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q5anu4FjyZ 2020/03/09 00:25:31 ID : V808o2JRDtj 6
공상 도시를 만난 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야. 꽤 오래 전의 이야기이지만 최근 꾼 꿈에서 잊고 있던 그 때를 생생하게 떠올렸어. 그래서 더 잊기 전에 여기에 몇 자 적어 본다.
2 ◆Gq5anu4FjyZ 2020/03/09 00:31:37 ID : V808o2JRDtj 0
우리 아파트는 꽤 높은 언덕에 세워져 있었어. 학교까지는 그냥 길 따라 쭉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는데, 경사가 경사다 보니 여름에 하교할 무렵에는 굉장히 더워서 집에 올라가다 보면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겨울이고 여름이고 자전거를 애용했는데, 내가 1학년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녀서 이곳 근방 5km 내외로는 전부 지리를 꿰고 있었어. 덕에 올라올 때는 그나마 몇 없는 경사가 완만한 지름길로 오곤 했다.
3 ◆Gq5anu4FjyZ 2020/03/09 00:34:54 ID : V808o2JRDtj 0
사건은 여름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에 일어났어. 내 방학 일과는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서 자전거 타고 밤까지 돌아다니는 게 끝이었는데, 마침 우리 아파트 후문에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두* 위브 아파트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고등학교가 있어서 그곳으로 자주 가곤 했어. 그 날도 위브 아파트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매번 같은 길만 가니까 지루하더라.
4 ◆Gq5anu4FjyZ 2020/03/09 00:35:57 ID : V808o2JRDtj 0
다른 길로 좀 가면 어떨까 하다가도 그러면 너무 멀리 나갈 것 같아서 항상 가던 위브 아파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5 ◆Gq5anu4FjyZ 2020/03/09 00:37:19 ID : V808o2JRDtj 0
내가 위브 아파트로 가는 길은 우리 아파트 후문과 위브 아파트 가운데에 있는 레ㅁㅇ 아파트 후문을 통해서 가는 거였는데, 레ㅁㅇ 아파트 좀 들어가서 나오려는데 그 날 이상하게 후문을 못 찾겠더라. 몇 번이고 가던 길이었는데.
6 ◆Gq5anu4FjyZ 2020/03/09 00:43:48 ID : V808o2JRDtj 0
뭔가 이상하다 느낀 건 같은 지점을 몇 번이고 돌고 난 후였어. 그 아파트는 특이하게 지상 전체를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구조였는데, 나는 후문이 있는 B3에서 계속 헤메고 있었다. 미칠 것 같았어. 내 시야에는 사람 하나 없었고, 터치폰의 전화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전화 역시 걸리지 않았어. 체감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어디로 향해도 좋으니까 제발 이곳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절실하게 빈 것 같아.
7 ◆Gq5anu4FjyZ 2020/03/09 00:49:05 ID : V808o2JRDtj 0
그렇게 다시 한 번 그 곳을 돌았을 때 아까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그 아파트의 주차장 입구를 발견했어. 그 안으로 들어가서 현관을 찾으면 다른 동 입구로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주차장 현관으로 미친듯이 돌진해 경비실 연락을 눌러 안으로 들어갔어. 역시나 다른 동 입구로 나올 수 있었고. 그렇게 다시 미친듯이 달려서 우리 집으로 향했어.
8 ◆Gq5anu4FjyZ 2020/03/09 00:50:22 ID : V808o2JRDtj 0
그때는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주변 풍경이 이상하리만치 위화감이 들었는데. 그때는 주변이고 뭐고 너무 급박해서 당장 엄마한테 가서 이 일을 말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못 한 것 같아.
9 ◆Gq5anu4FjyZ 2020/03/09 00:53:54 ID : V808o2JRDtj 0
전속력으로 아파트 입구를 향해서 결국엔 아파트를 벗어났어. 그 아파트 맞은편에는 마트가 두 개 있었는데, 큰 마트는 생긴 지 오래 된 곳이라 거기서 배달하시던 아저씨가 나랑 삼촌 급으로 친했다. 마침 나오자마자 차에 물건 싣고 있는 그 아저씨를 만났고, 나는 보자마자 아저씨한테 막 소리 지르면서 달려갔어.
10 ◆Gq5anu4FjyZ 2020/03/09 00:56:06 ID : V808o2JRDtj 0
아저씨는 성품 자체가 온화하시고, 웃음소리가 크신 분이야. 호탕하시고 항상 웃으면서 다녀서 주위 사람들도 좋아하고. 아저씨 얼굴에서 웃음이 거둬진 날은 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저씨 표정이 이상하리만치 소름 돋더라. 무표정이었는데, 꼭 죽은 사람이 짓고 있을 얼굴 같았어.
11 ◆Gq5anu4FjyZ 2020/03/09 00:57:09 ID : V808o2JRDtj 0
쓰고 있는 지금도 아저씨 표정이 생생해. 꼭 내 뒤에 있는 것 같이 소름 끼친다.... 하필 부모님도 주무시는데 ㅠㅠㅠㅠ
12 ◆Gq5anu4FjyZ 2020/03/09 00:59:23 ID : V808o2JRDtj 0
정신 차리고 다시 쓸게. 마주친 아저씨 표정에 1차로 당황하고 2차로 뭔지 모르게 섬뜩해서 소리 지르던 것도 멈추고 급 조신하게 굳어서 아저씨한테 갔어. 아저씨는 손도 멈추고 내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내가 오는 대로 시선 고정한 채로 고개만 움직이는 거야. 나 진짜 놀라고 당황해서 입을 달싹이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오더라.
