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8/20 01:52:40 ID : 9zgjinVf805 3
할거없어서 오픈해봅니다.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먼지에 덮히고 곰팡이에 삭아버린 그런 낡고 스산한 괴담들. 그런 갈 곳 없는 것들을 모으거나 대여해주는 가게입니다. 현재 꿈 출장 서비스도 진행중이니 맘껏 이용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오픈 시간대는 오후 10시~새벽 2시까지입니다. 손님은 각각 한 분 씩만 받겠습니다.
2 이름없음 2018/08/20 01:54:15 ID : ja7fcJWmNwJ 0
저 괴담한개만 대여해주세요 ㅎㅎ 반납은 언제까지죠?
3 이름없음 2018/08/20 01:54:22 ID : 9zgjinVf805 0
왜 한 분 씩만 받냐구요? 글쎄요? 궁금하신지요? 정 그러시다면 직원이 저 하나 뿐이라거나, 가게가 좁다거나. 무서운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말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4 이름없음 2018/08/20 01:56:13 ID : 9zgjinVf805 0
첫 손님이십니까. 반갑습니다. 현재는, 오픈한지가 얼마 안된지라. 가게 내부가 어수선하군요. 그래서 빌려 드릴 수 있는 괴담의 종류가 몇가지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이 쪽으로 오시죠. 직접 권해드리겠습니다. 1. 손 2. 캣맘 3. 숲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5 이름없음 2018/08/20 01:57:24 ID : ja7fcJWmNwJ 0
숲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거요
6 이름없음 2018/08/20 01:58:47 ID : 9zgjinVf805 0
고객님. 우선 대여에 앞서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잊혀진 물건들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대여 후, 취향에 맞지 않으신다고 반품을 요청하시거나 환불을 요구하시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녀석들이 난리를 칠테니까요. 오랜만에 관심을 받는 녀석들이니까 부디 소중히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7 이름없음 2018/08/20 01:59:43 ID : ja7fcJWmNwJ 0
저는 남의 물건을 절대로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꼭 받은 그대로 반납해드리겠습니다.
8 이름없음 2018/08/20 02:01:15 ID : iqmK1wq0ttj 0
그 후에 저도요
9 이름없음 2018/08/20 02:02:44 ID : 9zgjinVf805 0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10 이름없음 2018/08/20 02:04:04 ID : ja7fcJWmNwJ 0
이걸로 대출이 된것입니까? 만약 됬다면 반납기간은 언제인가요?
11 이름없음 2018/08/20 02:14:18 ID : 9zgjinVf805 0
8월의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어느 여름날. 나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내려가고 있었다. 최근 할머니 상태가 안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쁘신 부모님 대신 내가 내려가기로 했던 것이다. 원래는 두 분 다 시간을 내려하셨지만, 정말 어떻게 해서도 시간을 낼 수가 없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할머니는 원래 잔병치레가 잦으셨던 분이라 원래는 부모님이 상경하실 때 같이 서울로 모시고자 했다고 한다. 연세도 이제 많으신 분이 갑자기 밭에서 쓰러지기라도 하신다면,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결국은 설득하는데 실패하셔서 할머니는 시골 집에 그대로 남으셨다. 할아버지와 가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그 집을 떠나기 싫으셨던 것이다. "정말 혼자 할 수 있겠니? 정 안되면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는 운전하시면서도 연신 내가 걱정된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하시고 계셨고, 난 괜찮다는 대답을 했다. "괜찮아요! 저 이제 애도 아니고, 솔직히 엄마보다 제가 체력도 좋고 일도 더 잘할걸요? 거기다 엄마 연세도 꽤 되시잖아요." 그 말에는 어딘가 심기가 불편하셨던건지, 잠시 날 째려보셨지만. 그래도 안심하셨으리라고 생각했다.
12 이름없음 2018/08/20 02:15:42 ID : 9zgjinVf805 0
반납기간은 자유입니다. 원하시는 만큼 즐기신 후, 다시 가져와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쭉 갖고 계신다고 하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뒷감당은 전부 본인이 하셔야 할테니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전 손님분들을 믿으니까요.
13 이름없음 2018/08/20 02:16:21 ID : ja7fcJWmNwJ 0
옙 알겠습니다.
14 이름없음 2018/08/20 02:20:00 ID : 9zgjinVf805 0
슬슬 똑같은 도로와 민가, 간간히 보이는 숲들에 질려 졸고 있을 무렵. 어머니가 이야기하셨다. "도착했구나! 일어나렴!" 졸린 눈을 비비며 천천히 눈을 뜨니, 과연 기억 속에 있던 우리 할머니 집 그대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적 몇번인가 본 회색 페인트칠이 된 담장. 반 쯤 코팅이 벗겨져 시뻘건 녹이 틈틈히 보이는 초록색 철문. 을씨년스럽게 담장 위에 쳐진채,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 녹슨 철조망까지. 흔한 시골집이라고 한다면 시골집이겠지만. 어쨌거나 나에겐 너무도 정겨운 풍경이었다.
15 이름없음 2018/08/20 02:23:30 ID : 9zgjinVf805 0
문 틈으로 작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곧 이어 집 안에서 누군가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열심히 일하는 개를 꾸짖는 소리라는걸 깨달은 어머니께서는, 먼저 소리쳐 할머니를 부르기로 하셨다. "어머니! 저 왔어요!"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산스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벼운 철물이 부딪혀 내는 차르륵 소리, 흙바닥에 설설 끌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할머니께서 직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셨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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