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연락할까 말까 (13)
2.오늘따라 너무너무 허전해 (3)
3.너무 잡고싶어.. (1)
4.짝사랑할때는 그렇게 슬펐는데 (3)
5.외로워서 적어보는 내 첫사랑썰 (25)
6.안녕! 나 너 좋아한지 한달도 안됬어 근데 그만할거야 흥!! 끝 (2)
7.레즈들아 너네 존잘 남자 보면 어때? (20)
8.내 친구 아웃팅 당함... (4)
9.이거 좋아하는 거 맞아? (1)
10.펑 (7)
11.ㅎ (1)
12.또 나만 솔크 (10)
13.짝사랑도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 (9)
14.. (7)
15.여고 레즈 절망편 (5)
16.선생님 짝사랑 (1)
17.시⃫발⃫ 어쩌라고!!!!! (4)
18.나 헤테로인데 내가 눈치가 없는걸까? (5)
19.애인이 이젠 예전같지 않ㄷㅐ (2)
20.‘ (1)
1
이름없음
2020/11/27 04:14:07
ID : 47tbctupU6r
1
연말이고 취준이고 맘이 뒤숭숭해서
옛날 기억이나 꺼내보련다...
아무도 안보겠지만...
2
이름없음
2020/11/27 04:20:50
ID : 47tbctupU6r
0
때는 20살 새내기시절...
이때까지만해도 난 여고시절에 커플이라고 붙어있는 애들을 봐도 그냥 장난이고 컨셉이겠거니 할 정도로 성소수자나 동성애에 대해 1도 몰랐던 때였고 얼른 멋진 남친과 행복한 캠퍼스라이프를 시작할 생각에 두근두근했던 흔한 새내기 여대생이었다.
그렇게 동아리와 과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부딪히느라 정신없던 1학기가 지나가고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 2학기가 시작될 무렵, 그녀가 찾아왔다.
3
이름없음
2020/11/27 04:38:58
ID : 47tbctupU6r
0
그녀를 처음 만난건 동아리 회식 자리였다.
우리 동아리는 동아리 특성상 여자 회원이 적고, 상시모집을 해도 여자가 잘 안모여서 남은 소수 여자들끼리는 사이가 돈독햤다. 그렇게 매 회식때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보던 얼굴들 중에, 모르는 얼굴이 있었다.
처음에 봤을땐, 정말 티없이 맑은 느낌이었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 조막만한 얼굴, 무쌍이지만 뚜렷한 눈, 차분한 옷차림과 목소리. 조금 개성적이고 괄괄한 우리들과 섞여있어 그런지 특히 더 눈에 띄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그저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듯한 손님'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의 얘기를 하나하나 잘 들어주었고, 농담에도 잘 넘어가주었으며, 잘 웃어주었다. 우리도 그런 그녀를 귀여워했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예쁘고 착한 신입회원을 마다할 동아리가 어디 있겠는가.
4
이름없음
2020/11/27 04:45:13
ID : 47tbctupU6r
0
나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탓에 이상한 책임감이 생겨 가능한 신입 회원들을 챙겨주었다. 특히 여자 회원이 적은만큼 여자 회원들은 더더욱. 그녀는 조금 소심한 편이었고, 특히 반수 준비를 하며 쉬다가 복학한 언니인지라 한 학번 아래인 우리들을 어려워했다. 나는 그녀가 불쌍해서였는지, 그냥 귀여워서 그런건지, 그녀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챙겨주었고 어느새 동아리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5
이름없음
2020/11/27 04:51:26
ID : xyGnBhs4Hvh
0
ㅂㄱㅇㅇ!
6
이름없음
2020/11/27 04:58:41
ID : 47tbctupU6r
0
하루는, 동아리방에서 술자리가 있을때, 야강으로 늦게 참석했을 때였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있었고, 그녀는 술에 조금 취해있는듯 보였다. 사람들과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 나에게 코트를 벗을 새도 없이 그녀는 옆으로 와 웃으며 안겼다. 뽀뽀세례를 하며 뭐라고 말했던 것 같았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고, 그저 좋은 향기가 났다는 것만 기억난다. 뭔가 치유되는 느낌, 귀여운 강아지가 달려와서 애교부리는 느낌. 내 중고등학교 친구들 중에서도 저런 친구는 없었기에,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날 기분좋게 집에 갔던 것 같다.