13 ◆Gq5anu4FjyZ 2020/03/09 01:01:14 ID : V808o2JRDtj 0
그렇게 계속 말이 없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말할 기분도 안 나고 그냥 대충 인사하고 바로 튀었어. 생각해보니까... 우리 아파트 후문이 아니라 정문 쪽이네. 그 마트가 언덕 위에 있거든. 쓰면서 간간히 떠오르는 것도 있고 해서 계속 이을게. 우리 아파트 위로도 계속 언덕이야. 그 언덕 끝자락에 대학교 하나랑 고등학교 하나 있어.
14 ◆Gq5anu4FjyZ 2020/03/09 01:02:45 ID : V808o2JRDtj 0
그렇게 잽싸게 내려와서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이 바로 아파트 놀이터 앞인데 원래 애기 데리고 온 엄마들 놀이터에 많거든. 운동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으시고. 근데 이상하게 놀이터에 가까워지는데 애기들 소리가 안 들리는거야. 엄마들 소리도 그렇고.
15 ◆Gq5anu4FjyZ 2020/03/09 01:06:11 ID : V808o2JRDtj 0
뭔가 이상해서 놀이터 쪽으로 달려가보니까 사람들은 많더라. 애기 엄마들도 어르신들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아파트 풍경이 맞았어. 근데 어딘가가 부자연스럽더라. 애기 때는 다들 웃지 않나? 애들이 전혀 웃지를 않아. 다 아까 본 그 무표정이었어. 애기 엄마들도. 거기 있는 엄마들 중에 대부분이 무표정이더라. 몇을 제외하고는. 웃고 있는 엄마도 있었어. 우선 나는 빨리 집으로 향했다. 그때 우리 집 도어락 안 달아서 열쇠였는데, 하필 열쇠를 놔두고 와서 초인종 눌렀는데 엄마가 문을 안 열어주는 거야.
16 ◆Gq5anu4FjyZ 2020/03/09 01:11:00 ID : V808o2JRDtj 0
존나 급하게 막 문 두드리는데도 안 열어서 진짜 초인종 테러하다시피 했어. 그랬더니 한참 후에 문 열더라. 그래서 엄마한테 팍 짜증내면서 들어갔는데 원래라면 좀 장난같이 받아치던 엄마가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가는 거야. 뭔가 싶어서 엄마 몇 번을 불렀다. 그랬더니 뒤를 돌아보는데 존나 진짜... 그 표정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원수를 보는 눈도 그렇게 살의가 가득하진 않을거야. 사람 한 명 찢어발길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는데 얼어서 그냥 방으로 들어갔어. 그렇게 저녁이 되어서 아빠가 오고 평소엔 웃음이 많았던 저녁식사가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밥을 먹는 엄마와 무표정인 아빠 때문에 한 마디도 없었다. 두 분 다 정 반대의 성격이신데.
17 이름없음 2020/03/09 01:12:00 ID : Ds4E4E62JWi 0
재밌다 ㅂㄱㅇㅇ
18 ◆Gq5anu4FjyZ 2020/03/09 01:12:35 ID : V808o2JRDtj 0
그날은 그냥 그렇게 끝났어.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에도 같았고, 밖을 나갔더니 웃는 사람과 안 웃는 사람이 섞여서... 얼굴은 정지 화면인데 몸들은 전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기괴한 풍경에 무서워서 방에 틀어박혔다. 그러고 해 질 시간에 조용히 방 밖을 나갔더니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평소같이 우리 딸~ 뭐 하느라 방에서 안 나왔어? 이러는거야.
19 ◆Gq5anu4FjyZ 2020/03/09 01:13:55 ID : V808o2JRDtj 0
고마워 사실 나 지금 쓰면서 그 표정들 다시 생각나고 그래서 무서워 뒤지겠다 ㅠㅠㅠ 뒤에서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사랑해
20 ◆Gq5anu4FjyZ 2020/03/09 01:15:55 ID : V808o2JRDtj 0
잠깐 엄마가 이중인격인가 생각했다. 근데 어제와 아침의 낯빛은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의 평소 엄마인거야. 진짜 어제 하루 겪었던 게 너무 눈물나고 그랬어. 그래서 그건 말 할 엄두도 못 내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여름 방학이 끝날 때까지 일주일 가량이 있었는데 그 일주일을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지냈어. 아무 일도 없었다. 부모님도 평소와 같았고 그렇게 개학 날이 다가왔어.
21 ◆Gq5anu4FjyZ 2020/03/09 01:18:26 ID : V808o2JRDtj 0
근데 개학 전 날 밤에 이상하게 몸이 뒤틀리는 거야. 너무 밖에 나가고 싶고 미치겠고. 근데 전의 그 일이 트라우마 비슷하게 나가서 계속 오버랩됐다.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냈어. 그렇게 계속 내적갈등을 하다가 결국 밤 여덟 시 쯤에 엄마 나 동네 잠깐 돌고 올게요!! 하고 잽싸게 나갔어. 자전거 처음 탄 날부터 매일을 자전거로 살았는데 하루 안 타니까 미치겠더라. 그렇게 해 다 지고 있는데 자전거 이끌고 나섰다.
22 ◆Gq5anu4FjyZ 2020/03/09 01:21:50 ID : V808o2JRDtj 0
그 이후는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나. 꼭 그 부분만 지운 것 같이... 내 기억인데도 꼭 남의 기억 투영해서 보는 것 같다. 그 길로는 가지 않아야지 했으면서 정신 차리니까 그 레ㅁㅇ 아파트의 같은 장소였고 다시 거기서 돌다가 주차장을 통해 올라왔어. 또 다시 사람들의 무표정과 기괴하게 웃는 얼굴 길가에 주저앉아 눈물을 떨구는 이상한 얼굴을 보고 집으로 와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엄마와 대면하고 밤을 새다가 마침내 개학 날을 맞았다.
