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7/03 00:58:28 ID : E1dyHxBdWmK 2
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친구한테 듣고 나도 내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와봤어. 수선화 스레만큼 감동적이지도 멋있지도 않지만 비루한 필력으로나마 그 존재에 대해 남겨보려 해. 또 레스더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고
2 이름없음 2019/07/03 00:59:45 ID : HDz9h84Ns1h 0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19/07/03 01:02:59 ID : E1dyHxBdWmK 0
전에, 중학교 2학년 때 반에서 유일하게 친했던 친구에게 정말 큰 상처를 받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던 날들이 있었다 왜 그 나이때에는 친구에 죽고 친구에 산다잖아. 근데 난 그 친구가 없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력감, 상실감, 배신감, 공허함 등등 난 아무런 준비도 안된 채 그 모든 감정들을 받아냈지만 그 어린애가 무슨 힘이 있겠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상태였어.
4 이름없음 2019/07/03 01:12:38 ID : E1dyHxBdWmK 0
그렇게 좋아하던 달을 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이 빠져나간 기분이었을까? 하루는 내 방 베란다 창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어. 당장 뛰어내릴까 생각해봤는데 부모님이 너무 걸리더라. 너무 죄송스러웠어. 부모님은 아직 날 학교생활 잘 하는 싹싹한 아들로 아실 거 아니야 내 방이 여름이면 되게 달빛이 잘 드는 구조인데 나한테 쏟아지던 달빛에 억눌리는 기분이라 괜히 달에 화풀이를 했어. 되게 못됐다. 여튼 위에 말한대로 달빛이 너무 잘 드는 탓에 내 방 침대에 누우면 달이 바로 보여. 한때는 그 달빛 받으며 자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괜한 화풀이에 미안하기라도 했던걸까, 그날은 유독 울적했나, 달빛에 위로받는 게 자존심 상했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방에 암막커튼을 쳐버렸어. 그 어떤 빛도 들어오지 못하게
5 이름없음 2019/07/03 01:17:28 ID : E1dyHxBdWmK 0
근데 창을 열어놓고 커튼을 치면 커튼이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흩날릴거 아니야. 뭔가 발 밑에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어. 왜인지 모를 위화감에 눈을 떴는데 내 눈 앞에 뭐가 있었게?
6 이름없음 2019/07/03 01:18:35 ID : HDz9h84Ns1h 0
뭐가 있었어??
7 이름없음 2019/07/03 01:22:00 ID : E1dyHxBdWmK 0
하얀 용. 너무 하얘서 숨이 막힐 것 같은 그런 새하얀 용이 커튼을 나부끼며 내 눈 앞에 서있었어. 정말 크고 하얬어. 더이상 형용할 수 없어. 딱 그랬으니까. 비늘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너무 황홀스러움과 동시에 든 생각. '아, 드디어 내가 미쳤구나.' 정확히 그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뇌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장날것만 같았어.
8 이름없음 2019/07/03 01:26:23 ID : E1dyHxBdWmK 0
래스주 진짜 고마워 이런 비루한 스레에도 관심 가져주고ㅜㅠㅠ 좀 더 열심히 써보도록 할게!! 사실 너무나도 컸던 충격탓인지 당시의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아. 대충 그런 용을 봤다는 정도밖엔...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날이 밝은 후였고 너무나도 생생했던 지난 밤에 어딘가 묘한 기분을 품고 다시 그 지옥같은 학교로 갈 준비를 했지.
9 이름없음 2019/07/03 01:38:35 ID : E1dyHxBdWmK 0
뒤숭숭한 꿈자리 때문이었을까? 그날 하루는 평소보다 순탄하게 지나가는듯 했어. 반 애들이 대놓고 놀리거나 무시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보름이였거든. 달이 가장 환하게 비추는 날. 마침 해도 짱짱한 날이었어서 저녁에 달을 볼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있었어.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같이 밥 먹으러 갈 사람이 없었던 난 반에 엎드려 자는척을 했어. 당시엔 잠도 정말 못 잘 때라 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이나 쉬는시간엔 맨정신으로 눈만 감고있었거든. 그때 뒤에서 애들이 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듣지 않으려 해도 계속 귀는 그똑으로만 갔고 이야기를 하다 급식을 먹으러 가는 그놈들을 뒤로한 채 반에 홀로 남겨진 난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등의 자책을 시작했어.
10 이름없음 2019/07/03 01:45:09 ID : E1dyHxBdWmK 0
너무 속이 안좋아서 조퇴했어. 부모님과 선생님껜 집에 가서 쉬겠다고만 말한 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멀미를 했나봐. 원래 멀미 잘 안하는 체질인데. 집에 오자마자 토했어. 울진 않았어. 근데 속이 너무 답답해서 계속 토했어. 샛노란 위액이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속을 개워냈어. 그래야만 속이 좀 뚫릴 것 같았어.
11 이름없음 2019/07/03 01:45:15 ID : HDz9h84Ns1h 0
얘기 도중 미안한데, 인코 달아주라. 잘 보고있어!
12 ◆ijcnDunDtin 2019/07/03 01:51:34 ID : E1dyHxBdWmK 0
헉 알겠어 고마워 그리곤 해가 질 때까지 쭉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었어. 마침 부모님도 약속 때문에 잠시 다른지역에 가실 때라 집엔 혼자였지. 그렇게 밖이 어두컴컴해지고 사람들이 가로등 빛에 의존해 길을 걸을 시간즈음 보름달이 너무, 정말 너무 밝아 눈이 부셔 커튼을 치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희끄무리한 뭔가 눈 앞에 비쳤어. 맞아 그 용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어.
13 이름없음 2019/07/03 02:05:14 ID : E1dyHxBdWmK 0
순간 뭐에 홀린듯이 용의 품에 안겨들어가 아기처럼 펑펑 울었어. 시리도록 흰 빛을 내뿜는 비늘로 덮여있던 품은 답지않게 단단허고 따뜻하더라. 그렇게 한참을 울고 또 울다 어느새 지쳐 잠들었나? 깨어나보니 이불은 배에 고이 덮여있었고 정말 간만에 푹 잔 나는 학교 갈 준비를 했지. 근데 뭔가 이상했어. 내 방 창은 2개야. 하나는 닫아놓는 창, 하나는 열어두는 창. 근데 열어두는 창 커튼이 걷혀있더라.
14 이름없음 2019/07/03 02:17:16 ID : E1dyHxBdWmK 0
다음에 만나면 이것저것 물어볼 심산으로 그날 하루 일과를 마쳤어. 그리고 예상대로 용은 다시 나타났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라도 한듯 내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 용이 먼저 선수를 쳤어. "오늘은 어땠니? 어제보단 괜찮았어?"
15 이름없음 2019/07/03 02:17:45 ID : 02tvDzhuldw 0
스레주 맘고생 심했겠다..
16 이름없음 2019/07/03 22:57:01 ID : i2k1he6qpf8 0
보고잇어!!!! 그래서??
17 이름없음 2019/07/04 00:50:43 ID : HDz9h84Ns1h 0
ㅂ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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