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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친남매처럼 지내던 사람이 고백하면 어쩔거야? (23)
20.어제 책 선물해줬는데 오늘 엄청 조금 읽었대 (9)
1
◆4E2smIFhdRy
2019/02/26 03:00:44
ID : 5Wpe7xTPcnv
2
짝사랑한 경험 스레에 레스로 달았던 이야기인데... 좀 더 길고 자세히 얘기하고 싶어서 썰로 풀어보려고!
2
이름없음
2019/02/26 03:01:26
ID : cqY8jfTSMmL
0
보구잇당!ㅎㅎ
3
◆4E2smIFhdRy
2019/02/26 03:02:06
ID : 5Wpe7xTPcnv
0
음 나는 남자고. 지금이 열일곱... 4년 전 일이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네.
4
◆4E2smIFhdRy
2019/02/26 03:02:44
ID : 5Wpe7xTPcnv
0
반가워!
5
◆4E2smIFhdRy
2019/02/26 03:04:09
ID : 5Wpe7xTPcnv
0
내 6학년 때를 회상하자면 내 인생의 리즈시절이었지! 친구도 많았고 스스럼없이 사람 사귀고 요즘말로 인싸.... 그때의 나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 ㅋㅋㅋㅋ
6
◆4E2smIFhdRy
2019/02/26 03:06:06
ID : 5Wpe7xTPcnv
0
6학년 올라와서 그 애를 처음 봤어. 얘 이름은 지현이라고 할게!
사실 첫인상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어. 그냥 우리반 애들 중 하나. 물론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그때는 모두와 친하던 시절이었으니까
7
◆4E2smIFhdRy
2019/02/26 03:08:23
ID : 5Wpe7xTPcnv
0
6학년 1학기 때도 많은 일이 있었지먼 대부분 지현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패스할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여름방학 때로 가야 해. 그때부터 지현이랑 가까워지기 시작했거든.
8
◆4E2smIFhdRy
2019/02/26 03:12:26
ID : 5Wpe7xTPcnv
0
때는 매미가 우는 4년 전 여름날.....!
언제나처럼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던 중이었는데, 폰으로 메세지가 하나 왔어. 보니까 친구한테 온 거더라고. 이 친구를 서유라고 할게. 문자 내용을 보니까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에 쓸 포스터를 만드는데, 나보고 도와달라는 거야. 나도 나름 그림쟁이였거든. 그래서 나, 서유, 태원이라는 친구, 그리고 지현이. 이렇게 넷이서 서유네 집에 모이게 됐어.
9
◆4E2smIFhdRy
2019/02/26 03:15:13
ID : 5Wpe7xTPcnv
0
서유네 집이 단독주택인데 이층집에 옥탑방까지 있었단 말야. 우린 과자랑 미술도구를 들고 옥탑방에 자리를 잡았어. 원래 과제같은 거 모여서 하면 과제는 뒷전이고 일단 노는거.... 알지? ㅋㅋㅋㅋ 그렇게 신나게 놀고 적당히 하고 수다도 떨고 그랬어.
10
◆4E2smIFhdRy
2019/02/26 03:17:36
ID : 5Wpe7xTPcnv
0
넷이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다 보니까, 어느새 장래희망 얘기가 나왔어. 서로 돌아가면서 꿈이 뭐냐고 물어봤지. 나는 당시 꿈이 작가였어. 서유랑 태원이, 지현이까지 모두 돌아가면서 자기의 꿈을 얘기했어.
11
◆4E2smIFhdRy
2019/02/26 03:20:40
ID : 5Wpe7xTPcnv
0
그렇게 얘기하면서 한참 놀다가 과자가 다 떨어졌어. 서유하고 태원이가 과자를 더 가지러 아래로 내려갔고 지현이랑 나랑 둘만 옥탑방에 남게 됐지. 그림을 그리는데 지현이가 한참 말이 없길래 보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어. 지현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흑흑거리면서 울더라고.
