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3/14 23:26:05 ID : p860pWqqi9t 7
아무것도 모르던 17살때 처음 너를 알게 되었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지. 새벽에 잠이 오지 않던 나는 숙소 로비로 나와서 앉아있었어. 너무 심심한 나머지 멀티플레이가 되는 게임 어플을 깔았어. 너무 늦은 시간이었는지 불순한(?) 의도로 글을 올린 사람이 많았었지. 난 그 중에 심심하다는 제목의 방에 들어가서 니가 나에게 거는 말을 무시하고 게임을 시작했지.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었던 건지 너는 같이 게임을 해 주더라. 그러다가 너는 재미가 없다며 시시콜콜한 말로 채팅을 쳤어. 그렇게 게임 방 안에서 게임이 아닌 서로의 대화가 오갔지. 서로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 새벽 감성이었는지 SNS아이디를 교환했고 거기서 너와의 대화를 지속했어. 대뜸 너는 너의 전화번호를 보냈지.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그냥 얘기나 하고 놀자며, 불안할테니 발신자 제한으로 걸라고 말했어.
102 이름없음 2020/03/15 01:47:28 ID : p860pWqqi9t 0
그래. 가장 좋은 교대. 서울교대가 내 목표였어. 목표였었지.
103 이름없음 2020/03/15 01:49:44 ID : O3wmty7tbg0 0
응? 목표였었다는 건 뭐야ㅠㅠㅠㅠ
104 이름없음 2020/03/15 01:50:15 ID : p860pWqqi9t 0
원서를 쓰기 전 너에게 전화를 걸었지. 너한테 말 했어. 나 이제 대학 입시 원서 쓸거라고. 넌 나에게 수능을 잘 쳐서 너무 다행이라고 대견하다고 말 해줬어. 그리고 넌 나에게 내가 듣고싶던 말을 꺼냈어. 보고싶다고 말했지. 난 그 말을 듣고 우리학교 1등을 했을 때 보다 기뻤고, 수능이 연기됐을 때 보다 심장이 뛰었어. 원서 접수해야 한다며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지.
105 이름없음 2020/03/15 01:50:39 ID : p860pWqqi9t 0
원서를 넣었어. 서울교대가 아닌, 니가 살고있는 지역의 교대로.
106 이름없음 2020/03/15 01:51:59 ID : p860pWqqi9t 0
넌 나의 빛이었어. 니가 있었기에 내가 밝아보일 수 있었어.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들었어. 아주 많이. 왜 그 높은 학교를 포기하고 더 낮은 교대에 지원했냐며 물었지. 나와 너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난 그냥 내가 가고싶은 곳을 지원하는 거라고 말 했어.
107 이름없음 2020/03/15 01:52:34 ID : O3wmty7tbg0 0
헐 와 와 미친 대박 레주 진짜 대박이다
108 이름없음 2020/03/15 01:52:57 ID : p860pWqqi9t 0
원서를 접수한다는 말을 너에게 한 이후로 넌 연락이 뜸 하더라. 그래서 나도 굳이 연락하지 않았어. 오기였나봐. 면접을 준비하는 2월까지 너는 가끔 평소처럼 아침인사만 해 왔어. 나에게 원서에 대해서는 하나도 물어보지 않았어.
109 이름없음 2020/03/15 01:53:59 ID : p860pWqqi9t 0
어린 마음이었는지 난 너에게 니가 살고있는 지역에 교대를 지원했다고 말 하지 않았어. 너와 내가 좋은 인연이 되지 않는다 해도 난 니가 살고 있는 곳에 내가 너와 같은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걸로도 좋을 것 같았거든.
