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험 영업직 (4)
2.운동하고싶은데 뭘하지? (2)
3.나 무신론자인데 엄마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야 (2)
4.내 인생 너무 쓰레기다.... (19)
5., (1)
6.나는 레즈고 지금 사귀는 여친이 공주한테 홀렸어... (63)
7.첫 월급탄기념으로 부모님선물 사드릴려하는데 (4)
8..폐인 탈출 (3)
9.만약에 말이야 (5)
10.흐아ㅏ아아ㅏ아 (1)
11.수능철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기억 (27)
12.광탈 (3)
13.지금 매우 현타온다.. (3)
14.이게 친구가맞을까?읽고 충고해줘 ㅠㅠ (11)
15.인생이 너무 늦었나. . (17)
16.사는 게 현실 같지않아 정신이 뒤에 있는 느낌이야 (7)
17.정신과약 먹었는데 (3)
18.자상으로 인한 쾌감? (2)
19.. (3)
20.다 연애한다 (6)
원래 공부에 흥미 없는 흔한 수포자 이과생이였는데 어느새 나도 고3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선배들 졸업식에 억지로 끌려가 입김이 하얗게 나올 정도로 싸늘한 체육관 안에서 벌벌 떨면서 그딴게 무슨 소용이냐고 나즈막히 욕지거릴 중얼거렸다.
빨리 고3이 지나갔으면 싶었고 매일매일 그 끝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능 응원이랍시고 새벽에 일어나 생판 모르는 학교 앞 교문에서 벌벌 떨다가 소나기를 맞았다.
고3의 첫 날도 그렇게 소나기가 왔다. 질척거리는 눈 녹은 물이 싫어서 열심히 바닥을 노려보며 껑충껑충 피해 계단을 올라갔다.
그렇게 3월이 지나고 4월, 갑자기 이사를 했다. 이사한답시고 집 분위기가 엉망진창에 시도때도없이 부모님은 다퉜고 나는 바로 야자 연장을 신청했다.
저딴 집 구석에 들어앉아봐야 공부가 될리가 없다. 버스타고 10분이면 들어가는 집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이사가 끝나면 괜찮아지겠지. 빨리 날짜가 결정되길 바라고 있었다.
갑자기 고양이가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살해당했다.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로 고양이를 찾겠다고 야자를 째고 학주 선생님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며 집에 돌아와 전단지를 만들었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녀석이라 사진이 별로 없었다. 쓸만하다 싶은 것들은 전부 흔들리거나 움직이는 사진들 뿐이였다.
그나마 제일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을 넣어서 전단지를 뽑았다. 범인은 전단지 사진이 너무 흐리지 않냐며 살짝 웃음을 흘렸다.
체감상 없어진 지 한달은 지난 것 같은데 고작 2주가 지나갔다.
온 동네에서 우리집 고양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지나가면 아직도 고양이를 찾고 있냐며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꾸 야자를 빼고 보충을 빠지고 공부도 그만두고 죽은지 한참 된 고양이를 찾는 내 모습이 퍽이나 웃겼던 모양이다.
고양이 죽었으니까 그만 찾으라는 한마디를 내뱉는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가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온몸에 가시처럼 박혀 아무리 지워보려고 해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고양이가 죽었다,
수능 디데이 카운트는 하나씩 떨어져가고 있었고 그 사이 모의고사가 몇번이나 지나갔다.
집은 이사준비로 바빠서 죽은 고양이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짐덩어리가 없어져서 다행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싸늘했다.
그때부터 바랬었다. 그냥 지구가 망해서 1초만에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야자가 끝나면 꼭 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죽어도 버스는 허락하지 않았다.
지친 발걸음으로 차에 오르면 자칭 목사라는 사람들이 입에서 단내가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열변을 토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건 나를 쓰레기통 취급하는 서로의 뒷담화였다.
교묘하게 한쪽을 까내리면서 자기가 얼마나 정당한지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범인의 목소리에 나는 기계적으로 응.응. 대답했다.
그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계속 곱씹고 삼켰다가 뱉어내고 울다가 다시 곱씹기를 반복했다. 역시 지구는 망해버려야 한다고 열심히 소원을 빌었다.