12
◆wMrAjirxRyL
2019/02/26 11:38:42
ID : 5Wpe7xTPcnv
0
(인코 바꿀게 치기 너무 귀찮아....)
갑자기 우니까 나는 엄청 당황했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울음을 조금씩 그치길래 그제야 왜 우냐고 말을 걸어봤어.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까 장래희망 얘기할 때, 혹시나 그 꿈을 못 이루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 울었다고 하더라. 난 그 말을 듣고 지현이가 참 자기 꿈에 대한 사랑이 있는 친구라고 느꼈어.
13
◆4447BxWnSGo
2019/02/26 11:50:05
ID : 5Wpe7xTPcnv
0
여기서 뭔가 공감대? 같은 걸 느꼈어. 혹시 R=VD라고 들어 봤어?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라는 뜻인데, 내가 당시 그 사상에 심취해 있어서 내 꿈을 노트에 적어서 가지고 다니고, 애들한테도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져 얘들아! 너희 자신을 믿어봐!' 이러고 다니던 때였든. 꿈에 대한 고민... 이거 완전 내 분야잖아? 나는 지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고 싶었어.
14
◆qi7gp9eE5U1
2019/02/27 00:39:08
ID : 5Wpe7xTPcnv
0
그래서 지현아 그거 알아?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지고 꿈의 노트라는 게 있는데 나는 이렇게 적어서 갖고 다니고... 넌 잘 해낼 거고 걱정 말라고.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해줬어. 지현인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눈물을 그쳤어. 물론 내 얘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감정이 잦아들어서 그런 거였겠지만 ㅋㅋㅋ 내가 준 휴지로 눈물을 닦은 지현이는, 날 보고 웃어줬어. 그때 처음 아, 참 이쁘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15
◆wMrAjirxRyL
2019/02/27 00:50:04
ID : 5Wpe7xTPcnv
0
아 미안 위에 인코 실수했네!
마침 서유랑 태원이가 올라와서 우린 포스터를 대강 마무리짓고, 학교에 가서 놀기로 했어. 뭐 6학년 때였으니까, 술래잡기하고 모래장난하고 경도하고.... 그래도 진짜 재밌게 놀았어. 한적한 학교를 뛰어다니면서 놀다가, 6시쯤 돼서 서로 헤어지고 집에 들어갔어. 뭔가 헤어지려니까 아쉬워서... 지현이 번호를 알고 싶었는데, 직접 물어보기가 쑥스러워서 태원이한테서 연락처를 받았어
16
이름없음
2019/02/27 00:51:52
ID : upVhwLfe2Nt
0
오~~ 무야무야~~
17
◆wMrAjirxRyL
2019/02/27 00:58:28
ID : 5Wpe7xTPcnv
0
난 집에 가자마자 폰부터 확인했어, 왜냐면.... 지현이가 아까 내 폰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었거든! 혹시 셀카일까 싶어서 두근두근하면서 봤는데 셀카는 아니고, 내 모습을 찍은 사진이더라고. 실망한 것도 잠시, 지현이한테서 문자가 왔어. 나는 들떠서 문자를 확인했어. 오늘 재밌었어. 아깐 고마웠어. 사실 별 내용은 아니었지만 먼저 문자를 해줬다는 게 난 너무 좋았어. 더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라서 그러진 못했어.
18
◆wMrAjirxRyL
2019/02/27 01:04:10
ID : 5Wpe7xTPcnv
0
봐줘서 고마워!