23 ◆Gq5anu4FjyZ 2020/03/09 01:23:10 ID : V808o2JRDtj 0
와나진짜미치겠다ㅠㅠㅠㅠㅠ 자꾸 왜 얼굴이 컴퓨터 화면에 오버랩되냐 개무섭네 나 잠시만 세수 좀 하고 올게 누구 보는 사람 있으면 뭐 하냐고 말이라도 걸어주라 ㅠㅠㅠㅠ ㅁㅣ안하다너무무섭다진짜
24 ◆Gq5anu4FjyZ 2020/03/09 01:36:23 ID : V808o2JRDtj 0
왔다... 아무도 없나 보네 ㅠㅠ 정신 좀 차렸어 이어서 쓸게!
25 ◆Gq5anu4FjyZ 2020/03/09 01:40:19 ID : V808o2JRDtj 0
아무튼 개학날 학교도 이상했어. 우리 반 선생님은 잘 웃지 않는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방긋거리며 웃었고 반대로 평소에 잘 웃던 내 짝이나 반장은 기괴한 무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었어. 선생님이 뭐라 하던 간에 아무런 호응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집에 돌아가고 해가 지자 부모님 역시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갔어. 그렇게 그런 일을 네 번 정도 겪고 나니까 알겠더라. 내가 같은 곳을 뱅뱅 돌고, 그 아파트의 주차장으로 들어가 지상으로 나온 그 시점부터 나는 원래 내가 살던 곳이 아닌, 똑같지만 완전히 다른 어떠한 곳으로 가게 된다는 걸.
26 ◆Gq5anu4FjyZ 2020/03/09 01:43:06 ID : V808o2JRDtj 0
그때 한창 69층 나무집인가... 그런 소설이 유행하고 있고 나도 그런 장르의 소설에 관심이 있던 때라 내가 지금 겪는 이 일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고 그저 하나의 판타지 소설이라 생각했어. 소설 속에 잠깐동안 머무를 거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게 그 공상 도시를 들어갈 때마다 내가 알게 된 몇 가지의 규칙이 있었어.
27 ◆Gq5anu4FjyZ 2020/03/09 01:47:28 ID : V808o2JRDtj 0
1. 공상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성격이 현실과 반대된다. 2. 건물 및 사람들의 행동, 상황은 현실과 같다. 3. 공상 도시는 해가 지면 돌아온다. 4. 현실의 사람들은 공상 도시의 자신을 무의식에 기억한다. 더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날락말락. 기억나는대로 추가한다! 이것도 사실 야매로 쓴거라... 쓰면서 다시 떠올려야 해. 맞지 않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4번을 알게 된 이유는 좀 특이해.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쓰려고.
28 ◆Gq5anu4FjyZ 2020/03/09 01:50:31 ID : V808o2JRDtj 0
내가 당시에 우리 반에서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어. 되게 귀엽고... 애가 진짜 순했어. 이목구비가 되게 애답지 않게 뚜렷해서... 댕댕미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좀 있어서 같은 학년 여자애들하고 심지어 다른 학교까지 좀 의도치 않게 꼬시고 다닌? 애가 있었다 ㅋㅋㅋ 그 애를 지한이라고 할게. 본명하고 전혀 다른 걸로 골랐어.
29 ◆Gq5anu4FjyZ 2020/03/09 01:52:29 ID : V808o2JRDtj 0
어쨌든 의도치 않게 또 다시 공상 도시를 들어간 때였어. 이게 약간... 뭐에 홀리듯이 정신 차리고 보면 그 장소더라. 내가 그때 왜 정신을 못 차렸나 아직도 모르겠어. 거기를 좀 익숙하게 많이 가다보니 이제는 진짜 적응해서 사람들 무표정이나 엄마가 나 쳐다봐도 웃으면서 농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지 ㅋㅋㅋㅋㅋㅋ
30 ◆Gq5anu4FjyZ 2020/03/09 01:54:21 ID : V808o2JRDtj 0
그 날이 학교 가는 날이었고, 나는 오늘 지한이에게 말을 꼭 걸어보겠다고 다짐하면서 학교를 갔었어. 공상 도시 뭐 이런 거 1도 신경 안 쓰고. 마침 나도 좀 궁금했거든. 공상 도시에서 말을 걸면 현실에서 그 사람도 내가 말 건 것을 기억하는지.
31 ◆Gq5anu4FjyZ 2020/03/09 01:58:44 ID : V808o2JRDtj 0
그렇게 지한이에게 용기내서 처음으로 말을 붙였어. 나 그때 좀... 진짜 흔녀였어서 말 붙일 생각을 못 했거든. 그래도 공상 도시인 걸 인지하니까 뭔가 좀 용기가 생기더라. 말을 걸었어. 안녕 하고. 지한이가 휙 나 돌아보는데 순간 좀 놀라서 몸이 굳더라. 무서워서 뭐 이런 게 아니라... 평소에 걔가 누구한테나 사근사근 진짜 천사같이 했거든. 공상 도시라 어느 정도는 성격이 바뀔 걸 예상했는데 애가 그럴 줄은 몰랐어. 차분하기는 했어. 근데 좀... 뭐라 그래야 하지 뭐가 되게 외로운 애처럼 보이더라 공허하고.
32 이름없음 2020/03/09 02:00:53 ID : u9wK4Y9AnRD 0
보고있어!!
