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해안가에서 바람쐬다가 구멍가게에 들어갔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거든 과자 하나 고르고 계산대에 올려놨는데 그분이 보고계시던 책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다룬 책이었어 나도 공대니까 수학에 관심이 많아서 할아버지한테 수학 좋아하시냐고 물어봤었지 전직 수학선생님이셨대 10여년전에 퇴임하시고 그때부터 가게운영하셨다고 했더라고 그래서 대학미적분 문제 하나 풀어주실수 있냐고 농담했는데 진짜 풀어주신거야 아마 극방정식 문제였을걸 그래서 수학얘기하다가 어떻게 수학선생님이 되셨냐고 물었는데 할아버지댁이 옛날에 가정형편이 좀 어려우셨대 근데 공부를 잘하셨고 특히 수학을 좋아하셨거든 근데 등록금이 감당이 안되서 옛날 사범대는 등록금이 없는대신 교사로 몇년동안 의무근무를 해야했었거든 그래서 수학교육과를 가셨던거지 그리고 수학을 좋아하시게된 계기가 국민학교때 첫사랑이 수학을 잘해서 할아버지가 수학공부하는걸 도와주셨대 할아버지가 그전까진 공부에 딱히 흥미가 없으셔서 놀러다니기만 했는데 같은동네에 살던 첫사랑이랑 친해지면서 수학공부를 도와주고 수학얘기도 했었거든 그래서 점점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다가 졸업할때 고백하려고했는데 몇달전에 그만 사고로 죽어버린거야 할아버지가 무지막지하게 슬퍼했던건 당연했지 밥도못먹고 울기만하다가 간신히 마음 추스르고 첫사랑과의 연결고리가된 수학에 꽂혀서 열심히 공부하시게 된거래 그렇게 얘기하고 할아버지가 과자 몇봉지 싸주시고 돌아왔지 뭔가 가슴이 먹먹하더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지만 그게 한사람의 일생에 제일 큰 영향을 끼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