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혹시 일본 대학 준비 중인 사람... (27)
2.내남친 넘 기욥 (26)
3.둘중에 하나 골라줘 (10)
4.덕질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 썰 푼다 (22)
5.지금 철구랑 외질혜 뭐야? (8)
6.내가 수업시간에 더이상 안 조는 이유 (19)
7.펑 (3)
8.대학 가는게 나을라나? 너네 상황이면 어쩔래? (25)
9.코로나 때문에 얼떨결에 강제 다이어트 (25)
10.머리 아파!!!! (15)
11.너넨 코팩 뭐 써 (6)
12.헤헤 오늘 내 생일! (21)
13.수학 공책(?) (18)
14.퍼퍼퍼퍼퍼퍼ㅓ펑💣 (15)
15.우리 엄마 가게 이름 좀 지어줭 (30)
16.학원 선생님이 코로나 확진자랑 같은 아파트살아 (15)
17.20대 중반 여자 카드지갑으로 프라다 (6)
18.생기부 자기소개서 장래희망란.. (8)
19.한국기업인줄 알았는데 의외였어 (3)
20.모자쓸 때 머리카락 어떻게 해? (9)
나는 한 2014~15년도부터 한 게임 시리즈를 꾸준히 덕질해 왔어
여러 팬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좋은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랑
덕질하면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하나둘씩 얘기해보려구 해
우선 내가 덕질하는 게임 시리즈는 내년이면 30주년을 맞음
국내 팬덤은 정말 죽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데 대신 해외에선 메이저한 장르라서 억수로 활발한 편이야
이쪽 판이 너무 적어서 그걸 이야기해버리면 누군지 다 유추 가능할 것 같아가지고 ㅜ
일단 설명은 으로 대체할겡
우선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게임 시리즈지만 난 처음부터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서 입덕하질 않았어.
내가 이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된 경로는 이래. 천재교육의 모 아동잡지 팬카페에서 누가 이 장르 캐릭터 월페이퍼를 올렸음. 그런데 일러스트 디자인이 너무 포근하고 맘에 들어서 흥미를 가지고 위키를 뒤져보기 시작했지. 그리고 거기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들의 서사를 찾아보다가 감동을 먹었어.
그래서 캐릭터별 스토리랑 행적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어서 이 시리즈 내에 있는 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는데, 애들 게임인데도 스토리가 너무 슬퍼가지고 혼자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자연스레 입덕했어.
근데 게임을 직접 해보니까 이게 너무 재밌는 거야. 캐릭터들 개성도 뚜렷해서 좋았고.
갓 입덕한 나는 나무위키에서 하루 종일 캐릭터별 설정을 찾아다니거나, 구글을 돌아다니며 오만 가지 팬아트 사진들을 갤러리에 수집하기 바빴음.
그런데 혼자 덕질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SNS나 팬사이트같은 데 안 들어가고 덕질하다 보면 아무래도 공식 쪽 정보 전달받는 속도도 다소 느리고, 팬아트같은 것도 찾기 힘들잖아?
근데 그 때 내가 초딩이라서 알 만한 팬 커뮤니티가 네이버 카페밖에 더 없었음.
그래서 네이버 카페 내에서 내 장르 이름을 검색해서 대충 회원 수 가장 많고 활발한 곳으로 가입했다.
내가 가입한 카페는 회원 수가 약 3800명대 남짓했는데, 잠수 탄 사람들이 70%다 보니 활동량이 엄청 적어서 팬카페로서는 그냥저냥한 크기였음.
거기서 활동하기 시작하니까 게임 신작 발매 소식도 금방금방 접할 수 있었고, 회원들이 게임 공략도 친절하게 잘 알려줬고, 퀄리티 높은 팬아트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처음에는 정말 신세계에 들어온 줄 알았다.
근데 내가 이 카페에서 활동함으로써 하루 중 덕질에 소비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크고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어.
1. 말투가 오덕스러워졌다.
어린 친구들 많은 네덕삘 나는 카페들 보면 이런 말투 있잖아. ㅇㅇ쨩~~ 다이스키~~ 같은 일본말을 섞어서 쓰거나, 자음을 흘려 쓰기도 하지. ㅇ엣?!?!?!? 존ㄴㄴ잘ㄹㅁ밈,,., ㄱ그림ㅁ 너ㅓ모 예ㅔ쁘ㅡㄴ ㄱ거 아ㅏ닌가ㅏ여,.,.? 이렇게...
거기다가 <<퍽퍽 (어이!) 같은 추임새를 넣어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기도 하고...
