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지막 글 (6)
2.플러팅 고수들 다 들어와봐!! (61)
3.. (1)
4.. (1)
5.좋아하는데 연애를 바라지 않는 (23)
6.여친이 나한테 정 떨어진 것 같은데 뭐라고 전해야 적당히 헤어질까? (6)
7.자만추인데 어플 없이 만나는건 어렵겠지?ㅠ (3)
8.서로 이쪽인거 아는 친구끼리 (14)
9.애들아 (13)
10.30살도 인기잇을까? (7)
11.진짜 악의없이 편견있는 질문이란거 알고 물어보는데... (3)
12.다시 태어나도 널 만날게 (56)
13.아직도 많이 좋아해 (2)
14.혹시 ㅂㄹㄷ 아는사람 있니 (2)
15.정체화를 어떻게 해야할까! (1)
16.. (4)
17.불면의 밤 (136)
18.나 짝녀 마음 정리 성공했어 (7)
19.여여친구 간 스킨쉽 가장 센거...? 본 게 뭐야 (56)
20.. (2)
1
◆46nTSE2k8o3
2019/08/09 04:32:06
ID : 5gi647upSGm
2
틈틈이 밀려오는 네게서 벗어나려고 하면 더 스트레스가 돼
다양한 너와 싸우려고 하니 지쳐서 하나씩 하나씩 시간순서대로 정리했다. (191012. 0307 수정)
그래서 하나씩 글을 써놨는데 이젠 네가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어버리더라. 나는 열정만 있고 용기는 없는 사람이니까 여기다 올릴게. 힌트는 Leidenschaft. 언제까지 이 힌트가 유효할진 모르겠다.
102
◆46nTSE2k8o3
2019/09/17 09:28:30
ID : 89tdA0oE4Mk
0
피곤하다. 그치?
아마 이번 수업은 재수강 해야될 것 같아
103
◆46nTSE2k8o3
2019/09/17 09:31:38
ID : 89tdA0oE4Mk
0
할일이 너무 많아서 벅차다. 10월 경에는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마 중간고사 대비 중일 것이다. 게다가 쉬어봤자, 또 쉼은커녕 그냥 유흥이나 즐기겠지. 이제 쉬는 방법도 잠을 푹 자는 방법도 다 까먹었다. 영문 모르게 반년이나 지속돼온 불면증과 싸우다 보면 먼저 지는 쪽이 기절이다. 내가 지면 기절잠 잔다는 말이다. 근데 불면증이 진 횟수가 굉장히 유의미하다. 왜 그럴까. 왜 난 널 이길까. 잠에 들어야 하는데.
104
◆46nTSE2k8o3
2019/09/17 09:32:27
ID : 89tdA0oE4Mk
0
잠에 들어야 하는데.
105
◆46nTSE2k8o3
2019/09/18 08:26:43
ID : 89tdA0oE4Mk
0
피곤하다
106
◆46nTSE2k8o3
2019/09/19 09:34:13
ID : 89tdA0oE4Mk
0
뜨거웠던 건 여름날 뿐만은 아니었다. 네가 걱정했던 것보다 너에게 더 많은 장작을 던져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장작, 수많은 장작들은, 재가 돼버린 화구 앞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패뒀던 건데 갈 곳이 없어 멍하니 놓여져 있다. 그걸 바라보는 나. 덩그러니- 멍하니- 이제 허망해져버린 것이 나 말고도 더 있다니 그런 걸 생각하면서 그저 위안만 삼는다. 위안을, 한무더기 패놓은 장작의 무덤가를 서성거리며, 위안을 얻는다. 쩍쩍 좋은 소리 하며 갈라질 땐 언제고 가닿을 곳 없어서 거기 머무르느냐고 말을 건네봐도 죽은 장작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나무로 살아있었을 적에, 쓰지도 못할 거면서 우리를 왜 패두었냐고 얘기하고 쓸쓸히 숨을 거두었겠지.
공연히 미안한 감정만 들었다.
파아란 하늘에,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107
◆46nTSE2k8o3
2019/09/19 09:38:41
ID : 89tdA0oE4Mk
0
돌려놓으려고 해도 돌려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순간의 실수로 쏟아버린 물이나 가득한 얼음과 함께 했던 콜라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것들 말고도 베어버린 장작 역시 아무리 퍼즐처럼 짜맞춰보려고 해도 생을 불러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 손으로 죽여놔놓고 숨결 불어넣으면 살아나길 기대하는 게... 신이라도 되고 싶은 건지.