110 이름없음 2020/03/15 01:55:32 ID : p860pWqqi9t 0
면접 날이 됐어. 난 혼자 기차를 타고 학교로 향했지. 담담하게 수험표를 확인하고 면접을 보고 학교 건물을 나왔어. 수능 점수가 월등히 높았던 나는 당연히 합격할거라 생각했어. 나는 면접을 보고 나와서 학교 벤치에 앉아서는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111 이름없음 2020/03/15 01:55:50 ID : rfcFfPjz85P 0
베드엔딩은 안된다구 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너'에게 이야기하는걸 보면 '너'가 지금 스레를 보고 있는거야? 그래서 썰 푸는거야? ㅠㅜㅠㅠㅠㅠ
112 이름없음 2020/03/15 01:56:49 ID : E7anBdXxRDs 0
너가 보고 있다기보단 너에게 말한다는 마음으로 쓰는 게 아닐까
113 이름없음 2020/03/15 01:56:50 ID : p860pWqqi9t 0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혼잣말을 하듯 말하기 시작했어. 나 여기교대 지원했어. 그리고 면접보고 나오는 길이야. 나 잘 했을까? 당연히 붙겠지? 드디어 지옥같은 수험생활이 끝났어, 하고. 너는 정말 벙찐듯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않고 탄식만 내뱉었어.
114 이름없음 2020/03/15 01:58:47 ID : p860pWqqi9t 0
너에게 쓰는 편지? 같은거죠ㅎㅎ 넌 나에게 그 학교에 있냐고 물었고 난 학교 벤치에 앉아있다고 했어. 넌 30분만 기다려 줄 수 있냐고 물었고 난 알았다고 대답했어. 그렇게 그냥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학교를 둘러보고 있을 때 쯤 니가 저 멀리서 뛰어왔어. 그래 2년 반만에 보는 얼굴이었어. 여전히 맑은 눈이었고 밝은 갈색 머리였어. 너는 정말 급하게 왔는지 숨을 헥헥 고르며 나를 찾는 듯 했어. 나는 천천히 너한테 걸어갔고 왔어? 하고 인사했어.
115 이름없음 2020/03/15 01:59:24 ID : p860pWqqi9t 0
너는 나를 붙잡고 격하게 물어봤어. 왜 서울교대에 지원하지 않았냐고, 나 때문이냐고, 네가 꿈을 이뤘으면 해서 일부러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왜 여기 온거냐고.
116 이름없음 2020/03/15 01:59:55 ID : E7anBdXxRDs 0
아 맴찢이다 미치겠다
117 이름없음 2020/03/15 02:00:23 ID : O3wmty7tbg0 0
아 미친 맴찢이다 아 ㅠㅠㅠ아ㅠㅠ모야ㅠㅠㅠㅠㅠㅠㅠ
118 이름없음 2020/03/15 02:00:43 ID : p860pWqqi9t 0
나는 담담하게 말 했어. 네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고, 나의 고등학교 3년 생활에 네가 없었다면 나는 서울 교대는 커녕 이곳도 욕심내지 못했을 거라고. 너는 드라마처럼 나를 껴안았고 D-1의 편지에 썼던 것 처럼 나에게 고백의 말을 줄줄 뱉어냈어. 처음으로 네가 울었어. 네가 말을 끝내고 나를 그 맑은 눈으로 쳐다봤고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어.
119 이름없음 2020/03/15 02:02:56 ID : p860pWqqi9t 0
그렇게 너와 그 날 하루를 함께하고 집으로 돌아갔어. 난 네가 사는 지역의 교대의 합격통보를 받았어. 합격통보를 받을 때 까지 난 내가 사는 곳에, 넌 네가 사는 곳에, 서로 보고싶다는 말 없이 예전처럼 연락을 주고받았지. 그리고 개강이 며칠 남지 않았었어.
120 이름없음 2020/03/15 02:04:32 ID : p860pWqqi9t 0
난 기숙사보다는 자취하는 게 더 편할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너에게 말했지. 나 자취할거야 하고. 너는 장난스레 뱉었어. 나랑 같이 살면 안돼? 나는 또 반 농담으로 던졌어. 알았어- 하고. 넌 정말로 너의 집 주소를 찍어주었고 정말로 나와 함께 사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 동거라니, 난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어.
