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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6 00:50:04 ID : dA2IGsnTRu1
안녕 난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고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이야. 제목처럼 내가 좀 골치 아픈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이 짝사랑 썰 좀 한 번 털어놓을테니까 내게 힘 좀 줬으면 해,,
2019/03/16 00:53:31 ID : dA2IGsnTRu1
일단, 우리 학교가 남녀공학이긴 하지만 남녀분반에다가 심지어는 남자랑 여자 층도 달라서 내가 맘 먹고 남자층으로 내려가서 그 애 얼굴을 보러가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 애 얼굴을 보기가 쉽지가 않아. 기껏해야 점심시간과 야자시간?
2019/03/16 00:56:34 ID : dA2IGsnTRu1
아, 그래도 그 애랑은 동아리가 같은 동아리라 동아리 시간에는 자주 볼 수 있었지. 그리고 야자시간에는 야자를 신청한 애들이 별로 없어서 남녀 합반으로 야자를 했어. 근데 쌤이 감독하고 있어서 내 뒤에 있는 그 애 얼굴을 볼 수 없었어. 쌤이 주의를 주시거든
2019/03/16 00:59:03 ID : dA2IGsnTRu1
어쨌든 과거부터 거슬러서 그 애를 처음 본 순간을 말하자면 1학년 처음 입학하고 나서 나는 고등학교 생활에 솔직히 적응을 잘 못하고 있었어. 내 진로에 맞춰서 생기부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거든. 그래도 여차저차 야자도 한 번 신청해보고 내 진로에 적당한 동아리도 들어가서 활동하고 있었지.
2019/03/16 01:02:50 ID : dA2IGsnTRu1
처음에는 그 애한테 관심이 없었어. 그냥 같은 동아리에 야자도 우연히 겹친 애구나, 싶었거든. 그 애는 키는 좀 크고 동그란 은테 안경에 눈매는 좀 날카롭고 피부도 좋아. 그래서 한 번쯤 눈길이 가게 되는? 외모랑 성격도 꽤 장난스럽고 좋은 애였어. 근데 나는 뭔가 그 애가 되게 놀 거 같고 나랑 안 맞는 거 같아서 처음에는 좀 피하게 됐어ㅠㅠ
2019/03/16 01:05:17 ID : dA2IGsnTRu1
그러다가 걔랑 처음 말을 섞게 된 건 동아리 활동 시간이었어. 우리 동아리는 조 활동이 많은데 어쩌다보니 나랑 걔랑 같이 조가 된거야. 심지어는 내가 친한 친구들은 다 각각 흩어져서 다른 조가 됐고ㅠㅜ
2019/03/16 01:08:35 ID : dA2IGsnTRu1
어쩔 수 없이 조 활동을 해야 하는데, 나랑 그 애를 제외하면 다른 애들은 다 의욕도 없도 소심한 애들이라 결국 나랑 그 애가 이 조를 이끌어야 되는거야. 근데 이 때 그 애가 특유의 굵고 낮은 목소리로 손가락 사이에 샤프 돌리는거 알아? 그거 하면서 토론 주제를 뭐로 할지 우리 조를 이끄는데 거기에서 일단 의외인 걸 느끼게 됐고
2019/03/16 01:12:04 ID : dA2IGsnTRu1
난 그 애의 이름조차도 잘 모르고만 있었는데, 그 애는 서로가 아이디어 내 본 토론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다가 정말 뜬금없이 "00이가 정한 토론 주제가 딱 좋은 거 같아. 너넨 어때?" 이러면서 조원애들 의견 물어보고, 내 눈 맞추면서 아이디어 좋았다고 웃어주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나더라
2019/03/16 01:13:41 ID : dA2IGsnTRu1
난 그런거 정말 소설에나 있는 줄 알았어. 근데 진짜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뭔지 처음 느껴보게 됐어. 난 여중을 나왔고 첫사랑이라고 할 만한 연애를 해보지도 않았거든. 어쨌든 그 애는 나에게 노는 애 같다는 환상도 없애주고 첫사랑이 되었더라.
2019/03/16 01:15:14 ID : dA2IGsnTRu1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파악하지 말라는 말이 그 애를 위한 말인가봐. 그 애는 정말 겉보기랑 다르게 공부고 잘하고 (등급, 성적이 좋음) 앞에 나서서 주도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 그리고 축구도 좋아하고 장난기는 여전히 많았지
2019/03/16 01:17:23 ID : dA2IGsnTRu1
내가 그 애를 사랑하게 된 계절은 고등학교 1학년의 무더운 여름날이었어.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대화도 많이 하고 시험기간일 때는 서로 공부 어디까지 했냐, 이 문제 아냐, 밤 샐테니까 생존신고 해라, 뭐 이런 식으로 연락도 간간히 하게 됐어. 그러다보니 여름날은 지나가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고 2학년이 되었지 우린.
