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2/12 12:27:59 ID : bdDvCi5QrdR 4
이야기의 특성상 약간의 거짓이 숨겨져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주작은 아니고 실화일지 아닌지 몰라. 이건 전부 사실일 수도 있어. 이 이야기에 확실한건 없어. 그냥 흥미를 끌 정도의 이야기야. 그냥 심심할 때 읽을만한 그런 의미없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야. 이야기에는 확실한 화자가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어.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시간대로 진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어. 이건 내 이야기일수도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근처 사람의 이야기일수도 스레딕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 일기처럼 마구잡이로 적어 붙인 포스트잇 메모지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해보려 해. 이야기가 끝난 후 모든 질문을 한 번에 정리할게. 그러니 듣고 있다든가 이야기에 대한 질문은 자유롭게 남겨둬. 끝에 한 번에 이야기 해줄게.
2 이름없음 2018/02/12 12:32:52 ID : bdDvCi5QrdR 0
어느 날이였어. 평소처럼 놀이터에 놀고 있었어. 내 앞에는 예쁜 친구가 있었어. 단발 머리에 곱슬인 머리, 긴 속눈썹과 나와 대조되는 하얀 피부를 가진 귀여운 여자애였어. 그네를 타는데 다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분홍색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었었어. 무릎 조금 아래까지 오는 하얀색 타이즈도 신고 그네를 탔어. 왼쪽 앞니 옆 이빨이 빠졌지만 그건 그것대로 귀여운 그런 아이가 날 봤다가 하늘을 봤다가 하며 해맑게 웃고 있었어. 그리고 아마 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아. 나는 그쪽으로 걸어갔어. 내 손은 모래가 잔뜩 붙어있었어. 손에 남은 알맹이를 힘차게 손바닥에 비벼 따가운 느낌을 즐기며 그 쪽으로 걸어갔어. 그네를 밀어달라고 했어. 밀어줬어. 세게 밀어줬어. 좋아했어. 세게 밀면 밀수록 좋아했어. 나는 그 애 다리를 보며 부러워했던 것 같다. 하늘은 맑았지만 어제 밤에는 비가 왔었어. 바닥엔 물이 조금 고여있었어. 놀이터는 질척거렸어. 질척거리는게 싫은 아이들은 놀이터에 놀러오지 않았어. 재밌었지. 그 날은 재밌었어.
3 이름없음 2018/02/12 12:38:00 ID : bdDvCi5QrdR 0
나를 볼 때 사랑에 빠진 눈을 한 남자애가 내 앞에 있어. 그건 너무 뻔한 사랑에 빠진 눈이라서 난 전혀 동요하지 않았어. 나는 누군가가 날 사랑하면 그 사랑을 지독하게 시험하고 싶었지. 그리고 이 애는 그 시험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했어. 나한테 전생이니 뭐니 하며 헛소리를 하더라. 우스웠어. 속으로 비웃었지만 나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어. 심심했으니까. 비가 내렸고 그 애는 우산을 들고 뛰어왔어.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거라고 나보고 조심하랬어. 날 집에 바래다 줬지. 난 수줍게 웃어보였어. 좋아하더라. 집에 와서 크게 웃었어. 너무 재밌어. 내 손에 놀아나는 상대들은 너무 재밌어. 개미 한 마리를 데려다가 다리 두 세개를 찢어버리고 어디로 가든 벽을 세우고 막아대는 놀이를 하는 기분이야. 물론 난 그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야. 아니, 그 정도로 나쁘지만 티내지 않았어. 왜냐하면 나비인 척 해야 온갖 것들이 내게 꼬이는 거거든. 천천히 그 애를 지켜보기로 했어. 그 애의 작은 습관과 생김새, 점의 위치, 가족들, 집, 그 모든걸 파악했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가길래 작업을 시작했어. 이 순수한 척 하는 늑대새끼를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했어. 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내일은 비가 많이 온다더라고. 늘 보던 공원으로 나오라고 했지.
4 이름없음 2018/02/12 12:40:44 ID : bdDvCi5QrdR 0
나는 술을 거하게 마셨어. 내 앞에는 내가 집착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인사했어. 나를 소개했어. 나의 존재를 대충 눈치채고 있었나봐. 실실 웃으며 이제부터 널 죽일거라고 했어. 죽여보라고 웃어보이는데 너무 섹시해.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 애가 상처투성이가 되서 내게 웃으며 더 해보라고 하는 모습을 잠깐 생각해봤어. 너무 짜릿해. 난 역시 영리하고 못된 애가 좋아. 목을 졸랐어. 역시 내 생각대로 목은 부드러웠어. 물어 뜯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야. 목을 조르니까 얼굴이 빨개졌어. 여전히 웃고 있었어. 너무 신이 나서 그만 놓칠 뻔 했어. 나는 다시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담배를 태우러 나갔어. 내가 저 애를 데려다가 죽여버린다면 나는 세상을 가진 기분일텐데.
5 이름없음 2018/02/12 12:43:34 ID : bdDvCi5QrdR 0
옥상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봤어. 눈을 감고 앞뒤로 기우뚱거리며 바람을 느꼈어. 어릴 때부터 바람을 좋아했던 것 같아. 어릴 때에도 나는 이랬던 것 같아. 나한테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면 나는 신을 재밌게 해줄 수 있었을텐데. 능력이 없다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대로 해보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마구잡이로 어지럽히는건 재미없으니까 치밀한 계획이 필요해. 그래야 나를 뒤쫓는 사람도 숨어다니는 나도 재미있거든. 있잖아 살고 있다는건 무슨 기분일까? 현재를 살아간다는건 무슨 기분일까. 나는 그 어디에도 살아갈 수 없어. 나를 비웃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도 알고있었지. 그치만 난 모두가 우스워. 뭣도 모르면서 누가 누굴 비웃는걸까 정말.
