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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2/14 21:13:07 ID : Xs5PilzPdyL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삶에서 이 사람의 빈 자리는 평생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야.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을만한 곳을 찾다 이 사이트를 처음 찾게 돼서 아직 잘 모르는데, 이 게시판에다 쓰면 될까?
이름없음 2023/02/14 21:17:22 ID : Fctzf809zhs
어 사랑이 아니면 괜찮을듯 보다가 판이탈이면 말해줄께
이름없음 2023/02/14 21:46:54 ID : Xs5PilzPdyL
고마워. 이야기의 시작은 21년도 3월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나는 학원을 새로 등록했고, 이후에 학원 영어선생님께서 서로 인사를 시켜줘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 아이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어.
이름없음 2023/02/14 22:00:35 ID : Xs5PilzPdyL
그 애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여자애였어. 처음 만난 그 때는 별로 친해지지 못했지만 나중에 학원에 남자인 내 친구가 그 여자애랑 친했어서 나도 끼어서 같이 친해지게 됐지. 학원에 그때 고2가 나와 내 친구뿐이다보니 놀 사람이 많이 없기도 했고, 그 여자애 성격이 활달하기도 해서 학원 내에서 자습시간에 놀든, 끝나고 따로 연락을 하든 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
이름없음 2023/02/14 22:22:03 ID : Xs5PilzPdyL
시간이 더 흘러 여름이 되었어. 원래 있던 세 명에다가 그 여자애 친구(여)까지 한 명 더 친해져서 넷이서 주로 놀게 되었어. 그때 되게 재밌었는데. 뭐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그 여자애 친구는 나를, 또 그 여자애는 내 친구를 좋아하고 있었대. 전자는 어째어째 이루어졌고, 후자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지. 하지만 우리 커플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헤어지게 되었어.
이름없음 2023/02/14 22:31:17 ID : Xs5PilzPdyL
나는 헤어지고 나서 꽤 오랜 기간을 힘들어했어. 그런 그 때 나의 그런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던 사람이 그 여자애였어. 내 인생이 바닥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사람이었지. 사실 다 지나버린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걔가 해준 거라곤 내 이야기 들어준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그때의 나는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워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이름없음 2023/02/14 22:52:52 ID : Xs5PilzPdyL
그러다가 한 번은 내가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무슨 말인지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그걸 들은 그 아이는 우리가 너무 친해졌다고 느꼈나 봐. 나와 친해진 건 그 애가 내 전여친보다 먼저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전여친의 친구/친구의 전남친인 관계가 되었잖아. 나는 전여친을 안 보고 살 수 있으니(헤어지고 한 달여 후에 전여친이 학원을 옮겼어.) 그런 문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고, 또 내가 힘든 게 너무 커 보였던 시절이라 그런 문제를 신경쓰지도 않았지만, 그 애는 내 전여친과 친구로 계속 지내니까 그럴 수 없었던 거지. 그렇다 보니 나와 거리를 둬야겠다고 판단한 그 애는 나와의 연락을 끊었어. 그때가 그 해 10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 때엔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터라 난 더욱 힘들어했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한 지금에는 그때의 내가 이기적이었던 것도 같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
이름없음 2023/02/15 00:07:47 ID : Xs5PilzPdyL
그때의 나는 이런 사정을 몰랐는지라, 연락이 끊겨서 당혹스럽기도 했고 상실감도 컸지. 그리고 계속 연락 끊긴 이유를 생각하느라 잡생각도 많아졌어. 그러다가 그 이유라도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그 해 12월에 용기를 내서 다시 그 애에게 연락해봤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어서 놀랐지. 그리고 그 애에게 10월에 연락을 끊었던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어. 듣고 난 뒤 나는 그 애에게 우리 다시 연락하고 지내도 괜찮은 거 맞냐고 물었지만, 그 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답을 흐렸던 것 같아. 그렇게 한 달여를 다시 연락하고 지냈어. 나에게 있어서 그 애는 꽤 오랜 기간을 함께 한(잦은 이사로 인간관계의 길이가 짧은 편이야.) 사람이고, 또 힘든 시절에 도움을 줬던 소중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연락만이라도 계속 하고 지낼 수 있길 바랬어.
이름없음 2023/02/15 00:37:59 ID : Xs5PilzPdyL
그렇지만 12월 말에 다시 그 애에게서 연락이 끊겼어. 그 때에도 그 이유는 말해 주지 않았지만 나더러 괜찮은 사람이라는 등의 얘기는 했던 것 같아. 이제는 선례를 통해 그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두 번이나 연락 끊기고 다시 연락할 용기는 없었으니까 1년 넘는 시간 동안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어. 그 후 난 고3이 되며 공부나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후회 없는 수험생활 끝에 뿌듯한 결과를 내게 됐어. 그 수험생활 와중에도 그 애 생각이 많이 났고, 생일이나 수능 전후해서는 연락 한번 해 주길 바랬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이름없음 2023/02/15 00:42:37 ID : Xs5PilzPdyL
그러다가 올해 1월쯤 되어서 다니던 학원()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어. 그 애는 여전히 그 학원을 다니는 중이었지. 그렇다보니 그 애를 가끔씩 우연히 마주칠 수 있었어. 서로 자연스럽게 인사했지만, 그 애의 표정이나 말에서는 놀란 기운이 역력했어. 그리고 연락 끊으면서 인스타 맞팔도 그 애가 끊었었는데, 이맘때쯤에 팔로우를 다시 걸어줬어. 그때까지만 해도 가만히 있는게 최선일거라 생각했고, 우리 사인 더 나아질 수 없을거라 생각했지.
이름없음 2023/02/15 01:03:16 ID : Xs5PilzPdyL
하지만 2월이 되고, 알바를 그만둘 시점이 다가오면서 그 애를 우연으로라도 만날 수 없게 될 시점이 다가옴을 느꼈어. 지금 아니면 평생에 두 번 다시 못 볼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누구나의 인생에나 하나쯤 존재하는 추억으로 남겨두기엔 아쉬운데, 지금 다시 연락해도 후회할 것 같고 연락 안 해도 후회할 것 같으니 미련이라도 안 남기고 싶어서 다시 연락했어. 고맙게도 21년 12월에 다시 연락했을 때처럼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어. 그렇게 다시 연락하다가 두 번째 연락 두절의 배경도 알게 되었어. 내가 짐작하지 못 했던 이유 하나와 내가 어느 정도 짐작했던(첫 번째와 비슷한) 이유 하나가 있었어. 그리고 자기가 되게 미안하고, 자기가 밉지 않았냐고도 묻더라고. 돌이켜보니 못 보고 지낸 오랜 기간동안 밉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 이후로는 지금까지 연락 잘 하고 지내고 있어.
이름없음 2023/02/15 01:04:35 ID : Xs5PilzPdyL
쓰고 나니 뭔가 재밌는 이야기같지도 않고 감동이 있는 것 같지도 않지만, 익명의 공간에 한 번쯤 남겨보고 싶은 이야기였어. 끝까지 읽어준 사람들에게 이 레스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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