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1 2020/07/18 12:28:47 ID : hcHClDy0twH 0
별 건 아니긴 한데 어딘가에 말하고 싶어서... 스레딕 알게된 것도 시작한 것도 어제라 혹시 잘못하는 거 있음 말해주라ㅠㅠ
2 001 2020/07/18 12:36:03 ID : hcHClDy0twH 0
몇 년 전 일이야. 한 3년? 2년? 그쯤 됐거든. 그때는 내가 사춘기 겸 우울증(엄마는 그냥 사춘기라고 했지만)을 심하게 겪을 때야. 한창 심리적으로 힘든데 가격이 부담돼서 병원이나 약물은 상상도 못하고, 지역 문화센터에서 무료 20회 정도 상담해주는 곳이 있어서 그쪽으로 갔어. 엄마랑 아빠랑한테 그런 시도했던 것까지 다 말했더니 거길 데려가 주더라구. 그래서 가서 상담 일정 잡고, 그날은 그렇게 끝났던 것 같아. 근데 한...이틀 후?에 엄마가 전화가 와서 나오라고 하더라고. 난 그때 방학이어서 엄마 직장으로 갔어. 좀 널널한 편인 곳인데, 거기 엄마 지인이 신기가 좀 있어서, 무당집 가면 자기가 되려 그 무당 기운을 누르고 자기는 기억이랑 정신이 없는 상태로 막 무슨 방언이나 그런 얘기들 하고 자꾸 뭐가 보이고 괴롭히고 아프고 그랬대. 그거 누르려고 교회 다니면서 엄청 노력하셨다더라. 그래, 나한테 이 분을 소개시켜준 거야. 그 분께 내 얘기를 했더니 만나고 싶다고 하셨대.
3 001 2020/07/18 12:44:15 ID : hcHClDy0twH 0
그 분을 만났어. 그냥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그 분 경험담 얘기도 듣고. 근데 이야기 하다가 내가 그... 그거.시도를 한 얘기가 나왔거든. 보는 사람들 혹시 불편할까봐 단어는 말 안 할게... 겨울이었고, 그때 내가 되게 정신이 없었거든. 피곤이랑 우울이 겹쳐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밤에 학원에서 돌아온 후에 강의 몇 개를 듣고 그걸 싹 외우고 숙제까지... 근데 그때부터 환청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거야. 자꾸 날 부르는 소리가 나서 방 밖에 나가서 물어보면 아무도 안 불렀다고 그러고, 잘 있던 물건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혼자 집에 있을 때 팝송 크게 듣고 있으면 귓가에서 누가 나직하게 '이게 무슨 말이야?' 이러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그런 때였어. 학원을 멀리 다녀서 부모님이 일 끝나고 바로 데려다 주셨어.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집에 혼자 남아. 평소에는 저녁을 먹거나 전날 새벽에 했던 숙제를 채점하거나 하는데, 그날따라 너무 무기력했어. 상담 다니기 전이고 말씀드리기도 전이라 우울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그냥...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쪽을 봤거든.
4 001 2020/07/18 12:48:35 ID : hcHClDy0twH 0
근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정말 괜찮았는데 갑자기. 아 죽어야겠다. 그리고 자꾸 누가 바라보는 것 같고, 속삭이는 거야. 죽으라고 계속 그러는 거. 정말 침착하게 실행했던 것 같아. 간단한 유서같은 편지를 쓰고 방충망을 열었어(우리 집이 고층이거든). 그때도 계속 뭔가에 홀린 듯이 정말 기분 좋고 후련하고 즐겁기까지 했어. 그래서 딱 손만 놓으면 됐는데 딱... 창살 사이로 집 안이 거꾸로 보이잖아? 근데 그 방 벽에 검은색 그림자가 져 있는 거야. 근데 그게 누가 거기 서 있어서 생기는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처럼 형태가 있는 게 거기 있었어. 설명이 영 개떡같지만 이해 부탁해...
5 이름없음 2020/07/18 12:51:37 ID : vxwre7tfO6Y 0
ㅂㄱㅇㅇ
6 001 2020/07/18 12:51:49 ID : hcHClDy0twH 0
그거 보자마자 정신이 번쩍 드는 거 있지... 내가 왜 이랬지? 이러면서 어찌어찌 올라왔어. 즐겁거나 그런 건 다 사라지고 두려움만 남았었어. 그리고 그날 결국 저녁을 못 먹고 학원에 갔고, 며칠 뒤에 엄마랑 둘이 외식하다가 자꾸 공부랑 우리 집 경제사정 말하는 게 화가 나서 엄만 나 죽으려 했던 것도 모르지, 하면서 다 털었단 말이야. 그런 얘기를 그 분께 했어. 그렇구나 하고 한참 계시다가 아직 걔가 여기 있는 것 같대. 나한테 죽으라고 했던 걔...