지현이랑 좀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던 찰나... 기회가 왔어! 지현이랑 짝꿍이 된 거야! 애들 앞에서 티는 안냈는데, 누구랑 짝꿍이 돼서 그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어. 지현이는 내게 반갑게 말을 걸어 줬고,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어. 수다도 엄청 많이 떨었지. 지현이랑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즐거웠어. 걔도 웃고 나도 웃고. 하도 떠들어서 쌤한테 종종 지적도 받았어 ㅋㅋㅋㅋㅋㅋ
19
◆wMrAjirxRyL
2019/02/27 01:10:25
ID : 5Wpe7xTPcnv
0
그렇게 하루하루 즐겁던 한 달을 보내고, 짝꿍을 바꿔야 할 때가 왔어. 종종 했던 짝꿍이 또 걸릴 때도 있어서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왠걸. 또 됀 거야. 친구들이 "야 좀 지겹지 않냐?" 했는데 나는 "아니 뭐... 지낼만한데?"라고 대답했지. 실제로는 지낼만한 정도가 아니었지만 ㅋㅋㅋㅋㅋ 또 한달을 그렇게 보냈어. 하루 하루 갈수록 지현이가 점점 더 좋아졌어. 종종, 아니 자주 웃을 때면 어쩜 저렇게 예쁘게 웃을까 싶었지. 내 이상형이 웃음이 이쁜 사람인 게 지현이 영향이 컸을 거야.
20
◆wMrAjirxRyL
2019/02/27 01:15:48
ID : 5Wpe7xTPcnv
0
한달 또 금방 지나가더라. 아쉽게도 이번에는 서유랑 짝이 됐어(다른 때라면 좋았겠지만 지현이랑 이제 짝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컸지. 서유 좋은 친구야 오해하지 마 ㅎㅎㅎ). 앞앞 자리에 지현이가 앉았는데, 종종 바라보곤 했어. 그럴 때마다 지현이는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까, 이런 생각이 점점 커지더라고.
21
◆wMrAjirxRyL
2019/02/27 01:24:04
ID : 5Wpe7xTPcnv
0
가을 어느날, 지현이랑 둘이 만났어.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 먹고 하다가 학교 운동장에 갔어. 학교 운동장 근처마다 하나씩 있는 음수대 있잖아 왜. 거기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둘이 이렇게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 한참 얘기하다가 지현이가 나를 바라보더니, 이런 말을 했어.
"나도 누구한테 고백 받아보고 싶다."
22
◆wMrAjirxRyL
2019/02/27 01:37:41
ID : 5Wpe7xTPcnv
0
보고 있는 레더 혹시 있을까?
23
이름없음
2019/02/27 01:52:48
ID : 3A1yGk8lzPg
0
보구있엉 좀 늦었지만...
24
◆wMrAjirxRyL
2019/02/27 01:53:50
ID : 5Wpe7xTPcnv
0
크으 감격ㅠㅠㅠㅠ 고마워
25
이름없음
2019/02/27 04:41:44
ID : E3u4MryY2ms
0
새벽에 이거 보고 막 연애세포가 올라오는 거 같아... 스레주 빨랑 와서 마저 풀어줭 !!
26
◆wMrAjirxRyL
2019/02/27 10:59:56
ID : 5Wpe7xTPcnv
0
앗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27
◆wMrAjirxRyL
2019/02/27 11:06:14
ID : 5Wpe7xTPcnv
0
지현이가 노을을 배경으로 앉아서 내 눈을 바라보며 저 말을 하는데.... 내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 가? 진짜 순간적으로 허억 하고 숨이 멎는 기분이었어.
28
◆wMrAjirxRyL
2019/02/27 11:09:38
ID : 5Wpe7xTPcnv
0
안 그래도 말할까 말까 갈팡질팡하고 있던 때에 저 말을 딱 들으니까 마음이 1초에도 수만 번씩 왔다 갔다 했어. 말할까? 지금? 이건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싫어하면? 다시는 예전처럼 지낼 수 없다면?
29
◆wMrAjirxRyL
2019/02/27 11:12:56
ID : 5Wpe7xTPcnv
0
고민 끝에 결국 딱 한마디 했어. "내가 해줄까?"
30
◆wMrAjirxRyL
2019/02/27 11:15:38
ID : 5Wpe7xTPcnv
0
지금 보니까 진짜 바보같이 말했네ㅋㅋㅋ 지현이는 그냥 슬며시 미소짓더라고. 그래도 혹시나 지현이가 정색하진 않을까 하던 걱정은 수그러들었어.
