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4/06 10:57:22 ID : MkmmnA3O05T 0
그게 아니더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연하지만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감정이 사라져. 이건 당연한건데, 나는 이게 사랑이 식은 거라고 생각했다. 설레지 않으니까 더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혼자 권태기 와서 여자친구한테 한동안 좀 소홀히 대했었어.
2 이름없음 2020/04/06 10:58:05 ID : MkmmnA3O05T 0
그래도 내 여자친구는 날 평소처럼 대해주더라. 눈치도 빠른 애라 바로 눈치 챘을텐데. 나한테 억지로 더 맞춰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한테 소홀해지지도 않았어. 그냥 평소처럼 평범하게 지냈어.
3 이름없음 2020/04/06 10:58:44 ID : MkmmnA3O05T 0
그런데 하루는 내가 더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져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여친네 집에 갔을 때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넌 나한테 아직 설레이느냐고.
4 이름없음 2020/04/06 10:59:58 ID : MkmmnA3O05T 0
정말 뜬금없었지. 침대에 누워서 따로 핸드폰 들여다보는 채로 그런 질문을 대뜸 던졌으니까. 근데 내 애인은 당황하지 않고 핸드폰 옆으로 치우더니, 나 보면서 대답해주더라. 가끔씩 설레긴 하지만, 만난 세월이 있으니까 전처럼 얼굴 볼때마다 설레고 그러진 않는다고.
5 이름없음 2020/04/06 11:01:04 ID : MkmmnA3O05T 0
그래서 내가 또 물어봤다. 그런데도 아직 나 사랑하냐고. 나는 사실 그때. 애인이랑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어. 더 설레지도, 두근거리지도 않으니까. 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사랑하지 않으면 계속 사귈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애인도 더는 나에게 전만큼 설레이지 않는다고 하고. 그래서 헤어지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6 이름없음 2020/04/06 11:03:59 ID : MkmmnA3O05T 0
내가 물어봤더니 애인이 나 빤히 보더니 물론 사랑한다고 일말의 지체도 없이 대답해주더라. 그래서 나도 애인이랑 눈 맞추고 빤히 보고 있으니까 애인이 더 말해줬어. 꼭 설레고 두근거리는 기분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늘 새로운 것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해. 설레임과 두근거림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아. 그저 비교적 오래 갔느냐 짧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설레임은 일시적이야. 당연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으로,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바로 알더라.
7 이름없음 2020/04/06 11:06:45 ID : MkmmnA3O05T 0
그래서 대답 못 하고 가만히 있었어. 애인 얼굴도 못 보고 방 천장만 올려다 보면서. 난 대답도 못했는데, 애인은 계속 더 말해주더라? 나도 이제 더 이상 너한테 자주 설레지는 않아. 예전처럼 손 잡는 것만으로 부끄러워 지지도 않고. 그래도 난 네가 여전히 좋아. 설레이지 않지만 너랑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이상으로 널 좋아해. 뭐 이런 식으로 말해주더라. 내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당연히 단어 하나하나 자세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저런 뉘앙스였어.
8 이름없음 2020/04/06 11:09:34 ID : MkmmnA3O05T 0
내가 여전히 천장만 보고 있으니까 걔가 자기 보라고, 그렇게 말해서 결국 고개를 돌려서 다시 애인 얼굴을 봤어. 그랬더니 걔가 나를 보면서 그러더라.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너 원하는 대로 하라고. 그 말을 듣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더라. 조금 많이 지난 일인데도 난 아직 그때 내가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딱히 슬펐던 것 같지는 않거든. 나 자신한테 화가 났을지도 몰라. 그도 아니면 뭔가 괜히 서러웠는지도 모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애인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던 것 같아.
9 이름없음 2020/04/06 11:10:46 ID : MkmmnA3O05T 0
그래서 결국 그날은 애인이랑 헤어지려고 집에 찾아갔다가, 결국 품에 안겨서 울고 사랑한다는 말만 잔뜩 하고 왔어. 덕분에 권태기는 잘 극복했고 그 이후로도 싸움이나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서로 대화로 잘 이겨내서 아직까지 사귀고 있어.
10 이름없음 2020/04/06 11:12:48 ID : MkmmnA3O05T 0
내일이 9주년인데, 문득 생각나서 적어봤어. 당연하게도, 이젠 애인을 본다고 가슴이 뛰거나 더워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아해. 다들 무슨 문제를 직면했던간에 그 문제를 잘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어. 몇 년 전의 내가 그러했듯이.
11 이름없음 2020/04/06 16:22:28 ID : eK3Wruso6mM 0
애인이 좋은 사람이네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구나 예쁜 사랑해!!
12 이름없음 2020/04/10 11:12:35 ID : FjAp9bikq7y 0
우와.... 멋지다!
13 이름없음 2020/04/10 12:14:02 ID : ffe5hxQmrcH 0
달달하다ㅠㅠ 계속좋은사랑하길ㅠㅠ
14 이름없음 2020/04/10 14:14:50 ID : nCo3Pbg7BvA 0
진짜 예쁜 사랑하는 거 같아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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