라이터가 없으니 화구는 쓸모가 없다. 태울 것은 많은데 불씨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돌들을 부딪혀봐도, 남은 나무로 비벼봐도, 불씨가 생기기 전에 지쳐버렸다. 저 많은 장작들 내가 할 일에 하나 두개씩 갖다가 던지면 오죽 좋으련만 그러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끝없는 우울이 저편에서 내 뒷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놔달라 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대로 날 저편까지 끌어당겨봐, 어디까지 끌려가는지 궁금하니.
그런 아침이다.
108
◆46nTSE2k8o3
2019/09/19 09:44:23
ID : 89tdA0oE4Mk
0
쓸데없는 조각글 쓰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네. 예전의 글들을, 이것보다 더 예전의 글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좋았을텐데. 선생님들이 보고싶다. 방황이랄 것도 없지만 그때마다 이정표가 돼주셨던 선생님들. 그 앞에서 하냥 마냥 작아지는 내가 되고 싶었다. 아주 작아져서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왜 늘 혼자 헤쳐나가려 하는지, 어리광에 스스로 인색한지.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외강내유. 아주 강한 철을 갈아 철책을 세워둔다. 뚫고 뚫고 들어와야 어리광 부리는 나를, 사소한 것에도 울먹이는 나를, 그제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유내강에 끌렸을지 모른다. 단단하게 안에서부터 강한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실속 없이 허세끼만 가득한 나보다는 그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강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무장을 잘해봤자 스스로가 무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어떠한 결딴도 내리지 못하는 건, 옛날의 무관들이나 지금의 나나 같은 맥락일 것이다. 칼을 쥐고 있어봐야 피가 무서우면 적을 베기는 하겠는가?
109
◆46nTSE2k8o3
2019/09/19 09:52:49
ID : 89tdA0oE4Mk
0
할일이 많지만 일을 미루는 건 좋다.
그마저도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인생이 너무 불행해지니까.
으-아. 쓸데없는 이 정념들을 깨부숴버리고 싶다.
철학자나 사회과학자들만 집중적으로 배우다보니
내가 얼마나 미천하고 감정적인 사람인지 알게 된다.
특히나 고대 철학자들을 훑어보고 있으면
인간이 얼마나 파토스에 사로잡혀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인간이 아니라 나에게도 해당되어 있는 말이었다
정념, 정념이라. 그런걸 초월해서 관조하는 자세를 취하는 건
결코 나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배울 때만큼은 경건해진다
110
◆46nTSE2k8o3
2019/09/19 09:53:59
ID : 89tdA0oE4Mk
0
집에 가고 싶다. 이 딱딱한 공간 말고.
집에 가도 밖에 한번 안 나갈거면서 매일 달고 산다.
집! 비행기! 우와앙!
속이 쓰리다.
111
◆46nTSE2k8o3
2019/09/22 01:33:58
ID : feZjxWi1du9
0
피곤한 밤이다.
내가 피곤한 만큼 네가 궁금해지는 밤이다.
너는 잠을 자고 있을지, 그렇다면 날 생각하는지.
날 생각한다면 네게 나는 어떤 기억이 가장 많을지
112
◆46nTSE2k8o3
2019/09/22 10:22:04
ID : feZjxWi1du9
0
꿈에는 첫번째 연애보다 네가 더 많이 나온다
넌 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기곤 한다
나를 반기고 안아주고
혹은 아주 슬프게 울고 있거나.
이번 1월 12일에는 죽고 싶어질 지 모른다
네가 없을 거라는 걸 상상하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는 그래, 바빠서 미칠 것 같아서 제정신이 아니니까. 네 생각 같은 건 하냥 마냥 할 시간이 없어, 그런 느낌에 널 곤히 지우고, 묻어버려도, 할 일에 치이면서 꾸역꾸역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곳이라-
113
이름없음
2019/09/22 14:02:24
ID : upUY4MnTQoH
0
죽지마 왜그러냐
114
◆46nTSE2k8o3
2019/09/22 22:31:13
ID : e0k1eHyK45g
0
말로만 그러는 거지. 뭘 또.
쓸쓸하게 어두워진 길가에 불빛들이 가득하다.
별빛보다 많고 강렬하니 나는 그것들을 좇는다
겨우 내 어려움을 몰아내고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시간은 흐르겠지. 흐르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 건
언제나 네가 아니라 나였으니.
