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4Fjth85Wja 2018/07/04 14:41:17 ID : A3XvxyGsrvD 9
이번 달 말에 일본 교토로 4박 5일 일정의 여행을 가게 되었어. 나는 혼자 여기저기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이 취미야. 교토는 나한테 의미가 있는 곳인데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돌아가신 외증조할아버지의 고향이 일본 교토라고 듣기도 했고 첫 일본 여행을 교토로 가서 그런 것도 있어. 이상하게도 첫 여행은 편하게 도쿄로 가라는 주변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토라는 곳이 확 끌려서 첫 일본을 교토로 가게 되었어. 여행 계획을 짜는 것보단 무작정 가는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첫날에는 두루뭉술하게 대충 시장을 가고 헤이안 신궁을 들린 후 에이칸도 젠린지에 간 다음 근처에서 밥을 먹고 동물원에 들릴 수 있으면 들린 다음 모던 아트 뮤지엄에 간 다음 호텔에 가자는 식의 예정이었어.
2 ◆k4Fjth85Wja 2018/07/04 14:46:43 ID : A3XvxyGsrvD 0
그것을 보게 된 건 첫날 일정인 에이칸도 젠린지를 구경하는 도중이었어. 가을의 에이칸도는 단풍으로 온통 빨간데 난 빨강색을 좋아해서 볼 것만 보고 나온 신궁과는 다르게 거기서 유독 오래 관광을 했어. 그러다가 사람들 사이로 뭔가를 봤어.
3 Saaaaaaat 2018/07/04 14:47:13 ID : FcnBhvxyGq5 0
보고있어!
4 이름없음 2018/07/04 16:11:52 ID : i1jBusi8i6Y 0
나도 보고있오!
5 이름없음 2018/07/04 16:22:06 ID : SNwHB87cLfe 0
나도 지금잉본인디..큐슈쪽이지만
6 이름없음 2018/07/04 17:37:36 ID : Ajh9fQoNs03 0
어디갓어
7 ◆k4Fjth85Wja 2018/07/05 02:05:43 ID : A3XvxyGsrvD 0
사진은 내가 봤던 것과 최대한 비슷한 것을 가져왔어.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 우산도 빨갛고 기모노도 빨갛고 조리도 빨간, 온통 붉은 색인 그것을
사진은 내가 봤던 것과 최대한 비슷한 것을 가져왔어.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 우산도 빨갛고 기모노도 빨갛고 조리도 빨간, 온통 붉은 색인 그것을 봤을 때 나는 어째선지 본능적으로 그게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았어. 보는 것만으로 기묘한 느낌이 드는게 사람일리 없다고. 저거에게서 도망가야 한다는 느낌에 에이칸도를 빠져나가면서 진이 다 빠져서 원래는 계획에 없던 택시를 타고 예약해놨던 카모 강 근처의 호텔로 가서 그대로 석식 시간까지 잤어. 편하게 쉬면서 그대로 그것은 머리 속에서 지워버렸고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어. 그 날은 전철을 타고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갔어. 센본토리이를 지나는 도중 에이칸도에서 봤던 그것이 또 있었어. 가만히 서있는 그것때문에 센본토리이는 다 지나가 보지도 못하고 되돌아갔고 그 후로 신사를 둘러보러 가는 곳마다 그것이 꼭 있어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나왔어. 그걸 시작으로 구경하러 가는 곳마다 마주쳤어. 2박 3일의 일본 첫여행이 정체를 알수없는 그것의 스토킹으로 엉망이 되고 반년 후 리벤지를 할겸 도쿄에 갔어.
8 ◆k4Fjth85Wja 2018/07/05 02:22:23 ID : A3XvxyGsrvD 0
근데 또 그것이 있었어. 반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것은 도쿄에도, 오사카에도, 삿포로에도, 오키나와에도, 가고시마에도, 치바에서도. 내가 여행간 모든 곳에 다 그것이 있었어. 3번째 여행에서 그것에 대해 알게 된 두가지는 절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과 나를 따라다니지만 일정거리를 유지한다는 거야.
9 ◆k4Fjth85Wja 2018/07/05 02:29:18 ID : A3XvxyGsrvD 0
7번의 여행동안 수십번을 보면서 나를 따라다니긴 하지만 해를 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무서웠던 것도 점점 사라졌고 이제는 만약 대화가 가능한 존재라면 왜 나를 따라다니는지 물어보고 싶어. 나를 따라다니는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나에게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
10 이름없음 2018/07/05 02:30:39 ID : 2K7unA0linT 0
아는 무당이나 신기? 그쪽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바바
11 ◆k4Fjth85Wja 2018/07/05 02:51:50 ID : A3XvxyGsrvD 0
그래서 이번 여행을 처음 그것을 봤던 교토로 정했어. 교토에 가서 그것이 또 있다면 말을 걸어볼 생각이야.
