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9/04 23:24:57 ID : vgZipeY5Wp8 0
메이저한것도 괜찮고 그냥 어디 지하철 벽에 적힌것도 괜찮은데 오랜만에 감성 좀 촉촉하게 적시고 싶어서 좋아하는거 있으면 적고 가주라
2 첫사랑, 여름-유지원 2022/09/04 23:26:11 ID : vgZipeY5Wp8 0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 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 (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 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 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 이불을 뒤집어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 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3 내 안의 퍼즐-이길수 2022/09/04 23:29:53 ID : vgZipeY5Wp8 0
꽃이피고나비가날아가지 이파리로만든악기다시금 피리리불어보고는그리도 고로불고이이운나일까봐 나만어이하든하는지울라 비든보이든지오내울음보 가악고운하오라마음이면 날기는나는내마음이난날 아다그일지울음이난다아 가시리까울음이난다는가 지금도바라보면날아가지
4 편지 - 윤동주 2022/09/04 23:41:16 ID : wGq4Y5U6nRv 0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5 호주머니 - 윤동주 2022/09/04 23:43:53 ID : wGq4Y5U6nRv 0
넣을 것 없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 시인 작품 중에 겨울 냄새 나는 귀여운 게 참 많아🤭
6 하얀 당신-허연 2022/09/04 23:56:29 ID : vgZipeY5Wp8 0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올 수 있겠니 죄는 검은데 네 슬픔은 왜 그렇게 하얗지 드물다는 남녘 강설强雪의 밤. 천천히 지나치는 창밖에 네가 서 있다 모든 게 흘러가는데 너는 이탈한 별처럼 서 있다 선명해지는 너를 지우지 못하고 교차로에 섰다 비상등은 부정맥처럼 깜빡이고 시간은 우리가 살아낸 모든 것들을 도적처럼 빼앗아 갔는데 너는 왜 자꾸만 폭설 내리는 창밖에 하얗게 서 있는지 너는 왜 하얗기만 한지 살아서 말해달라고? 이미 늦었지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재림한 자에게 바쳐졌다는 종탑에 불이 커졌다 피할 수 없는 날들이여 아무 일 없는 새들이여 이곳에 다시 눈이 내리려면 20년이 걸린다
7 손가락 한 마디-한하운 2022/09/05 00:06:02 ID : vgZipeY5Wp8 0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읽기는 교과서에서 처음 읽었는데 심장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더라
8 이름없음 2022/09/05 00:17:05 ID : pXzfhvxxDs7 0
윤동주 시인의 길 좋아해
9 이름없음 2022/09/05 01:11:50 ID : apXvxxzPhdS 0
난 예쁜 시보다 이런 게 좋더라
난 예쁜 시보다 이런 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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