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9/23 09:31:59 ID : U2IGr9g7xXx 0
내가 게이라고 인정하게 된 건 중2때부터였어.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팬픽 읽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았고, 자연스레 여자보다는 남자한테 시선이 갔던 거 같아. 그리고 지금까지 좋아한 사람은 2명..? 여튼 지금까지의 내 인생 이야기를 쓰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싶어서 스레딕에 처음으로 글 써본다..!
2 이름없음 2018/09/23 09:50:46 ID : U2IGr9g7xXx 0
인정은 중2때 했지만 그 전부터 BL은 아무렇지도 않게 접하고 있었고, 나름 찾아보기까지 했어서 전혀 거부감이 없는 상태였어. 그러던 중에 내 게이 인생 첫사랑을 만났지. 마주친 건 중1때고, 서로 통성명하고 친분을 쌓은건 중2때야. 걔를 깨비라고 할게. 그냥 보면 도깨비 캐릭터 생각나.
3 이름없음 2018/09/23 09:53:47 ID : U2IGr9g7xXx 0
중1때는 내가 1반이었고 걔는 2반이었어. 근데 2반에는 초등학교 때 진짜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가 있어서 복도에서 만나서 자주 이야기했는데 가끔씩 내 친구한테 장난치는 걔 모습을 보거나, 교실 안으로 언뜻 보이는 걔 모습을 보고 약간 호기심(?)을 느꼈던 거 같아. 어떤 애일지 궁금해졌고. 근데 걔가 2반 반장이라는 거야.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게 됐지. 뭐 '몇 반 반장 이름은 뭔데?' 이런 식으로 친구들하고 대화하면서 ㅋㅋㅋ
4 이름없음 2018/09/23 09:58:06 ID : U2IGr9g7xXx 0
1학년이 지나가고, 2학년 반 편성 종이가 붙어서 그걸 봤는데 걔가 나랑 같은 반인 거야. 그래서 엄마랑 통화하고 있었는데 너무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거친 언어를 사용했던 기억이 나. 그래서 나는 2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어. 근데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난 걔한테 말을 못 걸었어. 내가 약간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면 말도 곧잘 걸고 금방 친해지는데 분위기 자체가 어색하면 말도 못 걸거든.
5 이름없음 2018/09/23 10:02:02 ID : U2IGr9g7xXx 0
걔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한 건 학기 시작하고 나서 첫 도덕 수업시간이었어.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1학년 때 도덕 선생님께서 나를 도덕부장으로 세우고 잡다한 일을 맡기셨었는데 내가 만족스럽게 해냈는지 선생님께서 '올해도 (내 이름)가 하자~' 이러셨어. 근데 그 순간 걔가 '(내 이름)가 누군데?'라고 말했고, 그게 아마 걔가 나를 알게 된 순간이었을 거야.
6 이름없음 2018/09/23 10:10:51 ID : U2IGr9g7xXx 0
음.. 그리고 나서 걔는 나하고 약간 친해졌지. 나한테 장난도 많이 걸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면서 호감이 연애감정으로 온전히 자리 잡았어. 걔랑 있었던 일을 떠올려볼게. 지금 시골 가야하니까 나중에 이어서..! 그리고 이 스레는 내 풋풋한, 씁쓸한 나의 짝사랑 이야기일 뿐이고 결코 대단한 것은 없다는 거. 내가 나에게 쓰는 추억을 회상하기 위한 독백이기도 하다는 거..!
7 이름없음 2018/09/23 13:02:47 ID : zWo7vA1zTQp 0
ㅋㅋㅋㅋㅋㅋ 컴퓨터 파일 정리하다가 발견했는데 내 생일 때마다 깨비가 써준 탐라 다 스샷해서 보관하고 있었네.. 새록새록
8 이름없음 2018/09/23 16:37:34 ID : zWo7vA1zTQp 0
깨비랑 있었던 일은 또 뭐가 있을까.. 깨비가 나한테 장난치는 빈도도 높아지고 그러면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날 보고 자주 귀엽다고 해줄 때는 기분이 좋았어. 근데 그건 단순히 친구 사이에 하는 말이었을거야. 왜냐면 걔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꽤 있었거든. 내가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깨비가 너 좋아하는거 아니야?' 이랬는데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럴 일이 없다고 단념했어.