7 001 2020/07/18 12:53:50 ID : hcHClDy0twH 0
고마워! 지루하고 우울한 얘긴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
8 001 2020/07/18 12:54:15 ID : hcHClDy0twH 0
미안, 잠깐 어디 다녀올게.
9 이름없음 2020/07/18 12:56:27 ID : vxwre7tfO6Y 0
천천히 풀어도 돼! 네 이야기가 약간 공감돼서... 영적인 무언갈 떠나서 그런 시도라던가... 아무튼 다녀와!
10 001 2020/07/18 15:29:07 ID : koFio5go1A3 0
미용실 다녀왔다! 오랜만에 머리가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네. 공감해줘서 고맙고, 이런 말 하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살아줘서 고마워! 네가 너무 가라앉지 않았으면 좋겠다ㅠㅠ 아무튼, 나는 사실 그렇게... 그 분을 믿지는 않았던 상태였거든. 그래서 그냥 '그렇군요.' 했어. 근데 그거 알아? 뭔가 있는 것 같고, 자꾸 신경쓰고 있으면 정말 그쪽에 있는 것 같고 그런 거. 그쪽을 신경쓰다 보니까 이게 뭐랄까, 이미지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해야 하나. 얼굴까지는 안 보이고 간단한 특징이 담긴 이미지가 떠오르는 거야. 반 농담식으로 걔가 체크 치마 입었나요, 하니까 되게 놀라시더라고. 나는 당시 우리 학교 교복이랑 비슷한 디자인의 교복 치마, 단발머리, 흰 양말, 삼선 슬리퍼, 흰 셔츠(허리 부분만 보였어. 조끼를 안 입고 셔츠만 입은 모습 말이야), 검은 단발머리인 여자애가 그쪽에 서서 내가 있는 쪽을 보는 느낌...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거든. 그런데 그 체크치마인가요 한 번 물었는데 그 분이 맞다고 하시면서 내가 떠올렸던 특징들을 줄줄 말하는 거야. 거기서 소름이 쫙 돋더라... 그냥 내 착각이고, 끼워맞추기고, 다 사기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특징을 떠올리고 있었다는 게 말이야.
11 001 2020/07/18 15:35:56 ID : koFio5go1A3 0
그 지인분이 그러시기를(이하 선생님이라고 할게) 걔도 나랑 똑같은 방식으로 그렇게 갔다는 거야. 나랑 정말 비슷한 상황이었대(키워드처럼 특징이 떠오를 때 붉은 색과 창백한 흰 색이 강하게 떠올랐는데 그게 그런 의미였을까 싶기도 해). 근데 죽고 나서 너무 외롭고 엄마가 보고 싶더래. 자기가 엄마를 너무 괴롭게 하고 죄 지은 것 같고, 용기는 없어서 계속 떠돌다가 자기랑 똑같은 내가 보여서 자꾸 부르고 괴롭히고 같이 있고 싶어 했다고 그러시더라. 선생님이 몇 번 그쪽에 대고 말하시더니 (대충 엄마가 그리워하고 있다, 다 용서했을 거다 그런 말들) 이제 갔다고 하면서 얘기를 진행하시더라. 선생님이 보는 귀신이나 괴롭힘이나 자식들한테 있었던 일들 같은 거. 그 집 사람들은 전부 귀신이 있다고 믿는대. 각각 하나씩 계기가 될 일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이 얘긴 별로 중요치 않으니 넘기고.
12 이름없음 2020/07/18 15:38:02 ID : 6Y4MnTTPjAi 0
헐 레주 많이 힘들었겠다ㅜㅠㅜ.. 고생많았어ㅜㅜ..
13 001 2020/07/18 22:51:28 ID : koFio5go1A3 0
다행히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위로 고마워ㅠㅠㅠ 그래,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렇게 그날 돌아왔거든. 근데 그 뒤로부터 그 목소리나 그런 게 하나도 안 들리는거야. 누가 지켜본다 이런 느낌도 안 들고. 되게 신기했었어. 진짜 갔나 싶기도 하고... 선생님은 그 일 때문에 약간 시달렸다고 하시는데 난 아무것도 없었거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뭔가 이상한 이미지가 자꾸만 떠올라. 혹시 카메라 플래시 터트릴 때 알아? 그렇게 팍, 팍, 팍 하는 그런 식으로 짧게 짧게, 간헐적으로... 근데 비춰지는 건 하나거든. 우리 집 안이야.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설명을 못 하겠네. 그러니까 만약에 비춰지는 그것이 천장에 구석에 붙어있다고 하면 그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찍은 것처럼,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다 한다면 내 눈높이에서 바닥을 본 시점으로, 눈높이의 벽을 기어다니고 있다면 그 장면이 정면으로 떠오르는 식으로... 무슨 얘긴지 알겠어? 설명이 영 개떡같네... 미안.