6 이름없음 2018/02/12 12:46:18 ID : bdDvCi5QrdR 0
싸움을 걸었어. 나보다 키가 훨씬 크고 아마 운동을 하기로 유명한 남자아이였던 것 같다. 시비를 걸었어. 걘 멍청해서 당연히 넘어올 줄 알았지.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어. 그것만을 기다렸어. 나는 기다렸다는듯 발로 배를 걷어찼어. 괴로워했던 것 같아. 틈없이 올라타서 쇄골을 내리쳤어. 아파했던 것 같아. 아마 주변애들이 나를 뜯어 말렸었던 것 같아.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머리를 힘껏 들어서 눈이 얕게 쌓인 바닥으로 힘껏 내리쳤어. 그리고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어. 그 날 저녁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였어. 오랜만에 흰 밥을 먹었어. 밥을 입에 오래 머금고 씹으면 단 맛이 난다. 김치는 조금 시큼했어. 난 신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7 이름없음 2018/02/12 12:49:37 ID : bdDvCi5QrdR 0
살려달라고 발버둥 쳤어. 울었어. 역겨웠어. 우는거 진짜 못생겼어. 나는 그대로 데려가 줄을 묶었어. 어릴 때 걸스카우트를 잠시 했었지. 거기서 튼튼한 매듭 묶는 법을 배웠었어. 얘는 기억 못 할 거야. 왜냐하면 내가 기억하거든. 그래서 그대로 매듭을 묶었어. 목에 감아줬어. 힘껏 밀었어. 기침을 토해대며 어떻게든 올라오려고 발버둥 치는 손을 내가 밟았어. 그리고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숨이 넘어갈 때쯤 나는 얘를 끌어 올려다가 방에 눕혔어. 문을 잠구고 조금 쉬어야겠다고 오늘은 잠 잘 거라고 부모한테 문자를 보냈어. 잘 자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애가 모아둔 수면제 몇 알도 먹였어. 좋은 꿈을 꿀 거야. 그렇지?
8 이름없음 2018/02/12 12:51:43 ID : zXAmK2IHu9t 0
이상 날개냐...
9 이름없음 2018/02/12 12:52:47 ID : bdDvCi5QrdR 0
그 애가 날 집으로 초대했어. 그 애는 침대가 넓은 방으로 날 데려갔어. 아, 너무 예뻤어. 귀여워. 사랑스럽게 생겨서 키스했어. 단발머리도 너무 예쁘게 잘 어울려. 싸구려 귀걸이조차 너무 잘 어울리는 완벽한 아이야. 그 애랑 나는 침대 밑으로 들어갔어. 먼지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그저 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비밀스러운 놀이를 하는게 재밌었어. 서로 비밀을 나누고. 나는 몸집이 커서 침대 아래쪽에 날카로운 못 끝에 몇 번이고 긁혔지만 아무래도 좋았어. 숨결이 느껴지는 짧은 거리에 나를 바라봐주는 그 애는 너무 좋아. 좋아하는 사람한테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모르니까. 시키는대로 하겠노라 마음 먹었지. 그 애의 개가 되기로 했지.
10 이름없음 2018/02/12 12:54:36 ID : bdDvCi5QrdR 0
미친 사람과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어. 내 손을 잡으며 말했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어. 그림을 그려줬어. 왠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걸까.
11 이름없음 2018/02/12 12:55:50 ID : bdDvCi5QrdR 0
약을 먹어야 해. 매일 두 개씩 먹어야 하거든. 근데 나는 꼭 두 개 중에 하나만 먹고 하나는 숨겨놨어. 어느 날 그 애가 시키는 날에 한 번에 먹기로 했거든. 아, 오늘은 있잖아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도착하는 날이야. 너무 기대돼. 그림도 그리려고 해. 자화상을 그려볼까 해.
12 이름없음 2018/02/12 12:56:53 ID : bdDvCi5QrdR 0
나를 무서워 하란말야. 무서워 하라고. 왜 안 무서워하지? 이렇게 경고를 수없이 했다면 도망쳐. 왜 옆에 있는거야. 너야말로 미친거 아니야? 난 널 원한다면 죽일 수 있어. 난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 알고있어?
13 이름없음 2018/02/12 12:58:06 ID : bdDvCi5QrdR 0
심즈하다가 이따 내키면 이어서 쓸게
14 이름없음 2018/02/12 12:59:31 ID : zXAmK2IHu9t 0
역순행적 구존가 아니면 무슨 시간의 흐름을 일부러 꼰 거? 아님 레스 바뀔 때 마다 다른 인물 얘긴건가
15 이름없음 2018/02/12 13:30:15 ID : SK7zhxSLalc 0
나도 궁금..얼핏 다 다른 것도 같고, 같은 것도 같고
16 이름없음 2018/02/12 18:37:55 ID : wIFjxXs8lvd 0
몰입해서 읽다가 심즈 얘기에 터졌다ㅋㅋㅋㅋ
17 이름없음 2018/02/12 20:35:48 ID : bdDvCi5QrdR 0
냥냥 내가 돌아왔다 근데 잠깐만 심즈 너무 재밌어서 더 하다가 올게... 미안 ㅇ.< 그리고 이따가는 폰으로 들어올듯? 다들 기다려줘서 고마오오
18 이름없음 2018/02/12 22:59:20 ID : 5SHzRyFeIE7 0
스레주..진짜 재밌고 흥미진진한데 시점 정리 한반씩민 해주면 안될까...?혹시 스포가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읽다보니까 좀 헷갈려서....