33 ◆Gq5anu4FjyZ 2020/03/09 02:05:53 ID : V808o2JRDtj 0
현실에서는 다가가는 애가 진짜 많아서 생각도 못 했는데... 이건 지금 생각해도 좀 놀라워. 이해는 하는데. 그리고 더 말하기 싫다는 것처럼 응 하고 고개 돌리더라고. 지한이한테 좀 쇼크 먹긴 했는데... 어쨌든 그 일로 자신감 좀 붙어서 현실 지한이한테도 말 몇 번 걸었어. 인사가 끝이었지만 ㅋㅋ... 현실 지한이는 너무 인싸기도 하고 사근사근해서 좀 말 걸기가 어려웠는데 공상 지안이는 누가 말 걸긴 해도 계속 단답만 하고 조용히 있더라고. 이게 난 오히려 편해서 계속 공상 지한이한테 말 걸었었어. 당시에 내가 현실에는 어느 정도 친구가 많았어도 공상에서는... 이상하게 없더라고. 원래 공상에서는 전부 현실 방식대로 흘러가고 똑같은데... 나한테 말 거는 애들만 안 오는거야.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넘겼지. 계속 지한이한테만 말 걸고. 외롭긴 했거든.
34 ◆Gq5anu4FjyZ 2020/03/09 02:06:20 ID : V808o2JRDtj 0
고마워! 아직까지 안 자다니! 너도 동지구나!
35 ◆Gq5anu4FjyZ 2020/03/09 02:13:29 ID : V808o2JRDtj 0
그렇게 그런 일이 몇십 번 반복되고... 일주일에 다섯 번은 공상에 있던 것 같아. 시기는 불규칙해서 잘 모르겠어. 그러다가 또 다시 공상에 들어온 날에 지한이 책상에 가서 아예 자리잡고 쉬는시간마다 거의 혼잣말인 대화 막 하고 있었거든. 근데 지한이가 갑자기 말을 걸더라. 내 이름 부르면서. 나는 얘가 내 이름까지 알고 있는 지 몰랐지. 그래서 좀 놀라고 설레서(?) 어 어!! 지한아 내 이름 알아??? 하니까 애가 갑자기 맥락없이 너는 내가 이렇게 대답도 안 하는데 왜 맨날 나한테만 말 걸어? 너 친구 없어? 하고 존나... 존나 이상한 사람 보는 눈으로 쳐다보더라 나 그때 진짜 상처받았어.... ㅠㅠ
36 ◆Gq5anu4FjyZ 2020/03/09 02:18:57 ID : V808o2JRDtj 0
그래서 나 지한이 좋아서 말 거는데? 하니까 애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 또 돌리더라 나는 그때 그 공상 도시에 대해 반 포기 중이어서 언젠가는 현실에서만 살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남기고 아무한테도 말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 왜 그랬을까 등신같이. 그렇게 그날 저녁 공상에서 나오고 다시 현실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며 나는 약 한 달 간을 공상에 들어가지 못했어.
37 이름없음 2020/03/09 02:20:45 ID : u9wK4Y9AnRD 0
이거볼려고 안잔걸수도있어 ㅋㅋㅋㅋ 한참 안와서 다음에 쓸줄알았잖아ㅠㅠ
38 ◆Gq5anu4FjyZ 2020/03/09 02:20:54 ID : V808o2JRDtj 0
생각해보니 계속 나는 기계처럼 일주일을 현실에서 학교 집을 왔다갔다했고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 같아 어 왜 나 공상에 안 가지 하고. 그리고 나는 공상 도시가 끝난 줄 알았어. 나중에 이거 풀어서 소설이나 쓸까 하고 시시한 생각만 하면서.
39 ◆Gq5anu4FjyZ 2020/03/09 02:22:26 ID : V808o2JRDtj 0
아니야 ㅠㅠㅠ 지금 좀 졸리긴 하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겠어. 아까 잠 자면서 떠올린 거거든. 그래서 할 수 있으면 지금 다 풀어놓을 계획이야 난 나를 못 믿긴 하지만! 보는 거 감동이야 고마워... ㅠㅠ
40 이름없음 2020/03/09 02:23:44 ID : u9wK4Y9AnRD 0
아냐아냐 너무 무리하지말고!! 틈틈이 들어와서 볼게!!
41 ◆Gq5anu4FjyZ 2020/03/09 02:24:10 ID : V808o2JRDtj 0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에 지한이가 사라졌어. 하교하는 길에, 학교에 핸드폰도 놔둔 채로.
42 ◆Gq5anu4FjyZ 2020/03/09 02:25:17 ID : V808o2JRDtj 0
레스주 진짜 너무 착하다... ㅜㅜ 꼭꼭 무리하지 않을게! 틈틈히 와서 봐줘!
43 ◆Gq5anu4FjyZ 2020/03/09 02:27:20 ID : V808o2JRDtj 0
지한이가 나오지 않고 이틀 되던 때에 선생님이 말해줬어. 실종이라고. 지한이 하교 후에 본 사람 있으면 말해달라고. 심장이 덜컹거리는 기분이었어. 학교를 어떻게 끝낸 지도 모르는 정신으로 집을 향하고 있었는데 문득 뇌리에 스치더라. 내가 왜 공상 도시에 들어갔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필 왜? 어떠한 사건도 없을 거라면, 무언가가 나를 그곳으로 부른 거지? 보통 이런 곳에 주인공이 들어가게 되는 이유는 소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이 아닌가? 하고.
