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fRA5gp9h85 2022/12/11 19:40:53 ID : jteNtcr9h80 1
어떤 인팁이 아주 좁은 세계에서의 이루어지기 어려운, 재미없는 짝사랑 접는 이야기. ... + 어쩌면, 안 접어도 될지도?
2 ◆9fRA5gp9h85 2022/12/11 19:43:41 ID : jteNtcr9h80 0
여전히 T가 세지 않은, 과거 인프피였던 나에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꽤 있어왔다. 사랑을 중시하는 인팁인 편. 나랑 비슷한 성향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지.. 최근 내 짝사랑 대상들은 다 인팁이었고, 그건 당신도... 예외가 아니게 되버렸다. 왜 하필.
3 ◆9fRA5gp9h85 2022/12/11 19:46:33 ID : jteNtcr9h80 0
엄마가 운영하는 아주 작은, 회사라고 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 유일한 직원. 난 꽤 오랫동안 수다쟁이 엄마를 통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일터.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 당신은 정말... 감정이 메마른 사람. 난 당신이 그닥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엄마의 인정을 받는 직원. 그 뿐.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리란건, 뜻밖의 일이었다.
4 ◆9fRA5gp9h85 2022/12/11 19:49:47 ID : jteNtcr9h80 0
엄마 회사에서 일하게 된 나는 당신과 거리를 잘 두었다. 데면한 직장동료, 였다. 시간은 금방 흘렀고, 서로의 일하는 모습을 잘 알게 되었고. 가끔 사담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회화된 인팁. 좀 뚝딱이는 재미가 있다. 글쎄, 나는 정말 몰랐지 말인가. 서서히 당신이 재밌고, 알고 싶은 호감이 쌓이고 있다는 걸.
5 ◆9fRA5gp9h85 2022/12/11 19:53:00 ID : jteNtcr9h80 0
어느 날,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드라마 이야기를 리뷰해주었다. 그 때서야 당신은 내게 나이를 물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당신 나이를 제대로 몰랐고,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그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당신의 연애고민도. 그래, 당신에겐 아주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근데 당신은 몰랐겠지만, 나는 보통 직장동료와 연애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당신에겐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겠지만.
6 ◆9fRA5gp9h85 2022/12/11 19:56:23 ID : jteNtcr9h80 0
놀랍게도 난 그날 당신과의 대화가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다고 해야할까, 즐겁고 편안하다고 해야할까. 조금 더 사적인 대화들. 당신의 과거 연애이야기. '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나에게 떠오른 질문은 내 마음을 휘저어놨다. 당신이 아무 생각없는지도 모른채.
7 ◆9fRA5gp9h85 2022/12/11 19:59:41 ID : jteNtcr9h80 0
일주일동안 입덕부정기를 거쳤다. 정말 곤란했다. 아니, 진짜로. 난 당신을 매일 봐야한다. 당신은 회사에 필요한 존재다. 이 회사는, 엄마의 회사... 내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여자친구가 있다. 이게 무슨.
8 ◆9fRA5gp9h85 2022/12/11 20:01:59 ID : jteNtcr9h80 0
생각해보니까 당신은 내 외적 취향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내면적인 것도 꽤. 한 7~80프로. 난 당신에게서 내 취향인 점들과 마음에 드는 점들을 나열하고 나서 좌절했다. 텄다. 망했다.
9 ◆9fRA5gp9h85 2022/12/11 20:11:41 ID : jteNtcr9h80 0
난 사랑을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인건 맞지만, 내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모두가 초토화될 것 같았다. 당신은 무슨 죄인가. 일하는 곳에서 무슨 잘못을 했다고, 불편해져야하는가. 그리고... 난 당신이 누구를 이성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당신에겐... '사랑'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 상황에서 내가 뭘할 수 있지?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깨라고 해? 사적으로 만나자고 할 수나 있나? 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10 ◆9fRA5gp9h85 2022/12/11 20:17:25 ID : jteNtcr9h80 0
어찌됐든 내 짝사랑은 시작됐고, 짝사랑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의미부여도 시작되었다. 내 웃음에 처음보는 쑥스러워하는 모습. 내 실수에 엄청 즐거워하는 모습. 내가 있는 곳에 시선을 먼저 보는 모습. 그 모습들은 날 설레게 했다. 별 거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11 ◆9fRA5gp9h85 2022/12/11 20:23:04 ID : jteNtcr9h80 0
우리는 꽤 사이좋은, 대화가 잘 통하는 직장동료가 되었다. 당신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아픈 곳이 많다. 당신의 과거는, 정말 누가 들어도 슬퍼할 일들이 많다. 나는 당신과 이야기하면서... 많은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당신이 여자친구에게 숨기고 있는 공황발작도.
