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2/17 23:01:32 ID : hfhwGpO02sq 0
안녕, 난 내년에 대학 입학할 고3.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쓰려고. 그냥 무난한 인서울 여대 합격했는데, 난 사실 대학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보통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 하나쯤은 갖고 있다는데, 난 그런 것도 없었다. 번아웃이 무척 심하게 왔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에 관심이 없어져서 그런 걸까. 입학해도 고등학교 공부의 연장선이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2 이름없음 2019/12/17 23:02:41 ID : hfhwGpO02sq 0
원서 접수할 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담임 선생님은 계속 내 눈이 너무 높다고, 네가 갈 수 있는 대학이 없다며 겁을 주셨다.
3 이름없음 2019/12/17 23:03:32 ID : hfhwGpO02sq 0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 듣지 말걸 그랬다. 난 너무 겁이 많았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용기가 부족했다.
4 이름없음 2019/12/17 23:08:17 ID : hfhwGpO02sq 0
지금 합격한 여대 역시 충분히 괜찮은 학교이지만, 수시가 끝나고 입시 카페 등을 보니 나보다 성적이 0.5~1.0까지 낮은 친구들도 붙은 걸 봤다. 그제서야 내가 너무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5 이름없음 2019/12/17 23:09:10 ID : hfhwGpO02sq 0
하지만 그래도 별 상관은 없었다. 대학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미 난 무언가를 더 생각하기엔 지쳐있었다.
6 이름없음 2019/12/17 23:10:14 ID : hfhwGpO02sq 0
오늘, 엄마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3년 내내 전화도 없다가 갑자기 온 것이었다.
7 이름없음 2019/12/17 23:14:12 ID : hfhwGpO02sq 0
대학 자랑하려고 온 전화였다. 논술로 한양대학교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8 이름없음 2019/12/17 23:15:58 ID : hfhwGpO02sq 0
성적도 낮았고, 자소서는 쓰기 싫은데 대학은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주변에서 논술이나 써보라고 했고, 그게 잘 되었던 것이다.
9 이름없음 2019/12/17 23:16:41 ID : hfhwGpO02sq 0
분명 축하할 일이었고, 그 애는 대단한 게 맞다.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난 그 소식을 들으며 더욱 울적해졌다.
10 이름없음 2019/12/17 23:19:08 ID : hfhwGpO02sq 0
학종으로 학교 가려고 생기부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고 했는데, 내신 0.3이 낮아서 여긴 안 되겠지. 마음 접으면서 밤새 울었는데. 자소서를 쓰면서 엄마랑 담임쌤이랑 얼마나 설전을 벌였는데. 나도 그냥 조금만 용기 있게 지를 걸. 저런 애도 있는데 난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 거니.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1 이름없음 2019/12/17 23:20:13 ID : hfhwGpO02sq 0
알아. 나도 이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는 거. 합격 된 것만 해도 기쁘게 여겨야 한다는 거 머리로는 너무 잘 아는데...
12 이름없음 2019/12/17 23:22:12 ID : hfhwGpO02sq 0
난 왜 계속 슬퍼지는 걸까? 겉으로는 축하하면서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13 이름없음 2019/12/17 23:23:57 ID : hfhwGpO02sq 0
내 옆에서 엄마도 너무 힘들어하셨다. 주변 선배들이 다들 재수를 선택했기에 엄마는 나 역시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늘 걱정하셨고, 내가 불안해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 못지 않게 힘들어하셨다.
14 이름없음 2019/12/17 23:25:22 ID : hfhwGpO02sq 0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하신 절망적인 말씀을 엄마에게 전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서. 아마 그 때 들었던 죄송한 마음과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은 마음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15 이름없음 2019/12/17 23:27:29 ID : hfhwGpO02sq 0
내가 대학 합격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셨고, 나보다도 해방감을 느끼셔서 그 점 하나 때문에 대학 합격이 되서 다행이라고 느꼈는데... 오늘 전화를 받으며 다시 굳어버리고 마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
16 이름없음 2019/12/17 23:28:22 ID : hfhwGpO02sq 0
그냥 아들이, 딸이 대학을 잘 갔으면 그 집안 내에서만 기뻐했으면 좋겠어.
17 이름없음 2019/12/17 23:29:31 ID : hfhwGpO02sq 0
우리 집도 겨우 안정되었는데, 그 한 통의 전화가 지금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그 분은 알고 있을까? 아니. 전혀 모르겠지....
18 이름없음 2019/12/17 23:32:03 ID : hfhwGpO02sq 0
내가 과연 대학을 다니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9 이름없음 2019/12/17 23:33:46 ID : hfhwGpO02sq 0
입학 전까지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없애버리고 다시 새롭게 새내기가 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어째 더 쌓아버린 기분이 든다.
20 이름없음 2019/12/18 10:12:33 ID : va5Wi5Pipe3 0
이건 공감할수밖에 없다.. 무기력감, 자괴감, 우울한 감정들을 최대한 떼어내고 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 대학에 가서도 달라질수 있을지 가서도 이런 감정들이 나 또 갉아먹을지.. 레주도 힘들겠다. 그래도 합격했다니 고생했고 응원할게
21 이름없음 2019/12/20 18:46:08 ID : hfhwGpO02sq 0
엇 나랑 비슷한 친구구나. 공감해줘서 고마워... 너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우리 둘 다 이 감정을 헤쳐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읽어준 것도 고마워!
22 이름없음 2019/12/21 18:03:59 ID : hvDunB9eGoH 0
나랑 좀 비슷해서 적어봐..나도 서울의 한 여대 들어가게 됐고 난 너무너무 만족하고 있어. 하지만 주변에 논술로 외대, 경희대 간 애들 보면 쟤네가 저기 갈만한 애들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너무 억울해지고 짜증나.. 축하도 너무 해주기 싫어 넘 이기적이지만ㅠ 그래도 우리 힘내자 대학 간판이 다가 아니니까 커리어도 쌓고 해서 더 잘나가면 되지 난 그냥 이 생각만 하고 있어..
23 이름없음 2019/12/22 10:56:13 ID : va8lu6Za3vg 0
괜찮아... 나두 성적 엄청 높았는데 수시 6광탈하고 전문대 들어갔어... 나같은 경우엔 진짜 오르지 못할 나무를 본것도 있어서... 나보다 성적 낮은 애가 4년제 들어간거 보면 배알이 꼬이고 나보다 2~2.5등급 정도 성적 낮은 애랑 같은 학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자존감 너무 떨어지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더라... 이왕 들어가게 된거 2년동안 공부 열심히 해서 할 수 있는거 다 해보려고 ㅎㅎ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고 명문대 간다고 무조건 성공한단것도 아니니까... 물론 3년간 생기부 채우고 내신관리 하느라 힘들었던거에 비해서 큰 보상을 받지 못한 느낌이라 많이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두 너무 우울해하지말고 힘내서 늘 해왔던대로 열심히 하길 바랄게 ㅎㅎ 좀 늙은 사람 마인드 같긴한데 낮은대학 간것도 다 하늘의 뜻이겠거니... 하고 요즘은 쉬고 있어 이제 슬슬 입학해서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 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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