31
이름없음
2019/02/27 11:34:09
ID : E3u4MryY2ms
0
ㅠㅠ 나 좀따가 나가는데 많이 풀고있어줭! 갔다와서 몰빵하게!
32
◆wMrAjirxRyL
2019/02/27 12:44:31
ID : 5Wpe7xTPcnv
0
계속 봐줘서 고마워 열심히 쓸게!
33
◆wMrAjirxRyL
2019/02/27 13:07:10
ID : 5Wpe7xTPcnv
0
근데 뭐 이야기도 거의 끝나 가....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내다가, 어느새 졸업식이 다가왔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보다도, 이제 지현이를 못 볼 거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어. 지현이랑 함께 있으면 즐겁고 그 애의 웃는 얼굴도 계속 보고 싶은데, 같은 중학교 배정받을 확률이 적었거든. 근처에 공학인 A중이 있고 남중인 B중, 여중인 C중이 있었는데 나나 지현이나 집 위치상 각각 B중과 C중에 배정받을 확률이 높아서, 졸업 이후에는 못보게 될 가능성이 컸지.
34
이름없음
2019/02/27 13:16:29
ID : 7hvyK5hutzh
0
헉헉 설렌다 보고 있어!!
35
◆wMrAjirxRyL
2019/02/27 13:26:53
ID : 5Wpe7xTPcnv
0
그래서 나는 지현이에게 고백할 마음을 먹었어. 고백은 해야겠고 어떻게 해야할지는모르겠는 거야. 근데 누구한테 말은 못했지.... 왜냐면 그때 반에 지현이를 좋아하는 애가 또 있었어.
36
◆wMrAjirxRyL
2019/02/27 13:27:27
ID : 5Wpe7xTPcnv
0
봐줘서 고마워!
37
이름없음
2019/02/27 13:28:49
ID : U1viphs5Wly
0
도저히 못참겠어서 놀다가 들어와땅ㅠㅠ 스레주 썰 진짜 설레구 재밌엉ㅜ!
38
◆wMrAjirxRyL
2019/02/27 13:28:55
ID : 5Wpe7xTPcnv
0
듣기로는 학원에서 누구한테 말했다가 다 까발려졌다 하더라고. 지현이는 원래 걔랑 안 친했지만 그거 안 이후로는 좀 멀리하는 게 보였고. 만약에 내가 지현이 좋아한다는 게 까발려지면 나도 그 친구처럼 외면당할까봐, 직접 전하지도 못하고 외면당할까봐 아무에게도 말 못 했어.
39
◆wMrAjirxRyL
2019/02/27 13:29:36
ID : 5Wpe7xTPcnv
0
헉 재밌다니.... 고마워ㅠㅠㅠㅠ
40
◆wMrAjirxRyL
2019/02/27 13:32:34
ID : 5Wpe7xTPcnv
0
내가 대강 세워본 계획은 이랬어. 졸업식 끝나고 지현이를 학교에 있는 작은 호수 옆으로 불러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주고 꽃이랑 같이 내가 어떻게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전해주는 거였어.
41
◆wMrAjirxRyL
2019/02/27 13:35:37
ID : 5Wpe7xTPcnv
0
아까 위에서 당시 내 꿈이 작가였다고 말했었지? 내 작가정신을 가득 발휘해 최대한 예쁘고 아름다운 어휘로 편지를 적었어 ㅋㅋㅋㅋ 처음엔 편지지에다 바로 연필로 쓰다가, 지우개로 지우면 안 예쁜 흔적이 남길래 공책에다 쭉 적고 글자 틀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 자 한 자 편지지에 옮겨 적었어. 다 쓰고 난 다음에 편지를 편지봉투에 넣고, 새빨간 리본으로 봉투를 묶었어.
42
◆wMrAjirxRyL
2019/02/27 13:49:56
ID : 5Wpe7xTPcnv
0
뭐라고 이야기해 줄지도 공책에 적어서 매일 거울 보면서 연습했어. "아 이 단어는 좀 아닌데.... 오해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아냐 이건 오글거려" "말이 너무 짧나? 이 부분은 좀 더 길게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43
◆wMrAjirxRyL
2019/02/27 14:27:38
ID : 5Wpe7xTPcnv
0
여러번 고민하고 수정하면서 거절당할까봐 두려움도 느꼈지만, 말 한번 못해보고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고백은 꼭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묵묵히 준비해 나갔어.