115
◆46nTSE2k8o3
2019/09/22 22:37:27
ID : e0k1eHyK45g
0
코를 콕콕 찌르는 건 파스 냄새였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얼른 보건실에 달려간다. 오늘도 왔니? 파스 좀 뿌리고 갈게요! 치이이익ㅡ 치이이익ㅡ 허리에, 종아리에, 발목에. 하반신이 온통 파스로 가득하다.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있어도 시원했다. 알싸했다. 수업 시작 직전에 반에 들어가면 파스 누가 뿌렸냐 묻는다. 빨개진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다. 아이들은 다 누구인지 알았는데도 공연히 묻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을 준비하고, 자연스럽게 시작하던 수업. 창 밖으로 녹색잎이 흔들리고, 내 마음도 흔들리고. 잡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는 도중이면 꼭.
00아~ 집중 안하고 뭐하니?
네? 네!
코끝에 퍼지는 알싸한 파스냄새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116
◆46nTSE2k8o3
2019/09/22 22:37:50
ID : e0k1eHyK45g
0
아. 이제 내려야한다.
117
◆46nTSE2k8o3
2019/09/25 19:51:53
ID : 89tdA0oE4Mk
0
190830
네 배경이 되고 싶다던 나의 원대한 꿈은 또 꿈으로 남았다. 이젠 저녁이 덥지 않고 시원해졌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곧 있으면 차가워지겠지. 겨울이 오고 나는 또 널 곱씹을 것이다. 네 자취를 더듬거리다가 빙판길에 자빠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너를 지독하게 앓아, 누워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겠지. 난 늘 그랬다. 겨울에는 늘 그랬다.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지 나는 늘 아파했다. 그것이 날 지탱해주던 네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는 것이. 내가 한없이 멍청하다는 걸 증명하는 증거가 되었을 뿐이었다. 아-. 이대로 불면의 밤이 계속되기를, 네가 사라지지 않기를, 나는 여전히 여기에 머물어 있다. 널 되찾기를 원하는 내가 꼼짝도 못한 채로 머물어 있다. 용기도 뭣도 없으면서 어쭙잖은 글이나 끄적이는 나와 달리 넌 멋지게 빛났으면 좋겠다.
118
◆46nTSE2k8o3
2019/09/25 19:57:28
ID : 89tdA0oE4Mk
0
멍청하더라. 안타깝게도 나는 너무 무지해서 앞날은 늘 봄이라고 생각해왔었던 것이다. 또 심연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할텐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나오지 못할 구렁텅이가 될 뿐이었다. 겨우 골몰히 생각해도 생산적이지는 못하고. 누워서는 한참을 천장만 들여다본다. 천장만. 그랬다가 홀연히 잠에 든다. 잠에 들었다가 화들짝 깨어난다. 꿈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나는 환상을 걷고 있을 것일 뿐이므로. 아-. 정작 잠에 들려고 노력하면 더욱 또렷해지는 나의 정신 상태가 너무 이상해서 할 말이 없었다. 불면의 밤은 세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수면 리듬만이 불규칙해지는 건 아니었다. 정신 상태도 불규칙해져갔다. 오락가락하는 멘탈을 붙잡을 새 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왜,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매번 그리도 시간은 재미나게 까먹어나가는지.
119
◆46nTSE2k8o3
2019/09/26 11:45:25
ID : 89tdA0oE4Mk
0
이대로 계속 나른했으면. 하늘은 깊어가고 나는 계속 여유롭게 할일을 미뤘으면. 시간의 흐름은 느껴지기만 할 뿐, 돌리거나 역으로 달려나갈 수는 없었다. 그런 것처럼 계속 그대로 그랬으면 좋겠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해내갈 수 없대도 그냥 그저 이렇게 살아만 나갔으면. 그게 실은 나의 꿈이 아니던가? 별다른 성취감에 목 매달지 않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만 나가는거. 지치는 건 상관이 없다. 어짜피 지쳤다가도 말고 아니었다가도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쓸데없는 미련은 다 남 주고 여기 어딘가에서 쓰러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만 나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만 한없이 나아간다면 그거만으로도 남은 게 있을 거라고 믿으면 된다. 그렇게만 해나가면 도달한 곳이 있겠지.
태양을 쥐고 싶어서 뜨거움도 견디겠다고 거창하게 말하고 다녔을 때도 많았다. 이상향에 도달하려면 미친듯이 고통스러워도 다 견디겠다고. 그러니 쥘 수 있게만 해달라고.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니까 늘 준비된 사람이 되려고 총력을 다했다. 그렇게만 채워나가면 완벽한 사람이 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구태여 뒤를 자꾸 돌아보는 것은 매듭을 내 손으로 곱게 짓지 못했던 것 때문인지, 매듭을 풀어버리고 어떻게든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 속에는 소용돌이가 작게 돌아가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소용돌이들 마저도 나라면 다 껴안아버리고 앞으로 내달려도 상관 없을 것이다.