12 이름없음 2018/07/05 03:15:13 ID : e0k7gpe6phz 0
뭐하는 존재일까 무엇일까 궁금하네 이번 여행에서도 보인다면 써주길바래!! 그래도 가까이가는건 영 찜찜해
13 ◆k4Fjth85Wja 2018/07/05 14:01:59 ID : tvDxO01he5f 0
안그래도 세번째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후 지인에게 상담했더니 지인의 지인이 신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갔는데 그분이 악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너를 해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며 혹시 외증조할아버지란 분이 일본에 계셨을때 짧지만 신직에 있었거나 덕을 쌓은게 있어서 일본에 있는 동안 지켜주려고 그런게 아닌가 하고 말했어. 하지만 엄마도 외증조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계신게 없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내가 초등학생 때 돌아가셔서 물어볼 사람이 없더라.
14 ◆k4Fjth85Wja 2018/07/05 14:26:14 ID : tvDxO01he5f 0
그때 지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세번 일본 여행을 간 동안 보통 여행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자잘한 사고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것은 그 후의 일본 여행에서도 계속 되어서 정말 그런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
15 이름없음 2018/07/05 14:28:19 ID : 60qY66mLe0k 0
오 그럴 수도 있겠다 ...
16 이름없음 2018/07/05 15:07:03 ID : K1A40q7tbdC 0
오 신기한걸
17 ◆k4Fjth85Wja 2018/07/08 20:53:56 ID : A3XvxyGsrvD 0
외증조할아버지의 유품이 있을까 했지만 전부 유실되어 남아있는 유품이 없다고 하네. 교토에 있는 외증조할아버지의 생가에 가면 유품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교류가 완전히 끊겼어. 그나마 가장 최근에 교류한 것이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일본에서 오셨던 엄마 또래로 보이던 분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주소를 적어주고 갔을 때니까 20년 전이네.
18 이름없음 2018/07/08 21:13:45 ID : z83u7fbyNxV 0
약간..좌부동자 같은 삘인가?
19 ◆k4Fjth85Wja 2018/07/08 21:51:37 ID : A3XvxyGsrvD 0
엄마가 종이를 버리려고 했는데 아빠가 그걸 말려서 종이가 남아있대. 엄마는 연을 끊은 사람들이라며 종이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에 치를 떨었지만 일단 아빠한테 종이를 받을 수 있었어. 주소를 검색해보니 에이칸도 근처라서 묘한 느낌이 들어.
20 ◆k4Fjth85Wja 2018/07/19 18:28:17 ID : WqqmLe5dQmq 0
지진때문에 불안했지만 예정대로 다음주 월요일인 23일부터 4박 5일간 교토에 갈거야. 마지막 날은 그 주소로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어.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서 과연 나를 맞이해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쫓아내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21 ◆k4Fjth85Wja 2018/07/19 18:29:40 ID : WqqmLe5dQmq 0
일단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를 지켜주는 무언가가 또 지켜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다니기로 했어.
22 이름없음 2018/07/19 19:42:56 ID : wGq5gi1gZil 0
끝인거야?
23 이름없음 2018/07/21 13:59:39 ID : 0tAmJU2Gq6q 0
일본에살아서 무서워서 안일ㅇ으려해ㅆ는데.. 아니얐네.. 궁굼하다...
24 ◆k4Fjth85Wja 2018/07/30 13:50:51 ID : tvDxO01he5f 0
교토에서 돌아온 후 바로 12시간을 내리 자고 이것저것하다가 드디어 들어왔네. 외증조할아버지의 생가에 가서 외증조부의 유품과 외증조할아버지에 대한 것들을 듣고 왔어. 솔직히 내가 가서 듣고 온 것이 실화인지 잘 모르겠다.
25 이름없음 2018/07/30 13:54:37 ID : xzSK45fcFco 0
오랜만이다 스레주!! 이제 드디어 썰을 풀어주는건가?!
26 ◆k4Fjth85Wja 2018/07/30 14:15:50 ID : tvDxO01he5f 0
외증조할아버지의 생가는 종이에 적힌 그곳에 계속 있었어. 반겨주실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반겨주시더라. 멀지만 같은 피가 흐르는 한 가족이라면서 말이야. 일단 외증조할아버지의 유품에 대해서야. 외증조할아버지의 유품은 고장난 회중시계와 손수건, 만년필, 공책 하나가 전부였어. 다른 유품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없어지거나 정리를 해버려서 이제 남은건 그거뿐이래. 원한다면 줄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엄마는 그곳과 얽히는 것을 너무 싫어하셨기에 거절했어.
27 ◆k4Fjth85Wja 2018/07/30 15:31:50 ID : tvDxO01he5f 0
미안 밥먹고 오느라 늦었네. 그다음은 외증조할아버지에 대해서야. 나에게 외증조할아버지에 대해 말해준 분은 외증조할아버지의 친형이셨던 큰외증조할아버지의 아들의 아들분, 큰아빠라고 해야 하나? 우리집은 친가나 외가나 전부 사정이 좀 특수해서 친척이 워낙 없다보니까 가족 간의 호칭에 취약해서 잘 모르겠네. 외증조할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많이 아팠는데 집안 사정도 안좋고 봐줄 사람이 없어서 근처 신사에 의탁을 했었대. 신사에 의탁하는 기간이 좀 길었다나봐. 10년 이상을 의탁하셨다고 하니까. 그러던 중간에 외증조할아버지가 실종이 되었던 적이 있었대. 하루 만에 나타나긴 했지만 동네가 꽤 시끄러웠었나봐. 아픈 사람이 사라졌다 나타나고 난 후 아팠던 적이 없던 것처럼 건강해져서 외증조할아버지가 아픈걸 안쓰럽게 여긴 신사에서 모시고 있는 신이 낫게 해준게 아닐까 하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갔었나봐.