44
◆wMrAjirxRyL
2019/02/27 14:54:56
ID : 5Wpe7xTPcnv
0
졸업식 날이 왔어, 결국엔.
45
이름없음
2019/02/27 15:13:11
ID : 7uk62MnQnDt
0
보고있어ㅠㅠ!!
46
이름없음
2019/02/27 15:17:29
ID : uslyNta2lgY
0
ㅂㄱㅇㅇ!
47
◆wMrAjirxRyL
2019/02/27 17:51:12
ID : 5Wpe7xTPcnv
0
졸업식이 몇시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그날 7시에 일어났던 건 기억나. 미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꽃집에 들렸어. 지현이가 보라색을 좋아해서, 보라색 꽃으로 한다발 가득 샀어. 안개꽃도 한묶음 사서 꽃다발을 장식했지. 꽃이파리 사이로 내가 쓴 편지도 끼워넣었어.
48
◆wMrAjirxRyL
2019/02/27 18:51:22
ID : 5Wpe7xTPcnv
0
내가 좀 일찍 가서 애들은 거의 없었어.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애들 자리가 채워져가는 걸 봤어. 지현이가 오자 나는 마지막일 수도 있겠단 맘으로, 정말 밝게 인사했어. 이름도 부르면서.
49
◆wMrAjirxRyL
2019/02/27 18:55:31
ID : 5Wpe7xTPcnv
0
그런데 그 전까지는 고백할 거라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고,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전했으니 후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현이를 보자마자 갑자기 걱정이 물밀듯이 몰려왔어.
50
◆wMrAjirxRyL
2019/02/27 21:28:31
ID : 5Wpe7xTPcnv
0
졸업식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 그냥 걱정하다가 졸업장 받고 교가 부르고.... 그렇게 어영부영 지나갔어
졸업식이 거의 정리되어갈 무렵, 나는 지현이에게 갔어.
51
이름없음
2019/02/27 21:33:16
ID : 5Wpe7xTPcnv
0
답이 너무 늦었지만 ㅋㅋㅋ 봐줘서 고마워
52
◆wMrAjirxRyL
2019/02/27 22:31:09
ID : 5Wpe7xTPcnv
0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새드엔딩이야.
내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어. 아예 전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어. 그날 결국 지현이에게 말을 못했거든.
53
◆wMrAjirxRyL
2019/02/28 00:05:26
ID : 5Wpe7xTPcnv
0
어차피 이제 볼 수도 없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난 여전히 말울 못하겠더라고. 진짜 바보 같았지. 지현이가 "꽃 예쁘다! 누구 줄 거야?" 라고 묻는 순간에도 난 "...그냥 친구 주려고."라고 답해 버렸어.그때라도 "너 주려고"라고 말했더라면 좀 결말이 달랐을까 싶기도 해
54
◆wMrAjirxRyL
2019/02/28 00:10:32
ID : 5Wpe7xTPcnv
0
처음에는 상실감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지현이에게 주려고 했던 편지를 보자, 내가 어떤 감정으로 그 편지를 썼고 어떤 결과를 바라며 편지룰 썼는지에 생각이 미치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
55
◆wMrAjirxRyL
2019/02/28 00:14:12
ID : 5Wpe7xTPcnv
0
베게룰 꽉 끌어안고 엄청 서럽게 울었어. 눈물이 안 멈추더라. 심장이 껄떡거릴 때마다 눈물이 새로 차오르기라도 하듯이 계속해서 훌렀어.
56
◆wMrAjirxRyL
2019/02/28 00:19:06
ID : 5Wpe7xTPcnv
0
지현이를 놓친 게 너무 서운했고,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말 한마디 못해본 나한테 너무 화가 났어. 울면서 몇 주간 써온 편지를 손으로 찣었어. 나를 찣는 기분이었어. 나 자신을 내 손으로 찣어버리는 기분. 찣어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어.