7
이름없음
2020/11/27 05:05:13
ID : 47tbctupU6r
0
아무튼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좀 귀여운 언니, 그런 느낌이었다.사람들이 그 날 이후 장난으로 너네 사귀냐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농담을 좋아하는 나는 언제든지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다며 장난치곤했다. 그 무렵, 나는 친한 동아리 선배(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나도 그사람을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캠퍼스커플은 내 로망이자 꿈이었고 그사람도 착한 사람이라 잘 어울릴 수 있을거라 생각해 별 고민없이 받아주었다. 다른 동아리 사람들에겐 피곤해질까봐 비밀로 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그녀와 연말 약속을 잡다가 들켜버렸다. 그녀는 사실 학교 근처에서 둘이 팔짱을 끼고 걷는걸 봤고, 알고있었다고 했다.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거라며 조금 서운해 했는데, 그때 왠지 모르겠지만 그 선배와 사귀는 걸 조금 후회했었다.
8
이름없음
2020/11/27 05:12:26
ID : 47tbctupU6r
0
졸려서 말이 좀 뒤죽박죽 되는거 같은데...아무튼 그녀랑은 유사 연애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동아리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으면 그녀를 꼭 불렀고, 그녀는 항상 나와주었으며, 그러면 우리 둘은 꼭 붙어다녔다. 어느새 나도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9
이름없음
2020/11/27 05:21:38
ID : 47tbctupU6r
0
덧붙이자면, 그녀는 인기가 많다. 외모가 예쁜것도 있지만, 딱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녀는 말이 없는편은 아니었지만 말을 절대 함부로 하지 않았으며, 화를 내는 법이 없었고, 성숙하며 상냥했다. 동아리에서 3명의 남자애가 동시에 그녀를 좋아했고, 나는 그들의 잘 되게 해달라는 부탁과 푸념을 많이 받았다. 겉으로는 "좀 더 좋은 남자와 어울리게 해주겠다" 라는 핑계로, 알수없는 질투심에 그들의 부탁을 무시하고 일부러 그들과 그녀를 단둘이 앉지 못하게 방해했다.
10
이름없음
2020/11/27 05:25:46
ID : 47tbctupU6r
0
하루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애와 나, 내 (전)남자친구, 그리고 그녀와 술을 마셨다.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그녀는 술을 마실수록 안색이 안좋아졌다.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애는 그녀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고, 나는 내 남자친구와 그사이 조금 야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그 남자애가 돌아와 나에게 너가 좀 가봐야될거 같다며 등을 밀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불러도 나오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11
이름없음
2020/11/27 05:30:38
ID : 47tbctupU6r
0
그자리에 여자가 나뿐이었기에, 나는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고, 시험기간이라 학관은 조용했다. 나는 그녀가 있는 화장실 칸을 두드리며 괜찮냐고 물었고, 그녀는 연신 괜찮다고 하다, 토를 하다 반복을 했다. 그녀에게 술을 먹인게 미안해져서, 나는 그녀가 괜찮아질때까지 그자리를 지켰다. 그러기를 한시간, 막차는 끊기고, 남자들은 중간중간 와서 우리를 찾았다. 그녀는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계속 괜찮다고 얼른 나오기나 하라고 얘기하기를 반복하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두드려도 대답을 안했다.
12
이름없음
2020/11/27 05:37:19
ID : 47tbctupU6r
0
난 갑자기 겁이나서 어떻게서든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옆칸 변기를 밟고 올라가서 그녀의 상태를 봤다. 그녀는 반쯤 까무라쳐있었다. 올라가서 그녀 이름을 한번 외치자 나를 반쯤 눈이 풀린 상태로 올려다봤고, 씨익 웃었다. 저 언니는 저래도 귀엽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잠깐 생각을 하다가 나갈수 있겠어? 물어봤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결국 화장실 칸의 벽을 타고 건너와서 그녀를 들쳐업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내가 다른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하는지 아냐며, 언니때문에 나도 첫차타야한다며 궁시렁거리며 동방으로 데려가자, 그녀는 부축이 필요없다며 날 뿌리쳤다.
13
이름없음
2020/11/27 05:39:02
ID : 02k2pU7xTXx
0
ㅂㄱㅇㅇ
14
이름없음
2020/11/27 05:44:51
ID : 47tbctupU6r
0
그녀는 혼자 휘청휘청 계단쪽으로 걸어가며 나한테 이렇게 해줄 필요 없다 뭐라 궁시렁 거렸다. 말은 잘 안들리고, 저대로 가면 계단에서 구를것 같아 확 붙잡았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은 확실히 내 귀에 박혔다.
"너...좀 많이 설레는거 알지?"