28 ◆k4Fjth85Wja 2018/07/30 15:50:25 ID : tvDxO01he5f 0
내가 직접 듣긴 했지만 이게 사실인가? 그럴수가 있나? 계속 생각했어. 물론 나에게도 말이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긴 해도..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걸 말했더니 외증조할아버지를낫게 해준 그 신사의 신께서 외증조할아버지의 손녀인 나를 알아본 것이라고 하더라.
29 이름없음 2018/07/30 17:05:35 ID : hdPcqZa1dA7 0
헐...... 신기하다
30 이름없음 2018/07/30 18:20:18 ID : so4ZfU6pbxw 0
근데 엄마는 왜 그쪽과 엮이는걸 싫어하는거야?
31 ◆k4Fjth85Wja 2018/07/30 20:03:36 ID : tvDxO01he5f 0
엄마가 얽히기 싫어하는 이유를 아빠가 말해줬는데 외증조할아버지가 한국에 갔다가 한국인인 외증조할머니를 만났는데 두 분이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외증조할아버지가 한국으로 건너와 가족들과 연을 끊었었대. 근데 엄마가 젊었을 때 외할아버지가 아프셔서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찾아갔을 때 그곳에서 자신들은 외증조할아버지가 한국 계집하고 결혼한다 했을 때 연을 끊었다. 하며 내쫓듯이 했었대. 그걸로 1년 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먼저 아들을 보낸 충격으로 외증조할머니도 돌아가셨어. 그 후 외할머니 혼자 온갖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우다가 내가 초등학생 때 돌아가신거고.
32 ◆k4Fjth85Wja 2018/07/30 20:06:43 ID : tvDxO01he5f 0
그걸 들어보면 엄마가 그들을 원망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나라도 원망했을거야.
33 ◆ts79iqmK6p8 2019/02/18 01:10:05 ID : a4LcNy7z9bc 0
안녕. 오랜만이야. 반년만이네. 오랜만에 기억이 나서 들어왔어. 기억해주는 사람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어. 너무 많은 일이
안녕. 오랜만이야. 반년만이네. 오랜만에 기억이 나서 들어왔어. 기억해주는 사람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어.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스레딕에 들어올 여유가 없었네. 일단 엄마와 외증조할아버지의 본가의 분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했어. 물론 아직 엄마의 응어리가 전부 사라진건 아니야. 하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어. 내가 일본에 여행을 가는걸 더는 싫어하게 되지 않게 되셨거든. 그리고 올해 신년에 일본에 사시는 분들께 인사를 갔어. 어디에 사시는지 알게 되었는데 인사를 가지 않는 것도 좀 죄송하고 그래서 인사를 갔었어. 일본에서 또 마주친 그 존재는 역시 또 나를 따라다녔어. 일본의 그 분들은 나를 반겨주셨어. 그리고 나한테 외증조할아버지의 또 다른 유품으로 추정되는 책을 찾았다고 보여주셨어.
34 ◆ts79iqmK6p8 2019/02/18 01:22:19 ID : coHwsmFa3Cj 0
나한테 이걸 가져가겠냐고 물어보셨지만 지금의 나한테는 너무 무거운 물건이기도 하고 그걸 잘 보관할 자신이 없어서 죄송하지만 그 물건들을 맡을 결심이 설 때까지 가지고 계셔달라고 했고 그분들은 그런걸로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웃으셨어. 그 후에 다시 외증조할아버지가 의탁했다는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신사의 신주님에게 그때의 기록이 있냐고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기록이 없었어.
35 ◆ts79iqmK6p8 2019/02/18 01:45:37 ID : coHwsmFa3Cj 0
그러고나서 신주님께 일본을 오면 항상 저를 따라다니며 지켜주는 것 같은 존재가 있다고 말했어. 온통 붉은 일색의 존재라고 했더니 신주님은 신께서 외증조할아버지를 아주 많이 아끼신 것 같다고 웃으셨어. 가까이 안오시고 멀리 떨어져계신 이유는 아마 더 깊은 연이 만들어 지면 내가 벗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일거라고 하더라.
36 ◆ts79iqmK6p8 2019/02/18 01:54:11 ID : 7apWrwNwFjw 0
그러면서 그 연을 감상할 자신이 없다면 연을 깊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일본에 오는 것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나는 미래의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일본을 계속 여행하고 싶어. 그리고 언젠간 얼굴을 보고 그 신이라는 존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끝났어. 좀 허무할수도 있겠지만 난 너무 만족스런 결과였어. 그럼 난 갈게 잘있어~
37 이름없음 2019/02/18 17:07:04 ID : rwIFeK6jfRv 0
스레주 이야기 넘 예쁘다ㅠㅠ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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