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0/06 14:51:34 ID : 9xWphs7fhwH 1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을 그냥 주절주절 써놨어. 특별히 구체적인 사연들을 쓴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것들. 어제 나랑 엄마랑 심하게 싸웠어. 난 고3이고 (대충 어떻게 싸웠을지 예상가?) 솔직히 하루이틀 싸운것도 아니고 난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2년전부터 대학 가면 바로 집 나가겠다고 말했고 엄마아빠도 동의했어. (약 두달남았네 신난다) 진짜 어제 너무 화가나서 걍 독서실 안가고 돌아다닐거라고 잔뜩 비꼬고 소리지르고 집 나갔어. 어차피 맨날 싸우고 집에서도 꼭 필요한 말 안하는 가족이라 항상 삭막해서 이렇게 싸우는게 활기도는거라 별생각 안들어ㅋㅋ. 난 원래 공부하는 거 별로 안좋아하고 집에서 억지로 시켜서 했던거라 돌이켜 보니 내가 공부를 안하고 놀았던 시간은 많았지만 내가 편한, 여유로운 시간을 못가졌던것 같아서 어제 혼자 조용히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집에서 나오기 전에 급하게 챙긴 소설책 몇권을 읽었어. 독서를 정말 좋아하거든 나는. 바람도 적당히 불고 새소리도 들리고 애들 뛰노는 소리도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서 기쁘게 책읽다가 오래 밖에 있다보니까 너무 쌀쌀해서 독서실 들어가서 뜨뜻한 차 마시고 몸 좀 녹였다가 옷챙겨서 나왔어. 내가 앉아있던 자리가 진짜 명당인데 내가 일어서자마자 누가 바로 앉아서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다녔어 하염없이. 돈을 한푼도 안챙겨서 나왔거든ㅋㅋㅋ.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게임도 끊어서 오랜만에 피씨방 가보고싶기도 했고, 코노도 맨날 친구들이랑 가자가자 했다가 마지막에 내가 그냥 수능끝나고 가겠다고 해서 파토냈었는데 그래서 혼자라도 가고싶었지만 돈 한푼 없어서 그냥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페북이나 인스타 좀 하다가 소설도 마저 읽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갔어. 엄마랑 싸웠을때, 대충 다들 예상했겠지만 공부 때문에 싸웠어. 내가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밥먹고 빈둥댔거든ㅋㅋ. 나보고 공부하러 안가냐고 소리지르길래 나도 대응하다가 그냥 짜증나서 그렇게 나와버렸던거야. 내가 나갈때 아빠가 엄마한테 화내고 있었고. 뭐 하루종일 아무 스케줄 없는 날 이정도는 봐줄 수있지 않나 싶은 마음도 있었고. 수능을 앞둔 고3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었단걸 인정해. 근데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때 내가 대외적으로 소개하기 부끄러운 딸은 아니야. 썩 좋은 학교는 아닐지라도 나름 학교에서 공부잘하기로는 절대 일등이라고는 말못하지만 이견없는 2~3등이었고 모의고사도 단 한번도 못본 적이 없었어. 나 엄마아빠 기준에 맞춰서 열심히 산거 아니야 이정도면? 뭐 집에 돌아와도 누가 반기겠어 공부도 안하는 못되처먹은 딸을. 배고프길래 그냥 혼자서 냉동실에 있는 즉석식품 몇개 꺼내서 해가지고 방에 들어가서 먹었어. 왜 굳이 티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안방에서 들낙거리면서 문 쾅쾅거리고 시발 누구는 쾅쾅거릴줄 몰라서 안그러나. 엄마는 쇼파에서 쳐자는지 뭘하는지 모르겠고 소올직히 관심도 없고. 가족에 애정이 없는데 내가 무슨 정신머리로 이 집에서 버티고 수능때까지 멘탈잡으면서 버티겠어ㅋㅋㅋ? 지금도 너무 힘들어서 그냥 죽고싶은데. 어쨋든 그냥 새벽 늦게까지 폰하다가 잠들었는데 아침쯤 되는 시간에 아빠가 와서 학원 언제가녜. 대충 대답하고 다시 자고하는데 30분쯤 지나서 엄마가 또 문 쾅하고 열더니 학원 언제가녜. 시발 진짜 나는 집에서 찐따처럼 사니까 두분이서 알아서 소통하라고 개지랄하고 싶었는데 걍 또 대충 답하고 자려고했지만 잠은 안와서 그냥 또 폰했어. 대충 이제 일어나서 밥먹고 어제 하루종일 노느라 밀린 공부나 해볼까~하고 밥 해먹을라고 나왔는데 아빠가 나한테 지랄하는거야. 엄마 나갔다고ㅋㅋㅋㅋ 근데 사실 속마음은 진짜 어쩌라고였음. 나가든 말든 어차피 슴살되고 연락끊을 사람중 하나였는데 내 알빠인가 싶고. 그리고 나서도 계속 나보고 공부 왜 안하냐고 갈구고. 존나 내가 공부를 지들보다 열심히 했으면 했지 절대 안한적이 없는데. 결국 나가는 건 자기 선택 아니야? 나는 항상 이 가족이 따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만족스러운데. 엄마없이 밥해먹는 것도 너무 편하고 집의 불편한 기류도 이게 편하고 맞는것 같다. 보통 사이좋은 가족은 어떤지 좀 궁금하긴 하네. 아직 아빠는 안방에 혼자 있고 나는 내방에서 노트북으로 글쓰고 있어. 엄마는 핸드폰을 두고나가서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고. 뭐 그냥 최근에 이제 멘탈 나가서 앞으로 수능때까지 별로 공부도 손에 안잡힐것같아. 3년동안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거 참아왔는데 끝에 다다를수록 힘든건 맞더라. 일주일에 3~4번을 싸워도 그냥 개가 짖네하고 넘겨왔던 말들도 이제 며칠 연속으로 들으니까 자살충동들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나 싶고 이제는 대학에 합격하든 떨어지든 그냥 빨리 다 끝났으면 좋겠다. 뭐가 끝났으면 좋겠는지 솔직히 나도 뭘 끝내고 싶은지 확실히 확신이 안서긴 하는데 일단 눈앞에 놓인 것부터 차례대로 끝내고싶다. 그냥 그렇다고.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어. 혹시 내가 나를 특정할만한 무언가를 남겼나 다시 읽어보는데 이게 정말 내가 잘못한건가 싶다. 내가 가정교육을 잘 못받은건 맞는 것 같아. 내성격이 특별히 어른에게 깍듯이 공경하고 그러는 편은 아니라. 그래도 적당히 지킬 선과 예절을 지키는 편이야. 난 항상 잘해왔으니까 이렇게 쉬는 것도 욕먹을 만큼 잘못한 걸까? 최근에 여러모로 심하게 우울해서 혼자서라도 정신병원에 가보고싶은데 혹시 혼자 가본 사람있으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요즘 시대에 심적인 문제로 정신병원 가는걸 흉보는 사람은 없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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