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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없음 2022/07/03 23:09:11 ID : qo1A47y5f9f
그동안 짝사랑은 많이 해봤지만 이정도로 사람 피 말리고 환장하게 만드는 짝사랑은 처음인 것 같아. 말주변은 정말 없지만 읽어줬으면 좋겠엉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학원 전 담임선생님이야. 시기가 바뀌면서 담임선생님이 바뀌었고, 그떄까지만 해도 그 선생님에 대한 느낌은 그냥 적당한 선생님으로의 호감(능력 있었거든) 정도라고만 생각했어. 뭐,,, 눈매가 내 취향이다, 조금 더 나가자면 그정도?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더 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딱 같은 층으로 배정이 된거야... (재수학원이라 한 층에 담임선생님이 여럿 계시는 구조야. 학생 관리는 담임선생님들이 다 같이 하고.) 그때 딱 알아차려버렸지. 아, 좋아하는구나. 사실 같은 층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마음은 자각도 못한채로 그냥 잊혀졌을꺼야. 그때까지만 해도 난 전에 좋아하던 사람을 잊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그 선생님, 나랑 키가 비슷해. 그동안 내 취향은 180은 넘는 큰 키의 사람이다! 라고 확고하게 믿어왔던 나였기에 진짜 좋아하게 될지는 몰랐지... 참고로 난 165라고 우기는 164야 당연히 좋아하는 마음을 들켰다가는 모든게 파국일걸 알기에 난 마음을 철저하게 숨겼어. 오다가다 눈 마주치면 적당히 묵례만 하고 지나치고, 새로운 담임쌤한테 정 붙이려고 노력하고, 잡담도 많이 하고. (심지어 새로운 담임쌤 옆자리가 선생님이야...)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더라. 닿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그 선생님이랑 잡담하는 여자애들이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났어, 미친듯이. 조금이라도 튀고 싶었지만 그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아서 공부를 미친듯이 하는 걸로 튀려고 했어. 그게 내 최선이라는걸 아니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6평을 봤고, 난 내 인생 최고 성적을 받았어. 그리고 그걸 받은 나는 선생님에게 정말 오랜만에 다가갔어. 자랑한답시고 그걸...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날 정말 뜯어말리고 싶어. 사실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는건 나도 알지만 하.... 선생님은 다정한 사람이지만, 무뚝뚝해. 그리고 은근히 학생에게 선을 잘 그어. 그래도 옛날 학생들이 다가가면 꽤 친절히 대해주길래 나도 다가갔었는데, 너무 확연하게 느껴지더라. 선생님이 선을 긋고, 날 밀어내는게. 눈빛을 숨길 생각이 없었어. 그리고 난 생각보다 사람들의 눈을 잘 읽어내고. 그렇게 나 혼자 다가가고, 고백도 안하고 차인 그날 난 거의 울면서 집에 갔어. 그날 하필이면 소나기가 오더라... 아주 오랜만에. 그 와중에 우산 챙겨가라고 선생님한테 은근히 신호를 보낸 난 뭘까. 비가 왔지만, 난 우산을 쓰지 않았어. 사람들이 왜 슬플 때 비를 맞는지 알 것 같더라. 글이 너무 길다! 다음 레스에서 내가 요즘 20배로 환장하는 이유를 말해줄께
2 이름없음 2022/07/03 23:23:07 ID : qo1A47y5f9f
