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늘 (2)
2.. (1)
3.캘리그라피 재활 (13)
4."내일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갈래? (210)
5.일상판 오는 사람 있나? (51)
6.주말에 먹은거 자랑하는 스레 (3)
7.난 이런 하찮은 갭이 너무 좋다 (2)
8.너네는 취미가 뭐야? (48)
9.산책친구를 구할수 있을까 (1)
10.15키로 빼는데 얼마나 걸릴까 (10)
11.운동하는데 어지럽고 배 아픈거 왜 그런거야 (3)
12.개인적인거 (4)
13.🍒🦄😘일상판 잡담스레😘🦄🍒 (835)
14.이야아악 통쾨해! (4)
15.오랜만에 디델리 먹음 ^_ (2)
16.강동 멜섭가지고놀사람 지금 라관 올사람 (3)
17.인생에서 후회스러운 순간들 적고가 (12)
18.일상판 자기자랑 스레 (37)
19.다들 남자 급소 차본적 없어? (33)
20.좋은 빨래템? 세탁템 추천스레 (2)
조부모님이 일본에 살아서 작년 여름방학 때 일본에 놀러 갔었어. 두 달 정도 머무르다 왔고 집이 엄청 시골이었어. 덕분에 집도 크고 마당도 넒은데다 바로 뒤에 밭이 있고 조금 나가면 연못? 호수가 있는... 워낙 시골이다 보니 막 근처에 사는 분들이랑도 알고 계시더라고. 그래서 거기 지내는 동안 근처 사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랑도 어울리고 하면서 지냈던 얘긴데... 그냥 생각나서 이야기 몇 개씩 풀어보려고.
참고로 나는 일본어 실력은 유창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일상회화 정도는 문제없이 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문제는 내가 일본어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웠다는 것... 그래서 나는 몰랐는데 말투가 완전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말투라 하더라고;;;;;;; 아마
이름 "어쩌구저쩌구"
이런 식으로 푸는 이야기가 꽤 많을 것 같은데 내가 한 말들은 너네가 보기엔 정말 오글거릴거야... 왜냐면 내 말투는 일본 애니 캐릭터들 말투 그 자체였거든... 나도 몰랐다 ㅠㅠㅠㅠ 한국으로 치면 인소 대사 남발하는 거라고 생각해줘... 아무튼 그러니까 그거 감안해주고 말투 오글거린다고 너무 놀리지 말아줘 이미 잔뜩 쪽팔려한 뒤거든...
딱히 일기를 쓰고 싶은 건 아니고 썰풀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일상판은 내가 겪었던 일이랑 말 그대로 내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잖아? 일상판에 있어도 문제될 건 없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야.
레스주의 생각은 존중하지만 딱히 판이탈을 한 건 아니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 :)
일상판이 단순히 게시판 이름름만 교체된게 아니라 모든게 변해서 썰풀면 아니꼽게 보거나 대놓고 비꼬는 사람도 많던데 일단은 나도 구경할게 재밌겠다
둘 다 고마워! 잠시 엄마한테 불려서 다녀왔어... ㅋㅋㅋ 아무래도 제일 화력 좋던 잡담판이 히든처리 되고 새로운 판이 들어온데다가 지금은 조용해 졌다지만 어그로도 엄청 끌렸었고... 다들 날이 서있는 상태겠지 이해해! 그래서 더더욱 여기서 싸움 없는 평화로운? 스레를 하나 세워보고 싶었어.
일단 난 부모님이랑 동생이랑 같이 일본에 갔고, 한국인이신 할머니랑 일본인이신 할아버지랑 지냈어! 거기에 뭐 옆집 아주머니, 앞집 할아버지, 등등... 여러명 나올건데 인물 적어두고 자주 나올 사람들만 가명 정해둘게! 우리 성씨는 그냥 한국인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한씨로 했고 이름은 그냥 과일 같은 음식? 사물 이름? 생각이 안나서... ㅋㅋㅋㅋ 일본인 분들도 임의로 성씨를 김, 박 같은 한국 성씨로 쓸게 😂 이름 짓기를 못해서... 이해해줘!