57
이름없음
2019/02/28 00:25:28
ID : rteJWp83wk9
0
헐ㅜㅜㅜㅜㅜㅜㅜㅜ
58
◆wMrAjirxRyL
2019/02/28 01:41:15
ID : 5Wpe7xTPcnv
0
내가 몸이 아파서, 무서워서, 심지어 친구한테 미안해서 울어본 적도 있었지만.....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그걸 몰라주는 게 서러워서, 그런 상황을 만든 내가 미워서 운 적은 한번도 없었어. 왜 우냐고 걱정스럽게 묻는 엄마에겐 친구들하고 헤어지는 게 싫어서라고 했지만 내 속은 그랬어.
59
◆wMrAjirxRyL
2019/02/28 01:43:42
ID : 5Wpe7xTPcnv
0
졸업앨범도 한 달 동안 못 펴봤어. 거기에 지현이가 있었으니까.
60
◆wMrAjirxRyL
2019/02/28 01:44:11
ID : 5Wpe7xTPcnv
0
근데 진짜 웃긴 게, 결국 지현이를 또 만나게 됐어.
61
◆wMrAjirxRyL
2019/02/28 01:49:35
ID : 5Wpe7xTPcnv
0
여기에 쓴 예상을 깨고, 지현이랑 나 둘 다 A중에 입학하게 되었어
62
◆wMrAjirxRyL
2019/02/28 01:53:33
ID : 5Wpe7xTPcnv
0
다신 못 볼 거 같았는데..... 정말 너무 기뻤지! 졸업식 날 쏟았던 눈물은 다 잊혀진 것만 같았어. 반배정 표를 보고 지현이 반부터 확인했어. 아쉽지만 나랑은 다른 반이었어
63
◆wMrAjirxRyL
2019/02/28 01:59:03
ID : 5Wpe7xTPcnv
0
교복을 입은 지현이는 정말 예뻤어. 예전에 그랬듯이 웃으며 내게 인사해줬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어리숙하게 모든 게 잘 되리라 생각했어.
64
◆wMrAjirxRyL
2019/02/28 02:08:08
ID : 5Wpe7xTPcnv
0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랑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고, 눈이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않기 시작했어.
65
◆wMrAjirxRyL
2019/02/28 02:12:12
ID : 5Wpe7xTPcnv
0
사실 이때가 고백을 못했을 때보다 아프기는 더 아팠어. 근데 눈물은 안 나왔어. 내 잘못이 뭔지 알 것 같았거든.
66
◆wMrAjirxRyL
2019/02/28 02:16:31
ID : 5Wpe7xTPcnv
0
돌아보면 나는 한 번도 지현이에게 먼저 다가간 적이 없었어.
늘 문자를 먼저 보낸 것도 지현이였고,
같이 만나자고 한 것도,
중학교 올라와서 먼저 인사한 것도.
내게 다가와준 건 지현이였어.
67
◆wMrAjirxRyL
2019/02/28 02:20:05
ID : 5Wpe7xTPcnv
0
왜 나는 지현이가 다가와 주기만을 바라고 한 번도 내가 먼저 다가가진 못했을까.
고백 받아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누구 줄 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렇게 많은 기회와 빌미를 만들어준 지현이였는데도 나는 말을 못했어. 아니 안했지. 이기적이게도 나는 마음만 가지고 지현이를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어.
68
◆wMrAjirxRyL
2019/02/28 02:24:18
ID : 5Wpe7xTPcnv
0
지현이가 나를 어떤 존재로 대했는지는 몰라도, 힘들었을 거야. 아무리 다가가도 얘는 자기에게 다가올 생각을 안하는데. 지쳤겠지. 더이상은 그 애도 다가가고 싶지 않았을 거야.