19 이름없음 2018/02/13 00:22:39 ID : HAY079io2E1 0
주인공이 다중인격이라고 보면 돼 ㅎㅎ 스포일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어려워 하는 것 같아 남길게ㅋㅋㅋ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자세한 정리는 끝까지 이야기 끌어나가고 해줄게!
20 이름없음 2018/02/13 00:24:48 ID : HAY079io2E1 0
졸업식이였어. 다들 웃고 떠들고 참 신나보이네. 나를 경멸하던 애들이 웃고 꽃같은 걸 들고 사진을 찍고... 혐오스러워. 난 이렇게 혼잔데. 나도 니들 축제에 끼고싶어. 나도 너네처럼 멍청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내키는대로 살고싶어. 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꼬인걸까. 지금 난 너네 머리를 가위로 싹둑 싹둑 잘라버리는 상상을 하고있어. 너희들은 내가 기억나긴 하니?
21 이름없음 2018/02/13 00:26:48 ID : HAY079io2E1 0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꽤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거지? 게다가 이런 비밀은 너랑 나만 알 수 있는거잖아. 그러니까 키스해줘. 사실 너를 좋아해. 나는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것들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너한테는 그러지 않을게. 웃는 거 정말 예쁘다. 네 옆에만 있고싶어. 내일도 너희 집 놀러가자. 내일도 또 하굣길에 떡꼬치 사먹고 너희 집에 가서 침대 밑에서 또 비밀을 나누자.
22 이름없음 2018/02/13 00:31:28 ID : HAY079io2E1 0
나보고 어쩌라는건데. 왜 우는건데. 있잖아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정 떨어진 사람을 사랑할 순 없는거야.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나는 네가 그냥 갑자기 싫어졌어. 질려. 넌 흥미롭지 않아. 왜냐하면 넌 너무 쉽게 날 사랑하고 나에게 모든걸 줘버렸잖아.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쉽게 믿고 좋아할 수 있어? 난 그런거 못 해. 그래서 너 이해 못 해. 재미없어. 잔인해? 난 분명 경고했어. 난 내가 이렇게 못된 사람이라고 얘기했어. 그럼에도 날 사랑한다며 정신 못 차렸잖아. 불쌍한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없어. 이게 최선이야. 정 떼고 나 욕하고 너도 그냥 다른 애 찾아봐.
23 이름없음 2018/02/13 00:36:33 ID : HAY079io2E1 0
가끔 미치도록 남을 때리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충동은 강렬하고 짧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무시할 수 없다. 내 머릿속에서 우리 가족은 몇 번이나 죽었을까. 모르겠다. 그냥 죽는다는게 무섭지도 않고 딱히 미련도 없다. 사람은 죽는게 무서우니까 사는거다. 난 죽는게 안 무서우니까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같다. 그렇게 생각한 날부터 쾌락을, 흥미를 줄만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난 짧고 굵게 모든 것을 소비했다. 운동, 음악, 영화, 독서, 랜덤채팅, 성적쾌락 등등 앵간한 건 다 해봤다. 그리고 그 끝에 온 것 같다. 폭력과 살인같은 범죄에 나는 자꾸만 두근거린다. 두근두근. 힘도 체력도 없는 주제에 두근거린다. 나는 남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너무 재밌다. 알아. 나도 내가 미친거. 근데 뭐? 내 곁에 있기도 싫고 도울 수도 없으면 그냥 가버려.
24 이름없음 2018/02/13 00:39:55 ID : HAY079io2E1 0
중2병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이며 말도 안되는 생각들을 말로 내뱉는다고 오글거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증명했다. 방에서 알콜 솜 하나와 커터칼심 하나를 꺼내들고 나갔다. 가족들을 불렀다. 이것봐 나 아프다고 했잖아. 아마 이런 대사와 함께 평소처럼 확 찢어버렸다. 나는 어줍잖게 얕게 맺히는 정도로 긋지 않아. 이렇게 지방층이 보일정도로 몇 번이고 세게 날을 세워 긁어버린다. 왜냐하면 정말 안 아프거든. 어느 날부턴가 아무리 자극을 주고 머리를 박아대도 아프지 않게 됐다. 정말 죽은 것 같아서 짜증이 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귀찮아졌다. 응급실에 왔다. 아픈 척을 더 했다. 호흡도 격했다. 다들 이제 날 무서워해줄거야. 좀 무서워 해라. 내가 이런 인간이고 니들한테 위험한걸 좀 알아달라고.
25 이름없음 2018/02/13 00:42:20 ID : HAY079io2E1 0
나는 모든 것에 생명이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오늘도 길에서 만나는 모든 풀잎을 응원하고 쓰다듬었어. 나는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야. 세상 모두에게 사랑을 주고싶다. 나는 능력과 여유가 많으면 좋겠어. 그래서 고통받는 억울한 모두를 돕고싶어. 내 존재는 그렇게 쓸모있게 되는게 아닐까. 만약 내가 내 뜻대로든 아니든 죽게 된다면 내가 죽어가는 그 짧은 순간이라도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 괴로움이나 고통을 내가 끌어안고 싶어. 사랑이 많은데 능력이 없는건 정말, 정말 고통스럽구나.