44 ◆Gq5anu4FjyZ 2020/03/09 02:29:38 ID : V808o2JRDtj 0
거기까지 생각이 닿아서 나는 그대로 자전거를 끌고 레ㅁㅇ 아파트로 향했어. 그리고 후문에 도착하기 전 간절하게 빌었던 것 같아. 제발, 지한이가 여기 있다면, 나를 다시 들여보내 달라고. 그리고 뺑뺑이 돌았고, 주차장을 통해 지상으로 나와 다시 공상 도시로 향했어. 그때 나는 신이 있다고 본능적으로 믿은 것 같아. 신이 장난을 쳐서, 나와 지한이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 거라고.
45 ◆Gq5anu4FjyZ 2020/03/09 02:31:14 ID : V808o2JRDtj 0
잠도 어떻게 잤는지 모르겠어. 집으로 가서 어쨌거나 잠을 잤고, 아침이 되자 반사적으로 가장 빨리 눈이 떠져 공상 도시에 있는 학교로 향했어. 오랜만에 온 공상도시는 어떻게 보면 익숙했고, 나는 제일 먼저 교실에 들어가서 조마조마하게 지한이가 오기를 기다렸어.
46 ◆Gq5anu4FjyZ 2020/03/09 02:37:19 ID : V808o2JRDtj 0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아홉 시가 다 되는데도 지한이 자리만 비어있더라. 나는 포기하고 이게 방법이 아니었나 원래 소설은 다 이렇던데 하고 지한이 실종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나더니 지한이가 들어오는 거야. 이상하게 공상 지한이와는 다른 분위기로.
47 ◆Gq5anu4FjyZ 2020/03/09 02:38:57 ID : V808o2JRDtj 0
다른 애들은 문 소리에 다 돌아보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 돌렸는데 나는 계속 지한이를 쳐다보고 있어서 눈이 마주쳤어. 근데 지한이가 창백한 표정으로 나한테 다가오는 거야. 선생님은 당연히 문 닫고 빨리 들어오라 그랬지. 그때 지한이도 정신차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라고. 본능적으로 느꼈어. 저거 공상 지한이 아니라고.
48 이름없음 2020/03/09 02:39:54 ID : u9wK4Y9AnRD 0
헐 보고있어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거같아..!
49 ◆Gq5anu4FjyZ 2020/03/09 02:43:10 ID : V808o2JRDtj 0
그렇게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1교시 보내고... 지한이가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더라. 그러면서 내 팔 확 붙잡고 계속 스레주야 너 스레주 맞지 하고 계속 중얼거리는 거야. 스레주야 너 나한테 말 걸고 그랬잖아 맞지? 나한테 케이크 뭐 좋아하냐고도 물어봤잖아 그치? 이러길래 나도 당황해서 뭐야 너 지한아 진정해 하고 다독다독 달래줬어. 뭐에 쫓기듯이 계속 황급히 말하던데 여기는 정상 없다고 다 이상하다고 우리 엄마도 아빠도 다르다고 분명히 우리 부모님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상하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나도 알아챘지. 현실에 있어야 할 지한이가 이곳으로 왔다고.
50 ◆Gq5anu4FjyZ 2020/03/09 02:48:25 ID : V808o2JRDtj 0
그래서 지한이한테 너 어제 학교 끝나고 뭐 했어, 하니까 지한이가 손톱만 물어 뜯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 내가 혹시나 하고 물어봤어. 언덕 올라와서 레ㅁㅇ 아파트 갔었어? 그 아파트 주차장은? 거기서 돌지는 않았어? 하고. 지한이가 그거 듣더니 한참 굳어있다가 겨우 맞다고 하더라고. 그런 것 같아 나 뭔가 이상했어 내가 아닌 것 같아 전혀 처음 보는 아파트에 왜 갔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이상하게 나오는 길도 알고 있었어 하고. 그리고 그때부터 뭔가가 변했다고. 너 빼고 사람들이 이상한 것 같다면서. 지한이 진정시키느라 엄청 애먹었어. 그러고 학교 끝낸 후에 지한이와 학교 등나무 벤치에서 얘기했지. 이곳에 관한 걸 전부 다.
51 ◆Gq5anu4FjyZ 2020/03/09 02:50:48 ID : V808o2JRDtj 0
그때까지는 내가 공상 도시라는 이름도 붙이기 전이었어. 이름을 붙일 생각도 못했거든. 어느 정도 이성 찾은 지한이가 내 얘기 들으면서 눈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더라. 진짜 댕댕이 닮은 애라서... 그 와중에 귀엽다고 생각했었어. 다 듣더니 지한이도 되게 영화같은 얘기다, 하더라고. 그러더니 안 무서웠어? 하길래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을 오면서 익숙해졌다 그랬어.
52 ◆Gq5anu4FjyZ 2020/03/09 02:52:32 ID : V808o2JRDtj 0
그리고 지한이한테 네가 현실에서 실종되었다고 했어. 나는 해가 지면 현실로 돌아가지만 너는 아마 아닌 것 같다고. 그리고 이게 내가 한 달 전에 이곳으로 온 이유 같다고. 널 현실로 데려오기 위해서. 한 달이라는 유예기간은 단순히 신이 나에게 이곳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관용을 베푼 거라고.
53 ◆Gq5anu4FjyZ 2020/03/09 02:54:08 ID : V808o2JRDtj 0
아마 내가 저렇게 말했을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 지한이가 신 어쩌고 했을 걸. 그렇게 한참 얘기하고 저 규칙들까지 말해주고 나서야 지한이가 말했어. 생각해보면 나도 처음에 여기 왔을 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았다고. 아마 공상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 기억이 합쳐진 것 같대. 그래서 내가 공상 지한이한테 말했던 케이크 뭐 좋아하냐는 말까지 기억하고 있던 거야.