9 이름없음 2018/09/23 16:44:42 ID : zWo7vA1zTQp 0
그래도 걔가 날 좋아할리 없다고 단념해봤자, 그 애로부터 얻는 설렘은 무시할 수가 없었지. 어느 날은 내가 몸이 약간 안 좋아서 예민해져있을 때에 잠깐 바깥공기를 맞으러 교실 문으로 다가갈 때 깨비가 문을 가로막고 장난을 쳤지. 내가 순간 예민하게 '자꾸 나한테 왜 그래!' 이랬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이뻐서 그래 이뻐서'라면서 날 달래주며 사과하던 네 모습에 아픈 것도 잊고 기분 좋아졌었어.
10 이름없음 2018/09/23 16:48:43 ID : zWo7vA1zTQp 0
어느 날은 날을 잡고 시내에서 같이 놀았었지. 같이 놀기로 한 친구 한 명이 아직 오지 않아서 기다리는데 여자애들이 지나다니면서 너를 흘끔흘끔 쳐다보는게 보였어.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냐는 내 질문에 그런거 별로 신경 안쓴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핸드폰 게임을 하는 널 물끄러미 바라봤던 내 모습이 기억나네.
11 이름없음 2018/09/23 16:52:28 ID : zWo7vA1zTQp 0
깨비랑 지냈던 시간이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왔지만서도 나는 슬펐지. 깨비가 여자친구가 생기면 본심은 그렇지 않으면서 축하한다고, 오래가라고 덕담을 건네는 내 상황이 슬펐어. 50일도 축하해줬고, 100일도 축하해줬지. 친구들이 걔네가 잘 어울린다고 말할 때는 나도 그렇다고 동조했어. 진짜 그랬거든. 내가 깨비의 옆에 있는 것보단 그 여자애가 옆에 있는게 더 잘 어울렸어.
12 이름없음 2018/09/23 16:54:59 ID : zWo7vA1zTQp 0
그리고 어느 날. 깨비랑 페메로 엄청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날이 있었어. 내가 깨비에게 '나 남자 좋아해'라고 커밍아웃한 날. 그리고 깨비는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고, 그 애가 어른이 될때까지 남편이 없다면 자기가 결혼할거라고 말한 날.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아니잖아? 그럼 상관없어.'라고 한 날. 나는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몇 번이고 너와의 대화를 반복해서 읽었어.
13 이름없음 2018/09/23 16:57:53 ID : zWo7vA1zTQp 0
아마 깨비는 내가 다른 남자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겠지. 왜냐면 예전에 애들끼리 야외수영장으로 놀러갔을 때 내가 다른 애 얼굴에 썬스틱을 발라주면서 갑자기 웃음이 터졌던 적이 있는데, 그때 깨비 표정을 봤거든. 그건 상황이 웃겨서 갑자기 웃은거고, 사실 깨비 얼굴에 발라줄 때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숨도 못쉬었는데. 그리고 그 수영장 놀러간거, 깨비가 있어서 간거였어.
14 이름없음 2018/09/23 17:00:28 ID : zWo7vA1zTQp 0
깨비에게 좋아한단 말도 못해보고 중학교를 졸업했어. 고등학교는 꽤나 떨어진 곳으로 진학해서 이제는 만날 일도 얼마 없어졌지. 근데 깨비가 1학년 때 몇번 우리 학교로 놀러왔었어. 어느 날은 자기 생일날 놀러왔는데 내가 마블을 좋아하는 깨비한테 마블카드지갑을 선물해주니까 뛸듯이 기뻐하고, 타임라인에 동네방네 자랑하며 고맙다고 해주던 걔 모습에 나도 기뻤어.
15 이름없음 2018/09/23 17:01:49 ID : zWo7vA1zTQp 0
그 뒤로도 약간 지속적으로 연락은 했지만, 만남은 없었지. 고등학교가 같은 곳이 아닌데도 나는 1학년이 끝날 때까지 걔를 좋아했고, 내가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안 내 첫 커밍아웃 친구는 놀라워하면서 나를 위로해줬지. 깨비는 그때 그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다던 여자애와 연애를 시작했거든.
