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5/21 13:34:30 ID : 60q7xVcFdBe 0
때는 내가 중학교 3학년때의 일이야.
2 이름없음 2019/05/21 13:38:33 ID : 60q7xVcFdBe 0
내 중학교시절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어. 집에서는 차별받고 학교에서는 왕따에 괴롭힘을 당했었어. 그 시절에 네이트온으로 친구를 사귀는게 유행이었을거야. 그렇게 걔를 처음 알게 됐어.
3 이름없음 2019/05/21 14:10:55 ID : 60q7xVcFdBe 0
네이트온으로 대화하다가 친해졌고 걔는 같은 지역에 다른 학교란 걸 알게 됐어. 우리는 실제로 만날 약속을 잡았어. 중학교 3학년 봄날이었을거야. 그날은 비가 올듯 흐린 날씨었어.
4 이름없음 2019/05/21 14:16:40 ID : 60q7xVcFdBe 0
약속장소는 걔네 집 근처, 왜인지 모르겠는데 밤에 만났어. 걔는 친구랑 같이 있었고 같이 얘기하고 있으니까 비가 오더라고. 친구는 먼저 가버리고 우리는 좀 더 얘기했지. 얘기를 하다보니까 비는 더 거세져만 갔고, 버스는 끊겼지 뭐야? 게다가 나는 우산도 없었어.
5 이름없음 2019/05/21 15:02:16 ID : 60q7xVcFdBe 0
걔가 데려다주겠대. 그래서 걔가 가진 우산을 같이 쓰고 우리집까지 거의 1시간 넘게 걸었어. 깊은 밤이었고 사람 한 명 없는 길거리에, 비는 오고, 자꾸 우산을 내쪽으로 기울여서 걔 왼쪽 어깨는 젖어가고.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땐 우리 둘 다 비에 젖은 상태였어. 걔는 어차피 젖었으니까 그냥 가겠다고 우산을 나한테 주고 가더라고. 그 이후 우리는 베프가 됐어. 그리고 나는 걔한테 반했고.
6 이름없음 2019/05/21 15:18:24 ID : 60q7xVcFdBe 0
친구가 없기도 했거니와 남사친은 걔가 처음이었어. 그래서 어떻게 걔를 대해야 할지도 몰랐고 서툴렀어. 우리는 자주 만났는데 거의 내가 밤에 걔가 놀고 있는 곳에 일방적으로 찾아간 거였어.
7 이름없음 2019/05/21 15:21:52 ID : 60q7xVcFdBe 0
우리 지역은 밤 10시정도면 버스가 끊겼는데, 걔가 놀고 있는 곳은 우리집과 1시간 넘게 떨어진 곳이고 우리집과 걔가 노는 동네 사이에 걔가 사는 곳이 있었어. 걔는 밤길 위험하다면서 항상 날 우리집까지 데려다줬었지. 그 시간이 참 좋았었어.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집에 가기 아쉬워서 다시 내가 걜 데려다주겠다며 왔던 길 되돌아가기도 하고, 근처 벤치에서 쉬기도 하면서. 손잡고 밤거리 거닐면서 "다른 사람이 보면 우리 사귀는줄 알겠다" 하면서 우스개 소리도 늘어놓았었지. 그때는 "썸"같은 단어도 없었을 때였으니까.
8 이름없음 2019/05/21 15:27:52 ID : 60q7xVcFdBe 0
그렇게 하다가 걔가 여자친구를 사겼어. 딱히 배신감을 느꼈다거나 그런건 없었어. 걔가 나한테 소중한 친구인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좋아하는 마음이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라기보단 그냥... 친구로서가 컸던 것 같아. 또 그땐 어렸으니까 남사친의 여자친구에 대한 배려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도 했어. 그래서 걔가 여자친구를 사겼어도 우리가 만나는건 변함이 없었어.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헤어지더라고. 헤어진 이유는 까먹었다...
9 이름없음 2019/05/21 15:38:22 ID : 60q7xVcFdBe 0
그 이후에 내 친구를 소개시켜줘서 걔랑 내 친구랑 사귀기도 하고 헤어지고 7~8개월동안 내 친구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어. 그리고 우리는 고등학생이 됐고, 고등학교때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면서 나도 좀 잘 지냈어. 근데 그때도 잘나가는 애들은 날 싫어하더라고. 어느날 걔 따라서 술집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 우리반 잘나가는 여자애가 있는거야. 웃긴게 그때 나도 취해서 화장실에서 그 여자애랑 싸움이 났어. 애들이 말리러 오고, 그와중에 걔는 나 보호하고. 그 날로 그 여자애한테 완전 찍혀버려서 학교에서 개고생좀 하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별말 안하고 넘어가더라고.
10 이름없음 2019/05/21 15:45:45 ID : 60q7xVcFdBe 0
한번은 우리 집에서 완전 싸움이 난 적이 있었어. 뭔일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집안이 완전 피바다였어. 그때가 새벽이었는데, 나는 울면서 걔한테 전화했었어. 의지할 사람은 걔밖에 없었거든. 전화 받자마자 뛰어서 우리집까지 와주더라. 걔가 있는 곳이랑 꽤 거리가 있었는데. 걔 오자마자 껴안고 울고 걔는 나 달래주고. 상황정리도 해주고.