120
◆46nTSE2k8o3
2019/09/26 22:07:57
ID : spdTVfbxwpV
0
곧 있으면 우리 학교에도 윤하가 온다.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싫어해보려고 했지만 말처럼 쉬이 마음이 먹어지는 건 아니었다. 어찌 됐든 좋으니 그날은 앨범이고 카메라고 잘 준비해서 싸인이라도 받아볼 생각이다. 너무 멀리 있어서 그랬나, 몇 년 전보다 훨씬 예뻐졌다. 시간을 어디로 먹는 건지.
121
◆46nTSE2k8o3
2019/09/26 22:16:48
ID : spdTVfbxwpV
0
후련하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기분이 좋다. 이제까지의 걱정이나 근심 같은 것들을 생전 처음 가본 곳에 다 뱉어내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집보다도 더 집 같은 곳으로 향하는 기분이다. 가볍고 가까운 그 곳엔, 아직도 열아홉에 머물어 있는 나의 친구가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더 집 같다. 집. 내가 늘 돌아가고자 하는 그곳으로 어떠한 걱정도 없이 향하고 있다. 발걸음이 가볍다. 몸만 가벼워지면 되겠다.
122
◆46nTSE2k8o3
2019/09/27 21:17:14
ID : feZjxWi1du9
0
네가 나오는 꿈은 이제 악몽이다. 연애하던 동안 붙어 있던 시간이 더 많아서 그런가 넌 나의 아주 가까운 일상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밥을 짓고 있으면 네가 와서 난 좀 더 신경 써서 반찬을 만든다. 함께 TV 대신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다. 먹다 말고 네 시선이 느껴지면 고개를 들어 널 보는 내가, 그렇게 일상처럼 그려진다. 그게 싫었다. 네가 싫은 게 아니라 일상처럼 행복해하면서 웃는 내가 싫었다. 겨우 도피처로 삼은 곳이 아직도 스무살이 되지 못한 친구 옆이라는 것도 싫었다. 연애를 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고 합리화를 하는 것도 싫었다. 삶의 원동력이 없다며 자빠져 잠만 자고 수업 듣고 과제만 꾸역꾸역 해나가는 것은 어디로 보나 내가 아니었다. 내게서 너를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지쳐 죽겠는데 삶이라는 것이 누군가 죽어나가게끔 만드는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어쨌든 살아있는 척을 해야되고 살아있는 시늉이라도 해야했다. 그래야만 겨우겨우 반발자국 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다. 시간만 까먹는 게 아니라 자취를 남기기는 했다. 겨우 이런 식이라면, 이렇게 생기 없는 식이라면, 꿈에서처럼 나는 왜 서울에 올라와야만 했냐고 울부짖을 지도 모른다. 이미 그러고 있지만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내 키의 반만한 창문을 한가득 열어놓았더니 사람 사는 소리들이 가득 들어온다. 닫을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이 내겐 귀했다. 단잠 같은 잠도 규칙적인 생활도 누군가의 온기도. 온기나 인기척에 이렇게까지 목을 맬 줄 알았다면 나는 이 외로움과 싸울 줄 알았다면 여기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지고 무한히 싸우는 이 곳으로 굳이 힘겹게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 들려오는 버스 움직이는 소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같은 것들이 그나마 내 삶을 채워주는 소소한 온기가 되었다. 이런 것들을 바란 건 아닌데, 이런 상황을 바란 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이런 것들에 집착하는 내가 서있었다. 내 힘으로는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123
◆46nTSE2k8o3
2019/09/29 07:51:43
ID : feZjxWi1du9
0
내 사랑니는 사랑이 다 끝나고 나서야 찾아왔다. 어쩌면 올바른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사랑니를 뽑으면 미친듯이 욱씬거릴테니. 사랑을 상실해야만 이리 아플 것이 아닌가, 또한 사랑을 잃어버릴 것 같을 때에야 이리 아플 것이 아닌가, 그리고ㅡ 나는 늘 아픈 사랑만을 하지 않았던가. 왼쪽 어금니 뒤로 아주 큰 무언가가 느껴진다. 입을 꽉 다물면 뭔가 있는 것 같아 욱씬거리기 일쑤였다. 그런 욱씬거림에, 꿈도 다 못 꾸고 억지로 기상했더랬다. 친구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고 휴대폰은 충전이 되지 않았다. 26퍼. 밖은 동이 다 터올라 이제 사람들 사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내 눈은 막 감기었다. 새소리, 차들 지나다니는 소리가 작게 열린 창문으로 한가득 들려오는데도 여전히 꿈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나는.
