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학교에서 선배가 말 편하게 하라는게 (6)
2.법쪽 가고 싶은데 말이야 (13)
3.나는 어른스럽지 못한것같아 (2)
4.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4)
5.성폭행 당했는데 (14)
6.체력 고갈 에너지없어.. (1)
7.현실적으로 알바로 대학 등록금? 모을 수 있어? (12)
8.우리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9)
9.울고 싶은데 아무나 위로 좀 해주라 (3)
10.아무나 내 이야기 들어줘 열심히 위로 같은 거 안 해줘도 돼 그냥 보고있다고만 쳐도 돼 (73)
11.할머니가 돌아가신게 여전히 슬퍼 (21)
12.우리집은 여성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아 (4)
13.얘들아 나 난임이래 (14)
14.군대 언제가는지 알려줘야하냐 (7)
15.얘들아 학교 교무실로 전화하면 뭐라해야하니 (3)
16.야한그림 그린거 들킨거 같은데 어쩌지?? (6)
17.너네 엄마가 이러면 어떨 거 같애?? (3)
18.좋아하는 건 아닌데 질투나 (5)
19.하루종일 나 자신과 대화하고있어. (5)
20.자살하면 보험금 안 나오나?? (7)
1
이름없음
2020/04/22 14:22:08
ID : 804L88o5hzh
0
그냥 이 심란한 기분을 털어놓고 싶어서 왔어.
할머니는 두달전에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여전히 할머니가 그리워. 아직도 종종 울곤 해.
할머니랑 많이 친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할정도의 사이지만.
내가 너무 유난인걸까?
기분도 털어낼겸, 그냥 그동안의 일을 하소연할까 해.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2
이름없음
2020/04/22 14:25:46
ID : E3DAo2GrcE1
0
나도 몇 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몇 달 동안 계속 허전해했어 나도 너처럼 관계가 안 좋았는데도 그래서 너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 가는 것 같아
3
이름없음
2020/04/22 14:26:37
ID : 804L88o5hzh
0
우리집은 교과서에 나오는 대가족형태의 집이였어.
할머니, 아빠, 엄마, 나, 남동생, 여동생 이렇게 6명의 식구.
할아버지는 아빠가 고등학생때 돌아가셨고 아빠는 엄마가 나를 임신하자마자 일을 관뒀어.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서 관둔건 아니고... 뭐때문인진 잘 몰라.
그래서 엄마는 날 낳자마자 바로 일을 하셔야했고... 그 이후에도 아들을 위해서 남동생까지 낳았는데 어쩌다보니 늦둥이 여동생도 생기고....... 뭐 그런 가족이야.
4
이름없음
2020/04/22 14:32:29
ID : 804L88o5hzh
0
고마워. 어떻든간에 가족이라서 그런걸까?
아빠는 툭하면 술을 마시곤 가정폭력을 휘두르셨어. 엄마는 힘들어도 내색한번 안하시고 나랑 동생들을 키우셨고. 그 탓에 할머니가 어린 나에게 '니가 잘하지 않으면 엄마가 도망간다.' 라는 말을 하셔서 자주 울었던거같아.
아들을 원하셔서 남동생까지 낳았지만 그래도 흔히 생각하는 남녀차별에 대한 일은 크게 없었던거같아. 아니다... 엄마가 유독 남동생을 더 좋아하긴 해. 지금도 여전히.
어쨌든 나랑 동생들은 엄마하고만 얘기를 했고 엄마 역시 우리나 할머니하고만 얘기를 나눴어. 아빠가 있음에도 아빠가 없는것마냥. 그래서 더 가정폭력을 휘둘렀을 수도 있지.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할머니가 알게모르게 미웠고 아빠는 증오하다시피 했어.
퇴근해서도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늘 방에만 있었고, 엄마외의 다른 가족과이랑은 대화도 안했어.
근데 어느 날 아빠가 그러더라. 할머니 위암 말기시라고. 정말, 그냥 너무 덤덤하게 저녁은 먹었니 라고 물어보는 말투로 말을 해서 순간 이해가 안됐어. 어..? 뭐라고? 싶었지.
5
이름없음
2020/04/22 14:33:40
ID : 804L88o5hzh
0
그때가 아마 작년 늦여름~가을쯤이였을거야.
할머니는 늘 몸이 아프셨는데 아프셔도 병원에도 안가시고 그냥 집에서 미음같은 죽만 드셨거든. 그 탓에 발견이 늦어졌대. 이미 많이 늦었다고.
6
이름없음
2020/04/22 14:38:30
ID : 804L88o5hzh
0
쓰는 중에도 자꾸 눈물이 나네.
몇일 고모랑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신 할머니가 엄청 화를 냈어. 아빠한테. 지금까지 참아오셨던건지, 아니면 할머니가 위암걸리신게 아빠 탓이라 생각하신건지, 지금이라도 정신차리라는 뜻으로 화내신건지... 그러곤 아빠 꼴도 보기 싫다고 완전히 고모댁으로 가버리셨어.
