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2/20 17:20:13 ID : g1yHxu3xCo6 2
근데 전화하던 도중에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 나를 망친 두 사람의 선의 당신을 망친 나의 선의 그리고 두 사람을 망쳐버린 한 사람의 선의... 이건 그냥 삶에 지친 내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주관적인 회고야. 선의가 무조건 그 사람에게 있어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2 이름없음 2020/12/20 17:27:45 ID : g1yHxu3xCo6 0
우선 먼저 소개하자면 나는 매번 성격 차로 싸우는 맞벌이 부모 아래서 태어난 흔한 존재야. 뭐 하나 깨지거나 부서지는 건 없었지만 내 기억이 시작 될 즈음에는 항상 부엌에서 부모님이 싸우고 있었고, 나는 그걸 보며 불 꺼진 작은 방에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어. 사실 무서웠거나 슬펐던 건 아니야. 그냥 아, 이번에도 싸우네. 내가 울면 엄마랑 아빠 둘 다 안 싸우고 나한테 웃어주니까 울어야겠다. 하는 마음이 더 커서 울게 되더라.
3 이름없음 2020/12/20 17:31:28 ID : g1yHxu3xCo6 0
아이들은 이래서 무서운 것 같아. 좀체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 모르니까. 우리 부모님도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고. 어쨌거나 부모님이 일하러 가면 나는 항상 외할머니댁에 맡겨졌는데, 할머니 집에는 5살 차이 나는 사촌 오빠가 있었어. 그 오빠한테 맨날 심기가 거슬릴 상황에 맞았던 기억도 나고. 다른 걸 하는 데 쳐다봤다는 이유로 밟힌다거나, 할머니한테 용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뺨을 맞거나, 부르는데 바로 안 왔다는 이유로 복부를 맞거나... 목을 졸리는 것도 대다수였는데 그건 그냥 맞고 울어서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목을 조르는 편이었어. 바깥에서 노는데 쳐다봤다는 이유로 냉장고 앞에서 밟혔던 날, 하필이면 잘못 맞아서 오른쪽 눈 실핏줄이 터졌는데 그걸 자기 친구들한테 자랑했던 오빠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
4 이름없음 2020/12/20 17:34:04 ID : g1yHxu3xCo6 0
사실 그런 일을 겪고 멀쩡할 리는 없긴 하지. 왼손잡이라 이모들이 타박했던 것도 그렇고 해서 결국 틱장애 초기가 왔었던 것 같아. 이모들이 너는 왜 눈을 그렇게 깜빡이냐며 뭐라고 하고 엄마가 병원에 갔다 온 다음 날 이모들한테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서 어쩌고 하면서 나보고 뭐라고 하지 말라한 걸 생각해보면 아마 맞을 거야. 물론 사촌오빠는 스트레스 많이 처받아서 그런거 뭐 근데 어쩔건데 하고 아무도 없을 때 배를 걷어찼지만... 그래도 결국 나은 거 같더라. 틱장애는.