그날 이후 뭔가가 많이 달라졌어. 우선 내가 선생님과 거리를 더 두려고 노력했어. 사실상 이미 4만키로는 떨어진 거리지만 왔다갔다 하시는걸 보려고 일부러 스탠딩책상에서 공부하던 시간을 3분의 1로 줄였어 진짜 밥 먹고 졸리는걸 방지하기 위한 정도로만. 그리고 원래 선생님이 왔다갔다 하면 은근슬쩍 고개를 들면서 쳐다보던걸 아예 없앴어. 아주 국어지문과 뜨거운 눈맞춤을 했지... ...이렇게 쓰니까 진짜 좀 변태같긴 하군... 그래도 최대한 티는 안나게 했어... 근데 왜일까 어쩌면 그냥 내가 내 원하는 거로만 생각하는걸지도 몰라 확증적 편향일거라는 생각이 99프로는 들지만 일단 써볼께 그 다음부턴 선생님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어. 처음 몇번은 그냥 내가 조는 줄 아나... 싶었는데 그게 몇 주를 가면 그게 아니란걸 알잖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뭘 한 것도 아니야 그냥 열심히 국어지문만 읽고 있었어 그리고 출석체크를 매 교시마다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핸드폰으로 체크를 하는데, 내가 좀 많이 앞자리라서 선생님은 저 뒤에서 체크를 하고 돌아가셔. 그런데 거의 한 일주일? 전부터는 무조건 내 옆에까지만 와서 체크를 하고 돌아가 그리고 꼭 돌아갈때는 날 돌아보고 간단 말이야 ...내가, 솔직히. 원래 선생님한테 살갑게 대하고 많이 다가가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그런걸 딱 끊은 상태라면 이해를 하겠거든 그런데 아니란 말이야 마음을 자각한 후 4개월동안 선생님이랑 대화를 해본게 3번인가, 정말 손에 꼽아. 아니 근데 왜 그러냐고....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변화란 말이야 그런데 왜 선생님도 변하는데. 혼자 희망고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하지만... 짝사랑이라는게 무서운게 그럼에도 그냥 계속 이러고 싶어 계속 이렇게, 수능 볼때까지만. 솔직히 이 감정때문에 공부 열심히 하는 것도 맞으니까... 노답 짝사랑 잘 읽어줘서 고맙다 너레더!
3 이름없음 2022/07/03 23:24:40 ID : lbg6mL87eY5
공감된다.. 뭐라고 해줄말은 없고 진짜 공감된다 유경험자라 하필 포기해야지 마음먹고 거리 두려고 하면 슬쩍 다가오는 것도
4 이름없음 2022/07/04 00:50:04 ID : qo1A47y5f9f
>>3 그니까... 진짜 미쳐버리겠어.. 공감해줘서 고맙다 레스주....
5 이름없음 2022/07/06 23:10:59 ID : ta1io6knDy1
나도 완전 같은 상황이었는데... 진짜 모르는 척 하면 할수록 나만 더 힘들어지더라... 진짜 마음 접으려고 완전 차갑게 대하면 할수록 쌤은 나만 보면 미소짓고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해주고...하아....
6 이름없음 2022/07/10 03:53:04 ID : qo1A47y5f9f
>>5 ㅇㅈㅇㅈ.. 그래서 더더욱 포기가 안돼... 희망고문은 덤이고 ㅜ
7 이름없음 2022/07/10 23:35:58 ID : nDwMo46lCpc
.
8 이름없음 2022/08/17 16:04:50 ID : nDwMo46lCpc
>>6 요즘은 선생님하고 어떻게 돼가?
9 이름없음 2022/11/20 20:44:10 ID : qo1A47y5f9f
>>8 헉ㄱ 궁금해줘서 고맙다 너레더...너무 스레딕에 오랫동안 안 들어왔네
10 이름없음 2022/11/20 20:48:23 ID : qo1A47y5f9f
별다른 일은 없었어 그냥 난 선생님을 가끔가다 훔쳐보고, 또 가끔씩은 선생님 시선에 남몰래 들뜨고... 아 그러다가 10월 내내 선생님이 안 오셔서 엄청 걱정하긴 했다 진짜 평생 안 믿던 신을 매일 밤 찾았던 것 같아 아무것도 필요없으니까 건강하게만, 아무 일 없게만 돌아와달라고. 그래서 11월이 되었고, ...뭐, 달라진건. 선생님 시선이 닿는게 더 느껴졌다, 그리고 어쩌다 눈을 마주칠때가 가끔 있었다, 그정도. 솔직히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뭐가뭔지도 모르겠어. 결국 난 수능을 봤고, 마지막 인사도 못했어.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이제 못 보겠지. ...에휴 너무 무미건조한 짝사랑 이야기였다. 혹시라도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 있다면 고마워 ㅎㅎ
11 이름없음 2022/11/21 19:35:30 ID : wmljusrzhBs
연락 해보면 안 돼? 술 사달라고 하자
12 이름없음 2022/11/21 23:43:13 ID : qo1A47y5f9f
>>11 연락...진짜 해보고 싶다... 정말 선생님도 나한테 아주 조금의 호감이 있다는 확신 단 한 방울이라도 있다면 할 수 있을 것같아ㅠㅠㅠ
13 이름없음 2022/11/23 00:02:27 ID : qo1A47y5f9f
.
