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1/05 12:15:52 ID : RDxTO04GpWj 0
안녕, 나는 올해 대학생이 되는 사람이야. 혹시 여기에 썰을 풀어도 될까? 친구들에게 얘기를 해봐도 무언가 응어리가 안 풀어져서 여기에 풀고 싶네. (+ 날짜 계산을 해보니까 2년이 아니라 3년이었어! 미안해!)
2 이름없음 2019/01/05 12:24:25 ID : RDxTO04GpWj 0
음... 뭐... 풀다 보면 사람이 오겠지. 일단 난 1살 차이나는 같은 고등학교 선배를 좋아했어. 생각해 보니까 선배하고 있었던 일이 뭔가 일본 청춘 영화 같네... ㅎㅎ 암튼 시작할게.
3 이름없음 2019/01/05 12:35:52 ID : RDxTO04GpWj 0
내가 선배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야. 우리 학교는 구조가 복잡해서 신입생이나 외부인이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기 딱 좋아. 나는 특히 길 같은 걸 못 외우는 성향이라 1학기 중반이 다 되어가도록 구조를 못 외웠었어. 이게 선배와 인연을 만들어 준 무언가라고 나는 생각해. 여기서 선배의 특징을 말해 줄게. 선배는 일단 잘생겼어. 콩깍지가 씌인 게 아니고 진짜 잘생겼어. 선생님들도 '얼굴은 잘생겼는데...' 하고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까. 근데 인기는 그닥 없는... 뭔지 알겠지? 선배가 항상 활짝 웃는 게 아니라 옅은 미소만 짓고 다녔거든. 내가 보기엔 신비로워 보여서 인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이야기가 잠시 산으로 갔었네... 다시 본론을 시작할게. 나는 그 당시 도서실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방과후에 친구랑 선생님께 물어보고 도서실에 다시 갔었어. 그 때 도서실에서 선배와 만난 거야.
4 이름없음 2019/01/05 12:43:01 ID : RDxTO04GpWj 0
도서실에 들어서자마자 책을 읽고 있던 선배가 놀란 거야. 대화도 짧게 했는데 이런 걸 대본체라고 하나? 대본체로 적어볼게. 나 : 저... 혹시 도서위원인가요? 선배 : 아뇨... 그냥 책 읽으러 온 사람인데. 나 : ... 죄송합니다. 아, 그럼 혹시 도서위원은 언제언제 도서실에 오나요? 선배 : 걔네... 땡땡이 자주쳐서 문학 선생님(당시 도서실 담당은 문학쌤이었어)께 가보는 게 더 빠를 거예요. 나 : 감사합니다! 그래, 이렇게 대화가 싱겁게 끝났지. 당연하지, 난 그 때 선배와 초면이었으니까.
5 이름없음 2019/01/05 12:53:24 ID : RDxTO04GpWj 0
그리고 선배와 다시 만날 날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어. 사흘이던가 나흘이던가, 그 뒤에 다시 만났어. 내가 문학쌤 눈에 띄어서 도서위원 하루 땜빵으로 들어 가게 된 거야. 봉사시간에 홀려서 들어가게 됐는데 도서실에 사람이 안 오는 거야... 이래서 애들이 땡땡이 치는 건가 싶었지. 그렇게 기다리던 와중에 누가 도서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거야. 그래, 그 선배였어. 선배는 살짝 놀라면서 나한테 가벼운 목례를 하더라. 그 때 얼마나 귀엽던지... ㅋㅋ... ㅠㅠ... 나도 얼결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마저 도서실용 컴퓨터로 서치질을 하기 시작했지(착한 레스들은 따라하지 말자...). 그리고 선배가 나한테 다가와서 혹시 OO이란 제목의 책을 찾아 줄 수 있냐고 해서 같이 찾아줬지.
6 이름없음 2019/01/05 13:00:54 ID : RDxTO04GpWj 0
그리고 선배가 인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친화력이 좋은 거야. 조용하고 신비로울 거 같은 인상이었는데, 어느샌가 말을 터놓고 있더라. 물론 난 오빠나 언니라는 호칭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 선배라고 부르면서 존댓말을 꾸준히 썼지만. 왠지 친해져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선배가 2학년인 건 알겠는데 무슨 반인지는 모르겠더라. 2학년 층에 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다음날에도 도서실에 갔어. 선배가 있을까, 해서.