나 - 한딸기
동생 - 한망고
스레주의 부모님
스레주의 조부모님
옆집 언니 - 최 별
옆집 오빠 - 최 달
연못 앞 집 언니 - 김 포도
한 살 차이 언니 - 송 구름
앞집 할아버지(실제 앞집은 아니고 성함을 못 외워서 그냥 그렇게 부름)
옆집 아주머니(실제 옆집)
이름 이상해서 미안... 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실제 이름을 쓸 수도 없어서 내가 여기서 쓸 때 기억하기 쉬운 걸로 하다 보니까 저렇게 됐어... ㅋㅋㅋㅋㅋㅋ
시골이라 그런가, 결혼해서 가정도 있으시고 하신 어른 분들을 제외하면 애들은 완전 어리거나 이미 대학생이거나... 중간이 거의 없더라고. 아, 아니 물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드물지만 보긴 했는데 내가 친하게 지낸 사람들은 다 할머니 친구분들의 자식분들이어서... 에서 나온 사람들 말고는 그닥 대화를 해 본 적도 없어. 심지어 구름 언니 빼고는 다 이미 대학생 아니면 심지어 취준생이었고.
아무튼 첫 며칠은 우리 가족끼리만 조부모님 집에서 보냈어... 근데 저 집에 한국에서 가족이 놀러왔대! 라는 소문? 같은 게 퍼진건지 맨 처음에 옆집 아주머니가 별 언니랑 달 오빠랑 함께 우리 집으로 오셨어. 옆집 아주머니는 부르기만 아주머니지 우리 할머니랑 나이차이가 5살 밖에 안 나셔서 우리 할머니랑 친구? 분이셨어.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일본어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니라지만 가족 이외의 현지인을 만나보긴 처음이라 긴장해서 처음엔 꼴사납지만 동생 뒤에 숨어있었어... 그래봤자 보였겠지만... 할머니는 애들끼리 놀라고 나랑 망고, 언니랑 오빠더러 방에 들어가 있으라 하셨고, 우리는 같이 방에 들어갔어.
다다미 방이라 다 그냥 어색하게 앉아있는데 와... 진짜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어... 아무도 말 안 하고 공기는 무겁고... 그러다 별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줬어.
별 언니 "에... 안녕하세요. 야 달아 너도 인사해."(실제로 "에"라고 하는 걸 처음 들어봐서 깜짝 놀랐었어 ㅋㅋㅋㅋㅋ)
달 오빠 "... 안녕하세요."
딸기(나) "안녕하세요."
망고 "안녕하세요."
그리고 다시 가라앉은 침묵... 심지어 망고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등을 제외하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이 이후는 나 혼자만의 싸움이었음...
별 언니 "그... 혹시 이름이?"
딸기 "아, 저는 한딸기, 16살이고(당시 나이) 제 여동생은 한망고, 14살이예요. 그.. 쪽? 어..."
별 언니 "최 별이에요. 21살."
달 오빠 "최 달이라고 하고, 22살입니다."
하다못해 두세살 차이정도 날거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이미 성인이었고 심지어 망고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들어서 그냥 멀뚱멀뚱이 있었어. 심지어 일본 특유의 그 문화? 때문에 우리 나이 듣고도 꼬박꼬박 존대 사용하셔서 몸이 꼬이고 불편한 기분이었다...
심지어 거긴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친밀하지 않은 사이엔 요비스테(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안하고... 한국은 서로 이름 알려주면 바로 이름으로 부르는데 거긴 성씨로 부르니까 나랑 망고는 둘 다 한씨로 불렸고 오빠랑 언니는 둘 다 최씨로 불러야 했고... 뭐 가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바로 요비스테 허락하는 사람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적어도 초면에 허락도 안 받고 요비스테 하기는 좀 그렇더라. 아무튼 그래서 나 혼자 문화에 적응 못하고 뻘뻘 거리고 있었어...
나 "아 저기... 최.... 씨....?" (성씨가 최, 라고 치면 누구누구 상, 이라고 불렀으니까(~ 상 = ~ 씨) 번역할땐 최씨라고 했어)
별 언니 "네, 맞아요."
나 "저... 그 초면에 죄송한데......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별 언니 "부탁이요....?"
나 "말 놔주지 않으실래요...?"