몸이 안좋아져서 야자를 그만두는 날에 나를 싫어하던 학주쌤이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전교 3등하는 친구에게 드디어 야자 특실 자리가 생겼다면서 내 앞에서 기뻐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교무실을 나왔다.
사실 몸이 안좋은 건 둘째치고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지옥같았던 게 제일 큰 이유였다. 수능이나 빨리 끝났으면 싶었다.
아주아주 멀리 있는 대학만 골라서 수시를 넣었다. 지옥같은 집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발버둥이였으니까.
하고싶은게 없었다. 입시미술. 예술대학. 미대에 가고싶다고 언젠가 얘기했더니 우리집은 그럴 형편 안되니까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했다.
얌전하게 고분고분하게 포기했다. 그러고 나니까 하고싶은게 없었다. 공부도 흥미가 없어서 그럭저럭 유지, 11로 찍고 자는 날도 빈번했다.
나 뭐 하고 살지?
하고싶은거 해. 가고싶은 과 가면 되잖아.
미술 하지 말라면서.
그건 빼고.
그나마 성적 맞춰서 넣었던 학과들 전부 낙방. 별 다섯개.
집에서 제일 멀리 갈 수 있는 대학, 전문대라도 상관없으려나. 마감 2일 전인 대학이 유웨이 메인에 뜨길래 두개 넣었다.
두개 다 붙었다. 당연한 결과여서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재수라도 해서 지거국이라도 갔어야했다.
최저 남아있는 수시가 하나 있어서 수능을 봐야했다.
수능 22일 남았을때 거실에선 1박2일 웃음소리가 깔깔거리고 울리고 있었다.
20일, 나 수능 며칠 남았는지 알아? 몰라
10일, 티비 소리 좀 줄여주면 안돼? 그러게 야자는 왜 그만뒀어 티비 소리 작아서 안들려
1일, 갑자기 결정된 두번째 이삿날이 수능날일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혼자 아무도 없는 예전 집에서 공부하다가 자려고 누웠더니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남아있어서 걱정된다며 찾아온 범인이 밤새도록 켜놓은 티비소리와 코고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내 방을 울렸다.
끝까지 도움이 안되는구나. 흐릿하던 그 전단지 사진처럼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타까워하면서 전단지라도 만들어서 붙여줄테니까.
수능 잘 보라는 응원을 받고 올라갔는데 처음 가는 학교 언덕이 너무 높아서 응원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고싶었다.
와. 진짜 수능인데도 받자마자 찍고 자는 애들도 있더라. 엄청났어.
최저 망했다. 갈 생각도 없던 대학이니까 괜찮아. 혼자 다독이면서 수험장에서 나왔다.
선생님들도 광고하러 온 사람들도 전부 떠날때까지 나 혼자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
하필 배정된게 집이랑 존나 먼 학교라 버스도 세번이나 갈아타야했는데 그 첫번째 버스마저도 안왔던 기억이 있다.
헬스장 오라고 음료수 주던 아저씨가 왜 집에 안가냐고 물어보면서 건네준 음료수 캔을 따면서 솔직히 울컥했다.
끝까지 나는 찬밥이구나.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 차 타고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여기서 집까지 5시간이면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적당히 걸어가다가 중간 쯤에서 버스타고 집 가는게 더 빠를 것 같은데
그러다가 너무 추워서 근처 편의점에나 들어갈까 하고 발을 떼자마자 전화가 왔다.
내가 아무리 걸고 문자를 보내도 받지도 않던 그 사람들이 이제서야 미안하다며 전화를 했다.
기다리는 두시간동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면 기겁할텐데
오늘 투신자살하면 수능때문에 비관해서 자살한 수험생으로 나올테니까 우리집 사정같은건 가려져서 딱 좋지 않나
수능도 망쳤겠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였는데 우리집 강아지가 기다리니까 꾹 참고 서있었던 것 뿐임.