7 이름없음 2019/01/05 13:23:19 ID : RDxTO04GpWj 0
우연찮게도 선배가 있었어. 기쁜 마음에 '선배!'라고 조금 크게 불러 버렸어. 어차피 그 때 도서실은 나와 선배만의 공간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선배와 주구장창 이야기를 했지. 즐거웠었어. 당시엔 난 정말 선배를 선배라고만 생각했었고. 그리고 이런 날이 점점 지속 되니까 점심시간 일부와 방과후를 선배와 도서실에서 보내게 되더라(우리학교는 특성화고라서 야자가 선택제야). 그러다가 선배와 단 둘이 놀러가는 일도 많아지게 되었어. 동네 서점을 둘러 본다 던지,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보러 간다던지.
8 이름없음 2019/01/05 13:29:24 ID : RDxTO04GpWj 0
그리고 친절하게도 시험 공부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알려주더라. 너무 친절해서 사기 같은 것을 당하지 않을까 괜시리 걱정 되기도 했고... 그러면서 선배랑 놀고 공부하면서 시간을 지내다 보니 1년이 훌쩍 넘어있더라. 아, 생각해 보니까 그 해 여름방학 때 선배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는데 이건 나중에 쓸게. 내가 잠시 어디를 갔다와야 해서. 없겠지만 혹시나 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만 기다려줘!
9 이름없음 2019/01/05 14:41:53 ID : dwk9y6nSE7b 0
ㅂㄱㅇㅇ
10 이름없음 2019/01/05 14:57:58 ID : RDxTO04GpWj 0
있었구나! 흔적 남겨줘서 고마워. 여름방학 때 내가 그 때에도 어김없이 선배랑 놀러다니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그랬었거든? 그 날도 어쩌다 보니까 밤 7시인가 8시인가까지 놀게 되었어. 그 때 선배랑 같이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그네 타면서 아이스크림 먹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밤이라서 조용히 말했는데 그 때 분위기를 타서 선배에게 내 고민 같은 것을 조심스럽게 말했었거든.
11 이름없음 2019/01/05 15:09:25 ID : kmlbcq1Bbvj 0
ㅂㄱㅇㅇ
12 이름없음 2019/01/05 15:11:31 ID : RDxTO04GpWj 0
그러다가 선배도 자기 내면에 있던 고민을 풀어 놓기 시작한 거야. 선배 개인 사정이라 여기다가 풀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내면의 이야기를 서로 하니까 왠지 가까워진 기분이 드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선배가 날 지그시 쳐다보면서 "... 우리 더 가까워진 거 같지 않아?" 거리면서 평소보다 밝게 웃는 거야.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선배가 평소에 엄청 옅게 웃고 다녀서 밝게 웃고 다니는 날이 거의 없는데 나한테 그렇게 해 준 거지. 솔직히 일본 청춘 영화 순정만화 같은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야, 나에게...
13 이름없음 2019/01/05 15:19:44 ID : RDxTO04GpWj 0
봐줘서 고마워! 좀 시시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후로 우리 둘은 붙어 있는 날이 꽤 많아졌어. 내가 2학년이 되고 선배가 3학년이 되었을 때에도 인연은 계속 되었어. 물론 이 때엔 선배가 대학을 선택해서 대학 진학 때문에 전만큼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어. 그리고 선배가 진학할 대학교가 결정이 나고 위에 언급 되었던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서 작게나마 축하해줬어. 그 겨울에 벤치에 앉아서 먹었던 호빵과 사이다가 얼마나 맛있던지. 그리고 진짜 어이없게도 내가 선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14 이름없음 2019/01/05 15:26:50 ID : RDxTO04GpWj 0
왜 저 때 갑자기 깨닫게 되었냐면ㅋㅋㅋㅋㅋ... 선배가 대학에 간다니까 너무 섭섭하고 뭔가 슬픈 거야. 단순히 슬픈 감정이 드는 게 아니라 복잡한 감정. 그리고 결정적인 선배의 말에 깨닫게 되었어. "너만큼 내가 의지하고 믿는 사람도 없었는데, 대학 가면 너 되게 보고 싶을 거야.".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어. 그리고 그 후에 가슴이 엄청 쿵쾅 대기 시작했고 그 때 불현듯 '아, 내가 선배를 좋아했구나.'라고 생각이 들더라.