26 이름없음 2018/02/13 00:46:43 ID : HAY079io2E1 0
결국 사고를 쳤다. 정신 차렸을 때엔 방에 모든 칼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커터칼, 칼심, 식칼, 과도. 억울해. 나는 기억이 없어. 이게 뭐야. 피가 원래 피부색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흐르고 굳어있었다. 울면서 수건에 물을 적셔 세게 문질렀다. 너무 아팠다. 족히 50개는 되보이는 줄들이 있었고 나는 기억이 없고. 저주스럽다. 내 인생이 저주스럽다. 내 존재가 저주같다. 정신차려보니 내 입에서는 다른 이의 말이 나오고 있었다. 간지러워서 그랬어. 네가 팔은 괜찮다며. 있잖아 식칼은 의외로 상처내기 힘들어. 많은 힘을 단숨에 줘서 찌르면 모를까 날이 별로야. 과도도 마찬가지야. 커터칼이 제일 날카로워. 그러고보니 지금은 아침이고 나는 꿈을 꿨다. 꿈에서 팔이 간지러워 긁어댔다. 그게 이런 것인줄은 몰랐지.
27 이름없음 2018/02/13 00:48:40 ID : HAY079io2E1 0
솔직하고 덤덤하게 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니? 괜찮지 않아? 가끔은 모든게 우습잖아. 다들 자기 인생 자기 목숨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면서 남의 일에 관심도 참 많아. 그렇지? 내가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뭔 상관이야. 그게 남을 죽이는 말만 아니라면 딱히 상관없잖아?
28 이름없음 2018/02/13 00:49:50 ID : HAY079io2E1 0
자러갈랭 다들 쫀밤★☆ 쓰다보니 좀 오글거리기도 하다 윽 글쓰는거 너무 어려운것... 그리고 이게 괴담판이 맞는건가 ㅋ ㅋ ㅋ ㅋ ㅋ ㅋ ㅋ판을 잘못 찾은거같기두 하고..암툰 낼 보자!!!
29 이름없음 2018/02/13 22:34:50 ID : 5SHzRyFeIE7 0
헐..스레주..너무 재밌다...다중이라니....스레주 잘자고 내일도 재밌는 스레 부탁해!!!!
30 이름없음 2018/02/13 23:23:54 ID : HAY079io2E1 0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눈 앞에 그 귀여운 단발머리 아이가 날 겁에 질린 눈으로 보고 있었어. 아... 나는 혼란스러웠어. 왜 그러냐고 물으면 엉엉 울 뿐이였어. 울지마 제발. 울지마. 난 네가 웃는 모습이 좋아. 울지마. 숨을 헐떡이며 얼굴은 벌개진 채 덜덜 떨며 나를 보는데 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 울어버렸어. 그 뒤로 그 애는 나를 자꾸만 피했어. 다가갈 수 없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이사를 가야한다고 했어.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었지만 인사할 수 없었어. 문을 열지 않았어. 숨이 넘어가도록 크게 울며 차에 올라탔어. 내가 뭘 했다고 저렇게 날 갑자기 무서워하는거야. 억울해.
31 이름없음 2018/02/13 23:31:22 ID : HAY079io2E1 0
나 좀 도와줘. 제발... 나 좀 도와줘. 나 너무 억울해. 살려줘. 제발 나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내가 뭘 어쨌는데? 도와줘 제발... 나 왜 이런거야? 나같은 사람은 정말 없는거야? 부엌 한 가운데에 주저앉는 것도 모자라 쓰러져서는 잔뜩 웅크린 채 덜덜 떠는 내 모습은 안쓰러울까? 내 두개골을 부셔서 내 뇌를 마구 휘젓고 싶어. 존재 자체가 저주라고. 알아? 도움을 청해보라고? 해봤어. 다 해봤다고. 다 자기 일이 아니라 이거지. 그리고 그 때마다 내가 날 방해한다고!!! 알아? 캄캄한 방에서 머리를 쥐어 뜯고 손톱으로 얼굴과 목과 바닥을 마구 긁어. 이유는 몰라. 괴로워보이는데 입은 찢어져라 웃고있어. 무서워보이고 기괴해보여. 나라면 쟤랑 알고 지내고 싶지 않을 것 같네. 곧 진정될거야. 걱정하지마. 왜냐면 6시 반쯤 되면 가족들이 하나 둘 돌아오니까. 그럼 아무 일 없다는 듯 머리를 정돈하곤 누워서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겠지. 약간의 후회와 죄책감과 피곤함을 가지고 무기력한 눈으로 의미없이 이런 저런 동영상이나 보고 앉아있겠지. 정말이지 한심해.
32 이름없음 2018/02/13 23:38:44 ID : HAY079io2E1 0
죽는게 왜 무서운데? 죽으면 고통도 없어. 죽으면 아무 걱정도 불안도 없어. 어짜피 언젠가 죽을거라면 굳이 악착같이 살아갈 필요 있어? 난 죽는게 안 무서워. 죽는게 얼마나 네 코 앞에 있는건지 아니? 오늘은 햄버거 사러 나갈까 죽을까 고민하고 어제는 게임을 사려다가 돈이 부족해서 죽을까 고민하고. 살고싶은건지 죽고싶은건지 정해. 물론 생사는 네 의지가 아니라 내 배려야. 아까 본 영화 재밌더라. 나는 언젠가 꼭 사람을 데려다가 감정의 끝을 보고싶어. 자동차를 깨부시고 싶고 이유없이 칼을 들고 나가서 제일 가까운 이웃에게 귀여운 아기 강아지를 잠시 맡아달라고 품에 안겨주며 이웃의 배를 찌르고 싶어. 이웃은 좀 뚱뚱하면 좋겠어. 그래서 지방이 물컹하고 손 끝으로 느껴지면 더 좋겠어. 칼이 끝까지 박히면 좋겠어. 복도식 아파트에 평일 낮이라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비명을 지르려 하면 목을 깊숙히 긋고싶어. 그리고 확인해볼래. 목을 깊숙히 그으면 정말 피가 터지듯 나오는지. 그리곤 강아지를 다시 내 품에 안고 쓰다듬으며 집에 데려가 같이 목욕도 할거야. 오리장난감도 같이 띄울래. 아 귀찮다. 역시 그냥 손만 휘저어도 사람이 죽어버리면 좋겠다. 무서워하는 표정 보고싶어. 심심하니까.
