 개인 자유시간도 많이 없대. 여기에 다시 왔지만 원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연락 안 할 생각이었고 아무도 안 만날거라고. 나한테도 누굴 만날 여유는 없다고 하는 말 같길래 내가 “그래도 나는 좀 만나주면 안돼?” 라고 했더니 “너는 당연히 만나야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틀뒤에 시간이 좀 빈다길래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지.
5 이름없음 2025/08/12 09:12:03 ID : 5SGq43WmK1D 0
10여년전 갑자기 내 삶에서 사라졌던 걔가 또 갑자기 내 삶에 불쑥 등장한거야. 원래도 좀 일방적이긴 했지만 이번에도. 눌러놨던 마음들이 마구 올라와서 너무 혼란스럽더라고.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감당하기 힘들어졌어. 생각도 많아지고.. 그래도 확실한건 걔가 많이 보고싶었다는거지. 나랑 가장 친한 단짝 친구였으니까. 보고싶었다는 간단한 말이 왜 그렇게 전화할땐 입에서 안 나오던지 결국 전화를 끊고 카톡으로 얘기했어.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 드디어 만났어. 내 차로 걔를 태우러 갔어.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만나러 가는동안 생각했는데 결국 아무 결론을 못 내려서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나갔어. 오랜만에 내 눈으로 보는 걔가 참 좋았어. 내 기억속에 남아있던, 흐려지려했던 걔 모습이 다시 또렷해졌어. 나랑 10센치정도 키 차이 났었는데 맞아 키가 이만했지, 난 이 정도 눈높이에서 걔를 바라봤었지, 손이 저렇게 생겼었지… 예전엔 우리가 엄청 가까웠는데 그날은 걔 어깨를 살짝 짚는데도 그 느낌이 낯설고 조심스러웠어. 걔가 그동안의 얘기를 해 주긴 했어. 걔도 나름대로 우리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고 혼란스러워했던것 같아. 우리는 아무래도 그 당시에 서로에 대해 좋은 마음은 분명 있었고 그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라는거 서로 알았지만 우린 그때 어리기도 했고 세상의 기준을 깨고 뛰어넘을 용기가 없었던것 같아. 그냥 당연히 포기해야하고 접어야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것도 있고 다른 일도 겹쳐지면서 걔는 결국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떠났던거라 하더라구. 그치만 나한테 말을 하지 않고, 우리 관계를 잘 마무리짓지 않고 가버린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던거 알고있다고 나를 보면 자기 마음에 자꾸 죄책감 같은게 들고 자책을 하게되고 힘들어서 그때는 날 볼수가 없었다면서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난 정말 많이 울었어. 걔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울었어. 다 설명할 수도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나를 압도해서 누군가 나한테 왜 울었냐고 물어보면 아마 대답 못 할거야. 나도 그저 눌러놨던 감정들이라 자각을 못 했는데 걔가 없던 시간이 엄청 힘들었었나봐. 힘듦, 보고싶음, 서운함, 상처, 슬픔, 그리움.. 다 합쳐진것 같아. 내가 너무 힘들때 걔가 말도 없이 나를 떠나갔고 베프이자 나를 제일 좋아해주고 아껴주던 유일한 사람이 없어졌을때 난 정말 걔한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던것 같아 허무했고 정말 외롭고 힘들었거든.
6 이름없음 2025/08/12 09:13:10 ID : 5SGq43WmK1D 0
나도 걔가 없는 시간동안 때론 떠올리고 때론 잊고 그냥 어딘가에서 잘 살고있겠지 생각했어. 근데 걔를 아주 잊어버릴순 없었지. 걔를 알고 지낸 시간이 4년정도 됐고 2년은 같이 살았고 내 20대 초반은 걔로 가득했으니까. 같이 나눈 추억이 너무 많아서 내 삶에서 걔를 분리시키는건 불가능했어. 걔는 나보단 더 많이 정리했겠지. 걔는 나름대로 혼자 생각해서 마음 정리하고 결론 내리고 떠난거니까 나보단 더 잘 잊고 살았겠지. 겹치는 지인들이 많아서 여기 온 뒤에도 마음먹으면 내 연락처를 알아낼수도 있지만 나한테 연락 할 생각은 아니었대. 안 만나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대. 직원숙소가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라 내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젠 여기 안 살고 없겠지 그냥 그 정도 생각만 하고 그쳤다더라구. 근데 나를 우연히 만나서 자기도 너무 놀랬고 뭔가 만날수밖에 없는건가 생각했대. 이제와서 돌아보며 생각하니까 나는 걔를 정말 사랑했더라고. 그냥 친구는 아니었어 확실히. 이젠 너무 늦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혼란스러웠던 그때의 내 감정, 우리 관계에 대해 이제라도 내 스스로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게 된 것 같아. 걔랑 6시간정도 만나서 얘기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린것 같았어. 데려다주는데 걔 숙소앞에 차를 세우니 내리지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걔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어. 내가 “아쉬워?” 라고 물으며 손을 잡아줬어. 10여년만에 다시 잡아본 손이었어. 그렇게도 매일 잡고다니던 손을 다시 잡아봤어. 난 혹시 걔가 불편해할까 걱정했는데 걔가 내 손을 더 꽉 쥐고 한참을 있더라고. 그러더니 나를 끌어안고 따뜻하게 등을 다독거리며 “고마워..” 라고 하는데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그렇게 헤어지고 난 집으로 왔지.