5 이름없음 2020/12/20 17:39:41 ID : g1yHxu3xCo6 0
그 후 얼마 가지 않아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는 일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나를 돌봐 줄 수 없으니 결국 엄마가 나를 돌보게끔 자연스럽게 되었어. (집은 아빠가 나랑 엄마 같이 살라며 홀로 나갔고) 당시 이혼 가정이 흔치 않았던 탓에 초등학교 땐 선생님듸 차별, 우르르 몰려 온 아이들이 '너 아빠 없다며, 진짜야?', '야! 얘 아빠 없대!!' 하는 이야기를 해서 싸우기도 해보고, 거지 취급도 받고... ㅋㅋㅋ 생각보다 제법 화려하게 지낸 거 같아.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마한테 '왜 나는 아빠가 없어?' 하고 물었던 적도 있다는 것 같더라. 물론 엄마가 찾아와서 오히려 선생님이 나를 면박 준 이후로는 그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아. 요컨대, 내 나름 엄마가 상처 입지 않았으면 한 탓에 베푼 선의였던 거지. 비록 뒷생각은 하지 않고 선의를 베풀었지만 그 선의로 인해 내가 혼자 견뎌왔으니, 어찌보면 그때부터 나는 자멸해왔던 걸지도 몰라. 이런 걸 생각하면 역시 아이는 아이답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껴
6 이름없음 2020/12/20 17:44:16 ID : g1yHxu3xCo6 0
내가 10살이 되던 해에 엄마가 남자친구가 있다며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엄마도 그 사람이 좋다고 말해주더라. 그래서 그 사람이 스레주를 만나보고 싶다고 한다고. 스레주랑도 친해지고 싶대. 하고 이야기 해줘서 그 날 처음 엄마 남자친구를 만났어. 참 자상한 사람이더라. 집에서 사랑 받고 자란 티가 확 나는 그런 사람. 조금 까불거리는 사람이었는데 나한테 언제나 상냥했고, 엄마를 아끼기도 엄청 아껴주는 사람이었어. 무언가 갖고 싶어 하니 그걸 선물로 기꺼이 사다주는 그런 사람. (비록 사촌오빠한테 뺏겼지만...) 단점을 굳이 꼽자면 자기가 배우 중 누군가를 닮았다면서 자기 이름은 구리니까 그 배우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던ㅋㅋㅋ 반년이 지난 뒤에야 그 사람 진짜 이름을 알게 되었어ㅋㅋㅋ 그런 걸 보면 좀 괴짜긴 하더라ㅋㅋㅋ
7 이름없음 2020/12/20 17:48:05 ID : g1yHxu3xCo6 0
셋이서 참 행복했던 것 같아. 나는 맨날 민수 삼촌 언제 와? (본명 몰랐음ㅋㅋㅋㅋ) 하고 묻고 엄마는 세 밤 자고 올거야. 하면서 기뻐하던 때가 있었어. 한 번은 둘이서 따로 나한테 엄마/삼촌이 삼촌/엄마랑 결혼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내가 그때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거든. 그 때 삼촌이 나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나를 소개시켜주며 우리 엄마랑 결혼하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 했었어. 물론 애 딸린 이혼녀랑 총각을 어떻게 결혼시키냐며 안된다. 하다 못해 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저만한 나이의 애가 버젓이 있는데 어떻게 결혼하냐. 하며 내 앞에서 퇴짜 맞았지만... 결국 삼촌이 엄마한테 울면서 셋이서 몰래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자 했는데 엄마가 너무 힘들고 상처를 심하게 받고... 뭐 무섭기도 해서 결국 삼촌을 뿌리쳤다나봐. 그 뒤로 삼촌을 못 봤어.
8 이름없음 2020/12/20 17:51:21 ID : g1yHxu3xCo6 0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렇다고 친아빠가 나쁜 사람은 아니야. 친아빠도 주변에서는 인정 받고, 나를 충분히 좋아하고, 인기도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아빠 또한 내가 계속 눈에 밟혀 몇 번이고 기회가 있었는데 여즉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나 아빠나 둘 다 나를 선택하며 자신을 희생하였는데, 그 선의로 내가 두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 깨달았고,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둘 다 나 때문에 힘들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게 된 거니까. 어찌 보면 두 사람의 선의로 나 또한 약간은 망가진 걸지도 모르지.
9 이름없음 2020/12/20 17:52:47 ID : g1yHxu3xCo6 0
사실 이건 망가진 축에도 들지 않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 일단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이 뒤에 나올 이야기들은 좀 더 극단적이니까. 나는 내가 이미 떨어질만큼 떨어져서 바닥에 닿은 줄 알았지. 근데 여긴 바닥이 없더라.