124
◆46nTSE2k8o3
2019/09/29 22:44:13
ID : q7BteMlDxTU
0
지독하게 우는 것도 이젠 다 옛말이 되어버렸다. 울 힘이라는 게 남아있지 않은 탓도 있고, 그냥 이젠 울만한 건덕지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다. 이제 가을이라며 하나 둘 씩 자신을 떨궈버리는 나뭇잎을 밟으면서 나도 그냥 여기저기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날아다니고 제 정착지 한번 잘못 찾으면 잘못 찾은 대로 인간에게 밟혀 바스락대고. 겨우 그런 생각이나 한다. 생도 사도 의욕이 없어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내가 뭘 이뤄내고 뭘 해나가야 한단 말인가? 수많은 상가들을 지나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별보다 더 빛나는 네온사인들을 맞아가며 겨우 내일 수업 시간표를 확인할 뿐, 어떠한 성공도 꿈도 그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생이라면 이리도 가치 없는 것이 생이라면 죽지 못해 산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데 굳이. 다시 돌아온 기숙사는 친구의 자취방보다 더 기척이 없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난다며, 온기를 선물해주고 싶던 그 자취방보다 더 비인간적인 것은 나의 생이 꾸려지고 있는 침대였다. 내 방이었다. 그런 곳에서 살고 있자니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매 공강마다 뛰쳐나온다. 장사가 안되는 가게보다 더욱 쓸쓸한 나의 요즘을 견딜 수가 없다. 차라리 지독하게 아파서 휴학이나 했으면 좋겠다. 도저히 자신이 없다. 이 생을 버틸 자신이 없다.
125
◆46nTSE2k8o3
2019/10/03 13:52:33
ID : IIJXy2IFba2
0
팀장님이 보고싶은 밤이었다. 뭔가 잘 안풀리려고 하니까 몸도 텐션이 낮아져서 그냥 멍한 상태로 자체휴강 때렸다. 굉장하게 기운이 없다. 아프지도 않으면서도 기분따라 움직이는 삶이 왜이렇게 무능한지
126
◆46nTSE2k8o3
2019/10/04 02:14:00
ID : 89tdA0oE4Mk
0
세상이 너무 요지경이다. 오랜만에 코인 노래방에 갔더니 즐거웠다. 뭔가 먹고 왔어야 했는데 막차 늦을까봐 황급히 올라왔더니 귀찮아져서 드러누웠다. 드러눕고 보니 배가 고프다. 꼬르륵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왔던 잠이 놀라서 달아나버린다. 짜증난다. 졸린데 잠 자고 싶지 않은 그 기분에 불쾌해하며 뒤척이기만 한다. 물만 연달아 들이키고 애꿎은 벽에 화내기나 하고.
건강한가 싶다.
127
◆46nTSE2k8o3
2019/10/04 02:20:15
ID : 89tdA0oE4Mk
0
꿈 속에도 너니까 굳이 잠을 청하고 싶지가 않더라. 멍하니 시간이나 때우면 어느새 창밖이 밝아지고 좀비처럼 수업이나 들으러 가면 하루가 얼떨결에 끝나있고 이렇게 사는게 맞나 싶으면서도 꾸역꾸역 살아나가는데 우습지도 않다. 늘 이렇게 우습게 살아도 된다면 그냥 이리 살아나가련다. 퀴어판이 아니라 일상판에 올렸어야 할 글들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나온다. 머릿속이 완성되지 못한 글자들로 꽉 찼다. 버릇처럼 글을 만들어놓고 뿌리는 것은 나 스스로 쓰레기통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었다. 감정 정리를 이딴 식으로 하니까 주변에 사람이 안 모이는 건가? 의식의 흐름이 너무 심각하다. 멀쩡한 글이나 토대 짜고 구조도 짜서 써보면 일상이 좀 후련해질까. 아웃풋 없이 인풋만 넣고 있으니 점점 나태해져서 몸뚱아리만 불어난다.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사는게 사는 것 같지도 않았다 회고하며 죽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나가야 하는지 정답을 쥐어주었으면 좋겠다. 허허벌판에 애송이 하나 떨궈놓는 식은 이젠 질린다. 지친다. 상황을 뒤바꾸지 못하니 감정을 뒤집어서 허허벌판도 낙원으로 느껴버리는 내가 너무 질린다.