의사 말로는 해를 넘기시기 힘드실거라고 하셨어. 연세도 연세시고 치료도 힘들다고.
7
이름없음
2020/04/22 14:43:21
ID : 804L88o5hzh
0
간간히 고모가 와서 할머니 소식을 전해주셨어. 아직은 건강하시다, 요즘 더 밝게 지내신다... 병원에 입원하셔야 하지 않겠냐 생각했는데 할머니가 어차피 곧 죽을건데 돈 쓰기 싫다고 버티셔서 결국 입원은 안하게 됐대.
그러다가 목욕탕에서 미끄러지시면서 머리를 좀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시긴 했지만 말야.
할머니가 입원하시고 나서부턴 아빠가 하루종일 할머니한테 붙어있었어. 잠도 병원에서 자고. 엄마랑 동생들은 자주 할머니 뵈러 병원에 갔지만 나는 아빠가 보기 싫어서 안갔어. (이게 지금 제일 후회되는 일 중 하나야.)
아마 이때가... 내가 자취시작 전이니까 11월~12월즈음일거야. 엄마가 병원에 가보지 않겠냐고 몇번이나 권유했지만 안갔어. 단지 아빠랑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물론 할머니가 날 많이 좋아해주시지 않았단 점도 한몫하긴 했어.
8
이름없음
2020/04/22 14:47:41
ID : 804L88o5hzh
0
할머니가 위암판정 받으신 이후에 아빠는 더 자주 술을 마셨어. 할머니가 그렇게된건 아빠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빠는 나와 엄마탓을 했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도 하고. 그 중 할머니 면회도 안가는 날 제일 욕했지.
그래서 더 안갔어. 그런 아빠가 너무 보기싫어서. 그러다가 결국 참고 참다가 아빠한테 소리도 질렀어. 욕도 하고.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다고. 아빠는 저거 미친년이라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덕분에 엄마가 쫓아내다시피 자취방을 구해줘서 혼자살게 됐어. 이때가 해가 바뀐 직후인 1월이네.
내가 자취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엄마가 할머니 보러 한번만 와주면 안되냐고 그러더라. 할머니가 이제 의식도 못찾으시고 의사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고. 그 순간 심장이 철렁 하더라. 내가 왜 지금까지 안갔지? 아빠가 보기싫어도 한번쯤은 갔어야 했는데.
9
이름없음
2020/04/22 14:51:58
ID : 804L88o5hzh
0
엄마가 아빠한테 전화해서 내가 가있는동안 병원에서 나가있겠다고 하겠다고, 한번만 다녀와달라고 해서 갔어.
갔는데... 내 기억속의 할머니 모습이랑 너무 많이 다르더라.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가고 있었고 몸도 엄청 마르셨는데 이제 의식도 점점 흐려지시고 눈도 제대로 못뜨신대. 흔들어서 깨우고, 부르면 잠깐 일어나시지만 눈 앞에 누가 있는지 구분도 못하신대. 내가 너무 늦게 왔구나. 내가 진짜 너무 늦어버렸어. 뒤늦게 할머니 손을 붙잡고 할머니, 할머니. 하고 불러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으셔.
10
이름없음
2020/04/22 14:54:14
ID : 804L88o5hzh
0
그러고나서 두번정도 더 찾아뵀던거같아. 볼때마다 엄청 야위어 가시고 호흡기도 바뀌어있고... 그래도 해를 넘기지 못하실거라는 할머니가 해도 넘기셨으니 얼마 안남았다는 말도 이겨내실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어.
그냥... 할머니가 돌아가실거라는걸 생각하지도 않았던거같아. 언제 가도 할머니가 계실것만 같았어.
11
이름없음
2020/04/22 14:55:35
ID : 804L88o5hzh
0
결국 할머니는 2월이 되어서 숨을 거두셨어. 해가 뜨기 직전인 어스름한 새벽에.
12
이름없음
2020/04/22 15:02:11
ID : 804L88o5hzh
0
새벽에 전화받고 부랴부랴 갔을땐 이미 할머니가 하얀천에 덮인채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더라. 고모는 그 옆에서 계속 울고계시고 아빠만이 묵묵하게 할머니를 지켜보고있었어.
큰 병원인데다가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어서 바로 장례식이 시작됐어. 할머니는 교회를 다니셔서 기독교식으로 진행됐고.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도 모르겠어. 손님 오시면 손님 뵙고 인사하고 울고 또 손님 오시고...
어찌저찌 화장까지 마치고 선산에 할머니 모셔다놓고 그렇게 장례식까지 다 끝내고 나니까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게 실감이 되더라.
13
이름없음
2020/04/22 15:08:15
ID : 804L88o5hzh
0
다 끝내고 집에 고모랑 다 모여서 부의금이랑 할머니가 남기고 가신 돈, 유언 등을 나눴어.
할머니한테 있던 돈이... 200도 채 되지 않는 돈이였어. 그 중 100만원이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할머니 생신때 고모가 할머니 드린 돈이였고. 그냥 새삼 슬프더라.