54 ◆Gq5anu4FjyZ 2020/03/09 02:56:27 ID : V808o2JRDtj 0
그 후로 우리가 케이크 뭐 좋아해 라는 말을 암호로 사용했어. 네가 현실의 지한이라면 나를 만났을 때 꼭 케이크 뭐 좋아하냐는 말을 해달라고. 그 뒤로 지한이가 좀 웃음을 되찾았고 불쑥 이런 말을 했어. 여기가 신의 공상으로 만들어낸 곳이라고 생각해서, 공상 도시 어떠냐고. 좀 진짜 소설에 나온 것 같지 않냐고. 그래서 우리는 그때부터 이곳을 공상 도시라고 불렀어. 지한이와 나 둘이서만.
55 ◆Gq5anu4FjyZ 2020/03/09 03:07:37 ID : V808o2JRDtj 0
그렇게 나는 지한이와 오래도록 말을 했어.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더라.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었어. 나는 해가 질 때 현실로 돌아가잖아. 그럼 넌 어떨까? 나와 함께 있으면 네가 내 앞에서 사라질까, 아니면 나와 같이 있을까? 공상이든 현실이든? 그래서 함께 있었지. 해가 질 때까지. 결과론적으로 지한이는 함께 있어도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어. 나만 돌아왔고. 현실 지한이는 여전히 실종 상태였고, 나는 감히 공상도시를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
56 ◆Gq5anu4FjyZ 2020/03/09 03:10:52 ID : V808o2JRDtj 0
그렇게 내가 다시 공상도시로 돌아온 날에, 우리는 다음엔 좀 일찍 만나기로 했어. 마침 다음 예정일은 주말이었어서. 그렇게 지한이 집을 알고, 연락처를 교환했어. 그리고 내가 꼭 다시 현실로 너를 보내주겠다고 했고. 근데 그 말을 닫는 지한이 표정이 좀 그랬어. 미묘하게. 그래서 내가 기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고개를 내젓더라. 이유는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하고.
57 ◆Gq5anu4FjyZ 2020/03/09 03:13:25 ID : V808o2JRDtj 0
그렇게 다음에 만난 우리는 그 레ㅁㅇ 아파트로 갔어. 가서 다시 그 자리로 가보고, 주차장을 통하기도 해보고 했는데... 공상 도시에서 벗어나질 못하더라. 그렇게 몇 번을 해보다가 포기하려는 때에 그 아파트 주민 한 분이랑 마주쳤어. 좀 중후한 아주머니셨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라. 이곳에서 나를 향해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은 공상 지한이 외에 처음 본 거라 좀 많이 당황했어.
58 ◆Gq5anu4FjyZ 2020/03/09 03:15:03 ID : V808o2JRDtj 0
갑자기 우리 팔을 붙잡고 여기 왜 있냐고 왜 안 돌아가냐고 하는 거야. 우리가 당황해서 이거 놓고 얘기하세요 하니까 너네는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냐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자마자 이 아주머니는 뭔가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집요하게 붙잡고 물었었어.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일단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하시더라.
59 ◆Gq5anu4FjyZ 2020/03/09 03:23:12 ID : V808o2JRDtj 0
혼자 사는 분이셨어. 가서 우리는 식탁에 앉아있었고, 아주머니도 서서히 말해주시더라. 여기는 사람들의 죽어있는 의식이 있는 곳이라고. 자기가 마음 속 혹은 자기 본래 내면이 잠들어있는 곳이래. 그게 죽어있는 무의식이고, 여기는 그런 게 살아있는 곳이라면서. 근데 우리같은 본체가 들어오는 일은 없대. 있어도 곧 의식에 잡아먹힌다는 거야. 우리는 한참 진짜 소설같은 이야기에 멍 때리고 듣고 있다가 정신 차렸어. 아주머니 이야기는 내가 꿈에서 들은 게 아니야. 이 복잡한 걸 떠올릴 수도 없고. 그때 봤던 만화책에 적어놨더라. 지금 이거 쓰면서 그때 뭔가 떠올릴만한 기록은 없나 찾고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이사를 해서 갖고 온 건 이 만화책밖에 없어. 단편도 아닌데 왜 안 버리고 가져왔지 했더니... 머리말에 이런 게 적혀있었네. 덕분에 좀 수월하다.
60 ◆Gq5anu4FjyZ 2020/03/09 03:25:46 ID : V808o2JRDtj 0
지금 와서 다시 쓰려니... 정말 그게 모두 꿈 같아. 내가 정말 꿈을 꿨던 게 아닐까 할 정도로. 하지만 이렇게 생생한데. 게다가 나만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지한이도 나랑 연락 자주 하고 있어. 이 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고. 내가 이사를 해서 어느 정도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자주 왕래 중이야. 가끔 이 일에 대해 얘기하기도 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신의 은총이 아니라 악마의 속삭임이었던 것 같다고.
61 ◆Gq5anu4FjyZ 2020/03/09 03:27:48 ID : V808o2JRDtj 0
졸려서 눈이 자꾸 감기네... 나머지는 내일 이어서 써야겠다. 내가 오늘도 이 꿈을 꿨으면 좋겠어. 돌이켜 생각하면 엿 같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 이상하고 신비로운 공상 도시 이야기를.
62 이름없음 2020/03/09 03:32:41 ID : u9wK4Y9AnRD 0
얼른자고 일어나서 또 써줘 ! 기달리구있을겡
63 이름없음 2020/03/09 06:46:24 ID : p9a4K0pPa4H 0
와..미친...
64 이름없음 2020/03/09 11:57:41 ID : y3TRwnDz9dw 0
와...소름끼쳐 ㅜ ㅠㅠ얼른 보고싶다 완전 재밌어
65 이름없음 2020/03/09 13:34:04 ID : 05TV9hdPfTV 0
이거 진짜 재밌다...