33 이름없음 2018/02/13 23:41:24 ID : HAY079io2E1 0
크흠 달팽이같은 속도의 진행에도 재밌게 읽어주는 스레더들 너무 사랑해... 글 엄청 마구잡이라 읽기 불편하지... 미안미안 뭔가 광기어린 느낌과 긴박함을 담고 싶었어 내일은 컴퓨터로 접속해서 열심히 써볼게! 그리고 레스로 재밌다고 해주는 레더들 너무 사랑해...ㅠㅠㅠㅠㅠㅠ 흑흑 이런 똥글 조회수가 높아서 이 레주는 너무 행복하단다★
34 이름없음 2018/02/14 01:39:09 ID : wIFjxXs8lvd 0
나도 재밌게 보고 있어 스레주 허어엉... 문체도 그렇고 주인공도 매력적이다....
35 이름없음 2018/02/14 09:57:37 ID : vinO7cFfQmq 0
재밌어 스레주웈ㅋㅋㅋㅋㅋㅋ
36 이름없음 2018/02/14 15:18:40 ID : bdDvCi5QrdR 0
사실은 제일 잘난 듯 굴면서 제일 못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내가 이렇게 사람을 잘 구슬리고 잘 다루고 잘 대해봤자 내 위치가 바닥인건 변함이 없어. 아주 오랜 시간동안 머릿속에 반복되는 영상이 몇 개 있다. 그 중 가장 선명한건 파란 바다에 맨 몸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다. 그건 내가 아니지만 내 무의식이니까 아마 나겠지. 그 여자는 발버둥치기도 하고 때때로 울기도 한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상상 속이니까. 그 여자는 수면에 거의 가까울 때도 있고 저 해저에 가까울 때도 있다. 그 깊은 바닷속에서도 그녀는 빛이 나는 듯 하얀 피부를 선명히 드러낸다. 물결에 마구잡이로 하늘거리는 붉은기가 도는 주황색 머리카락, 이제는 지쳐버렸다는 듯 텅 빈 것 같은 마치 자기 생을 포기하는 듯한 허한 눈동자, 물에 잔뜩 불어 터질 것 같은 입술. 그녀를 내 머릿속에 띄워놓으면 나마저 공허한 듯한 느낌이 든다. 삶이 다 부질없고 재미없고 그렇지만 난 죽어가고 있다. 너무 우습고 한심한 모습이지만 나를 비웃으려면 나한테 돈이라도 주든가. 내 위치가 이렇게 바닥인데 내가 이렇게나 힘든데 다들 어짜피 관심도 없잖아? 누구든 인간관계의 우선순위를 매겨보라고 하면 다 자기가 제일 첫번째잖아. 난 그게 안된다고. 노력해도 안 돼. 나는 내가 너무 끔찍히 싫어. 어디로 가든 갈 수 없는 벽 뿐이다. 사실은 벽이 높게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닥에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길이 벽으로 느껴지는거야. 누가 좀 도와줘. 아니 그냥 가. 나는 갈 곳을 잃었기에, 오늘도 내 위치를 다시끔 깨달았기에 주저앉아 내 그림자를 욕하는 길밖에 없는거지.
37 이름없음 2018/02/14 15:19:51 ID : 9AlDteE5U0o 0
헉 동접이야? 도키도키...
38 이름없음 2018/02/14 15:27:03 ID : bdDvCi5QrdR 0
주민등록증을 만들라는 통지서 따위가 왔다. 보자마자 중얼거린 것 같다. 아, 이거 만들면 지문이 등록되서 범죄를 저지르기 까다로워 지겠구나. 미친 소리다. 난 범죄의 근처에도 간 적이 없어. 아니, 사실은 있을지도 모른다. 잘 만들어진 구체적인 범죄 방법이 나오는 스릴러나 공포영화나 미드를 볼 때 난 묘하게 흥분됐다. 이유는 뻔하지만 솔직히 방구석에서 누워 지내는 내가 그런 것들을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치밀하고 계획적인 성공적인 범죄들 또한 분명 빈 틈이 있기에 방송에 나오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 다섯을 데려다가 감금해놓고 묻고싶다. 지금부터 내가 당신들을 죽일건데 어떻게 죽고싶냐고 물어보고 싶다. 어짜피 죽는걸 받아들이면 그 다음은 조금 특별하게 죽고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만으로도 날 체포하면 좋겠다. 이런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으면 누가 날 진짜 위험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나는 이제 경제적 자유가 생겼다. 돈을 벌겠지. 돈이 생기면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상상을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은 의지나 열정 따위가 아니다. 돈이 있어야 한다. 다음 정신과 치료 때 교수님께 얘기해야겠다. 날 정말 미친 사람으로 받아들여서 어서 날 묶고 가두라고 해야한다. 약간의 연기도 필요하다.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교수님의 책상을 어지럽히거나 목을 조르는게 교수님을 죽이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물론 성공할지는 모른다. 내가 연기를 하다가 흥분되어 이성을 놓는 그 순간 죽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럼 정말 씻을 수 없는 일을 벌이는 것이다. 치밀한 계획과 시뮬레이션을 해야한다. 교수님과의 다음 예약은 일주일쯤 남았다. 대학교 오티는... 일주일 조금 더 남았다. 준비하자.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내 방식대로 도움을 청해보자. 성공하면 나는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실패하면 나는 정말 세상에 홀로 서야한다.