121 이름없음 2020/03/15 02:04:50 ID : O3wmty7tbg0 0
ㅂㄱㅇㅇ!!ㅠㅠㅠㅠㅠ
122 이름없음 2020/03/15 02:05:16 ID : jusqnTSHyE8 0
ㅂㄱㅇㅇ
123 이름없음 2020/03/15 02:07:18 ID : p860pWqqi9t 0
내가 말했어. 원룸에 어떻게 두 명이서 사냐고, 철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리고 넌 말 했어. 나 네가 수능 준비하는 1년동안 돈 많이 모아놨어 집 계약 곧 끝나니까 다른 곳으로 가면 돼, 하고. 정말 우여곡절끝에 난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주는 집에 너와 함께 살게 됐어. 이상한 상황이었고 분명히 거절했어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했어. 너와 그 집에 1년을 사는 동안 많이 힘들었어. 생각보다 좁은 집에 두 명이서 사는 건 힘들었고 나도 학교 생활에 허덕였어. 서로 사랑을 확인할 시간조차 없이 나는 학업에, 너는 일에 매진했지.
124 이름없음 2020/03/15 02:08:25 ID : p860pWqqi9t 0
그 집을 나온 게 2019년 8월 5일이었어. 참 오래도 살았지. 10평도 안되는 곳에서. 넌 1년 반동안 무던히 노력해줬어. 나는 그 시간동안 너의 사랑을 의심했는데 넌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 또.
125 이름없음 2020/03/15 02:09:48 ID : p860pWqqi9t 0
지금 나는 너의 노력으로 29평의 아파트에서 이렇게 네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면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있어.
126 이름없음 2020/03/15 02:10:03 ID : E7anBdXxRDs 0
미친다 대박
127 이름없음 2020/03/15 02:10:16 ID : E7anBdXxRDs 0
나 진짜 소름 돋았어
128 이름없음 2020/03/15 02:10:18 ID : p860pWqqi9t 0
해피엔딩이에요~😆
129 이름없음 2020/03/15 02:11:11 ID : p860pWqqi9t 0
글 길었을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힘든 사랑을 했던지라 누군가에게 꼭 말하고 싶었어요 ㅎㅎ 다들 너무 감사합니당
130 이름없음 2020/03/15 02:11:48 ID : E7anBdXxRDs 0
대박이에여ㅠㅠㅠㅠㅠㅠ 진짜 거의 처음부터 봤는데 너무 소름 돋고 대박..
131 이름없음 2020/03/15 02:12:00 ID : a4IMqnO1cmk 0
와 대박이다 행복해야해 스레주 ㅠㅠㅜ
132 이름없음 2020/03/15 02:12:41 ID : O3wmty7tbg0 0
오 미친....;;;;; 레전드다 행복해 스레주ㅠㅠㅠㅠㅠㅠㅠㅠ
133 이름없음 2020/03/15 02:12:46 ID : TRyJPa78642 0
헐 레주 대박 고생했고 행복한 길만 걷자 진짜
134 이름없음 2020/03/15 02:12:54 ID : E7anBdXxRDs 0
나도 이런 영화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135 이름없음 2020/03/15 02:14:59 ID : rfcFfPjz85P 0
와~ '너'가 스레 보면 감동받겠다...! 꼭 보여드려!! 축하해! 스레주! 그리고 스레주의 반려분!! 앞으로도 행복하게 사랑을 꾸려나가길 빌게!!
136 이름없음 2020/03/15 02:16:36 ID : p860pWqqi9t 0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네요 다들 너무 고마워요 ㅎ허헣
137 이름없음 2020/03/15 02:23:09 ID : O3wmty7tbg0 0
이거 왜 조회수가46밖에 안돼냐 다들 봐야하는데ㅠㅠㅠㅠ
138 이름없음 2020/03/15 02:54:34 ID : p860pWqqi9t 0
ㅎ허허 글재간이 없어서 복잡했을텐데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행복한 기분을 줄 수 있는 글 올릴 수 있으면 올랴볼게😆
139 이름없음 2020/03/15 08:42:17 ID : utvBbwk7aoG 0
와.. 행복하게 끝나서 아니 끝났다고 하면 안되지 계속 예쁜 사랑 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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