66 이름없음 2020/03/09 19:01:00 ID : K1A1xyLcE7a 0
개존잼..
67 이름없음 2020/03/09 19:14:52 ID : U0q4ZjwNy2L 0
재밌다 빨리 와 레주
68 ◆Gq5anu4FjyZ 2020/03/09 20:05:16 ID : V808o2JRDtj 0
일 보고 있던 중에 급하게 왔어. 오늘도 그 꿈을 꾼 것 같아. 공상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 지한이와 내가 보였어. 집에 가는 대로 이어서 써보려고 해. 참고로 내 인코는 공상에서 있던 때의 년도. 오늘 아침에 지한이한테 공상 도시에서 있던 일 여기에 쓰고 있다니까 지한이도 생각 나는 거 말해주더라. 짬나면 보러 오겠대.
69 ◆Gq5anu4FjyZ 2020/03/09 20:10:00 ID : V808o2JRDtj 0
하나 더... 공상에 있는 생명체들은 특이하게 다 뭔가가 달랐어. 위화감이 들었던 것도 그 탓일거야. 눈 색이 다르거나, 걸음이 특이하거나... 그랬던 것 같아.
70 이름없음 2020/03/09 23:00:35 ID : 3Bhs2sp867z 0
ㅂㄱㅇㅇ
71 ◆Gq5anu4FjyZ 2020/03/09 23:55:47 ID : V808o2JRDtj 0
하던 일이 이래저래 늦어져서 지금에야 왔네. 늦은 시간이지만 혹시 보고 있는 사람 있을까? 어쨌거나 계속 이을게.
72 ◆Gq5anu4FjyZ 2020/03/09 23:58:53 ID : V808o2JRDtj 0
아주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도 그렇고... 그 분은 뭔가 아는 게 많아 보였어. 그래서 지한이와 어느정도 상의한 끝에 결론 내렸지. 우리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아주머니에게 지금껏 있던 일을 모두 얘기했고 아주머니도 다 들으시더니 자신이 뭔가 도울 게 있으면 돕고 싶다고 하셨어.
73 ◆Gq5anu4FjyZ 2020/03/10 00:01:34 ID : V808o2JRDtj 0
그렇게 아주머니가 말해주신 건 일단 이유야 어쨌건 현실의 사람이 공상 도시에 오게 되면 어떠한 느낌으로든 모든 공상의 사람들이 현실 사람을 알게 된다는 거. 또한 그 아주머니도 우리처럼 현실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남기를 택했다는 거였어. 내가 남는 방법도 있냐고 하니까 마음 속으로 그렇게 원하면 어느 순간부터 남게 된다더라.
74 ◆Gq5anu4FjyZ 2020/03/10 00:06:18 ID : V808o2JRDtj 0
우리처럼 현실에서 온 사람을 그분은 딱 두 번 만난 적이 있대. 하나는 지금, 또 하나는 오래 전에. 공상에서 자신이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공통점은 뭔가 현실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했어. 따돌림이나 가정 불화 등 여러가지로. 그러나 어느 때에 우연히 공상으로 오게 되었고, 처음엔 나갈 방법을 찾았지만 현실과 반대되는 사람들이 머무르던 공상이 자신에겐 현실보다 낫다고 생각되어 남기를 택했다고 했어.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도.
75 이름없음 2020/03/10 00:17:29 ID : u9wK4Y9AnRD 0
보고있어!
76 ◆Gq5anu4FjyZ 2020/03/10 00:38:29 ID : V808o2JRDtj 0
근데 나는 아니었거든. 현실에 불만은 있어도 도피 생각까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공상으로 가게 되었을까. 아마 내가 뭘 건드린 것 같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절대 일반인이라면 건들리가 없던 무언가를 건든거지. 그런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을거야. 왜 나만 해가 지면 나오는 지. 내가 염원해서 간 곳이 아니니까 자동으로 튕겨져 나오는 게 아닐까 했어.
77 ◆Gq5anu4FjyZ 2020/03/10 00:43:57 ID : V808o2JRDtj 0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아주머니 집에서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에 정신이 멍해졌고 몸이 움직이는 감각은 있었지만 꼭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됐어. 정신 차리니까 자전거 타고 어느 샌가 우리 아파트로 와 있었고. 당연하게도 현실로 돌아온 거였고, 그 다음 날 학교로 갔어. 그래도 지한이가 공상에서 혼자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안심이 좀 되더라.
78 ◆Gq5anu4FjyZ 2020/03/10 00:45:47 ID : V808o2JRDtj 0
그렇게 그날 저녁에 다시 공상으로 갔고 다음 날 아침에 학교로 갔어. 지한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등교했고. 근데 지한이 느낌이 좀 이상했어.
79 ◆Gq5anu4FjyZ 2020/03/10 00:48:35 ID : V808o2JRDtj 0
현실 지한이 같았으면 나 발견하고 인사하던가 내 쪽으로 왔을텐데 애가 나를 보고도 그냥 스윽 지나치더라. 뭔가 이상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쉬는 시간에 지한이한테 갔어.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 공상 지한이의 텅 빈 것 같은 그런 눈이었어.
80 ◆Gq5anu4FjyZ 2020/03/10 00:51:32 ID : V808o2JRDtj 0
순간 얘 현실 지한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가서 물어봤어. 이상하게 그때 내가 했던 그 말이 잘 기억이 안 나. 아마 내가 암호로 지정했던 말을 유도하려고 케이크 관련한 말을 던졌는데 지한이는 아무 말도 안 해서 그때 딱 얘 공상 지한이구나 하는 확신이 서더라.
