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맨틱인 줄 알았던 친구가 날 떠본 것 같아

난 진짜로 내 19년 모쏠인생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일단 내가 한번도 걔를 연애적 감정으로 좋아한 적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느낀 적도 없고 걔도 자기가 무성애 스펙트럼에 속한다고 했었거든

걔랑 좀 오래 붙어다니기는 했어 고1때 처음봤고 고3인 올해까지 선택과목이 몽땅 겹쳐서 내내 같은 반이었거든 근데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같이 다니기 시작한 건 올해였어 원래는 다른친구랑 다녔는데 그친구랑 올해 반이 갈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좀 멀어졌거든 그래서 그친구랑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두명이랑 네명이 다니게 됐어

그런데 나랑 그친구(이제부터 A라고 할게) 말고 다른 두 명은 통학이라 자연스럽게 저녁시간부터는 그친구랑 내내 붙어다니게 됐어 우리 학교는 기본적으로 기숙사 학교라 저녁도 학교에서 먹고 야자도 해서

아 일단 나랑 A는 둘다 여자고 난 호모플렉시블에 가까운 바이, A는 무성애/무로맨틱 스펙트럼에 속해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지향성은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깠고 일상적으로 지향성 얘기도 많이 해

그런데 나는 얘가 그런 지향성 토크를 할 때 자기가 성관계 자체를 별로 하고 싶지도, 관련된 걸 보고 싶지도 않다고 했고 연애적 호감 같은 것도 느낀 적이 거의 없다고 하길래 얘가 날 좋아할 가능성을 열어둔 적도 없단 말이지 그리고 난 솔직히...., 내적, 외적 이상형이 모두 되게 확고한 편이라 남자든 여자든 내 취향이 아니면 그냥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조차 생각을 아예 안 해서....

그래서 난 그냥 아 얘랑은 진.짜. 찐친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맘놓고 있었단말야 얘가 평소에 애들한테 스킨십이 좀 있는 편인데 스킨십 딱히 좋아하는 편 아닌데도 그거 걍 다 받아주고.... 깊은 얘기도 꽤 많이 주고받고 원래 야자시간에 혼자 산책나가던거 얘가 같이 가자고 해서 매일 같이 산책다니고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닌데 나를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친구랑은 다 절대 안 했을 만한 행동들이잖아?? 근데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다 'ㅇㅇ 그래 하고싶음 해' 이랬던 거라고

그런데 몇주전에.... 사단이 났다.... 저녁시간에 평온하게 밥을 먹고 있었던 나한테 A가 나한테 대뜸 '야 넌 내가 너 좋아한다 그럼 어떡할거임?' 이러는거야 넌 뭔 그런얘길 밥 먹다가 하니...?

당연히 스레주는 엄청나게 당황을 했다.... 육성으로 겁나 크게 ㅇ에??? 이래서 A도 좀 당황탄 것 같드라 그러고 나서 필사적으로 내가 잘못들은거겠지.... 이러면서 태연한척하고 '머라구...? 잘 못 들었는데 이따 얘기할까? 이랬어...

그러니까 그얘기를 저녁먹고 기숙사 가면서 다시 하더라 자기가 나 좋아하면 어떨 거 같냐고. 그래서 스레주는 이번에는 이걸 지나치게 무겁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물어본 거겠지 ^^' 이러고 희망회로를 돌리고 웃으면서 '야 그러면 과거형이야 현재진행형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ㄹ을 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늘 엇나가는 법이 없더라... A는 '현재진행형' 이라고 답했었어 여기서 진짜 찐으로. 당황탐 어떻게 대답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고장난 채로 ㅇ..,. ㅇ에...., ㅇ어.... 이러고 있으니까 A는 그냥 '그러면 너가 나 불편해하고 피하겠지? 됐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친구사이 감정이랑 헷갈린거 같애' 라고 했고 이제 그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아.... 근데 솔직히 이 이야기가 나온 이상 난 이미 걔가 불편해진 게 맞아서 ㅠㅠ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