보다시피 말투가 정말 보기 싫지...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내 말투가 너무 과몰입 씹덕같다 보니까 날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도 가끔 있었어. 근데 그 때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 나한테 그러는지도 몰랐었음ㅋㅋㅋㅋ
2. 실제 친구들과 주고받는 카톡 등의 SNS보다 네이버 카페 채팅같은 데서 더 활발하게 지냈음.
잦은 덕질 때문에 사회성이 한 단계쯤 더 낮아지고 만 거임.
친한 친구한테서도 카톡이 하나 오면 어떻게 답장할지 모르겠어서 하루 밤낮을 고민하다가 보낼 때도 많았어. 그러면서도 내가 카페에 올린 게시글에 댓글이 달리면 거의 한 30초 내로 답장하고 그랬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바로 덕질을 끊었어야 하는데... 싶음.
3. 말투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까지도 과몰입 씹덕같아짐.
그래도 중학생 이후 나이에 덕질을 시작하면 대부분 자기 이미지 생각해서 앞가림도 잘 하고 다니고 그러는데, 그 때의 나는 철없는 잼민이 그 자체였음.
학교에서 눈치 없이 내가 좋아하는 그 게임 관련된 얘기만 하루 종일 하고, 그 게임 캐릭터의 모습이 그려진 티셔츠까지 입고 왔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중 몇몇은 나랑 하는 대화를 지겨워해서 아예 떨어져 나가기도 했음. (지금 생각하면 진짜 과거의 나 자신을 후라이팬으로 때려죽이고 싶음) 그러니까 나의 덕질과 관련된 행동을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던 그냥 무대뽀로 밀어붙이는 타입이였다.
또 친한 친구들한테 BL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그 친구들의 친구를 통해 같은 씹덕 친구를 소개받고, 그 소개받은 친구로부터 ㅇㅅㅁㅊㅅ같은 유명 장르를 영업당하는 등등...
나는 전형적인 부녀자 씹덕의 길을 걸으며 점점 오타쿠 인맥을 확장해나갔음.
그 와중에도 인터넷으로 하는 덕질 역시 빼먹지 않았음.
하루는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팬아트를 발견했음. 그거 그린 사람의 그림체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정작 카페 내에 올라온 그림은 별로 없길래 그 양반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트위터 아이디가 써져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걸 발견하고서 곧장 트위터까지 가입했음. 앱을 설치하고 그 사람 계정을 팔로우했음. 하루에 몇 번씩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그림을 볼 수 있으니까 그 때는 너무 좋더라고.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트위터에서의 덕질이 나중에 내게 큰 트라우마가 되어 돌아오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헐 경험 나랑 너무 비슷하다... 나도 완전 그랬음ㅋㅋㅋ 난 근데 아무리 데이고 데여도 트위터 그만 못 두겠더라 비계 파서 일기장처럼 씀
나는 검색을 통해 기본적인 트위터 용어를 알음알음 찾아내서 외우기 시작했음ㅋㅋㅋ
같은 오덕들 사이에서도 물 흐리지 않고 잘 섞이고 싶었거든.
달리 말해 내가 뉴비 티를 팍팍 내고 다니면 트위터 오래 한 사람들이 날 꼽줄까 봐 우선은 그렇게 했다.
내 장르 이름으로 인증코드 붙임.
앗... 아아... 너무 마이너한 판이라서 모를 줄 알았는데 아는 사람이 있다니 충격이다...
나도 그래... 아무도 모르는 비계 파서 실트까지 다 꺼버리고 공식 계정같은 것만 팔로우하고 있다
이런 내가 참 멍청하게 느껴짐 ㅋㅋㅋ
우선 트위터 이야기를 좀 해 보겠다.
내가 카페에서 처음 발견했다던 그 그림쟁이는 당시에 19살의 미성년자였음.
지금은 당연히 성인이 됐겠지? 암튼 미성년자였는데... 하필이면 내가 트위터에서 처음 만났던 그 사람의 행동이 그다지 모범적이진 않았음. 계정 플텍같은 것도 안 걸어놓고 전체공개로 내 최애 캐릭터에 대한 19금 BL 썰을 풀질 않나 숭한 팬아트를 그려 올리질 않나... 그 사람 트윗 중 절반 가량이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음. 진짜 문제는 그 19금 썰의 희생양이 된 캐릭터가 15살짜리 미성년자였다는 것임.
