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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눈 오는 타로점 [닫힘] (36)
인간은 항상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대상이 스스로이건 혹은 어떤 사물이건, 이와 관련 없이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의구심과 탐구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쓰고있는 글에서 또한 드러난다.
난 지금 이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왜 이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묻는 중이다.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문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뫼비우스의 띠가 완성되고 인간은 이를 끊어내기 위해 지식을 정립하고 배우며 탐구한다.
그러면 또 다시 질문이 반복된다.
바로 배움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 탐구심을 가진다.
하지만 누구나 배우고 공부하며 알아갈려 하진 않는다.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질문일텐데 이것을 해소하려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상식적인 행동이란 것이다.
아무리 멍청하고 본능대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도 어떤 일이 생기면 관심을 갖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따져묻는다.
허나 배운 이에게 또 다시 질문을 던질 뿐 스스로 이해할려 노력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왜?
왜 우리는 배우지 못할까?
아니, 나는 어째서 배우지 못할까?
인간의 행동 패턴은 타고난 기질과 직접 겪은 경험에 근거한다.
즉, 의문을 가지더라도 배울려 하지 않는 이 습관도 타고났거나 경험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포기일 수도 있고 망각일 수도 있으며 생존 본능일 수도 있다.
포기란 경험으로 인해 배움을 자신의 능력 밖의 일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인 만큼 놀라운 능력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선을 긋는 능력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좁은 세계에 스스로를 가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
이것을 좀 가볍게 일반인에게 적용시켜 본다면 포기라는 단어도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움이란 것이 어렵고, 자신이 할 수 없다고 단정지었으며 그것을 학습했기에 배움을 자신의 선 너머로 추방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기라는 것이 배우지 않는 근거로써 완벽히 성립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좀 전에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과 일반인의 차이는 명확하다.
그들이 세운 것은 두꺼운 방벽이고 우린 단순히 선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고 가는 것이 자유롭다.
언제나 배움을 나의 울타리에 들이는 것이 가능하단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배우고자 했다면 배울 의지는 실현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의지박약이 아닌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배움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이 존재한다.
위에서 서술했듯 이는 포기에 의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미 배움을 받아들였다.
의지 또한 있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배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망각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두렵게 만들고 힘들게 하는 것일까?
배우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은 행위이다.
또한 지루한 행위도 아니다.
'배우다'와 '지루하다'는 공존할 수 없다.
지루하다는 것은 익숙함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계속해서 누워있고, 잠을 자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 지루하듯 말이다.
하지만 배운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매 순간이 다른데 어떻게 지루할 수가 있을까?
만일 무언가를 배우는데 지루하다면 그것은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들어오는 것을 흘려보낼 뿐인 것이다.
이것은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과 같은 대중매체의 특징이다.
인간은 이런 매체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흡수하려 하지 않는다.
본능인 것 마냥 흘려보낸다.
그리고 필요를 느낄 때 담아둘려 노력한다.
이것이 내가 배우지 못하는 이유 중 망각을 떠올리는 이유이다.
현대의 인간은 너무나 많은 정보의 바다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실제로 뚜렷한 기억에 두통을 호소하곤 한다.
이는 인간이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려 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 우리가 생존을 위해 망각이 습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망각은 자연스러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분명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인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된다면 분명히 기억할 수 있다.
무한한 숫자나 엄청나게 거대한 정보의 덩어리와 같은 자신의 능력 밖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망각은 조절될 수 있고 본능적이나 선택적이기도 하니 이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배워야한다.
배울 수 없는 인간은 있어도 배우지 않아도 되는 인간은 세상에 없다.
아무리 부자고 천재여도 학습이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기본적인 과정이다.
그렇다면 공부도 어렵지 않아야 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뇌가 발달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하지만 세상엔 배우지 않아도 세상을 멀쩡히 살아갈 수 있는 듯 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저 흘러가는 방향으로 표류하는 사람들.
그들은 어쩌다 표류하게 되었을까?
이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면 의문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배우지 않던 이를 배우게 한다면 그것 또한 배우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이 될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젠 외적인 요소로 생각을 돌려보자.
인간의 내면은 배움을 거부하지 않는다.
가장 유력하게 배움을 방해하는 것은 아마 '외압'일 것이다.
외압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말한다.
여기서 '외부'는 자신을 제외한 세상 전부이기에 인간은 조형되는 존재인 것이다.