128
◆46nTSE2k8o3
2019/10/04 03:40:49
ID : 89tdA0oE4Mk
0
방 한 가득 내가 좋아하는 풀벌레 소리다. 형언하기는 꽤나 까다로운 그 운치 있는 소리들 있지 않은가. 규칙적이고 잔잔한. 선선하게 눌러 앉은 밤공기도 밤공기지만 나는 유난히 이 벌레들 소리를 좋아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좋다. 반딧불이를 봤던 기억 때문일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소리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함께 맡아져오는 풀의 내음새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좋아하는 걸까. 밤은 아직 어둡고 공기도 아직 차가운데 나는 여태껏 잠에 들지 못했다. 40분 넘게 필담을 나눈 유난한 밤에, 걱정도 없으면서, 잠을 밀어내고 있다. 이런 사치라면 사절하고 싶은데. 건강과 맞바꾼 내 사치는 운치 있는 새벽을 한아름 안겨다줄 뿐이었다. 환풍기 돌아가는 바람 소리에 풀벌레들 찌르르 단체로 우는 목소리들. 곧 있으면 동이 터올텐데 도대체 어떠한 연유들로 저리 울어대는지. 창문을 닫으면 닫자마자 사라질 소리들이었다.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더욱 잠과는 멀어져갔다. 이러다가 해도 마주하겠다. 뒤척여도 좋으니 눈을 감아야지. 시간이 없는데 자꾸 잠을 밀어내다가는 내일도 무기력과 칼을 겨누고 말 것이다. 단 한 번의 부딪힘 없는 싸움만 지속하게 될 것이다.
129
◆46nTSE2k8o3
2019/10/04 03:55:41
ID : 89tdA0oE4Mk
0
잠을 밀어내는데에는 다양한 핑계가 있지만 오늘은 좀 아프다. 어제도 아팠는데 오늘은 더 아프다. 온종일 찜질기를 달고 파스도 붙여봤지만 마음과 몸이 같이 아파서 그런지 쉽사리 나아지진 않았다. 타지에서 아프니까 서럽기까지 하다. 아는 사람 중에 연락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편하게 아프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그냥 혼자 버티어 내는게 다였다. 뭘 대단한 거 참는다고. 그렇지. 그래도 역시 아프다. 아프고 슬프다. 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어리광 한 번 못 피울거면서 왜 그리도 신경썼었는지 모르겠다. 팀장님이 너무 보고싶다. 그나마 가장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저번 방학 때에나 잠깐 뵈었던 팀장님이었다. 아프면 제일 먼저 알아보고 걱정해줬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보고싶다. 쉬라고. 밥도 잘 챙겨 먹으라고. 여름엔 보양해야 한다면서 팀원들 전체 챙겨주더니, 굳이 내 맞은편에 앉아서 손이 불편한 내 그릇에 연신 퍼다주셨었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방향도 다르면서 퇴근할 때마다 태워다주셨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엔 악수나 한번 하자고, 우리 악수할만한 사이 아니었냐고 했었어야 했는데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키며 걸어나갔다. 나는 그래, 늘, 용기는 없고. 저번에 부탁하신 거나 이제와서 보내드려야지. 그 핑계로 카톡이나 하나 더 남겨야지.
130
◆46nTSE2k8o3
2019/10/04 04:01:14
ID : 89tdA0oE4Mk
0
팀장님 앓는 썰은 너무너무너무 많다. 휘발 안 되게 다 저장해놓고 누구한테 말하고 다녔나보다. 팀장님. 아, 팀장님. 너무 예쁘시지. 좋으시지. 헤어지고나서는 계속 앓았다. 그렇지 않으면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못 버텨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아침 출근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내가 두 자리 중에서도 출입문 쪽을 고수했던 이유였다. 화장실 왔다갔다 할 때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 작디 작은 뿔테안경까지도 좋았다. 요새 애들이 많이 끼는 안경을 쓰면 더 예뻤고, 안경 없는 채면 더ㅡ더욱 아름다우셨다. 작은 키에, 단정하고 수수한 옷차림. 목소리도 좋으시다. 성격은 호방한 것 같으면서도ㅡ. 암튼. 왜 여기서 팀장님 자랑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도 또 도서관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어쨌든 나는 올인이다. 이 아픔을 이겨내려면 누군가를 좋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게 덕질과 스토커짓의 경계선을 타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삶을 살 수 없다는 식으로만 정당화한다. 늘 그래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수 밖에 없다. 부디.