12 ◆9fRA5gp9h85 2022/12/11 20:28:17 ID : jteNtcr9h80 0
내 입장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당신이 여자친구랑 무엇이 안 맞고 무엇이 힘든지 왜 숨기고 있는지 들을 수 있는건. 여자친구가 아닌 나의 특권이었지만, 내게 혼란을 주기에도 너무 적절했기에. 그래도 난 유부남의 투덜거림 마냥 바라보기로 했다. 실제로 여자친구랑 같이 사는 당신은, 유부남에 가깝다. 관계에는 여러 형태가 있고, 특히 장기연애니까.
13 ◆9fRA5gp9h85 2022/12/11 20:30:45 ID : jteNtcr9h80 0
그러니까, 결혼하자는 여자친구에게 마냥 답을 미루는 당신의 이야기를 난 좋아해야할 지 참 모르겠더라.
14 ◆9fRA5gp9h85 2022/12/11 20:35:07 ID : jteNtcr9h80 0
그럼에도 나는 애썼다, 멀리하려고. 원래 나는 이렇게 짝사랑을 잘 접으려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치는 쪽이지. 하지만 상황이 지나치게 말도 안 됐다. 더 웃긴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인데도 어째선지 우리가 잘 될 것 같다는 촉이 엄청 있었다. 상황만 떼어놓고 우리 둘을 바라보면, 잘 안 되면 이상한 느낌? 내가 사랑에 눈 멀어서 그러겠거니 했다.
15 ◆9fRA5gp9h85 2022/12/11 20:42:33 ID : jteNtcr9h80 0
당신이 나에게 관심과 감정이 없음을 찾아내려 애썼다. 당신의 생일과 내 생일이 지나고, 당신이 내게 감정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난 당신에게 선물을 주었지만, 당신은 아니었으니까. 뭐, 평소의 당신을 생각하면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내가 바빠지자, 우리가 더 교류를 하긴 어려워졌다. 당신보다, 내가 준비하려는 다른 일에 더 에너지를 쏟으려고 노력했다.
16 ◆9fRA5gp9h85 2022/12/11 20:50:53 ID : jteNtcr9h80 0
그렇게 내 감정은 잘 잦아들어가고, 이대로 잘 접을 줄 알았다.
17 ◆9fRA5gp9h85 2022/12/12 00:10:55 ID : jteNtcr9h80 0
이렇게밖에 이야기할 곳이 없어서.. 재미없더라도, 구질하더라도 이해해줘.
18 ◆9fRA5gp9h85 2022/12/12 00:16:05 ID : jteNtcr9h80 0
코로나 걸린 이후 회사일이 더 정신없어졌다. 염증이 났다. 원래 혼자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일들도 손에서 놓았다. 힘든 시기도 지나가는 법이니, 다행히 컨디션도 흐름도 회복했다. 일이 좀 덜 바빠졌다. 그러고나니 당신과 이야기할 시간이 늘어났다. 애석하게도 사그라들었던 내 감정에 다시 불이 붙었다.
19 ◆9fRA5gp9h85 2022/12/12 00:18:28 ID : jteNtcr9h80 0
그래. 어쩔 수 없었다. 당신과의 대화는 정말 즐거우니까, 좋을 수밖에. 대화가 즐거운 사람을 찾는게 까마득히 어려운데. 어떤 날에는 일부러 대화시작을 안하려고 해봤다. ...뭐, 무리였다. 당신이 결국 말을 붙였기 때문에. 누구랑 대화하는건 기빨린다면서 사람들에게 말을 잘도 붙인다.