10 이름없음 2020/12/20 17:56:32 ID : g1yHxu3xCo6 0
이후 12살 즈음에 엄마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 소개시켜 줬어. 일하다 만난 남자였는데, 독한 향수 향이 나고, 왁스를 발라 세운 짧은 머리가 인상적인 사람이었어. 정장을 입었고, 입술 색은 탁했으며, 두 눈은 피로에 찌들어서 붉었던 아저씨. 오늘부터 같이 살 거라던 아저씨는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었어. 당시 15만원 하던 게임기(닌텐도) 도 사주고, 자주 나를 데리고 놀러 다니며, 누가 날 괴롭히면 찾아가서 대신 혼내주는 사람. 내 아빠가 되고 싶어 했고, 셋이 그 사람의 부모님을 찾아갔을 때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허락을 받고 왔었어.
11 이름없음 2020/12/20 18:02:14 ID : g1yHxu3xCo6 0
13살이 되던 해에 혼인신고만 올리고 두 사람은 정식적인 부부가 되어서 살게 되었어. 나 또한 그것을 좋게 봤는데, 문제는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지만... 중학교에 학생이 많았어. 전교생이 약 350~360명이었는데, 성적을 높여야 한다며 첫 중간고사때 150등, 그 다음 100등, 그 다음은 50등, 그 다음은 10등 안으로 들자면서 계획표를 짜주더라. 대충 6시 기상 7시까지 공부 7시 30분까지 등교 학교 마치고 1시간 자유시간 그 다음 1시간은 수학공부 그 다음은 1시간 동안 영어공부 그 다음은 식사 후 취침. 씻는 건 내 자유시간에 하라며 내 의견 없이 저 스케줄을 강요했어. 이후 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보란 듯이 내 눈앞에서 자신이 사준 영어 참고서를 찢고 그걸 버리게 명령했어. 자신이 명령한 것을 듣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눈치를 주었고, 엄마 또한 나를 보며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 집안 분위기를 망치냐는 식으로 나를 나무랐어. 이걸 생각해보면 여전히 내가 무능해서 벌어졌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12 이름없음 2020/12/20 18:07:01 ID : g1yHxu3xCo6 0
이때까지 친아빠와 함께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었어. 애초에 내가 끊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뭐 때문에 엄마랑 새아빠가 봐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학교에 입학하고 봄~여름 사이었는데, 새아빠한테는 존댓말을 했지만 엄마랑 친아빠한테는 계속 반말을 하며 살았거든. 근데 새아빠가 그걸 보고는 다른 사람들이 부모한테 반말하는 교육 못 받은 집이라 생각한다며, 무례해 이니까 존댓말을 하랬어. 반말을 하던 집이라면 갑자기 존댓말 하는 게 얼마나 어색한지 알 거야. 결국 다시 반말을 했더니 그 날 6~8대를 맞고 공중의자에 팔 앞으로 한 자세에서 우리집에서 제일 무거운 책 5권을 팔 위에 올린 채 10분, 다음에는 눕혀놓고 다리 들고 있으라더라. 옆에서 75도, 50도, 25도, 10도 정도 높이로 다리를 들고 있으라며 옆에서 명령해서 그런 체벌을 받았었어. 존댓말을 하지 않으면 추후 또 이런 벌을 받을거라 이야기하며 말이야. 엄마는 이 모습을 방관했고.
13 이름없음 2020/12/20 18:14:03 ID : g1yHxu3xCo6 0
그런 일들을 겪다 친구와 이야기 하던 중, 서로 한탄하던 일둘이 있어 내가 이 상황에서 함께 한탄한 것을 엄마가 알게 되었어. 엄마는 나한테 미친년이라는 둥, 뭐 이런 년이 다 있냐며 정신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냐고 소리쳤고, 새아빠는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냐며 차라리 자퇴를 하라는 둥, 앞으로 학교 나가지 말라며 커터칼로 옷걸이에 걸려있는 교복을 찢으려 하고 아무튼 난리도 아니었어. 그 상황에서 내가 울면서 새아빠 다리를 붙잡고 용서를 구했고. 결국 그 일은 그렇게 내가 미친년이고 등신같은 년이라는 결론으로 끝이 났어. 멍청하고 무능한 인간으로 찍히는 계기가 되었지. 엄마도 그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봤고, 곁에 있기 싫다는 소위 말하는 벌레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어. 너 때문에 집안 분위기 꼴이 이게 뭐냐면서 말이야.
