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08/29 00:04:30 ID : TO8kq1vhe2M 1
음.. 그러니까 원래부터 우울했던 건 아니고, 2학년 때부터 이런 '현상'이 발현되었는데, 혹시 실시간인 레더들 있으면 레스 부탁해 같이 얘기하고 싶어
2 이름없음 2021/08/29 00:06:11 ID : TO8kq1vhe2M 0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정말 행복하고 신난 나날들을 보냈어. 솔직히 몇몇 곁의 사람들이 힘들어한 걸 알지만 나와 엄청 친한 친구들도 아니었고 교실에 울면서 들어와도 왜 그런대.. 그러려니 했어
3 이름없음 2021/08/29 00:08:31 ID : TO8kq1vhe2M 0
그러다가 1학년 때 지나치게 높은 텐션 때문인지 SNS에 공개저격당하고 에스크에 욕 들어오고 우리 반 분위기가 점점 나를 내치려는 분위기가 되면서 완전히 반전되기 시작했어. 여기서 나를 내리쳐는 분위기는 나를 왕따시키려는 분위기가 아니라.. 음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내가 발언할 타이밍을 안 줘. 뭔가 티키타카가 이루어지면서 애들끼리 깔깔 웃는 게 보통 한국인들 고딩 유머잖아? 근데 티키타카를 언제부터가 할 수가 없어졌어. 괜히 얘가 상처받지 않을까.. (원래 내가 상처받기도 쉽고 상처줄까봐 말도 조심조심 하는 편) 하면서 졸지에 수업시간에 닥치게 됐어
4 이름없음 2021/08/29 00:10:40 ID : TO8kq1vhe2M 0
그리고 엄청난 피해망상에 시달리게 됐는데, 우리 학교가 뒷담화가 진짜 심해. 그냥 앞에서는 하하호호 웃고 뒤에서는 다른 사람 되는 게 진짜 심하고, 가장 친한 친구도 몰래 뒷담화하는 경우가 흔해. 이 환경에서 자라오다보니 얘가 나를 뒷담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서 그냥 아무 말도 못하게 되어버렸어. 괜히 꼈다가 분위기 이상해질까봐 빠져나오는 것도 일상이 되어서 아예 끼우기 전에 한번도 안 꼈더니 그냥 혼자가 되어버렸더라.
5 이름없음 2021/08/29 00:12:12 ID : TO8kq1vhe2M 0
내가 1학년 때 공개저격한 2학년 선배는 훌쩍 자라 3학년이 되었고, 새 학기가 되면서 전학생이 들어왔어. 전학생을 챙겨주기 싫었으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챙겨주게 되었고, 그러면서 내가 전학생이랑 붙어다니는 일이 많아졌어. 물론 친해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그런데 전학생이 다른 반 애들이랑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우린 기숙사가 있어서 한 학년끼리 두루두루 친해!) 내가 또 떼어졌어. 한번 떼어진 상처가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떼어지니까 그냥 인류애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라.
6 이름없음 2021/08/29 00:13:48 ID : TO8kq1vhe2M 0
아예 내가 혼자가 된 것이 아니야. 차라리 이것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뭔가 이용되다가 버려지는 느낌이 드는거야. 밥 먹을 애가 없을 때 잠시 나와 같이 밥 먹었다가 또 내쳐지고, 나갔는데 건덕지 없을 때 괜히 나 불렀다가 학교에서는 또 모른 체 당하면서 내쳐지고. 이런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니까 우울감이 찾아오기 시작했어. 아예 '우울감'이란 뜻을 몰랐는데 그냥 이게 완전 심각해.
7 이름없음 2021/08/29 00:15:51 ID : TO8kq1vhe2M 0
그리고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지. 우울감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니까 학업 성적은 쭉쭉 떨어지고, 끼울 타이밍을 잡기는커녕 끼울 수 있는 자리도 못 접근해서 뒤에서 눈물 흘리기 바빴지. 그리고 우울은 무기력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람 말에 반응을 진짜 못해. 우울한테 억텐을 계속 끌어올리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난 로우텐션 유지인데, 1학년 때의 높은 텐션을 기대하던 친구들도 당황했을거야. 그러면서 이게 뒷담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피해망상이 시작되고, 또 이게 우울감이 되고, 친구한테 예민하게 굴고, 친구는 상처받고, 친구가 뒷담화하지 않을까 피해망상... 이게 무한 순환. 그렇게 1년을 미친 사람처럼 보냈어.
8 이름없음 2021/08/29 00:18:06 ID : TO8kq1vhe2M 0
원래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긴 하지만 며칠 지나면 싹 씻어내거나 꾹 참아서 아무 일 없어지던 나였는데, 우울감이 동반되니까 사람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싫어지고 가슴에 푹푹 박히는 것 같은거야. 게다가 내 친구들이 다 좀 센 성격이라 상처주는 말을 많이 하는 편.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유머탱커 포지션이기도 했고..) 따라서 이 말 한 마디에 괜찮은 척 웃다가 뒤에서 우울감 느끼기 바빴어. 불면증에도 시달렸지. "얜 오늘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얘가 내 말 무시한 건 나와 연 끊고 싶어서인가?" "얘랑 손절하고 싶다.." 이게 무한반복. 내 잠 못 들던 밤은 우울할 때 듣는 노래 플레이리스트와 오만가지 생각이 책임졌어.