7 이름없음 2025/08/12 09:14:45 ID : 5SGq43WmK1D 0
걔 스케줄이 워낙 바쁜것 같아서 또 언제 개인시간을 낼 수 있을진 모른대. 사실 내 마음속엔 걔한테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고 마음같아서는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싶은데 걔가 불편하다고 또 사라져버릴까봐 못 할것같아. 걔를 만나고 오니까 더 보고싶어져서 미치겠어. 예전처럼 하루종일 같이 있고싶고 가고싶은 곳도 많은데.. 난 결혼 할 사람도 있고 안 되는거 나도 알아. 내가 결혼할 사람 걔도 같이 아는 사이야. 우리 다 그때 그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거든. 걔도 내가 그 사람이랑 결혼할거라는거 알고있어. SNS 같은데서 사진 봤었대. 걔는 만나는 사람없고 결혼도 안 했어. 결혼 안 할 생각이라 하더라구. 그냥 다 슬프고 답답해. 나보다 조금은 더 냉정한 걔가 서운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해. 언젠가 때가 되면 걔는 또 떠나가겠지. 발령지마다 짧으면 6개월, 외국으로 나온 경우는 1년반-2년정도 있는데 지금도 얼마나 있을지 확실한건 아니라 더 짧게 있을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럼 어디로 가게될지 모르고 또 다시는 못 보게 될 가능성이 크지. 가까운 곳에 있는 지금이라도 자주 만나고 싶지만… 그러면 또 서로 더 힘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 될것 같아. 만나고 확실히 느꼈어. 우리가 그저 친구사이는 아니라는거. 나도 그렇고 걔도 그렇고 만나서 눈 마주치고 얘기하는 동안 느껴지는 텐션이 뭔가 그냥 친구를 만날때 느낌이 아니었어. 어쩌면 우리가 예전에 단순한 친구사이는 아니었으니까 당연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날 헤어지고 온 뒤 저녁에 걔가 카톡이 왔어. 울게해서 미안하지만 내가 울어서 차라리 자기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대. 나 혼자 그동안 쌓아놓고 산거 알고 나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힘들어 하는거 싫다면서. 그리고 내가 그동안 많이 아팠고 신체적으로도 정말 힘든시간 보내다가 몇년전에 심장이식 받고 다시 살았거든. 거의 죽을뻔하다가. 그런것도 알게되고선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더라고. 안 그래도 힘들었을텐데 제발 자기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이라도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내 친구 다시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기쁘고 지난 시간 인내해주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넌 정말 예전에 내가 알던 모습 그대로였어” 라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 친구라고 하니까 선긋는것 같긴 한데 뭔가 얘가 하는 말이나 나를 보는 얼굴은 친구 대하는 느낌이랑은 묘하게 달랐어. 또 옛날에 우리가 그랬던것처럼 서로 흐린눈 하면서 표면적으로 아무렇지 않은척 하는 느낌이었달까. 나도 오랜만에 걔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긴 했는데 그게 참 애매해. 특히 여자인 동성친구 사이에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잖아. 그 말에 담은 진심, 진짜 의미는 결국 그 말을 한 사람만 알겠지. 내가 한건 확실히 그냥 친구보다는 조금 더 큰 마음을 담은 사랑해 였어. 이제와서 무슨 의미인지.. 하지만 걔가 떠나갈 당시 난 일방적으로 잠수당하고 차단당한거여서 내 마음을 표현할 기회조차 없었던것 같아. 그래서 더 힘들고 이제와서 미련이 밀려오는걸까.