부디 팀장님은 오래오래 계셔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131
◆46nTSE2k8o3
2019/10/12 02:53:29
ID : 89tdA0oE4Mk
0
지독하게 우는 것도 이젠 다 옛말이 되어버렸다. 울 힘이라는 게 남아있지 않은 탓도 있고, 그냥 이젠 울만한 건덕지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다. 이제 가을이라며 하나 둘 씩 자신을 떨궈버리는 나뭇잎을 밟으면서 나도 그냥 여기저기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날아다니고 제 정착지 한번 잘못 찾으면 잘못 찾은 대로 인간에게 밟혀 바스락대고. 겨우 그런 생각이나 한다. 생도 사도 의욕이 없어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내가 뭘 이뤄내고 뭘 해나가야 한단 말인가? 수많은 상가들을 지나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별보다 더 빛나는 네온사인들을 맞아가며 겨우 내일 수업 시간표를 확인할 뿐, 어떠한 성공도 꿈도 그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생이라면 이리도 가치 없는 것이 생이라면 죽지 못해 산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데 굳이. 다시 돌아온 기숙사는 친구의 자취방보다 더 기척이 없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난다며, 온기를 선물해주고 싶던 그 자취방보다 더 비인간적인 것은 나의 생이 꾸려지고 있는 침대였다. 내 방이었다. 그런 곳에서 살고 있자니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매 공강마다 뛰쳐나온다. 장사가 안되는 가게보다 더욱 쓸쓸한 나의 요즘을 견딜 수가 없다. 차라리 지독하게 아파서 휴학이나 했으면 좋겠다. 도저히 자신이 없다. 이 생을 버틸 자신이 없다.
염불처럼 외어대고 있던 내 바람이 이제야 현실화 되어간다 고혈압인지 협심증인지 독감인지 실연 때문에의 흉통인지 나의 고통은 불명이다 돌아서는 널 잡지 못한다면 지독하게 나를 잃어버린 값을 치러야 할 것이고 지금은 왠지 널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떻게든 잡아내야 하는데 서로 연락을 안하고 통화를 안해도 널 어떻게든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내 바운더리 안에 내 세계 안에 네가 있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은 가능세계는 없었다 이사 오고 나서 만으로 12년이 다 되어간다 이사오기 전에 나의 유년기는 북촌 바닷가에 물에 빠져 내가 죽을 뻔 했다가 삼촌 손에 구출됐을 때 이미 가라앉아버렸다 거기에 아버지의 자식이던 내 이름 석 자가 함께 가라앉아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제 겨울이 되면 나는 그때의 기억을 찾기 위해 너와 똑같이 맞춘 사진기 하나만 들고 온 섬을 헤집을 것이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아무리 찾아내도 결국은 너로 향하게 될 길일 것이라는 예감이 나를 여전히 재우지 못하고 있다
132
◆46nTSE2k8o3
2019/10/12 03:16:31
ID : XvzO8i5U47x
0
너 이틀 뒤에 시험이라며 시험 잘봐
네 프로필 보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숨겨놨었는데
친구 통해 건너 듣던 네 소식을 직접 보고 싶어져서 다시 꺼냈어
크앤 끊겼더라
엄청 마음 아프던데
강남에서 재수하는 애 말고 다른 애랑 얘기중일때
걔가 어? 크앤 있었어? 눈치 없이 이러길래 울지도 못하고
그날도 강남 어딘가를 술병 하나 들고 정처없이 돌아다녔을거야
133
◆46nTSE2k8o3
2019/10/12 03:31:16
ID : XvzO8i5U47x
0
이제 다시는 불면의 밤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감염내과 교수님이
푹 쉬라는 말을 그 말 뜻 그대로 받지 못하네
아프지 말자
우리 아프지 않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니까
잠을 잘자야 하니까
이제 여기 오는 횟수를 줄여야지
불면의 밤이 아니라 '낮'이어야지
흉통에 계속 몸을 뒤척이고 잠에 쉬이 들지 못해 한계치에 도달했다
간호사들이 열이 몇시간 동안 떨어지지 않는 나를 붙잡고 물었다
환자분 이름이 뭐에요?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해지는 나의 몸으로부터 나는 겨우
겨우 서랍장 속을 뒤져 아주 오래된 사진을 꺼내는 것처럼
나의 이름 석 자를 끄집어내어 입 밖으로 뱉어내었더랬다
아,
나의 아버지,
그날은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아버지가 준 시계를 차고 대표멘토 선생님을 만나 죽을 먹으러 갔던 날이었다 다 먹고 내과에 가서 혈압을 재고 약이 이상해서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 약을 먹지 못하고 PC방에서 컴퓨터가 나인지 내가 컴퓨터인지 모를 정도로 게임을 하다가 담배냄새도 나지 않는데 급속한 피로를 느껴 밖으로 뛰쳐나왔다 무언가 이상해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버스를 타려고 후문에 붙어 있는 학교 앞 역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내려서 한참을 걸어 정문에 다다랐는데 거기서부터 기숙사까지 3분을 못 걸을 것 같아서 정신력으로 버티며 정문 바로 옆에 있는 대학병원 안의 응급실로 자발적으로 들어왔다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증상을 얘기하니 옷을 벗고 혈압을 재고 의료진들이 다짜고짜 침대에 날 눕히고 환자분 이름이 뭐에요를 몇번이나 물었다 소변검사를 하는지 아닌지도 몰랐다 맨정신이었다면 엄청나게 아팠을텐데 엉켜있는 의료진의 말들 이제는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나였을까 생각해보니까 36.5도가 38.9도가 될때까지 나는 내가 아픈줄도 모르고 계속 살아왔던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의료진이 나의 체온을 말해주지 않았다 이름이 뭐에요? 