14 이름없음 2020/12/20 18:16:25 ID : g1yHxu3xCo6 0
웃긴 게 나는 17살까지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어. 이게 화목한 집이고 평범한 집안인 줄 알았지. 그냥 즐겁게 사는 집은 우리처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줄 알았어. 항상 엄마도, 새아빠도 그랬단 말이야. 우리집은 평화롭고 화목한데 내가 자꾸 일을 만든다고. 내가 사고만 안 치면 조용히 넘어가는데 왜 자꾸 일을 만들어서 집을 소란스럽게 하냐고. 그래서 나는 내가 이상한 앤 줄 알고 있었어.
15 이름없음 2020/12/20 18:21:33 ID : g1yHxu3xCo6 0
15살이 되던 해엔 성적표를 숨겼었어. 그도 그럴게 맨날 성적표를 받아오면 마음에 안 찬다는 표정으로 눈치를 주고 짜증을 내고, 누구네 자식은 오늘 상 받아왔다면서 자랑하는데 네 성적을 생각하면 내가 그 사람도 죽이고 나도 따라 죽고 싶더라 하는 말을 하는데 성적표를 보여주기가 싫더라고. 성적표를 받는 날은 숨이 너무 막혔어. 너무 울고 싶고. 그래서 친구가 하던 대로 성적표를 숨겼거든, 근데 어쩌다보니 그걸 또 들켰어. 그랬더니 성적표를 숨기는 건 중죄라는 양, 이야기 하면서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뭐하러 학교를 가냐, 그냥 학교 다니지 말라고, 아빠가 내일 이야기 할 거니까 학교 가지 마라, 학교 가면 두 다리를 부러트리겠다는 발언을 대놓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봤더니 엄마는 한심하단 표정으로 나를 불쌍히 보며 뭐하러 성적표를 숨겨서 신경을 건드냐, 가서 무릎 꿇고 빌어라. 같은 말을 해서 진짜 손 모아 무릎 꿇고 빌면서 용서 해달라고 죄송하다며 다시는 성적표를 안 숨기겠다고 맹세까지 한 뒤에야 용서를 받았어.
16 이름없음 2020/12/20 18:27:15 ID : g1yHxu3xCo6 0
저런 이유가 확실한 체벌도 있었지만, 그 사람은 간혹 엄마가 없을 때면 제 기분에 따라 행동했거든. 모 만화에 나왔던 것처럼 새아빠는 집을 서서히 망가트렸지만, 집 밖에서는 주변의 선망을 받는 사람이었고 기분이 좋을 때면 좋은 사람이었어. 기분이 좋을 때만 가족을 사랑했고. 물론 그것에 국한이 된 건 비단 나 뿐이었지만. 엄마에겐 한결 같은 사람이었어. 모기 많이 물렸다는 말에 농 삼아 저는 모기 많이 안 물렸는데 아빠한테 다 갔나봐요. 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너는 피가 더러워서 그래' 하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말을 생각하면 울컥하고 눈물이 치밀어 올라. 자기가 싫어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주먹으로 안면을 가격 당한 적 있어? 나는 아직도 그 히히덕대는 웃는 얼굴이 선명해.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 기억이 떨어져 나가질 않아. 가정 폭력 피해자가 다 잊었다는 말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가만 있다가도 떠오르는 게 그런 것들이니까.