11 이름없음 2019/05/21 15:53:37 ID : 60q7xVcFdBe 0
그리고 언제였지? 아마도 고3이었을거야. 그때 걔네 친구 자취방에서 걔랑 걔 친구랑 셋이서 같이 술 마시는데 내가 취해서 딥슬립을 해버렸어. 그러다가 걔 무릎 베고 자는데 걔가 내 머리 쓰다듬더니 볼에 뽀뽀를 했다? 근데 그 당시의 나는 그 뽀뽀가, 그냥 아빠가 딸한테 뽀뽀하듯이 그런 의미의 뽀뽀로 받아들였어. 몰라, 그냥.. 딱히 그 이후에 그 뽀뽀에 대해서 언급한 적도 없고.
12 이름없음 2019/05/21 15:58:00 ID : 60q7xVcFdBe 0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을거야. 걔를 만났는데 뭔가 행동이 어색했어. 집에 데려다주더니 다시 연락을 하더라고. 좋아한다고. 그렇게 고백을 받았어.
13 이름없음 2019/05/21 16:01:44 ID : 60q7xVcFdBe 0
막연하게 얘랑 사겨도 상관없겠다. 되게 편하겠다. 생각한 적은 있지만 막상 고백을 받으니까 너무 당황스럽더라. 그냥 나한텐 정말 편하고 좋은 친구거든. 정말 "베프"였어. 걔도 그걸 아니까 내가 거기에 바로 대답을 못하니까 "니가 나 의지 많이 하는거 알고 있고, 이걸로 사이 틀어지기 싫으니까 고백은 못들은걸로 해줘"하면서 나를 배려해주더라고. 그런데 그 이후에 나는 다른 지역으로 대학교를 가버렸어. 연락하기도 서먹해졌고 만나지도 못했지 몇년간.
14 이름없음 2019/05/21 16:04:11 ID : 60q7xVcFdBe 0
얘는 바로 군대를 간 모양이더라고. 가끔씩 내가 고향에 내려가거나 했을때 연락은 하긴 했어. 보고싶다고.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고 그냥 정말 가끔씩, 1년에 한번? 두번? 그러다가 얘를 다시 직접 만난게 작년이었어.
15 이름없음 2019/05/21 16:08:40 ID : 60q7xVcFdBe 0
내가 서울에서 일하는데 얘가 서울로 놀러왔더라고. 작년에 내가 남자친구가 있을 떄였고, 남자친구랑은 장거리연애하고있었거든.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자. 하고 술집에서 술 왕창 먹으면서 남친 자랑을 늘어놓거나 했지. 나는 얘가 나 잊은 줄 알았어. 시간이 워낙 많이 지나기도 했고. 점점 술이 들어가고 나는 정말 말 그대로 "꽐라"가 되어버렸고, 바닥에 토도 하고 그날도 흑역사를 만들었어.
16 이름없음 2019/05/21 16:11:33 ID : 60q7xVcFdBe 0
어찌어찌 모텔로 데려가서 나를 침대에 눕히고 걔는 침대맡에 쭈구려 앉았어. 내가 자는 줄 알았나봐. 자기 얘기를 꺼내더라고.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중학교떄부터 지금까지 쭉.
17 이름없음 2019/05/21 16:16:06 ID : 60q7xVcFdBe 0
내가 아까 말했잖아. 학창시절에 날 싫어하는 애들이 많았다고. 걔는 잘나가는 애었고 주위에 친구가 많았어. 그러다보니까 나에 대해서 안좋게 말하는 애들이 많았나봐. 나에 대해서 안좋게 말하는 애들이랑 싸우면서까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날 케어해주고 있었던거야. 게다가 군대갔을 때도 내생각하면서 힘내고, 20살 이후엔 여자친구도 안사귀고 계속 날 좋아해왔던거야. 한 7~8년간, 쭉.
18 이름없음 2019/05/21 16:17:12 ID : 60q7xVcFdBe 0
근데 오랜만에 만난 내가 자꾸 남자친구 얘기를 꺼내놓으니 걔 마음이 어땠겠어. 그래도 행복해보이니까 다행이라고 말하더라.
19 이름없음 2019/05/21 16:26:02 ID : 60q7xVcFdBe 0
당연히 같이 한 공간에 있는데도 아무런 일도 없었어. 그냥 걔의 마음을 더 깊이 알게됐지. 그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어. 친구, 그 관계 그대로야.
20 이름없음 2019/05/21 16:32:37 ID : 60q7xVcFdBe 0
그냥.. 뭔가 신기하더라. 이런 사랑도 있구나 싶어. 내가 누군가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학창시절의 날 떠올려보면 완전 어둡고 우중충한 아이었을게 분명한데.. 그나마 정말 얘가 있기에 학창시절이 어둡지만은 않았었어.
21 이름없음 2019/05/21 16:33:44 ID : 60q7xVcFdBe 0
너희들이 기대했던 결과가 아닐지도 몰라. 근데 그냥 이런 사연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줬으면 해. 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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