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6/29 16:43:00 ID : LgmFclbbg59 2
나는 친척이 되게 많은 집에 살았어. 다 흩어져 있기는 한데 명절 때는 이제 가족들이 다 모이잖아. 우리는 선산이라고 하나 그거? 그런 게 있거든. 거기에 몇 대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아놓고 절을 올리는 거야. 그때 다 모여서면 친척이 거의 70명은 넘었던 게 기억나.
2 이름없음 2019/06/29 16:46:12 ID : LgmFclbbg59 0
근데 뭐 막말로도 내가 사는 형편이 좋았던 건 아니었지. 그게 10살 때였나 11살때였나... 집에 불이 났거든. 우리 집 소도 살고 그랬는데 그거 죽고 가정 형편 개망하고... 어렸을 때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가스 폭발이었나? 그런 거 때문인걸로 기억했어. 가족들도 다 죽고... 아빠랑 나만 살았어. 나는 엄마가 심부름 시켜서 나갔었고, 아빠가 그때 일하러 갔었거든.
3 이름없음 2019/06/29 16:48:55 ID : LgmFclbbg59 0
그 후에는 진짜 힘들었어. 난 아직 어린데 집에 빚도 엄청 쌓이고 엄마도 죽고 동생도 죽고... 그래도 친척들도 많이 도와줬었고, 아빠도 내가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엄청나게 아껴주셨어. 근데 아빠가 집이 그렇게 되니까 많이 힘들었었나봐, 술 먹으면 되게 난폭해져서 나 두고 몇 시간동안이나 훈계하고 그랬어. 가끔 때리기도 하고... 그래도 난 아빠를 잘 따랐어. 누가 못 따르겠어. 아무리 친척들이 있어도 따로 살고, 그러니까 가족이 두 명 뿐인데.
4 이름없음 2019/06/29 16:52:42 ID : LgmFclbbg59 0
근데 아빠는 그게 아니었나봐. 내가 고2 때 집에 들어가보니 아빠는 죽기 직전이었어. 자살기도를 한거지. 친척들한테 연락하고 병원에 이송하고... 도저히 고등학교를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난 결국 자퇴했어. 솔직히 말하면 학교에 친구도 그렇게 많이 없었거든. 생일 파티 같은 곳에도 선물 주기가 궁핍하니까 낄 수가 없고, 애들끼리 어디 간다 하는 것도 나는 한달 용돈이 만 원이 안 됐으니까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었거든. 다들 터치폰 쓸 때 나 혼자만 폴더 폰 쓰던 것도 기억난다. 고등학교 돼서는 폰 바꾸러 갔었는데, 거기 점원이 폴더 폰 펴놓고 확인 눌러야 하는데 화면 누르고 있더라 ㅋㅋㅋㅋ 그렇게나 늦게 바꾼거야.
5 이름없음 2019/06/29 16:56:18 ID : LgmFclbbg59 0
자퇴하고 나서는 알바를 했어. 난 오토바이 같은 걸 못 타니까 배달은 안되고 편의점 알바같은 거. 점장 진짜 짜증났던 거 기억나는 게 이런 저런 핑계 대면서 최저시급도 안 주고 자꾸 갈궜다니까. 집이 그렇게 되니까 난 고모가 많이 도와줬었어. 고모는 우리 집 바로 옆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우리 집에 자주 오면서 반찬도 주고 가고 나한테 용돈도 주고... 우리 집 돈도 좀 보태주고 그랬어. 난 그게 또 고마우니까 고모한테도 이거저거 많이 챙겨드리고 그랬지. 빈말로라도 즐거운 생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막 죽겠다 죽어야지 싶은 삶은 아니었는데...
6 이름없음 2019/06/29 16:56:40 ID : ksmJQmpU1Bc 0
ㅂㄱㅇㅇ
7 이름없음 2019/06/29 17:00:23 ID : LgmFclbbg59 0
사고가 났어. 지금도 그게 진짜 생생해. 난 분명 초록불에 건넜는데 갑자기 차에 치였어. 승용차였나? 머리가 진짜 아팠어. 뼈도 다 부러진 거 같고 당장 입 열면 위라도 통째로 뱉어낼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었어. 너무 아프고 무서웠는데 그 와중에도 이제 우리 아빠 어떻게 하지 하면서 눈물 나더라. 불행하다고 불평한 적도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나만 불행할 필요가 있냐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울었는지도 모르겠고, 엄청 아프다가 시야가 암전됐어.