69
◆wMrAjirxRyL
2019/02/28 02:28:32
ID : 5Wpe7xTPcnv
0
시쳇말로, 내가 병신이었다고. 그 애는 어떤 마음이었든 간에 내게 다가오고 싶어하고 나도 그 애와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이기적이라서 자리에만 가만히 죽치고 앉아있었다고. 그 애는 아무리 다가가도 오지 않는 나를 보고, 지쳐 떠났다고.
70
◆wMrAjirxRyL
2019/02/28 02:31:08
ID : 5Wpe7xTPcnv
0
나 때문이라고. 탓할 사람이 나밖에 없잖아. 내가 다가가려고 노력하기만 했어도 이렇게 안 끝났어.
71
이름없음
2019/02/28 02:35:22
ID : 9tilu7fdXy6
0
ㅂㄱㅇㅇ
72
◆wMrAjirxRyL
2019/02/28 21:31:33
ID : 5Wpe7xTPcnv
0
미안 너무.... 갑자기 그게 좀 북받혔어ㅠㅠ
당시엔 이정도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까 내가 진짜 바보같았단 거 느껴진다. 너무 자책감 들어.......
73
◆wMrAjirxRyL
2019/02/28 21:37:39
ID : 5Wpe7xTPcnv
0
봐줘서 고마웟
74
◆wMrAjirxRyL
2019/02/28 21:41:58
ID : 5Wpe7xTPcnv
0
결국 모르는 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리는 급격히 멀어졌고, 종종 복도에서 마주치면 더 마음이 저려서 나는 지현이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시작했어. 번호도 지웠고, 같이 카톡했던 것도 지웠어. 내가 그때 막 페북을 깔았는데, 추천친구에 지현이가 떴지만 친추는 안 보냈어.
75
이름없음
2019/02/28 21:42:13
ID : 7hvyK5hutzh
0
ㅂㄱㅇㅇ ㅠㅠㅠ
76
◆wMrAjirxRyL
2019/02/28 21:43:17
ID : 5Wpe7xTPcnv
0
꾸준히 봐줘서 고마워! 누가 있을 때 마무리짓고 싶었는데
77
◆wMrAjirxRyL
2019/02/28 21:45:37
ID : 5Wpe7xTPcnv
0
4년간을 같은 학교에서 지냈는데도, 돌이켜보면 정말로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지낸 건 1년밖에 되지 않는 거 같아. 그렇지만서도 그 1년은 지금껏 나에게 있어 가장 행복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장 간절하게 느꼈던 때였어.
78
◆wMrAjirxRyL
2019/02/28 21:49:58
ID : 5Wpe7xTPcnv
0
이제 지현이를 추억할 수 있는 건 졸업사진 뿐이야. 사진 속엔 6학년 때의 지현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언제나 그랬듯 예쁜 미소를 담고서. 지현이는 모르겠지만 그 애는 나에게 있어 처음으로 사랑을 품게 해준 아이야. 아직까지도 나는 지현이 외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
79
◆wMrAjirxRyL
2019/02/28 21:55:42
ID : 5Wpe7xTPcnv
0
이젠 지현이를 떠올려도 무덤덤하기에 다 지나간 감정인 줄 알았는데, 후회라고 해야 할지 미련 같은 게 아직도 남아 있어서 얽메이게 되는 것 같아. 물론 다시 못 본단 건 알지만, 그냥 막연한 후회 같은거. 음.... 표현하기가 어렵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같은 미련이 아니라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에 가까운 미련이야.
80
◆wMrAjirxRyL
2019/02/28 21:59:00
ID : 5Wpe7xTPcnv
0
쪽팔리지만 사실 어젯밤에 폰으로 이거 쓰다가 울었어..... 진짜 왜 아직도 이러지 싶었어
81
◆wMrAjirxRyL
2019/03/01 21:29:59
ID : 5Wpe7xTPcnv
0
뭐... 얘기 끝났어! 봐줬던 레더들 모두 고맙고 나도 이 스레 쓰면서 뭔가 그때를 회상하는 동시에 훌훌 털어버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
다시 한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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