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08/02 20:00:12 ID : ry3VdRyLbBb 0
퇴근까지 1시간 남은 김에 설렁설렁 쓰려고 왔는데 여기 글 쓰는 건 처음이라 긴장된다,,,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만 아마 있다면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2 이름없음 2025/08/02 20:02:00 ID : ry3VdRyLbBb 0
재작년 5월 5일 친구를 만나러 타지를 갔던 날 비가 억수로 오는 날이었는데 내가 약속을 하도 미뤘던지라 이번 만큼은 지키자는 주의로 꾸역꾸역 먼 길을 갔어 바람도 많이 불었던지라 쓰고 있었던 우산 마저도 부러져서 나뒹굴고 결국 비 맞은 생쥐 꼴로 대충 눈 앞에 보이는 술집에 들어갔고 거기서 걔를 처음 마주치게 됐어
3 이름없음 2025/08/02 20:04:05 ID : ry3VdRyLbBb 0
진짜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키도 크고 너무 잘생겨서 친구랑 술 마시는 도중에도 집중 못 하고 힐끔거리면서 곁눈질로 계속 쳐다봤다 술을 입으로 마시는지 코로 마시는지도 모르겠더라 걔도 친구랑 둘이 앉아 있었는데 우리 테이블을 지나 요 앞에 잠깐 나갔다가 들어와서는 걔 친구가 갑자기 둘이 왔냐 묻더니 자기들도 둘인데 같이 마시지 않겠냐 제안했어
4 이름없음 2025/08/02 20:06:12 ID : ry3VdRyLbBb 0
진짜 너무 기쁘고 얼떨떨했는데 당시 잠깐만 얘기해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한 친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난 무조건 쟤네랑 마실 거라고 얘기했고 결국 우리는 넷이서 합석을 하게 됐어 걔는 대각선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막상 오니까 또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 목석마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간간이 리액션만 하니까 나중에는 친구가 답답했는지 다른 남자랑 잠깐 빠지면서 나랑 걔랑 단 둘만 테이블에 남아 있게 됐어
5 이름없음 2025/08/02 20:07:08 ID : ry3VdRyLbBb 0
겨우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데 솔직히 그때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가물가물해 걔는 얼추 내 얘기 듣고 드립 날리는데 리액션 크게 한다고 웃었던 건 기억 난다 그렇게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다 중간에 다른 동생이 오게 돼서 우리가 자리를 옮기며 파투가 났어
6 이름없음 2025/08/02 20:08:48 ID : ry3VdRyLbBb 0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걔 생각만 나더라 중간에 못 참고 아까 인스타 맞팔 한 거 생각나서 디엠 보냈는데 친구가 취해서 집 들어가고 있다며 다음에 보자는 답장과 함께 좌절했다,,, 담날 일어나서도 너무 생각이 나서 친구한테 말했어 나 얘한테 연락하고 싶다고 할까 말까 하니까 어차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라면 그냥 시원하게 지르라길래 용기 얻어서 오늘도 노냐고 물어봤어
7 이름없음 2025/08/02 20:10:18 ID : ry3VdRyLbBb 0
금방 끊길 줄 알았던 대화가 의외로 길어지고 얼굴 마주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수월했어 이후로 걔랑 잠들기 전까지 거의 매일 전화하다 담날 회사 가서 거의 반좀비 상태로 살았어 그래도 내 수고가 헛되지는 않았다 둘이서 만나는 날 일정까지 짰었거든
8 이름없음 2025/08/02 20:11:28 ID : ry3VdRyLbBb 0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화장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일까 싶어서 며칠 전부터 입을 옷과 스타일링을 미리 정해뒀었어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은연 중에 걔가 더 아깝다며 비교 당하기 싫었거든 대망의 만나는 날이 다가왔고 반차까지 써가며 타지로 향했어
9 이름없음 2025/08/02 20:12:38 ID : ry3VdRyLbBb 0
걔가 1시간을 늦어도 괜찮았다 지하철 플랫폼 앞에 있다길래 갔더니 와 진짜 너무 잘생겼더라 내 인생에서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생겼었어 나란히 걸어가는데 심장이 너무 떨려서 눈도 못 마주치겠더라 우리는 그렇게 술집으로 가서 잠깐 어색하게 있다가 금방 다시 얘기를 나누게 됐어
10 이름없음 2025/08/02 20:13:34 ID : ry3VdRyLbBb 0
그날도 역시나 비가 왔었는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들어가던 도중 걔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날 부르는 거야 그것도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뭐 때문에 그러냐 물어보니 아무래도 너랑 나랑 안 맞는 것 같다고 그만하자더라