그 짧은 시간동안 오간 대화를 도무지 버티지 못한 나는 결국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두분에게 말을 놓아달라고 요청했다.... 그야 거기서는 그게 당연한 걸지 몰라도 성인분들한테 존대를 듣는 내 심정은 말이 아니었다고.
별 언니랑 달 오빠가 엄청 당황한 게 눈에 보여서 쥐구멍에라도 파고들고 싶었지만 별 언니는 흔쾌히 내 요청에 응해줬지만 달 오빠는 그냥 원래 존대한다고 해서 내가 돌아갈때까지도 계속 존댓말을 썼어.
별 언니 "그보다, 한국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일본어 잘하네?"
달 오빠 "그러게. 발음도 좋네요."
나 "감사합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조금 공부를..."
차마 애니메이션을 봐서 늘게 된 실력이라고는 말하지 못했어...
별 언니 "와 정말? 그래도 남의 나라 언어인데 유창하네. 대단하다."
나 "아뇨 말하는 것 정도고 읽고 쓰는 건 전혀 못하니까요."
별 언니 "그래도."
두분도 할말이 따로 없으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결국 너 일본어 잘한다~ 를 주제로 몇 분 동안 얘기가 돌고 돌았어... 진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버리고 싶었다. 1층이었지만 그래도 뛰어내리고 싶었어.
아무튼 그 날은 그냥 서로 소개? 같은 것만 간단히 하고 옆집 가족분들이 얼마 안 지나서 당신들 집으로 돌아가셨어. 두분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성인이기도 했고 너무 어색해서 난 속으로 언니랑 오빠랑 다시 만날 일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한국에 있을때부터 반 친구들이랑도 제대로 못 지내는 찌질이 아싸였는데 다른 나라에서 만난 성인분들이랑 잘 지낼 수 있을리가 없잖어;;
봐줘서 고마워!
하지만 내 바람은 철저히 무시되고... 난 그저 어떻게든 어색한 침묵을 피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대화를 이어나갔을 뿐인데 거실에서 그걸 듣고 우리가 잘 어울린다 생각하셨는지 할머니는 두 사람을 더 자주 부르기 시작했어........ 덕분에 동생한테 매달려서 조금 울었다.
ㅋㅋㅋㅋ 봐줘서 고마워!!
나는 할머니한테 "둘 다 대학생인데 저랑 동생이랑 놀아주는 거 귀찮아하지 않을까요." 라며 열심히 말렸지만 할머니는 괜찮다며 웃으셨다. 아니, 놀아주는 건 언니랑 오빠인데 왜 할머니가 괜찮으세요 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이틀 뒤였나 삼일 뒤였나 언니랑 오빠가 또 왔어.... 언니는 친절했고 오빠는 반대로 과묵하고.... 동생은 일본어 못하고 난 죽고 싶었다...
언니는 우리를 나름 신경써줘서 계속 말을 걸어주고 오빠는 계속 입 다물고 있고 동생은 아무것도 못 알아들으니까 멍하니 있고 ㅠㅠㅠㅠㅠ 나는 언니랑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야 하고... 진짜 총체적 난국이었어. 심지어 나 대인기피증이 심하진 않아도 조금 있어서 더 힘들었음... 결국 이런 만남이 몇 번 더 반복되고 조금....? 아주 조금....? 은 친해졌었던 것 같음... 물론 아직 서로서로 한 씨, 최씨라고 불렀음...
별 언니 "그러고보니까 말이야."
나 "네?"
별 언니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들었는데, 문화라면 정확히 어떤 거?"
나 "네? 어...... 어........... 후지산! 벚꽃!"
별 언니 "? ... 저... 한 씨, 그건 그냥 자연..."
나 ".... 죄송합니다. 말로 하려니 모르겠어요."
이랬더니 언니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찾으려고 어깨를 들썩이고 오빠는 입술을 씰룩이다가 아예 다른 곳을 봐버렸어. 쪽팔려서 당장 머리박고 기절하고 싶었다. 어떤 문화, 라고 하는데 후지산... 벚꽃....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언니는 웃음을 못 참고 크흡, 크흐흐흐ㅡㄱ 거리면서 웃으셨고 좀 지나니까 정색하면서 미안하다 하더라.... ㅎ..... 아닙니다 제가 무식해서 그런걸요... ^0^... 그렇게 또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난 저 한 씨라는 표현이 무지무지 거슬리기 시작했음.