17 이름없음 2020/12/20 18:32:42 ID : g1yHxu3xCo6 0
엄마한테 이야기를 안 한 건 아니었어. 그렇게 싫어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내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날,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엄마는 내게 '그러길래 왜 노래를 불러서 사람 신경을 돋우냐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 화를 냈고, 새 아빠에겐 뭐라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내 전화로 연락을 끊고 난 뒤에 내게 핸드폰을 던지면서 너는 오늘 가만 안 두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조금 있다 보자 이야기 했어. 그 사람은 그 뒤에 뭐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두려움에 방 구석에서 벌벌 떨면서 하루를 지냈고. 그딴 성격에 방문을 닫게 할 리가 없잖아. 문을 닫는 건 가족끼리 단절을 의미한다며 강압적으로 문을 열어놓게 했어. 그리고 그 즈음에 내가 나한테 문제가 있구나. 내가 멍청한 새끼라서 자꾸 적응을 못하나봐, 나는 왜 이렇게 살까. 병신새끼네. 같은 끊임없는 자기혐오로 자해를 시작하기도 했고. 뭐든 제탓으로 돌리는 게 가장 속 시원해. 원망도, 분노도.
18 이름없음 2020/12/20 18:38:53 ID : g1yHxu3xCo6 0
고등학생이 되기 직전에 자해는 그만 뒀어. 유감스럽게도 엄마한테 들켰었거든. 짧은 옷을 입어도 들키지 않으려고 팔 안쪽, 다리 안쪽에 했는데, 옷을 갈아 입으려고 벗던 차에 들켰어. 다시 한 번 더 이딴식으로 굴면 할복시켜 버린다는 말에 그냥 포기하고 속으로만 곪아가기로 결정했던 것도 있고... 이래봤자 바뀌지 않을거란 무력감도 있었고... 그냥 누군가 나를 발견해주길 바랐는데 안 될 것 같으니 포기하려고. 아무튼, 내가 16살이 되던 해에 임신했던 엄마로 인해 일이 더 다양하게 생겼는데, 당시 엄마가 일을 해서 새아빠랑 내가 먼저 만나서 퇴근하는 엄마를 데리러 가는 형식이었거든. 한 번은 시간이 남아서 책을 사러 가는 중이었는데 엄마가 하혈을 했으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봐야겠다고 급하게 연락이 온 거야. 덩어리 같은 것도 나왔다면서. 그래서 급하게 엄마를 데리러 가는 중에 새아빠가 나한테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이 잘못 되면 다 네가 말 안들은 탓이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같은 말을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개소리가 따로 없지만 집안에서 그런 대우를 받고 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지거든. 그 짧은 순간동안 내가 잘못한 것들만 생각이 나서 나는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이 산 걸까,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해만 끼치고 사는 거지? 같은 생각 밖에 안 들더라.
19 이름없음 2020/12/20 18:44:19 ID : g1yHxu3xCo6 0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안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불행) 동생에겐 별 탈이 없었고, 먼 후일에 엄마가 제왕절개를 해서 동생을 낳았어. 다만 동생이 호흡을 못해서 50일 넘게 인큐베이터에서 살았는데, 그 무렵에 엄마가 신경이 많이 예민해져서 나를 좀 많이 갈궜지. 주변에 있는 걸 내 머리에 집어던진다거나, 화를 참지 못하면 페트병 같은 걸로 내 머리통을 내려친다거나... 언어적으로는 '미친년', '정신 나간 이상한 년', '니애비랑 똑같아', '솔직히 엄마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다 뒤져버리라고 빌었지?', '엄마 뒤지면 친구들이랑 거기서 춤이라도 추겠다?' 같은 발언들을 해왔었어. 17살에는 집에 들어가는 게 싫어 저녁 7시까지 남자친구랑 같이 있다가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한 번은 집에 들어오는 게 늦는다고 '너 혹시 남친이랑 모텔에서 그짓거리 하다가 오느라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 같은 말을 해서 싸웠던 기억도 있어. 뭐라 이야기하면 내 집에서 나가라는 식의 결론이 나와서 결국 지쳐버린 탓에 포기해버렸고.