우리집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엄마 혼자 일해서 할머니 병원비나 장례비 등등 전부 고모가 해결하셨었거든. 그래서 할머니 명의 통장과 부의금 대부분은 고모가 가져가기로 하셨어.
아빠 친구들, 엄마 친구들, 내 친구들과 회사에서 보내준 부의금들은 각자 아빠, 엄마 나에게 주셨어.
14
이름없음
2020/04/22 15:10:56
ID : 804L88o5hzh
0
그러고 고모가 한참동안 날 바라보시다가 부의금 중 100만원을 나에게 주시더라. 할머니 유언이였대. 유언이라기보단 할머니 후회 중 하나에 더 가까운거 같지만.
아빠때문에 하고싶었던 공부도 못시켜주고 학원하나 못다니게 했던게 마음이 너무 아프셨대. 그래서 고모한테 부탁을 하셨다나봐. 나한테 100만원만이라도 남겨주라고. 그 돈으로 내가 하고싶은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대.
머리가 띵하더라. 나는 아빠가 밉다는 이유 하나로 할머니를 찾아뵙지도 않았는데 할머니는 날 가장 많이 생각하셨다는게.
15
이름없음
2020/04/22 15:21:37
ID : 804L88o5hzh
0
그리고 병원에서도 내 얘기를 자주하셨다나봐. 담당 간호사중에 날 닮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올때마다 할머니가 내 얘기를 하셨대.
큰손녀랑 똑 닮았다고. 손녀도 키크고 예쁘게 생겼다면서.
간호사들도 할머니를 많이 좋아하셨대. 다른 분들에 비해 힘들게 하시는것도 없었고 늘 웃으면서 얘기도 나누시고.
그냥 그랬대.
근데 나는 와중에도 돌아가시고 나서 왜 나한테 그런얘기를 하시는거지?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 이미 돌아가셨는데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해줘봤자 내 죄책감만 더 커지는데 왜?
16
이름없음
2020/04/22 15:23:19
ID : 804L88o5hzh
0
그냥 다 미웠어. 할머니가 나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거나, 그런 할머니를 아프게 만든 아빠나, 할머니 한번 뵈러 안간 내가 정말 너무 미웠어.
17
이름없음
2020/04/22 15:26:40
ID : 804L88o5hzh
0
그냥... 그렇게 할머니를 떠나보냈어.
엄마말로는 한동안 집안 분위기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고, 동생들은 더 어리광이 심해졌대. 혼자 자는게 무섭다고. 할머니가 여동생을 유독 더 아끼셨는데 그 탓인지 여동생은 더 우울해했대.
지금은 물론 다 괜찮은거같아.
아빠도 이제서야 일을 시작한거같고 집에 버리지 못하던것들도 하나둘씩 버리고 정리하기 시작했어.
집도 원래 할머니 명의였는데 어느새 아빠명의가 되어있더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바뀐건지, 할머니가 바꾸고 가신건진 모르겠어.
18
이름없음
2020/04/22 15:29:16
ID : 804L88o5hzh
0
두달이 넘었는데 여전히 난 할머니 생각에 괴로워. 늘 후회뿐이야.
할머니께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해볼걸, 할머니 용돈도 더 많이 챙겨드릴걸, 병원에 일찍 찾아가볼걸.
남자친구는 후회할 필요가 없대. 내가 아무리 잘했어도 후회했을거라고. 할머니는 할머니가 믿으시던 하나님, 예수님 곁으로 가신거니까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맞는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냥 눈물이 막 나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우리집은 가족다워졌어. 한달에 한번씩은 다같이 모여서 외식을 하기로 했고, 아빠도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아.
19
이름없음
2020/04/22 15:38:59
ID : 804L88o5hzh
0
나만 너무 유난인건지, 계속 할머니 생각이 나. 할머니 생각이 날 때면 돈봉투를 안고 울어. 엄마는 통장에 넣어두는게 나을거라고 하지만... 그냥 뭔가, 그 돈을 보고있으면 눈물이 나면서도 위안이 돼.
할머니가 직접적으로 남겨주신 현금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기분이 들어.
할머니가 꿈에 나와주실법도 한데 딱 한 번, 내꿈에 나타나신뒤론 할머니 꿈을 안꿔. 여동생은 좀 많이 꾸는거 같지만. 꿈은 그저 내가 생각하는걸 보여주는것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서도 섭섭해.
20
이름없음
2020/04/22 15:41:18
ID : 804L88o5hzh
0
음! 이렇게 털어놓으면서도 울긴 했지만 좀 괜찮아진 기분이 들어.
눈물콧물 뿜뿜하면서 쓰고있었는데 거래처에서 손님이 와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이렇게 털어놨으니 할머니 생각이 좀 덜날려나? 생각은 나더라도 울지 않게되면 좋겠어.
왠지 할머니는 내가 우는걸 보고싶어하시지 않을거같거든.
21
이름없음
2020/04/22 20:43:08
ID : krbvjta1eK7
0
나도 나 중딩 입학 할 시기쯤에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진짜 한달덩안 계속 울었어 구라 안 치고 할머니가 나 키워주셨거든 지금도 우울해 스레주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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