나 "저 최씨..."
별 언니 "응?"
달 오빠 "네?"
나 "그 한 씨라는 호칭 좀 어떻게... 그 씨, 자 만이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별 언니 "응? 아 미안, 혹시 불편했어?"
나 "한국에선 연상이 연하에게 잘 쓰는 건 아니니까요. 적어도 성인이 미성년자한테는."
별 언니 "아 그래? 그럼... 딸기? 농담이지만."
나 "? 네? 아뇨 그렇게 불러주셔도 되는데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든 정적.
별 언니 "아 그런가. 한국에는 요비스테 문화가 없구나..."
나 "어... 네...."
왜 이렇게 자주 침묵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온 몸이 가려워 질 정도의 침묵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현웃 터졌잖아ㅋㅋㅋㅋㅋㅋㅋ진짜 웃겨ㅋㅋㅋㅋㅋㅋ현지인은 더 웃겼겠다ㄴ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나중에 동생도 듣고 엄청 웃었어 ㅠㅠㅠㅠ 진짜 두 사람 입장에선 얼마나 웃겼을까... 얼마나 바보 같아 보였을까 하.... ㅠㅠㅠㅠ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합의(?) 본 바, 별 언니는 나랑 동생을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고 달 오빠는 그냥 -씨 자만 떼서 한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별 언니가 본인만 요비스테 하는 건 좀 그러니까 너네도 편하게 부르라고 해서 나랑 망고도 최씨에서 벗어나서 별씨, 달씨로 부르기로 했고... 그렇게 요비스테?를 하고 나니까 뭔가 더 친밀도가 오르긴 했는데 엄청나게 어색했다.
나 "어 그럼... 별 씨."
별 언니 "응 딸기야."
나 "네 별 씨."
별 언니 "응 딸기야."
나 "네 별-... ....?"
문제는 내가 요비스테 문화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될지가 매우 난감했다는 점.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별 언니는 그냥 어리버리 타는 내가 귀여워서 웃음 꾹 참고 맞춰주셨대...
이건 후일담? 같은 건데 저 후지산이랑 벚꽃 발언은 별 언니한테 꽤 강하게 박힌 모양이야... 나중에 친해졌을 때 좀 놀려먹더라.
별 언니 "딸기, 후지산 좋아하지?"
나 "네? 네 뭐...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만..." (실제로 이런 말투였다 죽고싶다)
별 언니 "보러 갈까?"
나 "? 별 씨랑 후지산을 보러요?"
별 언니 "왜, 싫어?"
나 "아니 싫다기 보단..."
별 언니 "딸기가 우리 일본의 "문화"를 좋아한다길래. 구경시켜줄까 해서."
저렇게 말하면서 히죽거리는데 언니고 뭐고 살짝 때리고 싶었음. 물론 나중에 후지산 그거 실제로 봐도 사진만큼 그닥 멋있진 않다고 하고 일단락 되긴 했지만...
위에서 말했지만 내 일본어는... 애니를 보며 배운 거기 때문에 좀 많이... 이상했어..... ㅎ........ 어느정도였냐면 --습니다, --니까? 같은 말투랑 --그렇네요, --나요? 같은 말투랑 -에?! 이런 것도 쓰고... 심지어 왠지는 모르겠는데 중간중간 사투리가 섞여있었어. 그것도 엉터리 사투리가. 아무래도 애니 볼 때 이런 저런 말투 쓰는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내 말투도 섞인 모양이더라... 이것 때문에 에피소드가 여러개 생겼는데 이건 나중에 천천히 풀기로 하고....
뭐 별 언니랑 달 오빠랑은 이런 식으로 집의 어른분들이 서로 오가게 하시게 하면서 친해졌어.
