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남친이랑 싸웠는데 누가잘못한걸까 (2)
2.우리반 특징 (4)
3.미국 (4)
4.키 작은 사람 별로야? (14)
5.크게 다르지 않던 나의 우울증 극복 이야기 (87)
6.. (5)
7.엄마가 고시원 알아봐줄테니 집 나가라고 해 (19)
8.얘들아 짜파게티 2개 ㄱㄴ? (31)
9.뷰티유튜버 레나 근황 아는사람?? (25)
10.얘들아 짜글이 진짜 존맛탱이야 (1)
11.거실에 아빠 있는데 (26)
12.크리스마스도 이제 가는구나 (2)
13.안녕 (4)
14.내 잘못임? (7)
15.0 (2)
16.내 새 치약 맛 (2)
17.얘들아 ㅇ나 쓸데없는 선물 교환식하는데 (28)
18.얘들아 나 정신차림 (9)
19.에어팟2 살까말까ㅠㅠㅠㅠㅠㅠㅠ (5)
20.레스주들은 태명이나 이름의 중요성 느껴본 적 있어?? (4)
아마 내년은 육지에서 보내겠지...
벌써 3년째 바다에서 홀로보내는 크리스마스다.
학습능력도 없는것 같은 내 뇌는 계속 내년을 기약하며 희망고문을 해대고 하루가 멀다며 출입항 스탠바이 벨만 빽빽 울어댄다.
"ALL STATION ALL STAND BY, ALL CREW ALL STAND BY FOR BERTHING TO PUSAN SK PIER"
이젠 듣기도 싫은 벨소리다. 자다가 벌떡일어나 주섬주섬 스즈끼를 챙겨입고 귀마개를 하고서 기관실에 들어간다.
짙은 중금속가루가 떠다니는 기관실은 기름냄새와 쇳내가 진동을했고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재채기를 연거푸 해댄다.
8기통 SSANGYOUNG MAN의 실패작이라고도 불리우는 엔진...
보조블로우를 과감히 떼고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급기가 잘 되지않아 제트에어를 조작해 엔진의 마력을 억지로 끌어올려주어야한다. 마치 산소통을 달고 겨우겨우 기계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환자실 환자처럼말이다.
기관일지에 적힌 날짜를 보니 2019 25th DEC' 크리스마스다.
눈도 못뜬채로 내려오는 미얀마조기장에게 메리크리스마스 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도 그저 예의상 메리크리스마스라며 웃어보인다.
분명, 귀마개를 뚫고 때려박히는 엔진소리와 기계음은 크리스마스새벽에 어울리는 소리는 아니다. 허나 어쩌겠는가.
캐롤대신 들려오는 이소리가 현실이란걸 빨리 직시해야 우울하지 않을터
나는 재빨리 잊으려 애를 썼다.
입항이 끝나고 화물 작업을 시작했다. 휴대폰을 잠시 켜니 SNS와 메신저에는 온통 크리스마스 이야기 뿐이다.
3년째 배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낸 나는 이쯤이면 무뎌질만도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씁쓸했다.
아직 내 속에 남아있는 동심이 계속 풍화되어 무뎌지면 괜찮아 지겠거니 마음을 추스렸다.
하필 당직이 껴있어 점심을 대충 해치웠다. 피곤해보이는 내 얼굴을 보고 2항사는 내게 피곤하냐며 물어본다.
당연히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하니 역시나...
내가 너 만할때 군대에서 얼마나 잠도 못자고... 넌 천국인줄알아... 기타등등 여러 그 시절 군대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나이 56살 21살인 나와 동직급이면서 부끄럽지는 않은가 그냥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평소엔 2항사와 앙숙이던 갑판장이 들어와 내가 너만할때 배타는게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며 기름바닥 기어봤냐며 물어본다.
난 사관이니 당연히 기름바닥 안긴다. 길수가 없지 애초에 부원과 사관은 하는일 자체가 다른걸...
그래도 들어준다.
마치 중국의 국공합작을 보듯, 국회의원 연봉인상에 대한 여야 대단결을 보듯 평소에 앙숙이던 그 둘은 '젊은사람' 을 어떻게든 구워삶아서 자신보다 덜힘들고 덜고생하고 인생 편하게 사는 비겁한 존재로 만들어 보려 애를 쓴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아들이 배를 탄다고 하면 때려죽여서라도 말릴 인간들이겠지.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가입교로 입소하여 훈련과 교육을 받고 3년동안 빡센 학교생활끝에 다시 노예로 6개월 국가와 회사의 노예로 3년을 일해야하는 인생을 어느 부모가 살라고 하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 나이되도록 육지에 못돌아가고 아직 열악한 조건속에서 배를 타는 이유가 있을터.
더 이상 듣기싫어 그 자리를 떴다.
당직을 서며 꾸벅꾸벅 졸고 어느새 출항시간이 다가왔다.
출항을 하고 다시 또 꾸벅졸다 하역작업을 하고 바로 화물탱크 소제작업에 투입되었다.
기름냄새 자욱한 화물탱크는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언제나 그랬듯이 목이 따갑고 손은 기름에 절어 손톱이 새하얘졌다.
이제 잠을 자보려 했더니 다시 돌아온 내 당직시간.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지나간다.
내 몸바쳐 유사시 해군 간부로써 국가를 위한 인적자원이 되는... 그런 짓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을 뿐더러 감사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군대에 가지않은 비겁한 사람으로 볼뿐이다.
내가 사명감을 가지든, 이 자리까지 오기위해 얼마나 국가에 헌신하며 고생을 했든, 내 가슴깊이 자리잡은 애국심이 있든 그들의 눈에는 그냥 비겁한 놈으로 보일뿐이다.
그저 나는 뱃놈. 내가 얼마를 벌든 나는 그저 저 밑의 뱃놈일 뿐.
아무도 내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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