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천히 마음정리 하는중! (9)
2.소심한 나 (13)
3.New 대나무숲 (1000)
4.너는 모르는 이야기 (2)
5.성정체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12)
6.학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7)
7.헤테로 짝사랑하는 거 너무 힘들다 (2)
8.희망 좀 버리고싶다 (6)
9.드디어 짝사랑 끝냈어 (10)
10.내가 커밍아웃을 하지는 않았지만 (2)
11.짝사링 잊는법? (6)
12.타 커뮤니티에서 한마디가 난리남.. (7)
13.짝사랑이라도 하고싶다... (6)
14.최근 너무 혼란스러워 (11)
15.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있던 성소수자 인권 항목이 사라졌다 (16)
16.너무 귀여운 동생이 있는데 (3)
17.짝사랑할 때 듣는 노래 (2)
18.'아, 이건 썸이다' 라고 느꼈을 때는 언제야? (8)
19.짝사랑 (3)
20.나의 첫사랑 이야기 (14)
1
◆ctvvdA3Pa7f
2018/06/12 16:50:16
ID : vyIGk5Ru2pV
0
안녕 내가 올리는 첫 번째 스레가 나의 첫사랑 이야기가 되네
사실 예전부터 내 이야기를 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많이 답답했고 또 첫사랑이다보니 순수했고 내 마음을 차지하는 기억 중에 가장 소중한 기억이거든
여기에다가 올려도 되는 거 맞겠지:) 다들 반가워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할게
2
◆ctvvdA3Pa7f
2018/06/12 16:58:43
ID : vyIGk5Ru2pV
0
2014년 2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 될 무렵, 우리 학교는 공부를 열심히 시키던 학교였어서
겨울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방과후 과목을 신청해 오전 8시에 등교해 오후 4시엔가 하교했었던 걸로 기억해
쉬는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기 심심해서 친구의 앞자리로 가서 조금 놀다가
친구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의 친구에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시덥잖은 걸로 말을 걸었어
영어 문제집이 놓여 있는 걸 보고 봐도 되냐고 물은 후 넘겨 봤는데 대충 흘려 쓴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위 아래로 길쭉하고 어른스러운 글씨체더라
너 글씨 참 잘 쓴다고 칭찬을 하고 내려놓으니 엥? 이러면서 특유의 빠른 손 동작으로 책을 휙 휙 넘기면서
"내가? 나 글씨 진짜 못 쓰는데"
그게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너의 목소리와 손 동작이었지
3
이름없음
2018/06/12 17:01:34
ID : JPhfe2Mqo7t
0
좀더해봐
4
◆ctvvdA3Pa7f
2018/06/12 17:05:02
ID : vyIGk5Ru2pV
0
사실 그 당시에 별로 인상이 깊지도 않았어 나중에 돌이켜 보니 그런 사소한 순간도 소중하다고 여기면서 자꾸 곱씹게 되더라
별 탈 없이 1학기를 지내고, 그 아이는 1학년 때 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같이 다니고
나도 나 나름대로 동아리 친구랑 신나게 노느라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어
방학하기 직전에 자리를 바꾸고 청소분담을 바꾸게 되었는데
그 아이의 친구, 그 아이, 나 이렇게 셋이서 짝이 되었다
-우리 반의 자리는 2명 3명 2명 이렇게 짝이고 뒤로 3줄인가 4줄 정도 책상이 있었어-
사실 1학기 동안 친하게 지내지 않던 두명과 셋이서 교탁 앞에서 짝을 지으니 실망감이 컸었어
운명의 장난인지, 어느 바람이 불었는지, 신기하게도 청소분담조차 그렇게 세명이서 영어실을 청소하게 되더라
5
◆ctvvdA3Pa7f
2018/06/12 17:05:34
ID : vyIGk5Ru2pV
0
언급 이렇게 하는 거 맞나? 글을 잘 못 쓰고 지금 회사라 업로드 속도가 느린 건 사과할게:)
그래도 들어줘서 너무 고맙다.
6
◆ctvvdA3Pa7f
2018/06/12 17:12:21
ID : vyIGk5Ru2pV
0
옆 자리에 앉은 그 아이 - 이하 별이라고 부를게 - 는 자신의 친구와 초반에는 둘이 짝짝꿍 잘 놀았어
그래서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사교성 좋은 두 사람은 나한테도 슬쩍 장난치고 날 귀여워 해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먼저 다가와 주면서 친해졌었어
당시 스킨십이 많았던 나는 친해지면 친해질 수록 앵기는 걸 참 좋아했었고, 별이는 그걸 참 잘 받아주더라
그냥 나는 친구들한테 하듯이 별한테도 똑같이 했을 뿐인데
하늘에 별이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가 볼 수 있는 한계 밖에서 별은 항상 예쁘게 빛나고 있는 것처럼
그 아이도 그랬나봐,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 속에서 빛나고 있더라
별이의 어떤 점에서 반했는지도 모르겠어 너무 자연스러웠어 물은 언제나 흐르듯.
