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10/26 23:24:56 ID : hwLfbu5WoZf 1
옛날부터 친하게 지냈던... 유치원 때나 더 어릴 때 말이야. 나는 말 제대로 하기 전부터 친했던 친구 두 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연락 끊겨서 어디서 뭐 하는지도 몰라. 죽을 때까지 친구라고, 작은 손으로 열심히 계약서도 쓰고 사인도 하고... 그 당시 유행하던 타임 캡슐도 자주 가던 놀이터에 묻어놨었어. 서로 이름이랑 꿈을 적어놨었어! 얼마 전에 찾으러 갔었는데 10년 전의 일이라 이미 파헤쳐지고 없더라. 되게 씁쓸했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원래 굉장히 활발한 성격이야. 초등학교 때는 붙임성도 좋아서 처음 만난 애라도 단번에 친해질 수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머리가 잔뜩 헝크러져서는 귀신같은 여자애랑 같은 반이 됐어. 걔가 정말 소심한 성격이라서 친구들한테 먼저 말을 못 붙였는데, 다른 애들은 걔가 쉽게 저항 못한다는 걸 알았는지 마구 괴롭히는 거야. 블로그, 카페로도 걔를 왕창 욕했어. 얼마나 심했냐면, 지금도 네이버에 걔 이름 검색하면 그 블로그 글이 떠. 난 나랑 친했던 걔네들이 다른 애를 괴롭힌다는 게 너무 싫었고, 괴롭힘 당하는데도 저항 못하는 애가 답답해서 애들이 괴롭힐 때마다 괴롭히지 말라고도 하고 조 만들기 같은 거 있잖아? 내가 먼저 걔한테 같이 조 하자고도 했었거든. 애들이 틈나는대로 나한테 걔랑 친하게 지내지 말랬는데, 난 다 무시했어.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나도 욕을 먹고 있더라고. 남자애들은 장난이라며 툭툭 때리고 갔는데, 그 발길질이랑 손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 그 당시에 나는 몸집이 정말 작았어서 걔네들이 툭 치기만 해도 비틀거렸거든. 나는 너무 어려서, 그게 왕따라는 걸 잘 몰랐어. 왜냐면 난 그 전까지 날 왕따시키던 그 애들이랑 친하게 잘 지냈고, 우리 학교에 괴롭힘 당하는 애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 스레로 이을게.
2 이름없음 2018/10/26 23:28:14 ID : hwLfbu5WoZf 0
친한 애들이 날 괴롭힌다는 거에 충격을 많이 받았었던 것 같네. 나는 만화를 좋아했고, 그림 그리는 것도 정말 좋아했는데, 그 당시에 유행하던 만화 중에 코믹 메이플스토리라고 아는 사람 있을까? 그게 초등학생인 내 용돈으로는 많이 비싸서, 오빠랑 돈 열심히 모아서 샀던 날이야. 어떤 남자애가 내 가방에 있던 만화책을 보더니 자기가 본다며 멋대로 가져가 버린거야. 그리고는 수업시간에 읽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책을 찢겨버렸지. 그 날의 상실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 나는 그 날 이후로 만화책을 못 사게 됐거든. 그 애는 아직도 나한테 사과를 안 했어. 모르는 척 넘어갔을 뿐이지. 잘생겼다고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던 남자애였던 것 같아. + 저 남자애는 또 4학년까지 친했던 애고, 우리 오빠가 꽤 무서운 사람이어서 나는 오빠한테 울면서 내가 책을 잃어버렸다고 말했어. 그 땐 오빠가 무서워서 울었던 게 아니라 그 남자애가 그 책으로 우리 오빠한테 무슨 소리들을까 걱정돼서 울었던 것 같아. 오빠는 나를 굉장히 아껴줘서(물론 지금은 으르렁대!), 그 날로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걔를 감싸주려 했는지 모르겠다. 걔는 나한테 미안하단 소리도 안했는데.