39 이름없음 2018/02/14 15:31:17 ID : bdDvCi5QrdR 0
엄마한테 물었어. 식물도 살아있는거지? 엄마는 내게 그렇다고 했어. 그래서 난 몰래 밤에 줄넘기를 넘으러 나가면서 우리 아파트의 모든 식물들에게 자장가도 불러주고 나무도 껴안았어. 내가 자는 동안 식물들은 깨어나서 열심히 자기를 다듬고 다람쥐나 작은 풀벌레들과 인사도 나눌거야. 그 때 내 자장가가 생각나면 좋겠다.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에 사랑을 주고싶어! 나는 모두를 사랑해. 모든게 소중하지? 길을 걸을 때 밟는 보도블럭의 자그락 거리는 소리나 저 멀리 놀이터에서 들리는 친구들 목소리나 지금 부는 바람이나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난 내 눈이 카메라면 좋겠어. 내 인생을 전부 필름으로 담고싶어. 그래서 슬픈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것 봐요! 우리 나가서 바람도 맞고 비도 눈도 맞아봐요. 풀잎도 쓰다듬어 주고 나무도 끌어안고 같이 걸어요! 하지만 안 돼. 나처럼 사는 사람은 없어. 난 조금 특별한거야. 아니 좀 많이 특별해.
40 이름없음 2018/02/14 15:39:05 ID : bdDvCi5QrdR 0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장 잔인한 짓을 한 것 같다. 하루아침에 모든걸 잃은 사람의 기분이 이런거구나. 영화나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흔하게 나오는 갑자기 범죄나 판타지나 자연재해로 인해 집이나 가족따위를 잃는 그런 소재. 나한테 그 사람은 세상이였어. 미래도 없이 그냥 흐르는대로 떠다니다가 부딪히고 다치고 피 흘리고 그렇지만 아픔조차 못 느끼고 추위도 더위도 어느샌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나한테 감각을 돌려주고 시간을 알려주고 날 기다려주고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정신차리니 다 무너졌더라고. 세상이 날 버렸어. 아니 내가 세상을 죽여버렸어. 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만 같아서 적당히 겁을 주고 도망치려 했어. 아니, 도망치게 하려고 했어. 근데 너무 포근하고 행복하잖아. 욕심이 났어. 욕심. 그래서 미루다가 결국 이 사단이 났네. 억울하지. 근데 내가 한 거고 내가 한 게 아니고 복잡하네. 내 인생의 방향이 하루아침에 달라졌어. 자, 이제 어쩌지? 강하게 굴어야 해. 가장 감정적인 순간에 가장 이성적이여야 해. 매일 매일 매 순간 잊지 마. 가장 감정적인 순간에 가장 이성적이여야 해. 난 상처입어도 안 죽어. 상처 안 아파. 그러니까 아프더라도 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따라가야해. 상처는 생기겠지. 흉터도 생기고 피도 흘리고... 그렇지만 뭐, 죽진 않으니까. 응.
41 이름없음 2018/02/14 15:40:07 ID : bdDvCi5QrdR 0
레더들 사랑해 흑ㅎ긓ㄱ흑ㄱ... 이런 똥글을 재밌게 봐주다니... 감덩이야... 오늘 가능하면 다 풀어버리고 싶었는데 엄마한테 방금 전화왔어 같이 시장가자구ㅠㅠㅠㅠㅠㅠㅠㅠ 이따 저녁에 가능하면 더 쓰러 올게!!!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어!!!
42 이름없음 2018/02/14 15:42:28 ID : bdDvCi5QrdR 0
참고로 이 이야기는 결말 겸 맺는 레스 때 한 번에 화악 와닿는 그런 느낌을 주고자 하고있어..! 다들 지금은 혼란스럽겠지만 마지막을 기다려줘!! 난 원래 맛있는건 마지막에 먹는 타입이라 ㅎㅎ
43 이름없음 2018/02/15 00:39:01 ID : HAY079io2E1 0
졸피뎀 알아? 나 그거 샀어. 비싼 값 주고. 이거 불법인데... 왜 샀냐고? 그냥 가지고 싶어서. 가지고있는 양이 딱 하루동안 기절해버릴 양이야. 내가 먹게될지는 모르겠다. 자꾸 심장이 두근거리잖아.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한 욕구가 다들 있잖아? 응? 나만 이런거야? 아닐텐데... 난 좀 스케일이 크고 대담한거지 너희들도 분명 있을텐데.
44 이름없음 2018/02/15 00:41:49 ID : HAY079io2E1 0
내가 궁금하지? 내가 막 궁금하지? 내가 네 머릿속에 있는 답을 얼른 입으로 뱉어주면 좋겠지? 난 지금 너무 재밌어. 무슨 생각으로 시작한건지 궁금하지도 않아. 얼른 잠이나 자렴. 오늘은 아니야. 네가 매일 끌어안고 자는 저 토끼인형을 안고 잠이나 자렴. 오늘은 네 꿈에 놀러가도 괜찮지?