근데 나는 트위터 하는 사람들이 다 그래도 괜찮은 줄 알고 그 짓거리를 똑같이 배워서 따라했다.... 에휴.... 막 야시꾸리한 썰들 떠오를 때마다 써서 올리고 팬아트 리트윗하고 그랬다. 다행히 나는 이상한 그림을 그려 올리진 않았기 때문에 더 심각한 흑역사 생성은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막 성적인 욕구가 활활 불타오를 때마다 해괴한 썰들을 막 양산하거나, 게임 스토리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중2병 뇌피셜을 써 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는 팔로워가 어디서부터 자꾸 생겨나기 시작했고, 누군지도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음.
딱 그 때 기분이 좋아가지고 트친소를 처음 받았더니 몇 명이 리트윗과 마음을 클릭해 놓았길래 그 사람들과 맞팔하고, 간단히 첫인사도 나누고 그랬다.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각종 이상한 썰들을 써 올리고 트친들이랑 대화도 하면서 지냈는데, 나는 종종 타임라인 너머로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글을 잘 써서 수백~수천 명의 팔로워들을 거느리고 있는 네임드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웠어. 지금 생각하면... 네임드 그까짓 게 뭐라고 그렇게 우러러봤는지 모르겠음.
그래서 거기에 꼽사리라도 끼고자 그 사람들이 트친 받는 글을 올릴 때마다 모두 리트윗했지.
결국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네임드들의 트친이 되었고 전반적인 트친들 사이의 교류가 꽤 활발해졌음 ㅋㅋ
그런데 내 트친들 중 두 명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덕질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평소 자주 대화를 주고받던 한 트친이 나한테 쪽지를 보냈길래 확인해봤어. 그 사람이 다른 트친이 자꾸 자신한테 누명 씌우고 시비를 건다는 내용의 하소연을 보내더라.
(구분을 위해 나한테 하소연 쪽지 보낸 트친은 연필, 그 시비 건다는 다른 트친은 키보드라고 부르겠음.)
솔직히 조금 띠용했지. 평소 언뜻언뜻 봤을 때는 둘이 같이 에버랜드라도 가자느니 하면서 대화한 흔적이 있길래 서로 엄청 친한 사이인 줄 알았거든.
연필은 그 이후로도 계속 나한테 키보드의 만행에 대해 호소하는 쪽지를 보내 왔음. 요약하자면 연필은 원래 자캐? 만드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그 캐릭터가 파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키보드가 아는 모 캐릭터랑 닮았다면서 시비를 털고 다른 트친들까지 불러와서 조리돌림을 시전한다는 내용이었어.
연필이 실제 친구는 아니고 트위터 친구일 뿐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키보드가 연필을 괴롭히는 정도가 너무 심해보였기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았었음.
그래서 나는 키보드를 같이 욕해주면서 연필을 위로했어.
밥 먹고 돌아왔다. 청국장이 맛있었음.
연필이 전해 준 이야기를 듣고 키보드의 프로필에 직접 들어가서 행적을 살펴봤더니 가관이었다. 보니까 나랑 동갑(당시 초딩)이던데, 온라인상에서 넷일진 시늉하며 평소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을 뱉어내는 찐따였음. ㅅㅂ이라는 두 글자가 안 들어간 트윗을 찾기 힘들 정도로...ㅋㅋ 그리고 자기 다른 트친이랑 막... 캐릭터들한테 이입해가지고 트윗으로 야한 상황극을 벌이는 모습이 정말 구역질나고 역겨웠음.
그 내용이 어땠는지 더 이상 말하면 내가 정성스럽게 쓴 열다섯 레스 분량의 쌉소리가 바로 클로즈판으로 들어갈 게 분명하기 때문에 굳이 자세히 얘기하진 않을게.
연필은 트위터 계정만 봐도 굉장히 맹한 성격인 게 한 눈에 보였기 때문에 키보드가 그걸로 약점을 잡았던 것 같아.
좀 심각하게 눈치가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잘못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
괜히 화가 나가지고 닉네임 언급 없이 키보드를 빙빙 돌려 까며 한탄하는 트윗을 몇 개 올렸어.
그랬더니 본인한테 좀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약 30분 뒤에 키보드한테서 쪽지가 오더라. 혹시 방금 올린 트윗이 뭐에 대한 내용인지 얘기해 줄 수 있냐더라?
근데 나는 온라인상의 일에 괜히 크게 엮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냥 평소에 있던 일 때문에 한탄하고 있었다고 대충 둘러댔지.
트위터는 내 덕질을 위해 시작한 거지 트친 두 명 싸워대는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놀아나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
그렇게 대답을 했는데도 피곤하게 꼬치꼬치 캐묻는 꼬라지가 아주 가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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