나는 잠깐, 머리를 얻어맞은듯 가만히 있다가 뭐라 했냐고 다시 물었고, 그녀는 내가 알아서 할거라며 나 찾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화장실로 갔다. 나는 화장실 문 앞에 잠깐 있다가 남자친구가 찾는 소리에 다시 들어갔다. 날 걱정한 남자친구는 날 택시에 태워 보냈고, 그렇게 한동안 그녀를 볼 수 없었다.
15
이름없음
2020/11/27 05:52:11
ID : 47tbctupU6r
0
그 사이 나는 그녀를 미친듯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디서 뭘하는지, 너무 궁금했고, 연락을 피하는 그녀가 미웠다. 항상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한 공강시간엔 매번 바쁘다, 아프다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나도 어디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웃기게도, 우연히 다른친구와 겹약속이 잡혀 같이 보게됐고 몇달만에 그녀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저 너무 기뻤고 반가웠다. 우리는 언제 연락이 끊겼냐는듯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웃으며 얘기했다.
16
이름없음
2020/11/27 05:58:29
ID : 3va2lbeHCmE
0
ㅂㄱㅇㅇ
17
이름없음
2020/11/27 06:01:29
ID : 47tbctupU6r
0
막차 직전에 늦은 시간, 나와 그녀와 겹약속이 되어있던 언니 셋이서 술을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고있었다. 그 언니는 너네 예전에 많이 붙어다녔던것 같은데 왜 요즘은 같이 안다니냐 라는 얘기를 했고, 너털스레 너네 헤어졌니? 누가 찼어? 라는 식의 드립을 치며 웃었다. 나는 내가 차였으면 차였지~ 내가 이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내 맘도 몰라주고~ 이렇게 받아치다가 그녀가 피식 웃으며, 너는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그러는거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헤어진지 오래라고 얘기를 하자, 두사람은 좋은 술안주감을 물었다는 듯이 질문 세례를 퍼부었고 그렇게 내 헤어진 썰로 자리는 마무리 됐다.
18
이름없음
2020/11/27 06:07:03
ID : 47tbctupU6r
0
그 뒤로 그녀랑은 간간히 만났으나, 예전과 달라진 건 그녀가 절대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나를 조금 불편해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자, 나도 그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이렇게 담담하게 말은 하지만, 나는 저 시점에서야 내가 그녀라는 여자를 친구 이상으로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녀와 예전처럼 어울릴수 없다는 생각에 잊으려고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다.
19
이름없음
2020/11/27 06:15:40
ID : 47tbctupU6r
0
저때 그녀가 날 좋아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고, 왜 나랑 멀어지려한걸까는 1년을 넘게 생각해 봤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뭔가를 불편하게 한걸까, 내가 부담스러웠던걸까, 남친도 있는게 껄떡고린다고 기분나빴던걸까, 수없이 자기 반성을 거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자를 사랑했던 기억은 여기서 마치자며 내 스스로 다짐을 했다. 가끔 그녀와 닮은 여자가 나타나 의지가 흔들릴때마다 이 스레를 보면서 다시 다짐하려는게 사실 글을 쓴 목적이다. 슬슬 자야겠다...봐주신 분들 모두 고마워용.
20
이름없음
2020/11/27 13:14:10
ID : JTPeLdQq2Gn
0
되게 마음이 찌릿찌릿해짐다..
21
이름없음
2020/11/27 18:36:57
ID : 6ktAjhdPhcJ
0
레주가 글을 잘써서 엄청 몰입했어
복잡했을 마음이 너무 잘느껴진다
다시 연락해보면 안될까 내가 다 아쉬워..
두사람 다 행복했음 좋겠다ㅜㅜ
22
이름없음
2020/11/27 19:03:39
ID : 6ktAjhdPhcJ
0
그리고 그분의 마음도 똑같지 않았을까 싶어
술김에 그런말을 해버려서 불편하게 만든건 아닐까
부담스러웠을까 남친도 있는데 껄떡댄다고 기분나빴을까
하고 말이야 그분의 마음도 난 너무나 이해가...
23
이름없음
2020/11/28 01:44:19
ID : XAi79inTTTQ
0
ㅜㅜ
24
이름없음
2020/11/28 01:46:18
ID : XAi79inTTTQ
0
다 봤어... 으아아... 가슴이 미어진다 흐으....
25
이름없음
2020/11/28 03:12:31
ID : 47tbctupU6r
0
악 고마워ㅠㅠ진짜 졸려서 대충 썼는데 잘 읽어줘서 다행이네ㅎㅎ고맙지만 특별한 일 아니면 내가 다시 연락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이제 이 마음을 더 끌기엔 너무 지쳤고...그냥 가장 순수했던 시절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나를 추억하는거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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