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5/29 15:06:41 ID : A5fe0q3O3Bg 1
새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둥근 이마가 보인다. 내가 모양을 잡아주긴 했지만 빼곡하고 가지런히 난 눈썹. 촘촘하고 진해서 아이라인 같은 속눈썹과 얇은 눈꺼풀이 움직인다. 감았던 눈을 뜨면 보이는 적갈색의 홍채. 테두리는 검푸른 빛이다. 오묘한 아름다움. 눈 밑의 점과 흰 피부의 주근깨도 귀엽다.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까지... 예쁘단 말 듣기 딱 좋은 조건은 다 갖춘 듯 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사랑스러운 행동만 하는데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 이름없음 2019/05/29 15:19:12 ID : A5fe0q3O3Bg 0
누군가 그렇게 예쁜 애가 왜 머리를 짧게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도 그게 궁금하다. 칠흑같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뒤돌아보면 내가 심장마비라도 걸릴까봐 그러는걸까. 머리 기른 과거 사진을 찾아낼 때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존재는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3 이름없음 2019/05/29 15:38:41 ID : A5fe0q3O3Bg 0
벌써 세 번째의 여름을 같은 집에서 보내는 동안 어린애같던 사람이 어느새 누가 봐도 성숙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반대로, 누구에게도 의지하기 싫어하던 나는 맨날 네가 챙겨주어야 하는 어리광쟁이가 되었다. 그동안 당신 없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왔나 몰라.
4 이름없음 2019/05/29 16:09:29 ID : A5fe0q3O3Bg 0
처음 만난 4년 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둘이어서 더 외로웠던 연애를 겨우 끝맺고 사랑이 고팠던 나는 정말 아무나 만나고 싶어 아무와 연락을 하고 성의 없는 대화 몇 번에 집을 나섰었는데. 네가 선글라스를 벗을 때 반했는지, 그 전에 전화 너머의 목소리에서부터 반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만난 다음 우리는 술에 취했고, 너는 나를 좀 짓궂게 괴롭혔다.
5 이름없음 2019/05/29 16:16:54 ID : A5fe0q3O3Bg 0
사랑한다고 말하면 괴롭힘을 멈추겠다던 너는 나를 첫 만남에 사랑하게 되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너 역시 아무에게서라도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술기운과 너의 장난에 못이겨 정신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어버린 이후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분이 뒤죽박죽이었다. 더이상 너는 나에게 '아무나'가 아니었다.
6 이름없음 2019/05/29 16:29:49 ID : A5fe0q3O3Bg 0
애매하게 간을 보고 어설픈 밀당을 하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좀더 빨리 네게 마음을 열었다면 더 많은 시간을 서로 사랑해왔을텐데. 순서가 뒤엉킨 연애를 시작하고 대략 예순 번의 주말을 함께하며 나는 매번 서너 시간씩을 길에다 바르게 되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예쁜 사람이 도리어 나를 예쁘게 바라보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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