2019/03/16 01:19:23 ID : dA2IGsnTRu1
난 이미 알고 있었어. 그 애는 아직 누굴 사귈 생각이 없어보였거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집중하고 싶어하는 애니까. 자기는 누구와 연애할 여력이 없다는 걸 내게 너무나 잘 보여줬으니까. 그래서 나는 조급한 마음을 없앴고 간간히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좋았어.
2019/03/16 01:22:49 ID : dA2IGsnTRu1
나는 그 애와 이런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이상한 거리감을 지키려했고 그 애도 딱히 불편해보이는 기색이 없어보여서 그 사실에 더 안도하고 좋아했어. 그러던 중 2학년의 봄이 오고 현재의 내 짝을 만나게 됐어. 짝은 좀 입도 거칠고 노는거 좋아하고 수업에는 집중보다는 잠을 택하는 친구였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은 잘 챙기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은 애였지.
2019/03/16 01:24:47 ID : dA2IGsnTRu1
눈매는 날카로우면서도 웃는게 참 예쁘고 피부도 뽀얗고 하얀 내 짝과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좀 친해지게 됐어. 근데 그 친구 성격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아야 속이 시원해지는 성격인가봐. 대화를 하다가 연애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문득 걔가 말을 하더라
2019/03/16 01:27:52 ID : dA2IGsnTRu1
"너 000알지?" 내 짝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작년 무더운 여름부터 시작된 내 짝사랑하는 그 애의 이름이었어. 나는 불편한 기색을 숨겼지. 그 애는 좀 노는(?) 잘나가는(?) 애 였고 나는 그냥 한낱 같은 반 짝에 불과한 애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응, 알아. 같은 동아리이니까." 이랬지.
2019/03/16 01:29:08 ID : dA2IGsnTRu1
그러다니 짝은 같은 동아리라는 말에 눈을 번쩍이며 내 손을 부여잡았어. "같은 동아리야? 진짜?" 이렇게 되물으면서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왜? 라고 물어봤지. 차라리 물어보지 말걸 그랬어 그 때.
2019/03/16 01:31:39 ID : dA2IGsnTRu1
그 순간 짝의 얼굴이 수줍게 물들면서 내게 귓속말을 해오더라. "사실,, 내가 걔를 좋아해."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속 무언가가 다시 간질여져오더라. 이게 내가 사랑에 빠진 그 순간에 느꼈던 간질거림이 아니라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인식으로부터 느껴지는 간질거림.
2019/03/16 01:34:21 ID : dA2IGsnTRu1
나는 내 귀에서 멀어져서 날 보며 수줍게 웃고있는 그 얼굴을 보며 당장에라도 "나도 걔 좋아해." 라는 말이 나올 것만 같더라. 근데 짝은 잔인하게도 한 마디를 덧붙였어. "비밀이야. 넌 내 짝이니까 알려준거야. 우리 반에서 ***이랑 +++밖에 몰라. (둘 다 짝과 친한 애들) 그러니까 꼭 비밀 지켜주기 약속~"
2019/03/16 01:35:41 ID : dA2IGsnTRu1
내게 내미는 그 새끼 손가락이 어찌나 그리 얄미울수가 있는지. 나는 계속 입안을 맴도는 말들을 씁쓸하게 삼켜내며 새끼 손가락을 걸었어. 짝한테 찍히면 얘 성격에는 학교 생활 곱게 보내게 해 줄 성격이 아니거든.
2019/03/16 01:36:50 ID : dA2IGsnTRu1
그렇게 나는 그 애한테 제대로 된 티도 못 내보고, 좋아하는 감정도 못 비추고, 고백도 못하는 계약을 해버리게 됐어. 어떨결에. 나도 참 바보같지? 근데 그 상황이 정말 순식간이라 그냥 휩쓸려버릴 뿐이었어.
2019/03/16 01:38:19 ID : dA2IGsnTRu1
내 짝의 성격을 설명하자면, 트러블이 생겼을 때 본인의 잘못보다는 남의 잘못을 물고 늘어지면서 인정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야. 그리고 왜 그런 애들 있잖아, 자기랑 겹치는 물건 신경쓰여하고 그 물건 갖고 있는 사람 아니꼬와하는 애들. 정말 피곤한 성격이야...
2019/03/16 01:38:50 ID : dA2IGsnTRu1
졸리다, 잘게. 내일 다시 이을게.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털어놓으니까 좀 홀가분해진 기분이야.
2019/03/16 19:39:36 ID : Y7hvxvikttc
해주면 안돼 ?? 재밋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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