45 이름없음 2018/02/15 00:43:40 ID : HAY079io2E1 0
눈 앞의 종이는 갈기갈기 찢겨있고 나는 울었던 것 같고 내 손톱은 다 부러졌어. 내 굵고 주름진 목을 따라 피가 흘러. 무슨 일일까. 내 일기장은 왜 이렇게 된걸까. 갈비뼈가 아파. 엄마도 아직 안 오셨어. 무서워요.
46 이름없음 2018/02/15 00:52:54 ID : HAY079io2E1 0
벽이 날카롭고 녹이 슬어있는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미로를 걷는 기분이다. 움직이면 살이 찢기고 아픈 그런. 남들은 시간이 흐르면 영화 필름이나 그림이나 사진따위로 추억하고 슬 웃어넘기던데. 나는 내 모든 지나간 시간과 매 순간이 전부 날 옥죄어온다. 사람과 헤어지면 그 사람을 잊어야만 하기에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만큼의 세상을 외면해야한다. 그렇게 멍청해지기 시작하는거다. 영화며 같이 들었던 노래며 자주 가던 장소나 그 사람의 말투나 필기따위마저도 떼어내야한다. 물론 쉽지 않기에 몇 번이고 내리치고 찢어가며 떼어낸다. 나는 아직 어린데 벌써 내 세상은 지평선이 사라졌다. 나는 벌써 캄캄한 우주가 보이고 있고 조만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지겠지. 두려워야하는데 두렵지 않다. 이게 가장 큰 문제야. 사람은 뭐든 두렵기에 움직이고 도전하고 상처받고 다짐하는건데 나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 약점이 없어졌거든. 내가 제일 사랑하던 사람이 없어졌거든. 그러니까 이제 난 정말 의미없는 삶을 살고있다고. 지금이라면 너 마저도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네게 나를 맡겨서 제대로 머리를 부딪히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들지도 모르겠다.
47 이름없음 2018/02/22 23:55:44 ID : HAY079io2E1 0
음 미안해 너무 오랜만이라 이거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고심 끝에 결정해서 이야기 하려고 왔어...!
48 이름없음 2018/02/23 00:01:48 ID : HAY079io2E1 0
마무리짓기 어느 날 눈을 떴는데 나는 전혀 모르는 동네였어. 무릎은 거하게 넘어진 듯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나는 쓰라린 아픔에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 기억도 없이 처음 생긴 상처였어. 그 뒤로 내 일기장이 찢어져있거나 물건이 사라지는 일들이 번번히 일어났지만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 왜냐하면 난 그냥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냥 내가 멍을 때리면서 자주 까먹고 뭐 그런 칠칠맞은 사람이구나 하고 말았지. 근데 아니였어. 눈을 떴을 때 옥상에 발을 밖으로 걸치고 앉아있었어. 밤이였고 너무 놀라서 떨어질 뻔 했어. 우리 집 옥상은 잠겨있는데 어떻게 들어온걸까 하고 봤는데 문고리가 부셔져 있었어. 소화기로 내리친 것 같았어. 미드도 아니고 내가 그럴 힘도 이유도 없잖아? 그 때에서야 조금씩 눈치 챈 것 같아. 나는 많은 정신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살아있는 정신병 집합체라고.
49 이름없음 2018/02/23 00:06:45 ID : HAY079io2E1 0
지금까지 알아낸건 정신분열,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해리성 인격장애 정도야. 병명을 붙일수록 병이 또렷해지는 것 같아서 붙이기 싫었는데 그런 것 같아. 다른건 살만하거든. 그냥 조용히 살만한데 근데 다중인격이 문제였어.
50 이름없음 2018/02/23 00:10:56 ID : 584JU7wMoY2 0
결말 기다리고 있었어
51 이름없음 2018/02/23 00:12:07 ID : HAY079io2E1 0
내 인격을 정확히 분류해본적은 없어. 위의 모든 이야기는 전부 내 이야기야. 허구가 10% 나머진 전부 다 내 이야기야. 뭔가 더 많이 풀고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모르겠네. 피곤하고 아프고 무기력하고. 내 인생이 그냥 좀 기괴하고 무섭고 신기하니까 제목도 흥미를 끌 정도 라고만 해놨어. 사실 마무리라고 할 것도 없구나. 뭔가 엄청나게 자세히 계획을 세워놨었는데 기억이 안 나. 요즘 꿈이랑 현실도 구분 못 하고 그래. 그래서 미안하지만 혹시 이 스레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나에 대해 알고싶거나 이 부분은 뭔지 물어봐주면 자세히 썰도 풀어줄게... 없으면 유감ㅎ
52 이름없음 2018/02/23 00:14:09 ID : HAY079io2E1 0
사실은 대학교 입학하게 됐거든. 그래서 한 학기만 다니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고 했어. 난 지금도 졸피뎀과 사는 지역에서 멀리 나가 흔적 없이 숙소를 잡고 죽을 만큼의 돈도 준비해놨어. 그런데 다중인격이 본격적으로 증상을 나타내면서 모든게 무너져버렸어. 인격들 간에 의견도 조율이 안 되고 더 이상 내가 메인 인격이 아니게 되어서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번번히 틀어지고 있어. 지금은 정말 살아서 가시밭을 기어가는 기분이야.
53 이름없음 2018/02/23 00:16:15 ID : HAY079io2E1 0
또 인격 중에는 사이코패스도 있는 것 같아. 아니 사이코패스라기보단 쾌락주의라고 해야할까. 잘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남을 패거나 죽이려 들 뻔 한 적도 몇 번 있었어.
54 이름없음 2018/02/23 00:18:11 ID : HAY079io2E1 0
인격이 너무나 많아서 정리도 되지 않아. 다만 뭐랄까 나는 '흰 시간' 이라고 부르는 때가 있어. 그 시간에는 멍하면서 말로 그들의 목소리가 나와. 서로 싸울 수도 있고 미친듯이 웃어대기도 하고. 그리고 인격에 따라서 헛것을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고 그래.