8 이름없음 2025/08/12 09:15:55 ID : 5SGq43WmK1D 0
“서로 바라고 원하는 만큼은 못 만나겠지만 편하게 자주 연락하자.” 걔가 한 말이야. 걔랑 그 뒤로 정말 자주 연락하게 됐어. 길게는 아니지만 자기전에 하루를 마무리 하며 나한테 짧게나마 연락을 해 주더라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한 적은 없어. 부담스러워할까봐 걱정도 되고 바쁘다니까 스케줄도 잘 모르는데 불쑥 연락해서 방해되진 않을까 생각도 들고 해서. 지금 몇일간 좀 멀리 출장을 갔는데 그래서인지 요 몇일은 서로 연락을 안 했어. 시차가 있을 정도로 먼 거리로 갔거든. 나중에 걔가 연락이 오면 얘기하는거고.. 내가 먼저 하진 않으려구… 근데 걔가 너무 보고싶다. 나 미친것 같아. 실제로도 지금 미칠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고. 정리가 안 되네. 자꾸 연락하면 내가 더 혼란스러워질것 같아서 안 해야지 하다가도 걔한테서 연락이 오면 너무 좋고.. 걔는 정말 나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깨끗하게 정리한걸까. 10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데 그렇다고 봐야겠지. 나도 걔를 쭉 생각하며 좋아하고 미련갖고 있던건 아니니까… 단지 그때 당시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쑤셔박아놨던 마음이 다시 쏟아져 나온것같아. 이젠 내 쪽에서 정리를 해야지. 근데 이렇게 다시 만나고 연락하게 되니까 그게 잘 안 되는것 같아. 뭔가 정리가 되려면 그 당시 내 마음에 대해 걔한테 솔직하게 털어놓고 난 그때 널 친구이상으로 좋아했다고 말하고 내 속에 있는걸 다 비워야할것 같은데 그러면 또 걔가 부담느끼고 힘들다고 나를 다시 차단할까봐 그게 두려워. 걔가 그 문제로 혼자 많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다가 떠나간걸 아니까. 이렇게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됐는데 또 연락 끊길까봐.. 그건 또 싫거든. 그냥 비겁하게 이렇게라도 연락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랑 솔직하게 말하고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싸우고있어.
9 이름없음 2025/08/12 09:16:45 ID : 5SGq43WmK1D 0
분명한건 걔도 나도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야. 그저 정말 서로에게만 한정적으로 가능했던 감정이었던것 같아. 그냥 평생 딱 한명. 하여튼 여기까지가 지금 상황이야. 아마 난 그냥 비겁한쪽을 택할것 같아. 그리고 나 혼자 세상 끝날때까지 가슴에 비밀처럼 묻고 살아가겠지. 내년즈음 걔가 다른곳으로 발령받아 여길 떠나면 조금 더 쉽게 정리가 될수도.. 걔가 또 떠나가는 날이 오면 정말 슬플것 같긴 해. 그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너무 기쁘긴 하거든. 그래도 한편으론 걔랑 어떻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닌데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 걔가 없던 그동안은 잊고 잘 살아왔으니까. 그래도 한가지 내가 바래보자면 걔도.. 나를 그래도 조금은 걔 삶에서 특별했던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욕심하나는 있어. 그냥 친구 중 한명은 아니었다고..
10 이름없음 2025/08/15 14:35:40 ID : nu1a2tAmK3O 0
ㅠㅠㅜㅜㅜㅜㅜㅜㅜ 그냥.. 솔직하게 좋아했었다고 사랑이었다고 카톡으로라도 말해봐!! 뭔가.. 계속 어긋난 거 같아서 맘아프다 엄청 이입하면서 봤어 둘이 운명이구나 싶고.. 그리고 궁금한 거 있는데 스킨십이 잠까지 잔 사이인거야? 아니면 끝까지만 안 가고 그외에는 다 한거라는거지? 나 왜 둘이 사겼으면 좋겠지.. 뭔가 글 끝까지 읽는데 책 한 편 본 거 같고 가슴이 찡해.. 솔직히 말 해보고 후기 좀 들려줘 ㅠㅠ 나중에 뭐.. 또 10년 뒤에 말하고 다시 어긋나지 말고.. 이제 연락처도 알았겠다 사라지겠나 싶어
11 이름없음 2025/08/15 14:37:15 ID : nu1a2tAmK3O 0
아 그리고 그친구는 이쪽 같은데.. ㅠㅠ 진짜 잘 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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