3 이름없음 2018/10/26 23:30:45 ID : hwLfbu5WoZf 0
어떤 날에는 큰 도화지를 가져와서, 거기다가 내 이름과 왕따당하던 그 친구 이름을 쓰고는 왕따년이라며 해골을 그려놨어. 여러 글씨가 적혀있었는데, 꽤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죽으라는 내용이었어. 새빨간 글씨로 적혀있었거든? 그걸 담임 선생님이 보신 거야. 선생님은 그 종이를 빼앗아서는 그대로 구겨서 버렸어. 그 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자기 반에 왕따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것 같아.
4 이름없음 2018/10/26 23:34:41 ID : hwLfbu5WoZf 0
요즘 자기 전에 자꾸만 생각나서 정말 미쳐버리겠다니까? 당장 12살밖에 되지 않은 애들이 재미로 이런저런 짓을 했다는 것도 끔찍하고, 그 대상이 나였다는 것도 끔찍해. 나는 참다가, 참다가 너무도 억울해서 그 날로부터 며칠 후에 교무실로 향했어. 선생님께 왕따사실을 알렸지, 그랬더니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교실로 가 앞에 세워두고는 물어보더라? 너네들 얘네 왕따시키냐고... 당연히 걔네는 아니라고 하겠지. 선생님은 오히려 자기 반 학생들한테 누명씌운 것 마냥 나를 쳐다봤어. 그 때 이후로 선생님이 나를 정말 미워하는 것 같더라. 이걸 어떻게 확신하냐면, 그 때는 OMR카드로 시험을 치게 된 지 얼마 안됐을 때거든? 그 때 내가 마킹 실수를 했었는데, 그걸로 교탁 앞에서 머리를 때리더라. 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머리를 쳤는데 허리가 숙여질 정도일까. 애들이 비웃는 게 진짜 잘 보이더라고. 실수한 건 나 하나 뿐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지금 생각하니까 억울한 거 참 많네.
5 이름없음 2018/10/26 23:37:36 ID : hwLfbu5WoZf 0
어느 날에는, 컴퓨터 실습 시간에 애들이 열심히 타자를 치면서 웃어대는 걸 봤어. 걔네들 모니터에는 누구누구를 싫어하는 모임. 이라는 카페가 있었고, 당연히 그 카페의 원망대상은 나랑 내가 감싸주던 그 친구였어. 나는 무슨 용기가 있었는지 걔들한테 가서 너네들 부모님께 말해버린다! 라고 했었는데, 그 날 점심시간에 남자애들만 몰려와서 날 구석에 몰아넣고 노려보면서 어디든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어. 난 겁먹어서 고개만 끄덕였는데, 나 죽여버린다고 했던 걔 지금은 잘 사는 것 같더라. 이름이 독특해서 검색만 해도 바로 나오더라고, 좀 구역질났어.
6 이름없음 2018/10/26 23:41:27 ID : hwLfbu5WoZf 0
말이 좀 길어졌는데, 내가 맨 처음에 말했던 그 친구들 있잖아. 타임캡슐도 만들고 했던, 그 중에 한 명은 내가 5학년 올라오기 전에 서울로 전학 가버렸고 다른 한 명은 같은 반이었어. 어림 잡아도 6년은 같이 놀았던 친구라고. 근데 걔, 나를 욕하는 카페에도 가입하고 내 블로그도 수시로 들어와서 글 하나하나 캡쳐해서는 다른 애들한테 알려주고 비웃었어. 물론, 내가 볼 수 있는 블로그 전체공개글로 말이야. 그리고 내가 선생님께 머리를 맞을 때도 옆에서 여자애들이랑 입 가리고 웃었지. 그 때 걔 웃는 거, 장난이랍시고 때리는 남자애들이나 눈 감는 선생님보다도 훨씬 못돼보였어. 정말 증오스러웠다고.
7 이름없음 2018/10/26 23:46:22 ID : hwLfbu5WoZf 0
난 그림 좋아한다고 했잖아. SNS도 하고 만화도 자주 봐. 근데 얼마 전에 내가 뭘 봤는지 알아? 걔가 나랑 같은 SNS를 하더라. 서울 올라간 친구 말고 내 왕따를 동조한 걔 말이야. 그 닉네임이 흔치 않은 데다가, 좋아하는 거나 아이디나 어딜 봐도 걔였어. 나한테는 너무 끔찍한 앤데, 그 SNS에서의 걔는 착하고, 상냥하고, 다정하고, 귀엽고... 예의바르고. 어떻게 과거에 사람 하나를 그렇게 매장시켜놓고 멀쩡하게 살 수 있는 거야? 그것도 절친이라고 했으면서. 같은 걸 좋아해서, 자꾸만 내 타임라인에 걔가 넘어오는 게 보기 싫어서 차단해뒀는데. 걔 계정을 보고 나서부터 자꾸 악몽을 꿔. 걔가 나 왕따시키는 애들 무리에 껴서 웃고있는 그런 거 말이야.
