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7/09 20:18:13 ID : lBbDwFbdvfR 0
아무도 없는 골목길. 높은 건물때문에 낮이지만 어두컴컴하고 스산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전봇대 옆 전기줄에는 까마귀 여러마리가 모여 나를 빤히 응시했다. 높은 건물들이 많지만 골목은 한산했다. 그래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니 어쩌면 사람은 나 하나였다. 간간히 바람이 건물사이로 들어와 울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곳에서 나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 제대로 앞을 향해 갈 수 없었지만, 그 무언가는 재빠른 속도로 내 뒤로 따라붙었다. 마치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내 모습을 즐기려하는 듯한 느낌. 심장은 고장난듯 펄떡거렸으며 식은땀이 온 몸을 적셨다. 구토감이 몰려왔고, 다리에는 점점 힘이 빠졌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고 그 무언가를 피해 골목 깊은 곳으로 달렸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하수구 냄새. 처음보다 좁아진 감이 있나 했더니, 마침내 길은 나 하나 들어갈 자리 없이 좁디좁은 통로가 되었다. 까마귀는 여전히 나를 보고 까악까악 울어댔고, 그 무언가는 벼랑끝에 몰린 나를 천천히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어쩌면 까마귀는 나를 보고 운게 아니라, 웃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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