16 이름없음 2018/09/23 17:07:15 ID : zWo7vA1zTQp 0
난 깨비를 점차 잊었어. 그리고 고2때는 SNS에서 동성애자들을 향해 더러운 말을 퍼붓는 사람들과 싸웠어. 대통령 후보 토론 때 동성애 이야기가 나왔었잖아. 그때 한창 기사로 난리가 났었거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싸우니까 친구들이 꽤 알게 됐어. 내가 동성애자를 옹호한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왕따를 당하지도 않고, 나를 향해 수군거리는 애들도 없었어. 그래서 나는 더 당당하게 내 소신을 밝혔지.
17 이름없음 2018/09/23 17:20:09 ID : zWo7vA1zTQp 0
더 나아가서는 국어시간에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발표할 사람을 지원받았을 때 나는 당당하게 동성애를 주제로 발표했고, 반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어. 다들 나한테 와서 너무 멋있었다고 말해줬고 나는 더 자신감을 얻어서 소신있게 동성애자를 옹호하곤 했어. 나 자신이기도 하니까.
18 이름없음 2018/09/23 17:23:28 ID : zWo7vA1zTQp 0
그렇게 지내던 와중에, 졸업 사진을 찍으러 어떤 곳(말해주면 곤란하니까..)에 갔는데 깨비네 학교도 우리 학교랑 같은 날에 그곳에 왔어. 나는 설마 이 넓은 곳에서 마주치겠어, 했는데 이게 무슨 우연인지. 내가 너무 더워서 편의점에서 얼음컵에 아이스티를 따르고 있는데 누가 유리창을 두드리길래 봤더니 깨비가 있는거야 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인사했지. 걔는 여전히 나를 예전처럼 애칭으로 부르면서 나에게 다가왔어. 나는 그 순간 주머니에 있던, 학교에서 간식으로 나눠준 콜라를 깨비한테 쥐어줬어.
19 이름없음 2018/09/23 17:24:49 ID : zWo7vA1zTQp 0
그리고 작별인사하고 헤어졌고, 그 뒤로는 고3이니까 바빠서 서로 연락 못하고 살고 있지. 오랜만에 봐도 여전히 잘생겼고.. 키는 더 큰거 같고. 운동 열심히 했는지 체격도 듬직해졌더라. 과거의 내 첫사랑이 떠올라 약간 가슴이 아릿했어.
20 이름없음 2018/09/23 17:26:18 ID : zWo7vA1zTQp 0
깨비와의 만남 이후로 나는 내 학교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어. 그러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 -약간 급전개 미안- 나는 우리 학교 방송부장인데 얘는 방송부원이야. 음.. 얘는 복실이라고 부를게. 머리카락 쓰다듬으면 복실복실해서 ㅎ
21 이름없음 2018/09/23 17:28:33 ID : zWo7vA1zTQp 0
얘는 ㅋㅋㅋㅋㅋ 웃긴게 내가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는 친구 전남친이야. 뭐 그때도 잘생겼네, 대형견미 나네, 내 취향이네. 이랬지만 좋아하진 않았거든. 거기다 친구 남친으로만 알았지 개인적으로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었어.
22 이름없음 2018/09/23 17:31:38 ID : zWo7vA1zTQp 0
근데 어떻게 알게 됐냐면 위에서 말했다시피 방송부원이야. 원래는 방송부가 아니었어. 1학년 때 우리 학년 부원 7명 중에 4명이 짤리고 내가 차장으로 임명받은 뒤에 부원 충당을 했는데 그때 얘가 지원을 했었어. 다들 복실이가 괜찮다는 의견이어서 뽑았지. 그래서 1학년 2학기 때부터 같이 방송부원으로서 활동했어. 나는 그 당시 아직 깨비를 좋아하고 있던 때기도 하고 내 친구랑 복실이랑 사귀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냥 친구 그 이상 그 이하의 감정도 느끼지 않았지.
