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CjhhvDzbyE 2019/05/05 01:02:07 ID : dQnA0tvyLbz 0
안녕! 지금은 레전드라 불리는 스레드와 열심히 동접했었던 화석 중의 화석이야. 몇 년 동안 안하다가 뉴레딕 접속하니까 기분이 좀 묘하네. 오랜만에 와봤으니 당시에는 열심히 구경만 했던 레스주에서 벗어나 스레를 한 번 세워볼까 해서 시작한다. 꿈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냥 단순히 꿈중독 스레를 보다가 삘을 타서야. 아무도 안볼지도 모르지만 그냥 한 번 해보려고ㅎㅎ 애초에 스레 세우는게 목적. 혹시 누군가 보고있다면 말해줘!
2 ◆nCjhhvDzbyE 2019/05/05 01:04:15 ID : dQnA0tvyLbz 0
먼저 말하자면 나는 애초에 꿈을 잘 안꿔. 잘 안꾸는건지 단순히 기억을 못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디에서나 잘 자는 편이고! 불면증 같은건 없어. 루시드드림은 한 번도 꿔본 적 없고 가위도 눌려본 적 없는 그냥 평범한 20대야. 재미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스레 세우는게 목적이니까 ㅎㅎ
3 ◆nCjhhvDzbyE 2019/05/05 01:07:12 ID : dQnA0tvyLbz 0
그나저나 스레딕 앱 생긴거 신기하다. 시대의 흐름이란... 썰 풀 수 있는게 별로 없지만 슬슬 시작해야겠지.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도 고르게 되네. 와 이거 생각보다 두근거린다.
4 ◆nCjhhvDzbyE 2019/05/05 01:08:49 ID : dQnA0tvyLbz 0
처음 시작은 뭐가 좋을까 고민해봤는데 역시 조금은 소설 같은게 좋지 않을까! 별 거 없지만 제목도 달아줘야지ㅎㅎ "주인님"
5 ◆nCjhhvDzbyE 2019/05/05 01:13:43 ID : dQnA0tvyLbz 0
이꿈은 언제더라... 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학생 때였던 것 같아. 한창 피곤할 때 꿨던 기억이 있거든. 물론 지금도 피곤에 절여진 20대이지만. 꿈은 화려한 마당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 그 왜 옛날 중국 부잣집 같은 느낌의 그런거 있잖아. 온통 붉은색 나무로 된 건물들이 있고 복층은 아니지만 넓은 땅에 건물이 많이 있고 담으로 둘러싸인 그런 구조였어. 마당은 정말 화려했는데, 잘 모르는 꽃들과 나무들이 여기저기 신경써서 배치가 되어있었어. 심지어는 시냇물 같은게 흘렀고 그 위로는 둥근 다리가 있는. 진짜 미디어로만 접했던 옛 중국 느낌이었어. 나는 그걸 커다랗고 둥그런 창문을 통해 보고 있었어.
6 ◆nCjhhvDzbyE 2019/05/05 01:17:38 ID : dQnA0tvyLbz 0
물론 그 집은 내 집이 아니었지. 나는 그 집 하녀였어. 정말 어마어마한 부잣집이었던 걸로 기억해. 사용인이라고 해야하나...그것보다는 노비가 맞는 표현인가. 약간 높은 사용인 소수와 많은 노비들이 있는 그런 집이었어. 나는 높은 사용인은 아니었고...ㅎ...말단 하녀였어. 심지어는 나이도 어리고 몸집도 엄청 작은. 슬프네.
7 ◆nCjhhvDzbyE 2019/05/05 01:22:37 ID : dQnA0tvyLbz 0
내가 원래 그집 하녀였던건 아니었어. 나는 가족이 있는 평범한 서민이었는데 전쟁이 난거야. 아 일단 시대적 배경은 '과도기'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아. 이제 막 현대 문물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그때쯤. 전쟁이 있었고 내가 살던 나라는 아마도 패배한 것 같았다. 피난이다 뭐다 아수라장 속에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어. 작고 어린 여자애가 뭘 어떻게 하겠어? 곧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붙잡혔고, 천만다행으로 험한 일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노비로 팔려가게 되었어. 꾀죄죄했고 아무 생각도 없었어.
8 ◆nCjhhvDzbyE 2019/05/05 01:25:50 ID : dQnA0tvyLbz 0
잡혀가서 겪은 일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아. 꿈이란게 원래 듬성듬성 하잖아. 뭐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내가 팔려가던 순간은 똑똑히 기억해. 함께 잡혀왔던 사람들 모두가 퀭한 얼굴로 멍하니 죽- 늘어서 있었다. 팔다리엔 쇠고랑을 찬 상태였고 무엇보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
9 ◆nCjhhvDzbyE 2019/05/05 01:26:15 ID : dQnA0tvyLbz 0
한참을 서있다가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내 "주인님"을.