8 이름없음 2019/06/29 17:01:59 ID : LgmFclbbg59 0
그러고나서 정신을 차렸는데 병원에서 깨어났거든. 근데 모르는 아줌마가 날 보고 있었어. 날 보자마자 정신이 드냐고 하더니 갑자기 엄청나게 난리 치면서 의사 부르고 그러더라. 몸이 잘 안 움직였어. 상황 파악도 안 됐고. 대체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다 깨다를 엄청 반복한 거 같았어.
9 이름없음 2019/06/29 17:07:40 ID : LgmFclbbg59 0
병실에서 누워있는 동안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빠 뿐이었어. 그 아줌마가 내 엄마래. 무슨 소리야? 우리 가족 다 죽었는데.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대. 난 오토바이 탈 줄 모르는데? 아빠랑 몇 년이나 혼자 살았는데 이게 뭔 소리냐고.
10 이름없음 2019/06/29 17:08:25 ID : ksmJQmpU1Bc 0
헐 진짜....뭐야...
11 이름없음 2019/06/29 17:09:32 ID : LgmFclbbg59 0
의사 말로는 기억 상실증이래. 나는 오랜기간 정신을 잃고 있었고, 드디어 한 달만에 정신이 든거야. 가족 관계는 엄마, 아빠, 언니, 나 뿐이고 인천에서 태어났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가서는 남친도 몇 번 사귀고 그랬대.
12 이름없음 2019/06/29 17:09:49 ID : LgmFclbbg59 0
내 인생은 전부 거짓말이었어.
13 이름없음 2019/06/29 17:12:29 ID : ksmJQmpU1Bc 0
그러니까 이때까지 썼던게 모두 가짜 즉 허구란 말이야?!?상상?
14 이름없음 2019/06/29 17:14:02 ID : LgmFclbbg59 0
고모에게 전화해보니까 전화는 받는데 누구냐고 물어. 내 이름을 대니까 모르는 사람이래. 내가 다녔던 학교도 검색해보니까 진짜 있는 곳인 거 같아. 거리가 멀어서 가보진 못했지만. 아빠는 내 기억이랑 너무 달라. 상냥하고 술 같은 거 안 마셔. 담배는 피더라, 아빠 원래 담배 안 폈는데. 담배 값 오르고 나선 금연하셨거든.
15 이름없음 2019/06/29 17:15:56 ID : LgmFclbbg59 0
모르겠어. 상상이었을까? 상상인거 치고 난 어떻게 한 번도 안 가봤다는 곳 이름이나 학교를 알고 있는 걸까? 진짜 상상이면 고모가 전화를 받을 리가 없잖아. 난 원래 스레딕 눈팅하는 거 좋아했거든, 이 판은 아니었다만...
16 이름없음 2019/06/29 17:21:34 ID : zU3TQre2Gk2 0
헐 진짜 뭐야 차라리 영혼이 이동됬다고 하면 이해될텐데 너희 고모께서 너를 모르신다니.. 차원이 이동된건 또 아닌거 같고 와 진짜 뭐야
17 이름없음 2019/06/29 19:34:13 ID : LgmFclbbg59 0
지금은 종강시즌이라 학교에 나가지 않는대. 그런데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자꾸 휴대폰으로 연락이 와. 난 이런 좋은 휴대폰 못 쓰는데... 나는 친구도 많았나봐. 그런데 모르겠어. 대학도 안 갔단 말이야. 내 형편에 무슨 대학? 모르는 사람들이 나한테 너무 다정해서 끔찍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18 이름없음 2019/06/29 19:38:26 ID : Gts7cMi9zdR 0
ㅂㄱㅇㅇ
19 이름없음 2019/06/29 19:44:19 ID : LgmFclbbg59 0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기억은 뭐지? 전부 착각이기라도 한거야? 가장 합당한 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지만 미친 거 치고 기억이 너무 자세하지 않아?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빠는 왜 그대로인거야? 얼굴도 목소리도 성격도 다 똑같은데 살아온 인생이 아니야. 나는 다 잃어도 아빠는 나랑 같이 있어주니까 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미치겠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야.
20 이름없음 2019/06/29 21:35:34 ID : U2Gk9uk3xDw 0
혹시 아빠는 기억 못 하시니...?
21 이름없음 2019/06/29 23:01:53 ID : ty2Gk8i9wIJ 0
영혼이 이동한게 아니면 평행세계..? 그런건가.. 아빠는 알아봤댔자나
22 이름없음 2019/06/29 23:51:39 ID : 7xPilwljxQr 0
이건 또 무슨 병이냐..정신과 의사하고 상의해봐 내 기억은 이러하다 혹시 이런 병도 있냐고 지금 현실적으로 찾을 수 있는 걸 찾아보고 그래도 말도 안된다 그럼 평행세계 같은 걸 믿을 수 밖
23 이름없음 2019/06/29 23:51:42 ID : 7xPilwljxQr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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