81 ◆Gq5anu4FjyZ 2020/03/10 00:53:56 ID : V808o2JRDtj 0
아 생각난 것 같아... 나는 딸기 케이크 좋아하는데 너는 좋아하는 케이크 있어? 이거 전에 물어봤나? 내가 뭐라고 했더라? 이랬던 것 같아.
82 ◆Gq5anu4FjyZ 2020/03/10 00:56:43 ID : V808o2JRDtj 0
그때 갑자기 소름끼치는 생각에 학교고 뭐고 바로 레ㅁㅇ 아파트로 갔다. 현실 지한이가 공상에 있는 게 아니라면? 얘가 현실로 갔다면 나 역시도 이제 공상에서 나와야 맞는 게 아닌가? 그럼 지한이는 어디 있지? 하고 그때야 겁이 덜컥 나더라.
83 ◆Gq5anu4FjyZ 2020/03/10 00:59:11 ID : V808o2JRDtj 0
내가 진짜 위험한 상황에 처했구나 지금까지 장난처럼 생각만 했는데 내가 멍청했구나 하다가 문득 궁금한 게 있었어. 여기는 모든 사람의 무의식이 있는 곳이고 그렇다면 내 무의식도 어딘가에 있을텐데 왜 나는 공상의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하고.
84 ◆Gq5anu4FjyZ 2020/03/10 01:01:24 ID : V808o2JRDtj 0
레ㅁㅇ 아파트에서 한참을 돌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아주머니를 만나야 겠다 하는 생각에 동들을 엄청 돌아다닌 것 같아. 몇 층인지 어느 쪽인지는 대충 기억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어.
85 ◆Gq5anu4FjyZ 2020/03/10 01:04:08 ID : V808o2JRDtj 0
하필 곧 해가 질 타이밍이라 아주머니 만나서 그냥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막 붙잡고 물었던 것 같아 현실 지한이가 사라졌다고. 그때 아주머니가 알려주셨어. 본체가 공상 도시로 오게 된다면 여기 있는 사람은 어차피 의식이고 대타이기 때문에 본체에게로 흡수되었다가 본체가 사라지거나 현실로 돌아가면 다시 나오게 된다고.
86 ◆Gq5anu4FjyZ 2020/03/10 01:09:28 ID : V808o2JRDtj 0
즉 공상의 지한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진짜 지한이가 사라졌거나 현실로 가서 그런 거라는 거. 그 말 듣는 순간 심장 떨어지는 것 같았어. 지한이가 현실로 갈 수 있다면 진작에 갔을 건데 그렇다면 지금 사라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거잖아. 어쨌거나 본체가 공상 도시에 있는 한 공상의 의식은 나오지 않으니까.
87 스레쥬ㅠ 넘 잘보고잇어ㅠㅠㅠ 2020/03/10 23:56:16 ID : NxSJTPg0si1 0
잠이안와서 스레딕읽고있다가 제목에 이끌려 들어와서 봤는데 너무 잘 보고이ㅛ어ㅠㅠㅠㅠ 지금은 잘 해결된거지?!?! 얼른 또 읽고싶다ㅠㅠ 완전 소설같아ㅠㅠ!! 혹시 내 댓글을 읽는다면 태그 좀 부탁해!!! 스레주 잘자😊😊
88 이름없음 2020/03/11 10:26:02 ID : Fa3yLhwIILg 0
ㅂㄱㅇㅇ!
89 스레쥬ㅠ 넘 잘 보고잇어ㅠㅠㅠ 2020/03/12 02:40:02 ID : NxSJTPg0si1 0
들어왔는데 스레주 없다 ㅠㅠㅠㅠㅠ 얼른 읽고싶어 스레쥬ㅠㅠ 기다릴게!!!
90 ㅜ개존잼 2020/03/14 14:50:23 ID : K1A1xyLcE7a 0
언재왕 기다릴갱 ㅜㅜ
91 asdfg 2020/03/14 18:21:01 ID : 9s5O63Pjurh 0
빨리와ㅠ
92 이름없음 2020/11/10 00:21:58 ID : y4ZjupQoGnw 0
궁금해에
레스 작성
괴담 실시간
12레스너무 미안하고 불안한데 조언 좀 해줘 185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2 0
11레스글자스킬 종이가 물에 젖어서 번졌는데 455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2 0
40레스고양이 빙의 592 Hit
괴담 ◆cmoLe5hyY3u 20.11.11 0
36레스어느 마을 721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5
4레스. 93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0
62레스 413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2
55레스쿠네쿠네는 있어 2226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3
12레스사주같은거 보고싶은데 꿀팁있어? 655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0
39레스요즘도 죄책감이 많이 드는 일 274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1
3레스저주 관련 글자스킬 아는 사람...? 229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1 0
10레스예전에 겪었던 무서웠던 경험들 86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0 0
2레스이동. 123 Hit
괴담 OP◆lzWi9s03Dte 20.11.10 1
6레스가위눌렸는데 사고현장봤어 먼지아는사람? 329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0 0
23레스. 115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0 0
17레스방금 꿨던 악몽인데 100 Hit
괴담 이름없음 20.11.10 0
92레스» 공상 도시 724 Hit
괴담 ◆Gq5anu4FjyZ 20.11.10 6
12레스이 최면술 알아? 272 Hit
괴담 이름없음 20.11.09 0
18레스나 옛날에 고양이 귀신???? 그런거 붙은적 있는듯 458 Hit
괴담 이름없음 20.11.09 2
34레스친구의 친구가 자살했는데 1401 Hit
괴담 이름없음 20.11.09 0
20레스신천지 포교 당했던적 있음. 377 Hit
괴담 이름없음 20.11.0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