찰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 듯 인간은 외압에 의해 빚어지고 내면에 의해 완성된다.
겉이 만들어지고 그 이후에 속이 굳어간다.
그렇기에 급격한 외부로의 변화는 내면이 제대로 굳지 못하게 한다.
빵의 단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듯 구멍 투성이의 인간이 만들어진 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하는 이유 또한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왜 배우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까?
강요? 사상? 종교? 선동?
극단적으로 가자면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씩 전부 생각해보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시해선 안된다.
난 특별한 인간이 아니고 한없이 일반인에 가깝다.
천재도 아니고 기인도 아니며 절대적인 무언가는 더욱 더 아니다.
그렇다면 펼쳐놓은 보따리 중 나와 알맞는 것이 적어도 하나는 있을 것이다.
나는 흔한 인간이니 말이다.
우선 인생을 돌아본다.
학습에 관하여 억압받거나 강요받은 기억이 있는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학업에 관한 참견 정도는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겪게 된다.
그렇다면 그 정도가 심했는가?
남들과 비교했을 때 심한 편이였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였고 이건 내가 공부를 때려치운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배움과 공부는 같은 항렬을 공유할 지언정 엄연히 다른 것이다.
배움은 현상에 대한 이해이고 공부는 누군가 만든, 존재하는 것에 대한 습득이다.
암기와 이해는 다르다.
나는 현재 이해할려 하지 않는다.
동시에 난 자신을 이해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내면이 아닌 외부의 지식이다.
위의 글처럼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질문들은 자문자답의 형식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자문자답은 결코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난 외부를 이해할려 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지만 이해할려 시도한다.
또한 동시에 내부 또한 이해할려 한다.
외부와 내부, 이 둘은 다르나 서로 상호작용한다.
난 왜 배우지 않는 것에 대한 근거를 내면에서 찾고 있을까?
배우지 못하는 것이 '나'의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좀 전에 난 질문을 외부로 돌렸다.
그러나 나에게 일어난 일 또한 나에게 있어서 내부이다.
외부는 내부이고, 내부는 외부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이 안된다.
내가 아는 외부는 나 자신이 아는 정보에 국한된 것이고 결국 이 또한 내부이기 때문이다.
외부에 대한 고민을 할려면 제일 필요한 것이 지식이다.
생각할려면 그만한 지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생각은 쓸데없이 부풀려진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그래서 난 지금 생각의 범위를 제한 중이다.
극단적으로 내가 아는 것에 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난 외부가 아닌 나 자신(내부)에 관하여 생각 중이다.
내가 아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럼 모르는 것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할 수 있지?
이것이 배움으로 이어진다.
그럼 내가 생각하고 인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 뿐인가?
난 엄연히 지금 외부 세계에 관하여 생각 중이다.
또한 오감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세상이 존재하고, 흘러가는 것을 난 알고있다.
난 이 모순이 흐르는 시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어난 사건은 기억에 남지만 시간은 흐른다.
절대적 규칙인 시간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기에 벌써 일어난 일들은 과거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인간은 이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
내가 세상을 인지했던 것은 과거이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이기에 과거로 지나간 경험이 내부에 남고 그것이 나를 구축한다.
외부는 과거이고 내면은 현재이다.
과거가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있어서 외부와 내부는 구별될 수 없다.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나 자신이다.
물 속에서 물방울이 구별될 수 없듯 세상은 물이고 난 물방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완전히 똑같은가?
이건 또 아니다.
내부와 외부를 동일시 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신일 것이다.
인간은 배움으로써 자신이 습득한 외부를 알아가지만 그렇다고 외부의 모든 것을 알진 못하니 말이다.
그러니 나와 세상은 동일시 될 수 없다.
이것은 각자 그릇의 한계일 것이다.
세상을 담아두는 것은 세상이고 나를 담아두는 것은 나이다.
큰 그릇에 작은 그릇을 겹칠 순 있지만 반대는 불가능하다.
재질은 똑같지만 그 크기가 다르니 어쩌면 이건 당연한 것이다.
세상 아래 인간이 있다.
이것또한 배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여기까지만 정리하자.
아까 말했듯 자문자답엔 한계가 있다.
스스로 생각한 것에 대한 수정과 정리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검증과 휴식을 가진 뒤 다시 돌아오자.
정론이지만 해답으로선 오답인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이제와서 다시 읽어보면 위에 쓴 글들도 모순점이 많아보이기도 하고, 여전히 생각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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