20 ◆9fRA5gp9h85 2022/12/12 00:23:05 ID : jteNtcr9h80 0
말 붙이는 당신과의 대화를 단절할 수 있는 능력은 나에겐 없다. 우스운건, 그 날 우리의 마지막 대화주제는 사랑이었다는거다. 좋아하는 음료에 빗대어 자꾸 보고싶어지는 감정이라, 당신은 그렇게 설명했다. 이론상 완벽히 이해한다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기대와 좌절이 들어감을 말해주었다. 자꾸 기대하게 되고, 요구하게 되는 감정임을. 당신은 내 말을 듣고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라고 말했다. 어이구, 이 사람아.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뭐라는거람? 그 말인즉슨 당신은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해본 적이 거의 없는거다.
21 ◆9fRA5gp9h85 2022/12/12 00:32:54 ID : jteNtcr9h80 0
당신이 좋아했다고 지각했던 사람은, 학창시절에 단 한 명 뿐이었다. 이미 여러 번의 대화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 외에는 여자쪽에서 다 좋아한다 말해서 사귀었고. 그 첫사랑 영향으로 외형적인 취향이 있다고. 난 그 당시에 그 취향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안다고 맞출 자신도 없고, 신경쓰는 티를 낼 수도 없었기에. 그 때 당신 얼굴에 떠올린 웃음어린 표정과, 옆으로 돌리는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다.
22 이름없음 2022/12/12 00:35:37 ID : mmnyNvu1dCq 0
글 잘쓰노 요즘 작가들은 스레딕에서 연습하나
23 ◆9fRA5gp9h85 2022/12/12 00:39:48 ID : jteNtcr9h80 0
당신에게 사랑을 말해주고, 1타 강사라 칭찬(?)들은 그 날. 난 기어코 그 말도 들었다. 여자친구랑 헤어져도 힘들 것 같지 않다. 아쉬운건... 여자친구가 아니었다. 여자친구가 지금 해주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일뿐.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당신은 정말 여자친구에게 미련이 없어? 난 대화를 곱씹으며, 여자친구가 있으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없다, 라는 명제가 성립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24 ◆9fRA5gp9h85 2022/12/12 00:49:46 ID : jteNtcr9h80 0
당신이 나랑 이야기하는걸 좋아하는건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이 마음을 혼자 접긴 글렀고. 당신이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미련이 없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분명 가능성은 제로. 만약 이대로 당신이 결혼을 하거나, 당신이 언젠가 말한대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후회하겠지, 아쉽겠지. 그래서 고심끝에 고백하기로 결정했다.
25 ◆9fRA5gp9h85 2022/12/12 00:50:06 ID : jteNtcr9h80 0
잘 써준다고 해서 고맙읍니다..
26 ◆9fRA5gp9h85 2022/12/12 10:17:53 ID : jteNtcr9h80 0
처음으로 당신을 회사 밖에서 만났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며.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꽤 구체적으로 미리 정해놓고 나갔다. 앉자마자 본론을 물어보는 당신에게, 음료가 나오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당신에게 처음 사다주었을 때 다음날 '좋았어요'를 들었던 그 음료를 같이 시켰다.
27 ◆9fRA5gp9h85 2022/12/12 10:21:30 ID : jteNtcr9h80 0
내가 예상한 당신의 반응은 '왜?'였고 실제로도 내가 좋아한다 말하자 그대로 반응했다. 난 내 취향을 이야기해주었고, 당신에게 좋은 점들이 있음을 전했다. 예상대로 스스로의 평가가 낮은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구구절절 당신을 설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당신이 얼마나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이야기하는건, 이후의 우리 관계에 부담이 될지도 모르니깐.
28 ◆9fRA5gp9h85 2022/12/12 10:23:54 ID : jteNtcr9h80 0
당장에 거절을 할 줄 알았지만, 당신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중에 이야기해도 된다는 내 말에 당신은 그러겠다고 했다. 조금 기뻤고, 조금... 아니, 사실 많이 기대되었다. 그 자리에서 거절했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뜻일테니.