다음은 연못 앞 집 언니 얘기! 걸어서 15분? 20분? 정도 거리에 작은 호수라 해야하나 연못이 하나 있었어. 그 근처 집에 사는게 할아버지 친구분의 따님이자 우리의 또 다른 베이비시터(?) 김포도 언니. 이 언니랑 만나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랑 같이 산책하러 연못 근처에 갔다가 할아버지가 "아 그러고보니 이 집에 딸이 한 명 있었지." 하고 날 그곳으로 데려가신 것... 심지어 망고도 그때 나랑 없었고 난 혼자였다.....
차마 싫다고 하지도 못하고 난 무작정 포도 언니네 집에 끌려(?)갔어. 가서 할아버지랑 친구분이 서로 말을 주고 받으시고는 포도 언니한테 날 인사시켜주셨지. 포도 언니는 조금 조용한 사람이어서 나랑 할아버지를 보고 그냥 고개 조금 숙이는 걸오 인사를 대신했어.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날 막무가내로 그 집 안 거실까지 끌고 들어가서는 친구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시고, 친구분은 포도 언니한테 날 봐달라고 하심. 느닷없이 16살 짜리 애의 베이비시터가 되어버린 언니는 날 조용히 자기 방으로 안내해줌...
언니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쫄린 나는 선수를 치기로 함.
나 "어... 저 그 갑자기 죄송합니다... 방해 안 하고 조용히 있을테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하면서 쭈그리 되어있는 나를 보고 언니가 웃더니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더라. 물론 존댓말로. 아.... 제발.............
나 "한딸기예요. 16살입니다."
포도 언니 "전 김포도예요. 나이는 19살."
그렇게 어색하디 어색한 인사를 나눈 나는 멀뚱히 서있었고, 언니는 방에 작고 낮은 테이블을 펴주더니 나보고 그 앞에 앉으라고 권했음... 방에 방석도 있더라... 다다미라 그런걸까. 아무튼 그렇게 앉아있었더니 언니가 나가서 우유랑 과자를 가지고 와줌.
봐줘서 고마워!
그리고 형식적?이라 해야하나 아무튼 대화를 주고받다가 난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냐! 호기롭게 언니에게 말을 놓아줄 것을 부탁... 사실 쉽진 않았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부탁했다. 그리고 언니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반말로 해주기 시작했고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할아버지가 노크를 하시고 언니 방 안으로 고개를 내미심. 난 이제 가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일어날 준비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나에게 폭탄을 날려주셨어.
할아버지 "딸기야, 할아버지 지금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잠깐 장 보려고."
나 "아, 네 갈게요."
할아버지 "아니, 딸기는 잠시 여기 있어."
나 "...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장 보고 오는 길에 데리러 올게. 그럼 놀고 있으렴."
나 "....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렇게 내 부름을 무시한 할아버지는 나가버리셨어. 아니 이런 경우 있냐고요. 손녀딸은 초면인 사람 집에 이렇게 떨어뜨려놓고 장을 보러 가시다뇨.
참고로 스레주는... 사람과의 대화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아싸 오타쿠야... 하다못해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왔을 때나, 거실에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편하기라도 했지 이건 뭐... 결국 언니와 방에 뎅그러니 남겨진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어.
하지만 문제는 포도 언니가 보이는 거랑 다르게 그렇게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
그 언니는 나에게 온갖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어. 한국 학교는 어떤 느낌이야? 한국에선-등등 여러가지 물어보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 언니는 한국의 아이돌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어. 그 언니... bts의 팬이더라고... 근데 언니... 난 한국 아이돌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을 덕질하는데 어쩌지....?
결국 한 방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같이 있는데 한국인은 일본 애니를 좋아하고 일본인은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렸음.
포도 언니 "한 씨, 한국 사람들은 정말 다 그렇게 tv에서 보는 것처럼 예뻐?"
나 "아뇨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거죠..."
포도 언니 "혹시 bts 실물 본 적 있어?"
나 "tv로도 본 적이 거의 없당께요..."
포도 언니 "없당께요...?"
나 "... 실수. 없는데요."
포도 언니 "?? 아무튼. bts 한국에서 인기 장난 아니지? 진짜 반 애들이 다 좋아하고 그래?"
나 "많이... 좋아하긴 하죠....?"
결국 그렇게 난 포도 언니한테 붙잡혀서 한국에 대한 온갖 지식을 탈탈 털리고 말았어.