10 ◆nCjhhvDzbyE 2019/05/05 01:28:50 ID : dQnA0tvyLbz 0
멍하니 서있는데 저-기 끝에서부터 남자들 말소리가 들리는 거야. 웅웅 울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그동안 계속 듣던 감시자들 목소리랑은 명확히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우아하고 느긋한 말투의 젊은 남자 목소리였어. 주변에서 계속 뭐라고 설명하는 듯하고 남자는 흠...하는 소리를 내거나, 뭔가를 짧게 물어보거나, 서있는 사람을 툭툭 건드려봤어.
11 ◆nCjhhvDzbyE 2019/05/05 01:31:15 ID : dQnA0tvyLbz 0
사람들은 계속 걸어왔고 곧 내 가까이 왔어. 왜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 시야에 화려한 가죽신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토록 힘이 없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12 ◆nCjhhvDzbyE 2019/05/05 01:36:51 ID : dQnA0tvyLbz 0
화려한 남자였어.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미남. 긴 머리를 틀어올렸고, 화려한 비단옷이 겹겹이. 부채 같은걸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키가 컸어. 젊었고.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진짜 모르겠어. 나는 그냥 무작정 그 사람한테 달려가려 했어. 물론 쇠고랑 때문에 실패. 기어갔어. 그리고 빌었어. 제발 나를 데려가라고. 제발요...저 일 잘해요...눈치도 빨라요...밥 잘해요...빨래도 잘해요...제발...제발요...전 아무도 없어요... 대충 이런 식으로 횡설수설 하면서 빌었던 게 생각난다.
13 ◆nCjhhvDzbyE 2019/05/05 01:41:08 ID : dQnA0tvyLbz 0
흐음...하는 소리가 났어. 별 볼일 없는 반응에 난 더 열성적으로 빌었던 것 같아. 남자가 지시했는지 어쨌는지 판매자? 날 팔려고 내놨던 사람들이 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한창 울면서 비는 중이었고, 넘어진 다리는 욱신거렸어. 멍했고. 세워진 후에도 계속 울면서 빌었어.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요. 저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일 잘해요. 아무도 없어요. 저는. 제발요.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이런말을 반복했었지...왜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냐면 내 평생에 저렇게 빌어본게 처음이어서........
14 ◆nCjhhvDzbyE 2019/05/05 01:45:22 ID : dQnA0tvyLbz 0
남자는 그런 나를 불렀다. 아가, 그만 울렴. 아가. 이런식으로 여러 번 불렀는데 처음에는 안들리다가 나중에서야 나를 부르는걸 알아채고 남자를 봤지. 남자는 눈을 가늘게 휘고 내 어깨며 팔뚝, 목덜미를 한 번 만져봤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비위도 좋네. 엄청 꼬질꼬질 했던것 같은데. 뭐 그 남자라면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15 ◆nCjhhvDzbyE 2019/05/05 01:47:10 ID : dQnA0tvyLbz 0
어쨌든 난 선택되었어. 그리고 처음 보는 아저씨 한 명도 같이. 거기 잡혀있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눈이 전부 죽어있었거든. 희망도 없고 화도 내지 못하는 그런 눈. 근데 그 아저씨만은 눈이 온갖 감정은 눌러담은 듯 살아있었다.
16 ◆nCjhhvDzbyE 2019/05/05 01:48:54 ID : dQnA0tvyLbz 0
남자를 따라 아저씨와 함께 처음에 설명했던 부잣집에 도착했어. 직급이 높은 중년의 여자 사용인이 나를 보고 혀를 찼다. 불쌍해서 그런건 아니었어.
17 ◆nCjhhvDzbyE 2019/05/05 01:50:27 ID : dQnA0tvyLbz 0
'삐쩍 꼴아가지고는 딱 봐도 어려보이는게 저걸 어디다가 쓰냐.' 이런식으로 남자를 타박했거든. 남자는 그냥 눈을 가늘게 휘면서 웃고 사용인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주인님!!!" 했다. 그리고 그때 문득 깨달았어. 아. 저 사람이 주인님이구나.
18 ◆nCjhhvDzbyE 2019/05/05 01:51:54 ID : dQnA0tvyLbz 0
아 역시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나. 어쨌든 씻고 올게. 생각해보니 슬슬 잠도 자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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