20 이름없음 2020/12/20 18:51:21 ID : g1yHxu3xCo6 0
생각해보면 참 구질구질하게도 살았네. 그딴식으로 사는게 사는 건가? 그냥 뒤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한심해서 짜증나. 그렇게 살면 뭐 달라질 줄 알았던 건가? 왜 그렇게까지 살려고 안달이었던 거지? 아무튼 결국 엄마랑 그 날 그렇게 싸우고 가출을 하려 했거든. 가출하려는 거 들켜서 새아빠가 나갈거면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전화하고 가라고 협박하더라. 딴에는 죄책감으로 못 나갈 거 같았나봐. 결국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할아버지한테 울면서 이렇게 못 살겠다고 미안하다 이야기 했더니 이번에는 자기를 죽이고 가라고, 안 죽이면 못 나간다며 이야기 하더라. 그런 상황에서도 잘못했다거나 한 수 접지 않을 것 같으니까 나중에는 자기도 이렇게 못 보낸다고 그냥 자기가 자살하겠다면서 도로에 뛰어들겠다, 차에 치이겠다 그러며 (여기서 엄마가 나한테 계속 빨리 사과해라, 잘못했다고 말해라 타박하고) 저 혼자 나가버리더라. 애초에 남남이었는데 죽든지 말든지 알게 뭐야. 짐을 들고 집 밖으로 나서는데 계단 아래서 숨어있던 새아빠가 다짜고짜 나를 붙잡고 집으로 다시 올라갔어. 방에 내동댕이 치고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걸 엄마가 겨우 막고 (이때 나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몰래 친구들한테 연락 돌려놓고) 아무튼 다시 나를 붙잡고 끌고 나가서 인적 드문 놀이터에서 내 멱살을 쥐고 주먹을 들며 안경 벗으라고 명령하길래 '아, 이게 중요하구나' 싶어서 진짜 필사적으로 안경 잡고 있던 게 기억이 나.
21 이름없음 2020/12/20 18:55:43 ID : g1yHxu3xCo6 0
안경을 붙잡으니까 내 손에서 안경을 떼어놓으려고 둘이 옥신각신하다 결국 내동댕이 쳐졌거든. 그랬더니 진짜 뭔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 마냥 몸 부딪히면서 꺅인지 악인지 하는 소리가 하이톤으로 나오더라. 당시 근처에 있던 버스기사 아저씨가 그 소리를 듣고 내려서 우리를 말려준 탓에 상황이 와해됐어. 가정 폭력에 개입해주는 건 구원이야 얘들아. 간섭이 아니야. 진짜 그 말이 너무 하고 싶었어. 나는 그 버스 기사 아저씨가 진짜 아직도 안 잊혀지거든. 그 아저씨를 만나서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나누고 싶을 지경으로 그 손길이 너무 구원이었어. 결국, 그렇게 위협을 당하고 공포에 질려서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지만...
22 이름없음 2020/12/20 19:00:18 ID : g1yHxu3xCo6 0
선의를 받았을 때, 망가지지 않은 건 그 것 뿐이야. 아무튼 이야기를 조금 더 빨리 하기 위해 이후의 일은 적당히 뺄게. 그랬던 나는 결국 새아빠한테 20살이 되자마자 250만원을 대출로 삥뜯겼고, 집에서 쫒겨나기까지 했어. 옷마저 챙기지 못한 채로 덜렁 쫓겨나서 내 수중에는 아르바이트 작업복, 얼마 들어있지 않은 체크카드 속 돈이 전부였는데, 성인이 된 이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만난 새로운 남자친구가 그 꼴을 알게 되곤 자기 집에 가서 살자 하여 같이 동거하며 살게 되었어.
23 이름없음 2020/12/20 19:02:47 ID : g1yHxu3xCo6 0
이후 내가 없는 그 집안에서 새아빠의 주 된 폭력의 타깃은 동생이 됐고, 동생이 맞고 울면서 전화를 하면 그 보복으로 다시 동생을 때리는 악순환이 됐다 해. 거기는 목까지 졸렸다 하더라고. 말리던 엄마도 머리를 맞고 뇌진탕이 일어났었고, 목까지 졸렸었다며 이혼을 준비중이라 했어. 그래서 집을 나왔다고 하는데 집을 나온 상황에서 이모집에 애를 맡겨 두니까 이모가 애한테 눈치를 줘서 애가 자꾸 자기 때리는 아빠한테 가려고 한다고 흐느끼며 울더라. 우리집에서 좀 있어도 괜찮겠냐며. 그런 엄마한테 내가 선의를 베풀었던 게 지금 이 상황의 화근이야.
