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라 2020/11/02 18:26:37 ID : bimIGoGk7e6 2
아직도 기억나. 수요일이었고 비가왔었지 아마. 체육복만 입고 살았는데 너 온다해서 미리 핏 예쁘게 맞춰둔 교복으로 급하게 갈아입고 나간거. 한동안 못 봐서 보고싶었는데 온다해서 엄청 설레발 쳤어. 그리고 너 오자마자 일찍 가야한다해서 근처 한바퀴 돌기로 했잖아. 우리 매번 우산 하나로 같이 썼는데 따로 쓰고있어서 내거 접고 네걸로 들어가니까 비맞는다고 따로쓰자며. 나 그때부터 느꼈나봐. 네가 나중에 미안했는지 들어왔을때 쳐내지 말걸 그랬나봐. 네가 지하철역에서 무슨 말 할지 예상했을 거라 했을 때 사실 긴가민가했는데 말이야. 헤어지자도 아니고 친구로 지내는게 나을거 같다한 네가 어이도 없고 화법이 너무 너라서 괜히 짜증나고 그랬어. 맞아 그리고 알고있었어 너 새 여자 생긴거. 이해해 우리 공백기 길었잖아. 너의 통보에 알고있었다고 상관없다고 괜히 쿨한척하고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사실 집 가면서 엄청 울었다. 비가 와서 다행이더라. 우산이 얼굴을 너무 잘 가려줬고 비는 나를 위로하듯 더 세게 내렸어. 음... 집 가서 마저 울고 아마 일주일은 어둡게 살았나봐. 아 그런데 엄마한테 안겨서 징징거리니까 많이 괜찮아졌어. 그리고 1년 지난 지금에서야 괜찮아졌네. 내 성향에 확신을 준게 너였고 너랑 함께해서 많은걸 배웠어. 역시 동성 커플은 친구인척 하면 되서 같이 파자마 하기 딱 좋아 그치. 그때는 마냥 슬프고 짜증나고 미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도 고민 많이 한거 같고 내 잘못이 큰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가끔 그때가 그립긴하더라. 길에서 숏컷 여리여리한 사람 보이면 종종 놀라. 너 클론 엄청 많더라. 그리고 양심이 있으면 이제 꿈에 그만 나와라. 너희 어머니 아버지랑 고양이 보고싶더라. 나올거면 데리고 나오던가. 맞아 나도 새 사람 생겼어. 별처럼 반짝이고 달처럼 은은한 사람이야. 너보다 잘 해줄거니까 걱정마. 보란듯이 잘 살게. 여튼 이제 너 내려놓을때가 된거 같아서 마지막 하소연겸 적었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잘 살자고. 고마웠어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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