11 이름없음 2025/08/02 20:31:54 ID : ry3VdRyLbBb 0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어 대체 뭐 때문이냐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그냥 그렇게 느꼈다라는 말이었어 얘가 이미 술에 많이 취해 있던 상태였던지라 그 때문인가 싶어 딱 세워두고 물어봤다 너 나랑 계속 만나고 싶어 안 만나고 싶어? 하니까 만나고 싶다더라 근데 그 얘기 왜 했냐 물었더니 미안하다길래 같이 숙소 들어가서 잠만 잤다
12 이름없음 2025/08/02 20:34:43 ID : ry3VdRyLbBb 0
그렇게 만나는 날마다 그만하자는 말을 들으며 아슬한 썸을 탔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매번 잡고 잡고 또 잡았어 그 날도 어김없이 헤어질 때가 됐었고 같이 햄버거나 먹자며 들어간 패스트푸드점에서 내가 원래 오늘 고백하려 했는데 아까 보니까 근처 꽃집도 다 닫았더라 다음 주에는 꽃 들고 와서 고백하겠다 하는데 무슨 고백을 빌드업 깔고 하나 싶기도 하곡 정식으로 연애를 하려면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어 그렇게 당일이 다가왔고 난 그날도 걔를 터미널에서 기다렸어
13 이름없음 2025/08/02 20:36:14 ID : ry3VdRyLbBb 0
1시간 반이나 기다려도 안 오길래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연락했더니 저 멀리서 꽃을 들고 걸어와서는 "이거" 하고 나한테 건네주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그거 받더니 또 풀렸어 근데 정작 고백은 안 하는 거야 이미 그만하자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던지라 또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건가 싶어서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어 그렇게 저녁을 먹으러 가던 도중 거리를 걷다가 걔한테 고백을 받았어 그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너무 행복했어
14 이름없음 2025/08/02 20:45:29 ID : ry3VdRyLbBb 0
연애하면 이제 안정권에 접어드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고작 한두 달도 안 돼서 같이 있는 도중 걔 폰으로 다른 여자한테 전화가 왔어 그날 친구 어머님 장례식장을 가야 한다고 했었는데 전화 온 애가 차가 없어서 동승하기로 했다더라 근데 예상보다 전화가 너무 길어지는 거야 둘이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슬슬 열이 받아서 여자 친구랑 같이 있는데 여사친이랑 전화 붙들고 얘기하는 건 아니지 않냐니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길래 싸워버렸어
15 이름없음 2025/08/02 20:46:25 ID : ry3VdRyLbBb 0
이후로 뭔가 영 찜찜한 기분이 계속 들었어 휴대폰을 나한테 안 보이는 각도로 들고 누군가와 연락을 한다거나 약속 자리가 잦아진다거나 등등 의심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기에 그냥 걔를 믿어 보기로 하고 나도 별말 안 했었어
16 이름없음 2025/08/02 20:48:22 ID : ry3VdRyLbBb 0
근데 내가 바보였어 걔 주사 중 하나가 나한테 전화하기였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전화가 왔고 난 잠결에 전화를 받았어 대충 기억 나는 게 집에 들어왔다는 연락이었던 것 같은데 알겠다 하고 잠이 너무 와서 먼저 끊겠지 싶어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어 어디 탁상 위에 내려두는 소리와 동시에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라
17 이름없음 2025/08/02 20:49:39 ID : ry3VdRyLbBb 0
뭔 얘기를 나누는 건지 들을 새도 없이 소리 먼저 질렀다 안 들리는지 계속 얘기하길래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어 너 방금 여자 목소리 다 들었다 지금 어디냐니까 무슨 여자 목소리냐고 자기 혼자 있다길래 당장 영상 통화를 걸라고 했어 그 여자는 어디에 숨었는지 사라져 있었고 걔는 방 안을 비추면서 방금까지 친구가 술 마시다 갔다 여자 없다라고 얼버무리더라
18 이름없음 2025/08/02 20:51:10 ID : ry3VdRyLbBb 0
진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나는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위치를 알려달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2시간이 넘는 거리를 택시 타고 20만원이나 줘가면서 곧장 튀어갔어 주차장에는 걔 차가 있었으니 여기 있을 거라 확신을 했지 장소가 모텔이었어서 카운터에 전화를 걸고 걔가 알려준 호실을 말했더니 공실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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