그렇게 한참을 bts에 대해서 말하는 언니의 얘기를 듣다가 나는 반쯤 혼이 나가 버렸어. 그리고 그걸 눈치챈 언니가 웃으면서 급하게 사과했고.
포도 언니 "아 미안. 내가 한국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잘 없어서."
나 "그래요? 그래도 일본엔 한국 사람 적은 편은 아니지 않나요?"
포도 언니 "적은 편은 아닌데... 학교에서 자주 보이는 건 아니니까."
나 "아-과연."
포도 언니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애들은... 본인만의 커뮤니티라 할까 그런 게 있단 말이지. 아,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 뭐라할까, 조금 끼기 어려워서 실제로 대화해본적은 거의 없어."
나 "그렇군요... 근데 김씨, 어쩌죠."
포도 언니 "뭐가?"
나 "저 아이돌 안 좋아해요. 그래서 아는 것도 없는데."
포도 언니 "아... 그래? 그럼 뭐 좋아해?"
그리고 여기서 정지. 장비를 정지합니다. 장비를 정지-앙대잖아?
아무튼 이런 상황이 생겨서 나는 또 입을 다물었다. 애니 좋아해요 라고 하기에는 좀...
난 안 괜찮았어. 한국에서 아 그렇습니까. 어라 그런가요? 후훗, 같은 말투를 쓰고 다니는 외국인을 상상해봐.......... 그게 일본에서의 나였어.......... 심지어 난 그걸 몰랐고.........
ㅋㅎㅋㅎㅋㅎㅎㅋㅎㅎㅋㅎㅋㅎㅋ확실히 말투가 애니체긴하다 ㅋㅎㅋㅎㅎㅋㅋㅋㅋㅎ큐약간 우리나라로 치면 뭔가 인소느낌의 드라마 덕후 말투(??)였으려나 ㅋㅎㅎㅋㅎㅋㅎㅋ재밌다 ㅋㅎㅋㅎㅋㅎㅎㅋㅋㅎㅋㅎㅋㅎ "우리나라 어떤 문화 좋아해?" "어,,무궁화 지리산.."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ㅎㅋㅎㅋㅎㅋㅎㅋㅎ진짜 이렇게 바꿔만 봐도 초초강력해 ㅋㅎㅋㅎㅋㅎㅎㅋㅋ
결국 난 대충 게임이라고 둘러댔고 언니가 무슨 게임?이라고 물어보면서 2차 난관이 닥쳤다. 순간적으로 미연시요, 라고 대답할 뻔 하던걸 간신히 억눌렀음.
나 "이것저것... 어... 그래도 굳이 꼽자면 시뮬레이션이나 fps 게임이려나요....?"
라고 둘러대고 또 침묵. 나는 속으로 할아버지 언제 돌아오시나요를 백만번쯤 외치며 탈주닌자 이타치가 되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언니랑 대화를 이어감. 언니가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 자체에 관심이 좀 있어서 나한테도 되게 호의적?으로 다가와줘서 고맙긴 했다.
다만 내가 완전 아싸 기질이라 그런 들이댐이 조금 버거웠을 뿐... 진짜 난 그런 분위기가 너무 숨막혔어. 집에 가서 그냥 뒹굴거리다가 낮잠이나 자버리고 싶었는데 할아버지는 아직도 안 돌아오셨고...
여튼 그래서 엄청 오래 느껴지는 시간동안 언니랑 수다를 떨다가 할아버지가 드디어 오셔서 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감...
약간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발음은 죽이는데
"저... 죄송한데 말 좀 놔주시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여기 문화가 조금 어색하네요~ 하핫."
같은 말을 육성으로 내뱉고 다니는 거랑 비슷했을 거야. 근데 나 그거 누가 말해주기 전까지 몰랐어....
무궁화 지리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바꾸지 말아줘 죽고 싶어... ㅋㅋ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ㅋㅋ.....