14 이름없음 2022/11/23 01:29:52 ID : fXs8kmnAY3B
이제 학생아니니까 다가가도 ㄱㅊ지않아? 가르치는 학원생한테 마음생기면 업무적으로 문제가 생길까봐 거리 둔 걸수도잇고? 이제 아니니까 연락하기 더 좋은시기 아닐까
15 이름없음 2022/11/23 19:31:49 ID : huk9Bs4KY09
그러게 이제 학생도 아니고 연락안하면 어차피 앞으로 못보는건데 나같으면 용기내서 질러보겠어
16 이름없음 2023/01/02 02:29:17 ID : qo1A47y5f9f
솔직히 얼굴 본지도 한달 반이 넘어서 이제 남은건 미련인지 사랑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연락을 해보고 싶어. 연락할 계기가 생겼거든. 내가 옛날에 내 이름 안 쓴채로 두고 튄 선물을 선생님께서 배사에 올리면서 이거 두고 가신 분 연락달라고 올리셨더라고.... (참고로 드린건 5월 배사에 올라온건 10월이야...) (내가 배사 확인한건 11월 말..) 그런데 용기가 도저히... 안나. 지금까지 용기내서 말을 걸었을때마다 너무 차갑게 밀어내시기만 했거든. 게다가 뒷북은 아닐까, 걱정도 돼.. ㅠ 잃을 건 없지만 용기를 내는게 두려워. 상처받는게 너무 무서워.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하루 기분나쁘고 말겠지만 이 사람은 아니란 말이야... 후회라도 하지 않게 질러볼까? 아니면 친구에게 보내는 새해인사인척 잘못 보냈다고 하며 말이라고 붙여볼까 아니면 그냥 추억으로 여기서 끝내는게 좋을까...
17 이름없음 2023/01/02 02:35:03 ID : qo1A47y5f9f
>>14 >>15 으아...그런가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기는 해 후회라도 없게.
18 이름없음 2023/04/23 21:26:28 ID : xCnUZjunCqj
>>17 그래서 연락해봤어? 한참 지났지만 지금은 어떻게 돼가?
19 이름없음 2023/06/03 01:02:19 ID : 63Ve5f8784I
>>18 앗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근황을 전하자면! (레스 지워져서 다시 올려 ㅠ)
20 이름없음 2023/06/03 01:03:04 ID : 63Ve5f8784I
스레를 올리고 한달동안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연락은 했어. 하지만... 모. 그냥 꽃 고맙다, 잘 지내라. 이런 형식적인 문자였고 그 뒤론 연락이 끊겼어.ㅎ 선생님은 아주 멀리로 발령이 나셨어. 학원이 전국에 있거든. 거기서 선생님은 원장이 되셨어. ㅎㅎ 아 역시 내가 좋아한 사람이야 능력있어.. ㅋㅋ 뿌듯하구만..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본인 일에 임하셨는지, 작년 일년동안 지켜봐온 내가 잘 아니까 나도 기분이 좋더라. 학원 홈페이지 하단에 대표자 ***로 쓰여있는 그 석자가 뿌듯해서 몇번씩이고 쓸어보기도 했어. 물론 선생님을 정말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막막해. 그 사실을 안 첫날엔 새벽 4시까지 잠도 못 이룰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 대단하고 멋진 사람을 내가 좋아했고, 아직도 카톡 배사에 내가 만든 코바늘 카네이션이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기로 했어. 이제 정말 놔드릴 때가 된 것 같아. 대학생활하면서, 거의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봐 ㅋㅋㅋㅋ 반년을 넘게 얼굴도 못 보고 좋아했으니 이제 놔드려야겠지. 여기까지 봐준 레더가 있다면 정말 고마워. 내 20살은 그 사람으로 가득 찼었고, 그걸 네가 봐줬다면 그걸로 난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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