24 이름없음 2020/12/20 19:07:25 ID : g1yHxu3xCo6 0
나는 지금 그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자식이 둘 있는 몸이었는데, 남자친구였던 애아빠 또한 흔쾌히 허락해줘서 엄마와 동생을 데려온 거였거든. 처음에야 괜찮았어. 엄마가 일을 구했는데 2주마다 출퇴근이 야간과 낮 번갈아 갔다는 것 빼곤. 그래서 동생의 학교가 먼데 내가 등하교를 시켜줘야 한다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원체 잔정이 많아. 내가 못 받고 자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동생은 좀 잘 자라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다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애들이 우는데 보니까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서너개가 있더라. 개중 2살인 둘째는 손목에 이빨자국이 있는데 얼마나 세게 물은건지 상처가 남은 건 고수하고 손목이 퉁퉁 부어 있었어. 처음에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가 애를 구슬리기만 하고 애는 듣는둥 마는둥 하더라. 그 후에는 보이지 않는 곳을 깨물거나 때리고는 애들이 울면 울지 말라고 급하게 달래는 꼴을 보고 참 지 애비를 닮았다 싶었어.
25 이름없음 2020/12/20 19:12:50 ID : g1yHxu3xCo6 0
엄마가 그간 내게 해준 것이 있어 선의를 베풀었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동생이라는 건 꼭 제 집인양, 지가 이 집에서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활개치며 내 아이들을 위협하고, 엄마는 내가 준 선의가 당연하다는 듯이 맨날 불평 불만을 뱉기 쉽상이었어. 끊었던 자해도 다시 하게 되더라. 모든게 내 탓이니 어쩌겠어. 벌 줄 사람이 없으면 내가 줘야 하는 거지. 나는 자멸이 제일 쉬웠던 사람인걸. 안정을 찾았던 엄마는 나로 인해 성격이 다시 망가졌고, 나는 애들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내 선의로 엄마와 애들을 망가트린 셈인거야.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죽고 싶다는 충동이 이는데 어쩌겠어. 내가 멍청해서 이 짝이 난 건데. 쓸데없이 정만 많아. 후회 할 걸 알면서도 차마 부모는 내치지 못해서 꼭 화를 불러 일으키고 그런 뒤에 수습하려고 해 그럼 뭐해 수습도 못하는데. 진짜 무능하고 재주도 없고. 이딴식으로 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이쯤 되면 그냥 사는 것도 죽는 게 무서워 사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입히는 건 안 무섭나봐. 아직까지 잘 살아있는 걸 보면. 낯짝 한 번 두껍다
26 이름없음 2020/12/20 19:22:08 ID : g1yHxu3xCo6 0
막상 다시 적으면서 상기해보니까 너무 힘들고 죽어버리고 싶다 내가 마무리 해야 할 일이고 거기에 맞게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싶어 떠올리기 시작한건데 지금 울고 싶은 것만 몇 번째 참고 있는지 모르겠어. 근데 한편으로는 내가 저지를 잘못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딴식으로 회피하면 안되는 거잖아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값은 쳐야지. 근데 너무 힘들고 슬프다 토할 거 같고. 죽어버리고 싶어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27 이름없음 2020/12/21 03:24:27 ID : 7utxU47y7un 0
ㅠㅠㅠㅠ진짜 힘들게 살아ㅛ구나 퓨
28 이름없음 2020/12/22 12:58:33 ID : 09usi7atBBB 0
스레주 힘들었겠다.. 넌 그사람들을 충분히 무너뜨릴 자격있어 그래서 살아야 해. 스레주만 힘들순 없어. 울고싶으면 울어도 돼 스레주 마음이잖아. 아무도 그런걸 막을 수는 없어. 익명으로 응원하지만 힘이 되길 바랄게 스레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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