포도 언니는 일단 내가 한국인이어서 어느정도 관심을 가져줘서 그냥 산책하다가 만나면 대화 좀 하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짐. 다음은 나랑 한 살 차이(17)인 구름 언니. 이 언니랑 만난 것도 할머니의 소개였어. 아마 할머니가 친구분이랑 대화하다가 둘이 나이도 비슷한데 놀라고 하면 되겠네! 한 게 아니었을까 싶음. 구름 언니는 자신의 할머니(우리 할머니의 친구분)와 함께 우리집으로 오셨고 나랑 망고랑 언니는 다다미 깔린 방으로 들어감.
망고는 말을 모르니 뭐... 당연히 입 다물고 있고 나는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이름을 끝까지 못 외운 어른들한테도 자기소개 하고 다녔으니까) 자기소개를 함.
나 "어... 안녕하세요..."
구름 언니 "그래, 안녕. 아, 말 놔도 되지?"
나 "아 네! 말 편하게 하세요."
구름 언니 "너도 말 편하게 해."
나 "전 이게 편해서..."
구름 언니는 초면부터 바로 말을 놓더라고. 난 그래서 속으로 축배를 들아라~ 노래를 재생시키며 기뻐하고 있었음. 말 놔주세요 소리를 또 안해도 되니까.
여튼 그렇게 말을 놓긴 했는데 이 언니는 딱히 우리랑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어보였음. 자기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더라고. 그리고 난 이런 무관심에 감사해하며 나도 핸드폰을 꺼내들었음. 그렇게 나랑 망고랑 언니랑 다 핸드폰이나 하고 있는데 구름 언니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핸드폰 집어넣고 대화 좀 하라 그래서 결국 핸드폰을 집어넣게 됨.... 근데 아니 솔직히 뭔 말을 해... 그건 구름 언니도 마찬가지였는지 머뭇거리다가 서로 아무말이나 던짐.
구름 언니 "어.... 취미가 뭐야...?"
나 "게임... 이요... 송 씨는요...?"
구름 언니 "난 드라마 보는 거."
나 "그렇군요..."
그리고 난 후지산, 벚꽃, 난데없는 사투리와 애니체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엄청난 흑역사를 추가로 생성했어.
뭔가 분위기가 그 왜 소개팅 같은 거 할 때 남여가 서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이런 거 묻는 분위기... 막 달달하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어색하고 뭘해야 될지 모르겠는 그런 분위기 였어서 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생각했다가 농담이랍시고 내 머릿속에 들어있던 걸 말해버렸어...
나 "그보다 이거 분위기가 왠지 맞선 자리 같네요."
나 죽을까. 애니에선 이런 대사.... 가끔 나오길래........
언니의 동공은 팝핀을 추기 시작했고 언니가 "... 미안 뭐라고?" 라고 하자 그제야 여긴 애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걸 자각함. 한국어로는 못 할 말을 왜 일본어로 그렇게 유창하게 했는지 모르겠어.... 결국 나도 같이 동공지진 일어나서 "어... 아니 그게 아니라요, 잘못 말했어요.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도게자 해야하나 싶었음.... 진짜... 아 이제 생각해도 죽고 싶다 맞선 자리... ㅋㅋㅎㅋㅎㅋㅋㅎㅋㅋㅋㅎㅋㅋㅋ.... 애니로 일본어 배운 애들은 절대 일본 가지 말 것.....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지 아니면 그냥 어이가 없었는지 내가 사과하니까 언니가 숨 넘어가게 웃더라.......
구름 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씨, 혼자 뭐 해 ㅋㅋㅋㅋ"
나 "아니 그러니까요 그게, 그게 아니고."
구름 언니 "아니 왜 사과해 ㅋㅋㅋㅋ 괜찮아 괜찮아."
너무 심하게 웃길래 망고는 옆에서 계속 "언니 왜? 언니 또 뭐라 그랬어? 후지산 얘기 했어?" 이러고 있고 난 얼굴 빨개져서 허둥지둥 거리고 있고... 진짜 혼파망 그 자체였어...
아니 난 근데 진짜 그냥 그 어색한 분위기?에 심지어 취미까지 물어보니까 그게 뭔가 처음 소개팅 나간 사람들이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 의미로 말한 건데... 소개팅이 일본어로 뭔지 몰라서 맞선...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시 떠올리니까 죽고 싶다 왜 그랬지.
내가 제일 수치스러웠어.... 차라리 소개팅이라고 했으면 좀 나았을까....?
