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zfe1A3O6Ziq 2019/12/15 18:12:03 ID : Xs8i8oZeE4E 9
작은 고등학생, 작은 우울, 작은 분노, 작은 충동, 회상도 하고 기록도 하고 난입은 언제나 별 신경 안 씀
2 ◆zfe1A3O6Ziq 2019/12/15 18:14:12 ID : Xs8i8oZeE4E 0
난 동물이 좋아. 동물을 사랑해.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거기에 곤충도 좋아. 전부 사랑해.
3 ◆zfe1A3O6Ziq 2019/12/15 18:18:09 ID : Xs8i8oZeE4E 0
어릴 때 잉꼬를 키웠어.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이던가, 4학년이던가. 마트 구석 동물 코너에서 한 쌍씩 새장에 넣어서 파는 사랑앵무가 너무 갖고 싶어서 엄마를 졸랐어.
4 ◆zfe1A3O6Ziq 2019/12/15 18:25:09 ID : Xs8i8oZeE4E 0
키우고 싶은 건 아니고 갖고 싶었어 그냥 갖고 싶었어 근데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어 옆에는 새하얀 문조가 한쌍 있었는데 별 관심이 안 가더라고 잉꼬가 좋았어 한 마리는 그린 오파린이고 한 마리는 그냥 와일드였던가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좋았어. 무늬가 예뻐서 좋았어 엄마를 며칠을 졸라서 사들고 집에 가지고 갔어
5 ◆zfe1A3O6Ziq 2019/12/15 18:25:57 ID : Xs8i8oZeE4E 0
나중에야 안 거지만 한 쌍씩 팔길래 암수로 파는 줄 알았는데 둘 다 수컷이더라 뭐 원래 그렇게 파는 것 같더라고
6 ◆zfe1A3O6Ziq 2019/12/15 18:30:33 ID : Xs8i8oZeE4E 0
그 잉꼬들은 관상조야 새장에 넣어 팔기만 하면 되는데 뭐하러 사람 손에 길들여서 팔 수고를 하겠어 그래서 사람도 무서워 하고 내가 밥만 주러 다가가도 새장 안에서 팔딱거렸지 그래서 실망했어 같이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가지고서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새장 안에서 벌벌 떠는 애들을 억지로 꺼내서 만지작거렸어 그러니까 기분이 좋았어 엄청 만지작거리고 놀았어 맨날
7 ◆zfe1A3O6Ziq 2019/12/15 18:34:02 ID : Xs8i8oZeE4E 0
새가 날 물었어 사랑앵무는 소형 앵무새라 그 당시 내 손바닥보다 작아서 손에 차게 쥘 수 있었으니까 그대로 잡았어 그리고 꽉 쥐었어 목 조르는 것 처럼 숨을 못 쉬게 쥐고 있으니까 새가 발버둥쳤는데도 쥐고 있었어 새는 호흡이 안 돼서 축 늘어졌는데 뭐지? 하고 내려놓으니까 다시 숨을 쉬려고 헐떡거리더라고 근데 그게 너무 재밌었어 그 순간 갑자기 재밌는 걸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8 ◆zfe1A3O6Ziq 2019/12/15 18:37:18 ID : Xs8i8oZeE4E 0
하루가 멀다하고 그러고 놀았어 한 마리씩 잡아서 숨을 못 쉬게 하고 잠깐 정신을 잃으면 쥐던 손을 놓아서 호흡이 돌아오고 힘들어서 헐떡거릴 때 까지 두고 그 모습을 구경했어 내 손바닥 만한 작은 새가 그러고 있는 걸 보니까 귀여웠어 왠지 기분이 좋았어
9 ◆zfe1A3O6Ziq 2019/12/15 18:39:32 ID : Xs8i8oZeE4E 0
새를 정말 다양하게 괴롭혔던 것 같아 책상 서랍장에 가둬두거나 물에 억지로 넣거나 냉장고에도 넣어봤어 다른 것도 있는데 딱히 적고 싶지는 않네 아무튼 그 새들이 살아있는게 용할 만큼 괴롭혔어 다른 동물들은 모르겠지만 그 앵무새들은 사람을 좋아하거나 애교가 있는 것도 아니라 가족들은 관심도 없고 나 혼자 돌봐서 가족들은 눈치도 못챘어
10 ◆zfe1A3O6Ziq 2019/12/15 18:44:29 ID : Xs8i8oZeE4E 0
어느 날은 학교 가기 전 아침에 앵무새를 손에 쥐었어 아침에 한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하고 싶었어 혼자 베란다에서 새를 한 마리 꺼내서 숨을 못 쉬게 꽉 쥐었는데 뭔가 이상했어 새의 움직임이 멈춰서 새장 바닥에 내려놨는데 새가 안 움직이더라고 그래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어 한 마리는 횃대 위에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고 한 마리는 새장 바닥에 누워서 움직이지 않는 걸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엄마가 베란다로 나왔어
11 이름없음 2019/12/15 18:44:44 ID : tuty46kq59b 0
말하고 싶은게 머임 그냥 나 이런 사람이니 조심해라?
12 ◆zfe1A3O6Ziq 2019/12/15 18:47:00 ID : Xs8i8oZeE4E 0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과거 회상중
13 ◆zfe1A3O6Ziq 2019/12/15 18:50:58 ID : Xs8i8oZeE4E 0
엄마가 새장 바닥에 누워있는 새를 보더니 죽은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해가 안 됐어 죽었다니 무슨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학교에 늦을 거 같아서 그냥 그대로 학교에 갔다 다시 집에 왔는데 언니가 엄마가 묻어주라고 했다면서 뭔가 싸놓은 신문지를 줬어 당연히 죽은 새였지 그거 받아들었는데 눈물이 났어 새를 죽인게 미안하거나 새가 죽은게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새가 왜 죽어버린 건지 모르겠어서 황당하고 이해가 안 돼서 눈물이 났어 새를 집 뒤에 묻어주면서도 새가 왜 죽었을까 왜 죽어버렸을까 같은게 이해가 안 갔어
14 ◆zfe1A3O6Ziq 2019/12/15 18:59:02 ID : Xs8i8oZeE4E 0
그렇게 나무 밑에 묻어줬는데 다음 날 집에 가는 길에 새가 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묻어놓은 새를 파내서 봤어 전 날보다 가벼워지고 흙에 눌려서 납작해져 있었어 죽은 새를 쓰다듬고 다시 묻었어 그 다음 날에도 꺼냈어 새는 매번 더 납작해졌어 며칠을 그러다가 이상한 냄새도 나기 시작하고 질려버려서 관뒀어 새가 죽은 건 키우기 시작하고 한 달 조금 됐을 즈음이었어 나머지 한 마리는 1년 후에 죽었지
15 ◆zfe1A3O6Ziq 2019/12/15 19:02:54 ID : Xs8i8oZeE4E 0
오늘 슈퍼 다녀오는 길에 참새를 봤는데 갑자기 앵무새 생각이 났어 죄책감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슬픔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너무 애매해서 뭔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러면서 예전에 했던 일들이 더 생각났어 진짜 이상한 애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왜 그랬을까나
16 이름없음 2021/02/12 12:26:00 ID : U0rdRAZgZg3 0
17 이름없음 2021/02/12 12:57:47 ID : zSE7fcHDwNu 0
앵무새 불쌍해 걔는 무슨 죄야
18 이름없음 2021/02/13 22:48:50 ID : dQmleNs2mso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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