29 ◆9fRA5gp9h85 2022/12/12 10:26:39 ID : jteNtcr9h80 0
그 후로 난 꽤 들떴었다. 당신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연락을 했을 땐, 엄청 떨렸었다. 처음 카페에서 만날 때 그랬듯이. 괜한 기대에 붕붕 날아가는 나에게 다독였다. 거절할 수 있음을, 각오하고 가라고.
30 ◆9fRA5gp9h85 2022/12/12 10:31:20 ID : jteNtcr9h80 0
뭐, 거절이었다. 만약 그래서 잘 사귀게 되었으면 여기에 이 글을 쓰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당신과 단 둘이 대화를 할 수 있음에 좋았지만, 그보다도.. 재미있는 사실들을 들을 수 있었다. 첫사랑부터 시작된 그 이상형, 내가 딱 들어맞는다는걸. 난 왜 당신의 쑥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 왜 외형적 취향을 이야기할 때 묘한 표정이었는지, 왜 무슨 취향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거랑 별개로 날 연애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리고... 단순한 당신의 일상에 복잡한 감정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기분이 좋은데(!) 그래서 죄책감이 든다고.
31 ◆9fRA5gp9h85 2022/12/12 10:34:52 ID : jteNtcr9h80 0
다행히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날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하는 배려가 편하고 좋은데, 날 위해 거리를 둬줘야 하냐고 물었다. 난 당신을 멋대로 좋아해버려 약간 미안한 입장이기에, 당신이 편하게 일했으면 하니까, 그냥 그대로 대해달라고 했다.
32 ◆9fRA5gp9h85 2022/12/12 10:37:10 ID : jteNtcr9h80 0
그 자리에서 당신은 음료를 한 모금도 못 마셨다.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내가 간 뒤, 다 마셨다고.
33 ◆9fRA5gp9h85 2022/12/12 10:41:59 ID : jteNtcr9h80 0
사실 이 뒤의 일상을... 막상 마주하니 진짜 힘들었다. 회사고 일이고 다 때려치고 싶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아니 사실... 오히려 더 가까워진 것처럼 지냈다. 당신이 조금 이상했다. 더 친절하고, 더 챙겨주고, 더... 왜 이래? 당신은 내가 좋은 사람인걸 안다. 당신은 나랑 대화하는걸 좋아한다. 난 당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이다. 이 때의 나는 당신이 어떻게 날 안 좋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34 ◆9fRA5gp9h85 2022/12/12 22:45:04 ID : jteNtcr9h80 0
신기하게도 스레가 길어지면서 마음이 비워지는 것 같다.
35 ◆9fRA5gp9h85 2022/12/12 22:51:14 ID : jteNtcr9h80 0
대화가 모잘랐고, 그리고 곱씹으며 떠오른 질문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유독 자신을 좋아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분명 당신을 좋아해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래서 어느날. 아마 열흘가량 지났던, 당신과 나만 남은 날. 나는 당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가 당신에 대해 많은걸 들었기 때문이란다. 당신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당신의 방식이 거슬리지 않았던건, 관계란 상호합의하에 무엇을 주고받을지 정하면 되니까라고.
36 ◆9fRA5gp9h85 2022/12/12 22:55:29 ID : jteNtcr9h80 0
내 질문이 끝나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거절을 하거나, 상처를 주는 것에, 나쁜 역을 자처하는 것에 개의치 않는 당신이 스스로에게 적응 중이라고 했다. 나에게 상처를 준 것이 신경쓰인다고. 문득문득, 내가 떠오른다고. 당신은 아직도 모를 거다. 내 취향인 눈으로, 내 취향의 목소리로, 신경 쓰여요 하는 그 모습이 며칠 동안 내 숙면을 방해했으리라곤.