55 이름없음 2018/02/23 00:19:01 ID : HAY079io2E1 0
이제 그냥 덤덤히 소설체로 이런 저런 것들을 끄적일게 질문은 혹시 생기면 막 던져줘.
56 이름없음 2018/02/23 00:27:07 ID : HAY079io2E1 0
눈을 감으면 많은 영상들이 스쳐지나가. 하고싶은 바람이겠지 아마도. 어쩌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거나 기억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들. 영화같이 살지만 나는 영화 속 인물이 아니기에 엔딩이 없다. 현재진형으로 매일 매일을 뿌옇게 흐려가며 걷는다. 물 속에 끝없이 끌려 내려가며, 이제는 추억할 수 없는 사람이 주었던 인형들을 끌어안아 벌벌 떨며, 새벽에 잠들지 않고 일어나 희미한 숨소리를 꺼버릴지 자러갈지 망설이는 손을 보며. 끝이라는건 없다. 살아있는 동안에 끝은 없다. 나는 그토록 많은 시간을, 많은 순간을 도망쳤지만 결국은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내 텅 빈 눈에 무엇이 담길 수는 있는지 그런 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박탈된 기분. 답이 없는 복수극에 휘말린 기분. 가끔은 생각한다. 머리카락이 길고 길어서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것을. 그 머리카락을 잘근 잘근 씹으며 바스락 거리며 만지작 거리며 빨간 원피스를 입고 서서히 사라지는 내 모습을. 그건 아무래도 좋아. 내게는 시간이 공평한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살고 있는걸까. 나를 누군가가 당신들이라고 칭하였을 때. 그 모든 나의 모습을 명명한 그 날에 나는 기뻤을까, 아차 싶었을까.
57 이름없음 2018/02/23 00:30:33 ID : HAY079io2E1 0
마지막 이라는건 없어. 뭘 기대하고 있어? 이건 현실이야. 너만 책장을 닫으면 네게는 끝이겠지만 이건 현실이야. 나는 계속 살아간단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당신 옆에, 당신이 자주 가는 편의점에, 당신 학교나 직장에 존재할 수도 있지. 어쩌면 어제 당신에게 담뱃불을 빌렸을 수도 있어. 있잖아. 사는게 그렇게 힘든가? 곰곰히 생각해봐. 네가 너에게 가장 최우선인지 곰곰히 생각해봐. 그리고 누군가 당신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경고한다면 조금 귀 담아 듣길 바라.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경계하길 바라며 소개해주지 않아. 그건 실패한거야. 뭐든간에.
58 이름없음 2018/02/23 00:37:21 ID : HAY079io2E1 0
모든 비극은 희극에서 시작된다. 희극의 아름다움에 취했을 때, 희극이 빛을 내는 그 순간 곧 그림자가 생기는 것. 비극은 희극의 아름다운 테두리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도 단순하고 사람은 그보다 더 어리석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갈 수 없는 길이 내어지고 그 곳으로 향하고 있는 발걸음을 눈치채기도 전에 이미 넘어서는 안되는 것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죽음이 생명을 가치롭게 하기도 한다. 형상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59 이름없음 2018/02/23 00:40:05 ID : HAY079io2E1 0
고민상담 스레에 그림에 대해 올린 적이 있어. 여기도 올려줄게 괴담판급으로 기괴한 그림이긴 하니까. 자화상이야. 인격의 자화상.
고민상담 스레에 그림에 대해 올린 적이 있어. 여기도 올려줄게 괴담판급으로 기괴한 그림이긴 하니까. 자화상이야. 인격의 자화상.
60 이름없음 2018/02/23 00:40:38 ID : HAY079io2E1 0
다른 인격이 그린 것이고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
61 이름없음 2020/08/16 21:29:44 ID : oZhbBhulfQq 0
ㄱㅐㅇ신
레스 작성
괴담 실시간
60레스귀신이랑 말 하면 안되는 이유 689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7 4
10레스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기묘한? 일이 있었어 212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7 0
14레스90년대 엄석대를 기억하고있나 641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7 0
8레스근데 얘들아 스레딕 시간 오래되면 사라져? 493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61레스» 흥미를 끌 정도의 이야기 1175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4
119레스내가 여고 기숙사에서 사는동안 3415 Hit
괴담 ◆A2MpcIHDBte 20.08.16 16
4레스고양이는 귀신하고 관련이 많아? 309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2레스꿈이 너무 진짜 같았던적 있어? 112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20레스꿈을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 156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15레스살면서 겪었던 일인데 하나씩 적어볼께 119 Hit
괴담 뉴하 20.08.16 0
510레스김영희 14083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50
9레스벽 안에서 216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27레스내 바로 옆옆집에 살인자가 살았어 1005 Hit
괴담 ◆q1BhtclbhhA 20.08.16 3
17레스형들 오컬트판 사라졌어???? 822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2레스얘들아 그 스레딕 있지않았냐???? 392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14레스악신소환에 대한 책인데 어린이도서라서 특이하다. 1029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2
25레스내 방 시계 초침 소리가 갑자기 달라졌어 275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220레스얼마전 산속에서 무서운 경험을 했는데 들어볼래? 4227 Hit
괴담 임정woo 20.08.16 14
5레스나는 기가 센편인걸까? 244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
23레스길진 않은데 귀신같은거 본썰 ! 81 Hit
괴담 이름없음 20.08.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