15 이름없음 2019/01/05 15:33:11 ID : RDxTO04GpWj 0
자랑은 아닌데 내가 내 감정도 잘 못 알아채는 둔감한 기질이 있거든. 여기서도 어김없이 둔감한 거야... 선배가 첫사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울고 싶어지더라. 사실 전부터 좋아했던 거 같은데 왜 눈치 못 챈 건지. 그리고 졸업식 날, 사람이 좀 없을 때 선배에게 작은 꽃다발 하나를 안겨줬어. 그리고 가볍게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선배가 대학 가서도 전화랑 문자를 가끔씩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나는 기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 그냥 웃으면서 "네!"라고만 했어.
16 이름없음 2019/01/05 15:40:28 ID : RDxTO04GpWj 0
솔직히 말하자면 그 날 고백하고 싶었는데 선배가 곤란해 할까봐 못했어. 좋은 날에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건 싫어서. 그리고 언제였더라, 봄방학 중이었을텐데 선배랑 다시 만났었어. 안부인사 하고 이것저것 물어봤지. 선배는 자취 준비 중이라 바쁜 와중에도 나를 만나 준 거지. 그리고 나랑 밥 먹고 자주 가던 서점도 가고 그리고 우리집 근처 정자에서 얘기를 또 재미나게 했어. 선배와 있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농담조로 "선배가 계속 제 옆에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말했는데 선배가 살짝 당황한 듯이 어깨를 움찔 대고는 "... 나도 마음만 같아선 네 옆에 있고 싶네."라고 했어.
17 이름없음 2019/01/05 15:45:20 ID : RDxTO04GpWj 0
선배가 이 당시에 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았던 거 같기는 해. 그렇지만 부정하고 싶었어. 선배가 완전한 나를 알면 실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선배하고 얘기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는데 내가 그 때 무슨 깡이었는지 "선배, 저 한 번만 안아주세요!"라고 했어. 선배는 활짝 웃으면서 날 꼭 안아주었어. 선배와 나는 키 차이가 머리 하나 정도 차이 나는데 그 때 선배 심장 소리가 옅게 들리더라.
18 이름없음 2019/01/05 15:53:00 ID : RDxTO04GpWj 0
나는 그렇게 3학년이 되고 선배는 대학에 진학했어. 솔직히 선배 자취방이랑 우리집이랑 지하철 타고 약 1시간 걸려서 만난다면 만날 수는 있었겠지만... 괜히 선배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가 않더라. 그리고 도서실만 지나가게 되면 선배 생각이 나서 울 거 같더라. 그 뒤로 도서실도, 우리집 근처에 있는 정자와 놀이터 쪽도 보지 않게 되었어. 선배를 잊고 싶었던 와중에 같은 학원에 다니는 남자애(학교는 달라)가 고백해서 무작정 선배를 잊고 싶어서 걔랑 사귀게 되었거든. 지금 생각하면 걔한테 참 미안하고 못할 짓을 했지. 걔랑은 두 달 정도 사귀고 잘 정리했어.
19 이름없음 2019/01/05 15:58:03 ID : RDxTO04GpWj 0
그래도 선배가 틈틈히 전화하고 카톡 해주니까 너무 좋더라. 한 달에 한 번씩은 같이 놀기도 했어. 그리고 나도 어쩌다 보니까 대학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선배와 같은 대학에 원서를 넣을까 싶다가도 바보 같은 생각이라 다른 대학교들에 원서를 넣었어. 그리고 딱 한 군데만 붙고 다 떨어졌더라. 정확히는 예비 번호가 너무... 가망이 없었어. 근데 다행히도 그 한 군데가 내가 제일 가고 싶은 과가 있는 대학이었어.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20 이름없음 2019/01/05 16:02:15 ID : RDxTO04GpWj 0
선배와의 관계는 소원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끈끈해졌어. 친구들도 그 쯤 되면 사귀어야 하지 않냐고 하더라. 근데 그 때 선배가 과 동기들과 같이 과 선배들이랑 대립 중이어서 정신이 피폐해지고 그랬거든. 그래서 그 땐 그냥 위로해 주고 싶었어. 삼일에 한 번씩은 내가 전화를 걸거나 선배가 전화를 걸어서 위로해 주고 그랬었거든.
21 이름없음 2019/01/05 17:08:01 ID : E2ttinWnTU0 0
고냥 고백해 차이면 그냥 친하게.지내자하고
22 이름없음 2019/01/05 17:48:24 ID : RDxTO04GpWj 0
고백은 할 거야. 이번 달 안에! 뭐... 그리고 대학은 우연찮게도 선배네 대학과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더라. 나야 좋았지. 선배도 막 좋아하더라. 이 쯤 되면 고백 언제할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이번 달 안에 할 거야!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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