아니 문제가 난 진짜 그 어색한 분위기가 처음 만난 사람들 그 특유의 분위기라 그런 생각이 든 것 뿐이란 말이야. 잘은 모르지만 소개팅 같은 거 하면 분이기가 딱 저렇지 않아? 어색하고, 할 말 없고. 그래서 그렇게 느끼고 그냥 분위기 좀 풀겸 해봤는데 하필 소개팅이라는 단어는 뭔지 생각이 안나지, 그나마 그거랑 뜻이 비슷한 단어 알고 있는 건 맞선이지, 그래서... 그냥 생각없이.......
아무튼 그런 미친짓을 하고 언니는 끅끅 거리면서 웃고 갈 시간이 돼서 돌아가고... 이후에도 난 언니한테 신나게 놀림 받았어. 며칠 뒤에 우리 집에 또 왔는데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나 보고 웃음 참는 표정으로 "제가 오늘 한 씨 맞선 상대예요." 이러고.... 쪽팔려서 으아악! 하고 소리지르면서 "그만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러니까 "엌ㅋㅋ 한 씨가 뭘 잘못했어 잘못한 거 없는데 ㅋㅋㅋ 괜찮아 괜찮아." 이러는데........ 아 진심 일본가서 목메달고 죽을까만 한 백만번쯤 고민했던 것 같아.
아무튼.... 구름 언니랑 친해지게 된 계기는 이러함... 나의 숭고한 희생으로... 친해졌어....... 참고로 이건 너무 쪽팔려서 가족한테는 차마 말 못하겠더라. 그래서 망고도 내가 그 날 뭐라고 말해서 구름 언니가 그렇게 미친듯이 웃은건지 아직도 몰라.
그리고 내 말투. 그래 이것도 얘기해야지... 위에서 읽었으면 단번에 알겠지만 내 말투는 애니 캐릭터의 말투 그 자체였어. 심지어 온갖 말투가 섞여서 실수로 나도 모르게 사투리 쓴 적도 있음... 이걸 가장 먼저 지적해준 건 구름 언니였다. 언제였지? 내가 일본 간지 3주인가 한달 됐을 즈음이었어.
구름 언니 "아 딸기야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이때는 서로 요비스테 함)
나 "응 뭔데?" (그리고 나도 말 놓음)
구름 언니 "너 말투 왜 그래?"
나 "? 내 말투가 왜?"
구름 언니 "되게 일관되지 않다 해야하나... 어...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말투같아."
나 "................"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들어버린 나는 지금까지의 기억들이 모두 플래시백 되면서 그제야 눈치챘어. 애니메이션의 말투는 현실 말투와 다르다는걸....
나 "어... 그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아...?"
구름 언니 "응. 아니 그리고 그건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는데 너 말투 계속 바뀌어."
나 "그래....?"
구름 언니 "어쩔 땐 뭐뭐 했습니다~ 하다가 어쩔 땐 했어요~ 하다가 나 심지어 너 사투리 쓰는 것도 들어봤고."
나 "한 번 들으면 그렇게 느낄 정도야....?"
구름 언니 "누구라도 알 걸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국욕을 했고 "그거 한국욕이지? 나도 가르쳐줘." 라고 언니가 조르는 바람에 결국 언니한테 18을 찰지게 말하는 법을 강의해줌.
근데 그런다고 내가 뭘 어째.... ㅠㅠㅠㅠㅠ 내가 배운 건 그런 말투밖에 없다고 ㅠㅠㅠㅠㅠ 결국 난 내 말투를 미친듯이 의식하면서도 한국으로 돌아올때까지 말투 못 바꿨어... 오히려 의식하니까 그게 더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놀림이나 받았지 18....
참고로 난 최소한 20년이 지나지 않으면 일본에는 다시 가지 않을 생각이야. 거길 대체 무슨 수로 돌아감.
뭔가 풀다 보니까 내 흑역사만 잔뜩 풀렸는데 이 이후에는 그래도 말투 빼면 좀 정상적일거야.... 아마도... ㅠㅠㅠㅠㅠ
응응 고마워!
일단 온라인 클래스 때문에 잠깜 자리 비울게! 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와서 썰 이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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