7
◆ctvvdA3Pa7f
2018/06/12 17:27:38
ID : iqmNxWi09wH
0
정말 너무 자연스럽게 별이가 내게 와줘서 인지도 못 하고 있었던 토요일 아침
일어났는데 주말인 걸 느끼니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서 뒤척이다가 무턱대고 별이 집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어
당시에 별이는 핸드폰이 없었고 난 공부하겠다고 피쳐폰을 쓰고 있었다
별이네 집 전화는 인터넷 전화인데다가 별이의 방에 놓여져 있어서 연락이 닿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
사실 전화를 받아도 할 말이 없었겠지만 정말 무턱대고 전화를 했었어
문자로는 찌질하게 악몽을 꿔서 놀라서 전화를 했다고 보내놓고 한숨을 푹 쉬고 문득 생각을 하는데
내가 왜 아침부터 이 아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전화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많이 늦게 내 마음을 인정한 순간 씻고 바로 그 아이의 동네로 갔어
8
◆ctvvdA3Pa7f
2018/06/12 17:33:54
ID : iqmNxWi09wH
0
별이가 장난스레 자신의 집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들고 무작정 찾아가니 오전 아홉시 쯤이었어
초인종을 누를 자신이 없었던 나는 엘레베이터를 탈까 고민하다가 그냥 편의점으로 가서 식혜 하나를 샀어
'악몽을 꾸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네 생각이 나서 들렀어'
메모지를 식혜에 붙여두고 우편함에 넣고, 네가 우연히 나오지 않을까 한시간 정도를 방황하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메모지에 적혀있던 별이네 집 층수로 엘레베이터가 올라가더라
설마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순간은 내가 방황했던 한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었어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니 보이는 사람은 한 아주머니,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참에 그 뒤에 따라 나오는 별이가 보이더라
슬로우모션마냥 걸어나오는 네 모습이 천천히 보이면서 순간 멍 때리게 되고 인정해버렸어
나 널 많이 좋아하나봐
9
◆ctvvdA3Pa7f
2018/06/12 17:40:19
ID : iqmNxWi09wH
0
멍 때리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여긴 어쩐 일이냐고 묻는 네게 너희 동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들렀다며 태연히 식혜를 전해주고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니 어머니께서 지금 별이랑 외출만 안 했어도 잠시 집에 들여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공부 열심히 하라는 덕담을 남겨주셨어
이 상황이 너무 꿈만 같고 믿겨지지도 않고 너무 새롭더라 내가 누군가를 이토록 갈망하고 그리워하고 누군가에게 설레어한다는게
기다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금방 헤어졌지만 그 주 주말은 무사히 별이를 생각하며 잘 지나갔어
그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사물함을 열어보니 메모지가 붙여져있는 모카라떼 커피를 발견하게 됐다
처음 널 만났을 때 봤던, 무심한 듯 휘날리며 적었지만 정갈한 그 글씨체를 보고 단숨에 별이의 선물이란 걸 알아챘어
'식혜 고마웠어,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뒤늦게 악몽꿨다는 메세지를 받았어 달래줬어야 했는데 아쉽다'
수업시간 동안 입 안에는 달콤한 초코향이 맴돌고 옆자리에 앉은 별이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달달한 하루를 보냈다
10
◆ctvvdA3Pa7f
2018/06/12 17:46:13
ID : iqmNxWi09wH
0
나는 별이를 좋아하면서 버스타고 20분 정도 달려야하는 별이네 동네를 자주 방문하게 됐어
너희 동네 도서관에 혹시 네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주말마다 꼭 찾아갔었다
도서관과 별이네 집은 버스로 2정거장밖에 차이가 안나서 항상 그 거리를 걸어다니며 주변을 둘러보며 별이를 찾았었어
그런 내 노력을 하늘의 별이 알아주는지, 공부가 안돼 일찍 돌아가려고 여느때처럼 너희 아파트 근처 정류장까지 갔다가 설마 하는 마음에 자꾸 서성거리던 그날 저녁
반대편 정류장에서 내리는 널 발견해버렸다
너무 반갑고 감격스러운 마음에 엄청 뛰어서 뒤에서 확 안았어
심장이 뛰는 게 내 몸이 힘들게 달려서인지, 널 향한 내 마음이 끝없이 달려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네 등으로 심장소리가 전해 느껴질까봐 많이 불안했었지만 너무 행복했어서 미치도록 꽉 안았어
"공부하고 집 가는 길에 우연히 네가 반대편에서 내리더라 그래서 반가워서 뛰어왔어!"
