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1/04 11:20:19 ID : Mi008qo4Zjz 0
평소 부모님이 내게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 게 조금 서운했지만.. 관여하지 않아도 내가 혼자서도 잘 해낼 거라고, 날 믿고 있다는 의미로 합리화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살아왔어. 성실하게 입시를 해서 유명세 있는 미대에 왔는데 생각해보니 5년간 내 성적,(수능성적 마저도.) 3학년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내 전공에 대해서나 작업물, 내 생각 같은 걸 물어본 적이 없더라. 아무리 자녀에게 관심이 없어도 성적은 궁금해하잖아. 미디어에서는 그랬어. 수능날에 전화 한 통, 응원 , 대학 합격 했을 때도 축하의 말 한마디 없었고 그제서야 알았지 나를 포기했구나. 얘는 가망이 없구나.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구나. 나 말고도 잘 자라는 다른 아이들이 있었으니. 나이터울이 있는 동생이 있어. 동생은 머리도 좋고 몸 비율도 좋아. 난 그냥 평범하고. 옛날부터 너는 유치원생보다 글씨가 개판이라고 하질 않나 동생에게 참 얼굴이 작다, 다리가 길다, 난 별 생각도 없는걸 날 꼭 옆에 세워두고 얘기하고 야비한 성격이 다분한 동생을 오히려 저정도면 남들보다 착하다며 올려띄워주고 나를 사회의 패배자라고 부르더라. 동생을 칭찬하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런데 나에겐 아무말도 없었거나, 비교질했다는 게 화가나는 점이지. 그리고 생판 남들과도 비교를 해. 불우한 사람들이 나오는 채널를 보며 너는 행복한 줄 알아라..난 그래서 그런 프로그램들을 싫어해.. 어느날은 식사를 하면서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참 성실하고 성적도 우수한좋은 아이들이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럼 너는? 이라고 대답이 돌아오더라. 그리고 아무 얘기도 오가지 않았어. 한창 알바를 구할 때도, 카페에서 면접 보러오라는 연락이 와서 기쁜 마음에 부모님께 알렸는데 붙어야할텐데... 라고 말하더라. 저걸 듣고 날 못미더워한다는거 단번에 알았어. 저 별 거 아닌 말에 참 많이 무너진 것 같아. 그리고 알바도 떨어졌어. 그냥 말하지 말 걸, 후회가 들더라.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몇 달 동안 전화통화도 안해. 주변 사람들은 부모님이 너무 자주 연락해서 탈이라는데... 부모님은 날 포기했어. 살면서 사고 한 번 안치고, 공부도 늘 중상위권에는 들었고, 뛰어난 건 아니지만 잘하는 것도 있어. 무엇보다 남들에게 어디서 욕 안먹도록 싹싹하고 성실하게 살았어. 남들은 날 좋은 사람이라고 해. 날 좋아하는데 왜 가족에게는 무시당하며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지 모르겠어. 부모님이 저러니 결국 동생까지 나를 개무시하더라. 어릴 때 업어 키웠는데. 이제 내가 뭘 더 해야 해. 세상 모든 일은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알아. 그래도 정말 힘들 때..빈말이라도 좋은 말 해주는 게 힘들었나. 힘내라는 말 하나 해주기가 그렇게 어려웠나.. 정말 이렇게 날 바닥까지 끌어내려야 했나.. 대학 졸업 작품을 완성하고 가족 앞에서 자살할거야. 영원히 잊지못하게. 응원해줘! 읽어줘서 고마워!
2 이름없음 2020/01/04 11:58:17 ID : 7BzbCrupRyE 0
레주야 글 잘 읽었어. 많이 서운하고 아팠겠구나. 이 글만 보고 내가 레주의 아픔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 레주가 그렇게 가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착하고 성실하고 미술에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는 레주가 스스로도 대견하지 않아? 이 글만 읽어도 레주가 너무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어. 물론 가족들에게 그런 일들을 당한 게 너무 화가 나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들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보란듯이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 벗어나면 널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데,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텐데. 더 넓게 보면 어떨까? 레주 넌 소중한 사람이야. 이것만이라도 꼭 알아주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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