8 이름없음 2018/10/26 23:50:13 ID : hwLfbu5WoZf 0
어차피 사람관계 다 단순하고, 언젠가는 헤어질 인연도 있다는 건 아는데.... 걔가 나만큼 고통받거나 그냥 물 밖으로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못된 생각일까? 학교폭력도 범죄라며, 그럼 걔는 나한테 가해자나 다름없는건데. 심지어 걔랑 내가 하는 SNS, 사회문제에 굉장히 민감한 SNS란 말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학교폭력에 관한 글이 올라와. 그런 걸 보면서도 죄책감 하나 안 느낄 거라는게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야. 그렇지만 정작 걔를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아. 맞아, 이거 그냥 뭐 어쩌라는지 모르겠는 글이네... 나 왕따시킨 가해자들 다 알고있는데도,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나 혼자밖에 기억을 못한다는 게 너무 속상해. 아직도 나는 그 때 일 생각하면 울 것 같은데. 긍정적이다 칭찬받던 내가 우울증까지 와서 정신과를 들락거리는데도, 걔네는 내가 누군지 점차 잊어갈 거라는게 정말 속상해.
9 이름없음 2018/10/26 23:54:31 ID : hwLfbu5WoZf 0
어렸을 적에는 마냥 죽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걔네가 정당한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 사과같은 거 바라지도 않아. 이제와서 받는 사과라고 해봤자 엎드려 절받기잖아....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그렇게 심한 괴롭힘을 당할 정도로 잘못을 했나 따위의 생각을 해. 왕따당한 거 뭐 자랑이라고 밖에 말하고 다니겠어, 난 걔랑 같은 중학교도 나왔었는데 친구들한테 걔 얘기 하니까 걔 그럴 애 아닌데? 같은 말부터 나와서 그냥 입 꾹 다물었어. 맘 여린 척 착한 척 내 타임라인에 안 보였으면 좋겠어, 와! 그냥 진짜 짜증나! 왜 하필 나랑 같은 만화를 좋아해서는! 맞다. 내가 초등학교 때 감싸줬던 그 친구는 아직도 잘 연락하고 지내! 이제 곧 졸업이야.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꽤 잘 지내. 봐줄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봐줘서 고마워, 이만 자러 가야지.
10 이름없음 2018/10/27 00:24:40 ID : dCqjcrdTSK4 0
정말 힘들었겠다... 좋은일을 한건데 말이야 실은 우리반에도 귀신산발에다가 지능이 좀 부족하고 잘 안씻는애가 있는데 애들이 막 그친구를 괴롭히니까 보던 내가 화가 나더라 그래서 대놓고 찌질하다고 명백한 학교폭력이라면서 그딴짓 하지말라고 했어 그랬더니 그뒤론 나쁜 행동들이 사그라들더라. 그래.. 그게 보통 평범한 인간들이지. 아직 초등학생이고 정말 순수하고 어렸을텐데 그런 상처받아서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겠다 다들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 하지만 그건 아닌것같아 시간이 지나면 낫는게 아니라 그냥 점점 무뎌지는거거든 중학교 입학한지 얼마 안됬는데 선배들이 괴롭혀서 학폭 열고 그랬어ㅜㅜ 몇달전까지만해도 진짜 힘들었는데 그래도 그만큼 내가 성장한것같아 아무튼 내 목표는 이거야! 순수했던 나를,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미래에 성공해서 멋진 어른이 되기 !! 스레주도 그런거에 연연하지말고 얼른얼른 힘냈으면 좋겠어 젊고 어린 우리에게 해야할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자낭 !! ㅎㅎ 행복해야돼 화이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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