해맑게 말하는 날 놀람을 금치 못하고 바라보다가 고생했다며 웃어주던 별이는 자신의 집에 놀러오지 않겠냐고 제의를 하더라
단 한치의 고민도 없이 수락을 했어
11
◆ctvvdA3Pa7f
2018/06/12 19:24:46
ID : iqmNxWi09wH
0
별이네 방은 참 지저분하더라 하지만 사람을 위하는 마음과 주변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확실히 드러나는 게 느껴졌던 건 남들이 쓰레기라고 치부할 수 있는 물건들을 언제, 누구에게 받았는지 간단하게 메모를 적어놓고 서랍 속에 보관을 하고 있었어
두 시간, 세 시간 가량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예쁜 마음을 가진 별이의 말투와 언어 선택에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사랑하는 마음만 겉잡을 수 없이 커졌었던 거 같아 그 때
화질도 안좋은 피쳐폰으로 별이의 사진을 장난삼아 찍었던 그 날 이후로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어
행여 누가 볼세라 배경화면은 못했지만 비밀번호가 꼭꼭 잠겨있는 갤러리에 들어가서 설레는 마음으로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고 그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날의 저녁 공기가 떠오르고 신나서 조곤조곤 말하는 별이의 모습이 떠올라 하루가 행복해지더라
12
◆ctvvdA3Pa7f
2018/06/12 19:28:26
ID : iqmNxWi09wH
0
스킨십을 좋아하는 내가 항상 별이의 손이 따뜻하다는 핑계로 깍지손을 끼고 다니고 별이 어깨에 기대서 잠들고 수업시간마다 꽁냥대며 놀고 별이 무릎 위에 앉아서 목을 끌어안은 채로 애들이랑 수다떨며 놀았던 게 얼마나 반복 되었을까
점점 반애들이 장난반 진심반으로 우리를 엮기 시작하더라
난 정말 행복했어 왠지 정말로 이 아이와 사귀는 거 같았고, 찔린 내가 부끄러운 마음에 손을 팍 놓을 때엔 이 아이는 따스한 손으로 다시 깍지를 끼고
"응, 우리 사귀어"
라고 말해준 날엔 수업도 눈에 안 들어오고 하루 종일 그때의 별이의 말투와 목소리와 말을 생각했다
엮인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떠보고 싶은 마음이 미친듯이 들기 시작했어
둘러서 애들이 우리를 엮는 게 기분 나쁘지 않냐고 물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었어
13
◆ctvvdA3Pa7f
2018/06/12 19:30:26
ID : iqmNxWi09wH
0
함께 청소를 다니던 다른 친구는 오늘따라 늦게 오고 여느 때처럼 손을 잡고 청소를 하러 가다가 물어봤어 불편하진 않냐고
1학년 때도 친했던 친구와 엮여왔어서 기분 나쁘지도 않고 오히려 애들 반응이 재밌다던 네 말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넌 친한 친구가 생기면 항상 붙어다니고 그런 말을 항상 들어왔구나 내가 1학년 때 너와 같은 반이었으면 어땠을까
그 아이의 말 하나하나 신경쓰던 나는 왠지 기분이 많이 착잡해지더라 그렇게 쿨하게 생각하는게 너무 당연한 건데 왠지 그저 친구로 자리잡힌 거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이야
14
◆ctvvdA3Pa7f
2018/06/12 19:33:59
ID : iqmNxWi09wH
0
별이와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자기 전 마다 네다섯줄 씩 세네개의 일화를 적다가 자리를 바꾸고 별이와 멀어지고나서는 일기를 적는 날이 적어지고 마음이 석연치 않았어
설상가상 자리 바꾸면서 청소구역까지 바뀌어버리니 내 마음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던 별이가 멀어진 느낌이 들더라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다가오며 애들이 선생님께 캐롤을 틀어달라고 성화가 일 때는 뒷자리에 앉았던 내가 별이의 옆자리로 자주 옮겨갔었어
너 보러 왔어! 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으면 잘 왔다면서 내가 잡으려는 손을 내어주던 너 덕분에 마음도 홀가분해지고 고향에 돌아온 편안한 느낌이 들더라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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