37 ◆9fRA5gp9h85 2022/12/12 23:00:07 ID : jteNtcr9h80 0
그리고 당신은, 내가 가장 편하고 좋은데 동료로서인지, 친구로서인지, 이성으로서인지 모르겠다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 내가 더 잘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그치만 나도 당신이 꺼내는 말들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한 말이라곤 고작, 알게 되면 알려주세요. 였다. 당신은 모를 것 같다고 했다. 난 물어봤어야했다. 모르는지, 모르고 싶은건지.
38 ◆9fRA5gp9h85 2022/12/12 23:05:23 ID : jteNtcr9h80 0
후회를 좀 했다. 이 날의 대화를 이정도 밖에 못한 것에 대해. 하지만 난 당신이 감정에 서투름과 무딤을 알고 있고, 혼란스러울 당신을 붙잡고 결론이 나오지 않음을 알았으니까. 나는 여전히, 당신의 감정이 어느 선에 있는지 모른다. 그저 짐작할 뿐이다. 당신은 분명 나에게 감정적일 수 있다. 내 고백에 기분이 좋았고, 날 거절 후 신경쓰였으며, 여전히 날 좋은 사람이라 여기고 있다. 다만, 당신의 현실과 관계를 깰만큼 내가 중한지는.. 글쎄.
39 ◆9fRA5gp9h85 2022/12/15 01:05:50 ID : jteNtcr9h80 0
신경쓰지 말라는 쪽지도 주고, 간간히 교류하며 시간은 흘렀다. 과연 자신의 감정을 아직도 고민하고 있을까? 나도 그랬겠지만, 일하는 와중에 당신에게 조짐을 발견하긴 어려웠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으니까. 답답해서 스레도 열고, 감정도 가볍게 하려고 노력했다. 아마 잠깐 신경쓰고 말았겠지. 일상에 묻혀 나는 뒤로 갔겠지. 갑작스럽게 촉이 왔다. 대화를 해야겠다는 촉이. 내일 물어봐야겠다, 현재 감정이 어떤지. 전날밤의 다짐과 설렘을 안고 출근했다. 어떻냐고 물어봤다. 신경쓰는게 좀 지나갔냐고. ... 당신은, 사춘기 때보다도 힘들다 토로했다. 원래는 고민이 있으면 그걸 묻어두고 피하는 당신은, 3주 가량 고민과 감정을 떠안고 있는 중이었다.
40 ◆9fRA5gp9h85 2022/12/15 01:13:27 ID : jteNtcr9h80 0
여전히 내가 신경쓰이고, 내 감정이 궁금해진 당신은 좋아하나? 좋아하는게 맞나? 하는 물음표에서 출구를 못 찾는 듯 했다. 심지어 좋아하면 어쩌지? 도. 나 또한 의아했다. 이걸 모를 수가 있나? 그래. 당신은 누군가를 좋아하는게... 인생에서 드문 일이지. 이 고민을 처음해보는 거예요? 당신은 그렇다 대답했다. 예전 첫사랑은 확실했고, 그 이후로 처음이다. 그럼... 확실하지 않으면 안 좋아하는거 아닌가..?
41 ◆9fRA5gp9h85 2022/12/15 01:18:48 ID : jteNtcr9h80 0
나라고 남의 감정에 이름 붙여주긴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 전에 알던 당신과 많이 다르단건 확실했다. 당신은 날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내가 '감히?'라고 생각할까 두려웠다. 당신은 내가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당신은 자신의 감정도 혼란스러우면서, 나는 날 위해 당신을 정리하는게 나을 것 같다 말했다. 그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당신도 날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42 ◆9fRA5gp9h85 2022/12/15 01:21:24 ID : jteNtcr9h80 0
이 고민과 갈등을 혼자 껴안고 있는 당신을 위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 적절한 방법을 이야기해줬다. 좋아하지 않는다 가정하고, 생각들을 잘라내보라고. 그게 되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게 맞을테니. 그게 된다면 좋아하지 않는 거겠지.
43 이름없음 2023/10/31 03:11:41 ID : jteNtcr9h80 0
인증코드가 뭐였을까. 그건 기억이 나질 않지만.. 결국 날 좋아한다고 알게 된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거. 스레는 끝내놓아야겠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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