대답하는데 시간이 점점 오래 걸렸다 스레주 환자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요 저기요 난간 좀 내려주실래요? 환자분 그거 이렇게 올리는거에요 힘이 없는데 어떻게 올리냐는 반문도 못할 정도로 나는 지쳐있었다
134
◆46nTSE2k8o3
2019/10/12 03:36:55
ID : XvzO8i5U47x
0
나는 지쳐있었다 점점 죽음으로 스스로 가까워졌다 이렇게 내몰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이 굴레를 깨트리고 싶다 생에 집중한다는 것을 무리한다는 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받아들여야 했음을 나는 까먹고 달려왔던 것이다 아무리 죽음으로 달려가는 것이 생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달려오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지체없이 응급실에 내원할 것이다 스스로 내원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시계는 나의 몸에서 좀처럼 떼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시계는 약을 넣어주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똑딱똑딱 뛰었다 마치 심장 박동인 것처럼 그게 공간을 초월하고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는 생(生)인 것처럼 아버지는 나의 왼쪽 손목 위에서 여전히 뛰고 있었다 똑딱똑딱 1분에 60번씩 1년 365일을 그렇게 뛰고 있었다
135
◆46nTSE2k8o3
2019/10/12 03:40:29
ID : XvzO8i5U47x
0
그 시계가 내가 사경을 헤맬 때 나를 지켜주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내 몸에서 떨어져있어도 응급실 베드 밑에서 똑딱똑딱 뛰고있던
생의 시계가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았음을 나는 기억한다
더는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의대생 룸메는 가끔 잠꼬대를 한다
몽유병인가보다
가장 안좋은 짓을 하고 있으니까 이제 자야한다
똑바로 누워자야겠다 불안하니까
136
◆46nTSE2k8o3
2019/10/13 02:23:22
ID : 89tdA0oE4Mk
0
Last. 191013, AM 02:00 - AM 02:15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이고 사랑이고 사랑이고 사랑이다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고
연인(戀人)들에 대한 사랑이고
선생(先生)들에 대한 사랑이고
학문(學問)들에 대한 사랑이다
나의 깨달음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이 익명의 공간에 감사를 표한다.
이제 내가 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너희들 덕분이야.
이 공간 덕분이기도 한 것 같아. 몸도 마음도 더욱 건강해졌다구.
나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아. 이 인증코드와 이 비밀번호는 폐기할거야.
하지만 나의 글과 나의 고민과 나의 위로가 불면(不眠)의 밤(夜)을 헤매는 너희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그러니까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나를 불러. 나는 이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어주는 사람으로 여기에 다시 올테니까. 나를 찾아와. 언제라도 괜찮아. 내가 시간이 있을 때 틈틈이 여기에 감사인사를 하러 올거니까.
나는 Leidenschaft고 front of pharmacy야,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쪽의 창구를 두드려도 좋지만 여기가 편하다면 언제든지 을 불러. 스레주는 어떤 고민이든 들어줄 수 있어 이겨내왔으니까. 자.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지만 이 레스는 불면의 밤을 훑어내려가고 있는 친구들에게 맡길게.
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너희들의 배경이 될테니.
너희들도 불면의 밤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Fin.
2019. 08. 09. ~ 2019. 10. 13.
,
이쪽으로 가자.
https://thredic.com/index.php?document_srl=3889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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