14 001 2020/07/18 22:55:50 ID : koFio5go1A3 0
비춰지는 건, 그러니까 포커스가 맞춰진 건 하나인데, 그 장면 안에 여러 개가 담겨 있을 때가 있어. 포커스가 맞춰진 건 어떤 여잔데 관절이 이리저리 꺾여 있었어. 그래서 기어다니더라. 옷 같은 건 안 보였는데, 머리가 덥수룩하고 피가 얼굴 쪽에 떡져 있던 게 생각나. 얼굴은 못 봤어,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어서... 그 여자가 찍히는(편의상 이렇게 말할게) 구간은 매번 달랐는데, 첫 번째로 떠올랐을 때 화장실 천장에 붙어 있었다면 몇십 분 후에 떠올랐을 때는 내 방 바닥에 있거나 하는 식이었어. 그러니까, 온 집안을 기어다녔다는 거야. 뭔갈 찾는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 그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짧게 두 번 정도 떠오르면 그 여자가 기어가는 속도나 움직임 같은 걸 대략 유추할 수 있었어. 정말 이동하는 걸 연속촬영한 것처럼...
15 001 2020/07/18 23:17:40 ID : koFio5go1A3 0
내가 여러 개가 담겨 있을 때가 있다고 했지. 우리 안방이 좀 어둡거든. 집안 자체는 거의 남향인데 이상하게 해가 잘 안 들더라고. 그런 집이야. 안방은 확장을 안 했고 안쪽에 있어서 그런지 더 어둑어둑해. 낮에도 불을 켜야 할 정도? 근데 그쪽만 찍히면 어린애 하나가 같이 찍히는 거야. 얼굴은 마찬가지로 못 봤는데, 그냥 안 보였어. 거기서 걔는 방구석에 쭈그리고 있거나 아빠 책상 옆에서 아빠가 공부하는 걸 보고 있거나... 아무튼 그 어둑한 부근에만 있었어. 우리 집 식탁에서 다 같이 저녁 먹을 때는 자꾸 우리쪽을 보고 있거나...
16 001 2020/07/18 23:23:10 ID : koFio5go1A3 0
아무튼ㅠㅠ 계속 그러고 있는데, 막 자꾸 그 여자가 뭘 찾는 것 같다고 했잖아. 몇 주 동안 계속 그러면서 초반엔 가족들 얼굴 하나하나 확인하고 다니는 것 같던데, 난 신경 안 썼거든.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 이상하게 우리 집에 자기가 찾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안 나가는 거야. 어느 순간부터는 출구를 찾는 것 같았는데, 죽어도 현관 쪽으로는 안 가더라. 그러다가 선생님을 다시 만났어. 이 이야기를 하니까 아무래도 출구를 찾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그러셨는데, 뭔가 막고 있어서 못 찾고 있대. 분명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라고 그러시더라. 그때 불현듯 우리 집 현관에, 그, 방울 같은 거 달아둘 때 같이 달아둔 게 생각이 난 거야. 아빠 직장 동료가 태국 여행 갔다가 사 와서 선물한 거라는데, 악마의 눈인가 그거였거든. 본래 귀신을 쫓는다는데 눈이 집 안쪽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가 어쩐가... 아무튼 그게 생각이 나서 그 얘기도 했지. 그거 일단 한 번 떼어볼래 하셔서... 집에 가서 떼어내서 거실 서랍 깊은 곳에 넣었다? 그러고서 몇 시간 뒤엔가 현관 쪽으로 빠르게 기어가는... 그런 장면이 연속으로 찍히고 그 여자는 나갔어.
17 001 2020/07/18 23:27:22 ID : koFio5go1A3 0
어린애나 집 안에 있던 몇 개 그림자들은 안 나가는 것 같았는데, 못 나가는 건지 안 나가는 건지는 확실치 않아. 그 뒤로 상태가 안 좋아지는 바람에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았고, 그걸 신경 쓸 틈도 없었고... 그냥 저기 뭔가 있나, 그런 식으로만 느껴질 뿐이야. 선생님 말로는 아마 나한테도 신기 비슷한? 게 살짝 있어서 그렇게 느낀다면 그게 맞을 거라 하시더라. 그 뒤론 뭐 별거 없었어. 성당을 다니라고 주위에서 이상할 정도로 권유해서 성당 다니면서 교리 받고, 미사 드릴 때 자꾸만 피비린내가 나는 거 빼면... 특별한 거 없어. 지금은 피냄새도 안 나고...
18 001 2020/07/18 23:28:08 ID : koFio5go1A3 0
이야기 끝! 별로 재미도 없는데 읽어준 사람들은 고마워,,, 어딘가에 써놓으니까 기분이 좀 낫네. 다들 좋은 하루 보내!
19 이름없음 2020/07/21 14:48:47 ID : uqY3BapWja0 0
환각이라고 생각하는것들이 사실 환각이 아니라는 이야기 들은적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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