수능이 언제 끝나는지 몰랐다며 머쓱하게 문 열어주는데 당연 그러시겠죠. 하고 말대꾸가 나올 뻔 했다. 턱까지 찼는데 꾹 참았다.
오늘이 수능날인지도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어서 하하하 웃어버렸다. 우리집 강아지가 귀여우니까 괜찮다고.
그랬던 사람들이 동생이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오구오구하는 꼴 보니까 갑자기 너무 억울하다.
강아지도 죽었고 나는 그냥 지친 대학생으로 남아있는데
솔직히 너무 차이나는 거 아니냐...
그래서 동생 고3쯤 되면 나는 직장인일테니까
공부하는 애 방 앞에서 또 티비틀고 깔깔거리고 있으면
제일 먼저 야구방망이 꺼내서 티비 부셔버릴 예정이야
동생한테 얘기했더니 웃다가 뒤로 넘어감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ㅋㅋㅋㅋ
직장인이니까 그딴 티비 하나 새로 사는건 어렵지 않잖아
부시고 동생 수능끝나면 새로 사주려고.
티비소리 막느라 귀마개끼고 이어폰으로 최대음량 올려서 공부했던 날들 너무 싫었거든
레주야 지금은 잘지내는거지
여엿한 직장인이 될 예정이면 잘지내고 있는거겠지
근데 고양이는 왜 죽였대? 범인이 누군데? 아무 이유 없이?
스레 써놓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냥 그래 근데 고3때보단 잘 지내 ㅋㅋ
범인은 부모님중에 한분이였어
엄마아빠라고 부르기도 싫어서 걍 범인이라고 계속 썼더니 누군지 안나왔구나
고양이가 식탁에 올라갔다는게 이유였던가 그랬음 내가 충격먹을까봐 집나갔다고 거짓말한거래
동생이 나중에 다 말해줬는데 고양이 때리려고 휘두르니까 고양이가 캬악거리잖아
그거 꼴보기 싫다고 갑자기 자루를 가져오더니 억지로 잡아서 넣고 어디로 갔다가 혼자 돌아왔대
나중에 내 앞에서 범인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고양이 찾으러 갔더니 아주 아작나서 죽어있더라고 얘기해주더라
미친놈이지 그냥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빨리 직장인이 되는 수 밖엔 없잖아
지금 전공으로 어디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빨리 취업하고 싶어
그래서 직장인이 될 예정이라고 썼는데 나름 내 소원이기도 하고 그래
난 9월달에 대학합격해서... ㅋㅋㅋㅋ
담임이 종례시간에 이중에 벌써 대학생인 애들이 있다고 하는데
애들이 웅성웅성하면서 눈빛이 변했는데 그게 너무 무서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도 막 정시때문에 애들 예민해져있는데 수시 합격났다고 선생이 얘기해서 갑분싸 된 적 있어..
누군지 알려주면 진짜 죽일 것 같은 얼굴 개무서웠어 ㅋㅋㅋㅋ
우리 학교에 연세대 붙은 문과 학생이 있대 축하해주자~ 이랬던가 그랬는데
애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어쩌라고 식으로 짝. 짝. 짝 치니까 그제서야 선생이 조용해졌었음 ㅋㅋㅋ
아 레알로다가 살기 싫다
집이 저꼬라지라 그냥 하하하하 하고 웃는 척하면서 사는데 혼자 사니까 더 죽고싶어지는 것 같음
소극적인 죽음을 맞고 싶어 집에 내려가는 것도 싫고 귀찮아...
정상인 사람 없는 세상이면 걍 지구 없애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냐
뭐하러 억지로 굴러가야되냐 해봤자 환경 오염밖에 안하는데
모아한테 아마겟돈 좀 써달라고 하고 싶어 진짜
정신병 있는거 자랑 아니니까 닥치고 가만히 사는데 가끔씩 울컥하고 과거 일들이 막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아
그 원인 제공자들 안보고 살면 덜 할줄 알았는데 연결된 핏줄이라는게 너무 짜증나 내 피를 다 빼서 버리고 새로 넣고 싶어
소독약에 절여져서 햇빛에 한 백년 바짝 말려도 지긋지긋하게 붙어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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