9 이름없음 2021/08/29 00:20:43 ID : TO8kq1vhe2M 0
우울과 슬픔에 미쳐있던 난 이 사람들이 듣던 알고리즘에 끌리기 시작했고,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어. 애니메이션 (애니 말고.. 유튜브의 창의적인 애니메이션)나 인디음악 같은 마이너장르를 파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쯤에 딱 인디음악이 뜨기 시작해서 좋더라.. 아무튼 이런 건 긍정적인 케이스고, 그로테스크하거나 기괴한 영상들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ㅈㅎ 심리가 시작됐어. 근데 이게 진짜.. 내 갤러리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잊혀지지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영상들도 많았어. 당연히 이걸 공유할 친구는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또 혼자가 되었어.
10 이름없음 2021/08/29 00:22:07 ID : TO8kq1vhe2M 0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부메랑으로 올라온 친구들끼리 카페를 간 사진, 친구들끼리 바다를 간 사진, 잘 나온 예쁜 사진들을 보면서 집에서 혼자 있던 난 정말 소외감이 들었어. 완전 심각해서 몰래 인스타그램 앱 삭제도 해봤는데, 이게 의외로 잘 안돼.. ㄹㅇ 인스타만의 중독이 있어 아무튼 나도 갈 수 있었는데 아예 올래 한 마디 없이 자기네들끼리 놀러나간다는 것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꾹 넘겼지. 당연히 이는 우울감으로 돌아와 나를 밤마다 괴롭혔고.
11 이름없음 2021/08/29 00:23:27 ID : TO8kq1vhe2M 0
그리고서 3학년이 됐어. 3학년은 감정의 격동이 진짜 심각한 시기였어. 왜냐면 방학 동안 애들이랑 디엠 많이 하면서 다시 친해졌거든..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페르소나로 살아왔어. 그렇게 몇번 붙어다니기도 하고 나도 바다 가고 나도 카페 가고 그랬어. 이젠 힘든 건 정말 없겠구나 싶었어.
12 이름없음 2021/08/29 00:25:20 ID : TO8kq1vhe2M 0
그런데 애들이 수능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예민해졌어. 나도 당연히 수능 공부를 했는데, 나는 딱히 성격이 바뀌지 않았어. 피해망상에 의한 두려움과 그냥 본성이 공존한 것 같긴 해. 아무튼, 친구들이 예민해지면서 엄청 많이 싸우고 상처받았어. 그리고 음.. 여기서 이런 말 하면 안되니까 그냥 안 말할게 여튼 물리적으로 엄청 많은 힘듦을 증명했어. 그렇게 공개적으로 소문이 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흔적이고, 기숙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암암리에라도 퍼졌을거야.
13 이름없음 2021/08/29 00:27:03 ID : TO8kq1vhe2M 0
이 흔적은 몇 개월이 지나서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했고,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거듭하고 만나면 욕 먹는 때가 되서 이젠 소외감이 들지 않았어. 정말 편안했어. 특히 밥 먹을 때 오늘은 누구와 먹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사라진다는 게. 나에 대한 뒷이야기가 나올까봐 인스타그램 계정도 삭제했고 애들만 볼 수 있도록 하나 더 파서 비공개로 마련했어. 성격 안 좋은 친구 얘기와 양아치 선배 얘기는 대부분 뒷담화였고, 안 좋은 걸 알지만 그게 친구와의 유대감 증진이었기 때문에 얼싸 좋다하고 했어.
14 이름없음 2021/08/29 00:29:15 ID : TO8kq1vhe2M 0
시원한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가는데, 2학년을 거치며 완전히 소심한 성격이 된 터라 1달이 지났는데도 친구와 낯을 가리기 시작한거야. 디엠상으로는 완전 친했는데 갑자기 말이 탁 안 트이는거야. 그런데 친구들이 갑자기 얘 원래 밥 잘 안 먹는다면서 날 내치게 된거야. 나는 밥 같이 먹으려고 화장실 급해도 아무 말 안하고 잠자고 싶거나 배아파도 꾸역꾸역 먹을 정도였는데 그냥 툭하고 버려진거야. 그렇게 우울감이 재차 찾아왔어. 다시금 흔적을 남길 생각은 없지만.. 모르겠어, 진짜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말야. 이제 대학교에 가게 되면 살게 될 생활이 너무 두려워.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영원한 방황은 없는걸까?
15 이름없음 2021/08/29 00:31:09 ID : TO8kq1vhe2M 0
참고로 우리 집은 진짜 극도로 가난한 편이라서 남들 다 입는 옷 한번도 못 입어봤어. (키르시 스투시 같은 브랜드는 기본이고 올리브영도 잘 안 감) 가난이 티나긴 하지만 우리 집이 가난한 걸 친한 친구들한테 좀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걔네가 점차 내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피해망상을 받았어. 그리고 내가 친하다고 생각한 모든 친구는 나보다 더 친한 친구들이 생기고, 난 그 친구들과 친해지기 싫어지고.. 결국 이 굴레에서 튕겨지는 건 나였던거야.
16 이름없음 2021/08/29 00:31:38 ID : TO8kq1vhe2M 0
그냥 그렇다고 ㅎ.. 쓰다보니 후련해서 우울감이 좀 사라지네. 모두 말 들어줘서 고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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