23 이름없음 2018/09/23 17:34:44 ID : zWo7vA1zTQp 0
근데 내가 깨비에 대한 마음을 포기했고, 내 친구랑도 안 좋게 헤어졌어. (복실이가 나쁜놈이었어. 지도 인정하고 있어.) 그래도 딱히 별 감정 없었는데 고3 올라와서, 그것도 여름방학 이후로! 지금!! 얘가 좋아졌어. 내 이상형은 나보다 키 크고 대형견미 넘치는 애인데 얘가 딱 그러거든. 그래서 좋아하고 있어. 내가 허리 안으면서 폭 안기면 자기도 두팔 벌려 안아주는 것도 좋고.. 내가 머리 쓰다듬어주면 가만히 몸 맡기는 것도 좋아.
24 이름없음 2018/09/23 17:36:34 ID : zWo7vA1zTQp 0
다만 얘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 그냥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애라서 애매해. 살면서 자기가 먼저 고백해본게 딱 한번 뿐인데 그게 내 첫 커밍아웃 친구랬어. 그리고 내가 페북에서 동성애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한테 위로의 댓글 남겨주는거 옆에 붙어서 다 봤는데도 아무말도 없었고 그 뒤로 나 피하지도 않고 평소 같아서 딱히 거부감도 없는 거 같아.
25 이름없음 2018/09/23 17:38:24 ID : zWo7vA1zTQp 0
근데 문제는 얘를 좋아하는 1학년 여자애가 있대. 나는 잘 모르는 앤데 얼굴도 이쁘다고 하구 먼저 복실이 인스타 게시글 다 좋아요 눌러서 연락했대. 그래서 둘이 썸인지 사귀는건지 애들 추측이 난무했는데 기숙사 앞에서 손잡고 있었다고 친구가 말해준 것도 있고 복실이 인스타 보니까 그 여자애랑 있는 거 같더라. 나는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아, 그렇구나.'하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했어. 이렇게 또 아픈 짝사랑 진행 중..!
26 이름없음 2018/09/23 17:39:54 ID : zWo7vA1zTQp 0
휴 당장 생각나서 적는건 이것들 뿐이네. 혹시라도 여기까지 다 읽은 사람 있니..? 많이 횡설수설하고 딱히 재미도 없는데 거창한 제목 써놔서 미안해 ㅎ... 궁금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질문해줘!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대답할게. 또 일화 생각나면 쓰러올게~
27 이름없음 2018/09/23 19:42:10 ID : eLhvAY2rcE8 0
만약 복실이가 동성애에 대해 괜찮게 생각하고 그 여자애랑 안사귀고 있다면 고백할생각있어??
28 이름없음 2018/09/23 21:24:52 ID : kpU1DzcE7ap 0
음.. 그럴 거 같아. 약간 상황을 보고..? 근데 문제는 걔가 전문학교 합격을 했고 내가 가고 싶은 대학(준비하고 있는 대학)이 거기랑 도보로 10분 거리래 ㅎ... 만약 내가 그 대학 합격하면 거절당했을 경우에 졸업을 해도 약간 가슴 아플 거 같아
29 이름없음 2018/09/25 04:25:24 ID : U2IGr9g7xXx 0
갑자기 또 일화가 하나 생각나서 적으러 왔어. 작년에 어떤 공모전에서 1등을 해서 팀원들이랑 고깃집을 갔는데 깨비가 자기 친구들이랑 고기 먹고 있더라. 우연히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했어. 그리고 서로 일행이랑 맛있게 고기 먹다가 깨비네 일행이 먼저 나가는데 나한테 웃으면서 손 흔들어주고, 많이 먹고 가라고 인사해 줄 때, 열렬히 그 애를 좋아했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가슴 한켠이 텅 비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어.
30 이름없음 2018/09/29 02:16:37 ID : U2IGr9g7xXx 0
복실이 여자친구 생긴 거 맞네.. 후배랑 알콩달콩 연애 중이야. 쉬는시간마다 올라가서 여친 만나고 오더라. 씁쓸하지만 안될 걸 알고 있었으므로 이제 접을 때가 온 것 같다. 뭐 어차피 대학 가면 멀어질 사이가 될 거기도 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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