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재 좀 줘ㅓ,,, (2)
2.릴레이 소설 쓰기 (한 사람당 한문장씩 쓰자!) (21)
3.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거 어떻게 표현해 (28)
4.목소리 묘사하는 스레 (5)
5.소설 쓰는데 어떤지 평가 좀 해줘! (5)
6.나 ㅈㅇㄹ 소설 쓰려고 하는데 (17)
7.이럴때 있어? (1)
8.. (1)
9.글쓰기 연습하는 스레🗒 (10)
10.그저 조각 (2)
11.어울리는 글 제목 추천해줘 (4)
12.소설 공모전/대회 참가하는 사람들 보통 준비기간이 얼마나 돼? (11)
13.Just Here (61)
14.글은 재능 vs 노력?? (10)
15.글쓸때는 한줄쓸때마다 개느린데 (2)
16.장편소설의 기준이 뭐야? (2)
17.개인 사정으로 메모 못 하는 소설 여기다 올릴게 (2)
18.순수문학 좋아하는 사람!! (3)
19.세계관 짜는 팁 공유해보자 (11)
20.단어 (3)
epilogue.
이 높은 곳에 서 있자니 어떤 유명한 사람이 했던 유명한 말이 생각났다. 삶은 모험이다, 고난 없이 평탄하기만 한 삶은 결코 삶이 아니다,라고. 그 말이 더 이상은 맞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인생에 있어서 무한한 모험은 말 그대로 원치 않는 모험인 셈이다. 그 모험 같은 고난을 너무나 많이 겪었다. 그런 말들은 고난이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란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말았다.
멀리 보이는 번쩍거리는 불빛들이 이제는 더 이상 보기가 싫어졌다. 예전에야 내가 저 높은 건물의 사원이 되어서 일해보는 상상을 했었다. 도로에 빽빽하게 다니는 차 들 중 하나에 내가 타고선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게 현실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그저 망상일 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금도, 어디론가 이어 줄 인맥도, 세상이 원하는 능력도 없었다.
9월 초면, 아직 따뜻할 만한데도 불구하고 칼바람이 뺨을 휘갈겼다. 에는 듯한 추위는 아니었지만, 지금 날씨로 보아서는 초가을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는 추위였다. 그러다 그만 생각을 접었다. 생의 마지막을 만들 순간마저 취업이니 추위니 하는 그런 시시한 것들로 머릿속을 메꾸고 싶지 않다.
그렇다.
내 30번째 생일에, 나는 이 세상을 뜨기 위해서 20층짜리 건물 옥상에 올라서 있다.
1. 30살 생일
뚜두 두두- 뚜두 두두- 뚝.
요란스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를 끄고서 부스스한 몰골로 고개를 들었다. 갈 곳이라고는 이 나이 먹도록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밖에 없지만, 그것도 감지덕지 다. 알람을 맞추어 놓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행복한 일일 것이다. 아마도.
얼굴을 찌푸리고 시계를 보았다. 8시 2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 날짜. 9월 7일. 내 생일이다. 어렸을 때는 생일이란 존재를 참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젠 그다지 반갑지 않다. 생일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 느낌이 난다. 그냥 그런 느낌이 있다. 싱숭생숭하면서 이상하고 별로 설명도 안 되는 느낌. 뭐가 되었든 간에 싫다. 생일이 온다는 것은 내게는 좋지 않은 것이다.
30살이 되도록 취업을 하지 못했다.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세상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계산기도 할 수 있고 번역기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영어니 수학이니 국어니 하는 그런 것들이 세상이 나에게 요구하는 능력이었다.
신은 공평하다는 말을 해대는 사람들은 항상 성공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잘살고, 잘 먹고, 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진짜 신이 공평하다면 세상에 일찍이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이 왜 있을까? 이 세상을 불공평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많은 걸까? 신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아니, 신이 공평하다 한들 인간이 인간을 공평하게 만들고자 하지 않는 걸 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메꾸어 버렸다. 갖가지 생각들을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단칸방 한 벽에 작게 자리한 벽걸이 거울을 보았다. 거지 몰골. 옷도 후줄근한데, 머리는 엉망이고 심지어 두 눈도 전부 부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다. 내 아르바이트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시간은 너르니 금방 준비하고 나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반지하에 단칸방이다. 화장실이라고 있는 건 거의 조선 시대 뒷간이라고 부를만한 좁은 공간. 매일 밤 일어나서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왜인지는 몰라도 마음 한쪽이 욱신거린다. 어릴 때부터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너무도 당연하게 해왔던 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엔 엄마, 라는 두 글자가 떠 있었다.
“여보세요...?”
엄마가 전화한 것은 오랜만이라 반가우면서도 약간의 걱정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였다. 엄마의 목소리는 예전과는 다르게 쾌활했다.
“그래, 어떻게 하고 있나 해서 전화했다. 밥은 잘 먹고?”
“응. 잘 먹지, 못 먹을 게 뭐가 있다고......”
말끝을 뭉개어 버렸다. 지금 집에는 냉장고가 없다. 무언가를 저장해 먹을 만큼의 시간도, 음식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괜히 돈만 들여 냉장고를 샀다가 쓰지도 못하고 전기세만 더 나갈까 싶어 들여놓지 않았다. 엄마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혹여라도 엄마가 알게 되었다가는 당장에 집으로 돌아오라고 할지도 모른다.
“너, 맨날 일한다고 밥 안 챙겨 먹는 거 아니지? 사람이 밥을 먹어야 힘이 나, 응? 이번 주말에 엄마가 좀 갈까 하는데 괜찮지?”
“가, 갑자기?”
“어어, 안 그래도 가려했는데... 오늘 네 생일이라 일부로 가려고 하기도 했고.”
엄마는 내가 말을 더듬은 것에 의아했던 건지 물었다.
“너 막 나쁜 일 하는 거 아니지? 만날 뭐하냐 물어보면 일한다. 끊으라 하구... 엄마는 너 괜히 방해할까 봐서 전화도 못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엄마 말은...”
“어, 아아 엄마 잠깐만. 지금은 조금 바빠서 다시 전화할게, 알았지?”
뚝.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렇게 끊어버린 게 미안하긴 하지만 괜히 더 대화했다가는 엉엉 울면서 엄마한테 사실대로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고, 좋은 집에 살고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여기에서 일자리라도 하나 더 얻어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고. 햇빛도 안 들어오는 반지하에 사는 것도 모자라 이 나이 먹도록 아직 까지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다고 그렇게 말해버릴 것 같다.
벌써 오후 3시 30분. 아르바이트 끝나기 30분 전이다. 게다가 점심시간도 지난 상황이라 앞으로는 손님이 얼마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보았자 학생들이 다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여학생 2명이 들어왔다. 조용했던 공기에 순식간에 생기가 돌았다.
까르르 거리면서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시시했다. 오늘 학교에서는 담임이 어쨌고, 누가 누구랑 사귀고, 급식이 맛있었고 하는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나는 저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 거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친구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연락하는 친구는 하나도 있지 않다. 하기야 급하게 대학을 가고 여러 번 다사다난한 일을 겪고 나서는 친구란 걸 딱히 곁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아. 내 기억에 친구는 그냥... 뭐였더라...?
여학생 2명은 음료수 2캔과 과자 한 봉지씩을 들고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움직일 때마다 진한 화장품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5,380원입니다.”
바코드를 찍고서 가격을 말하자 여학생 중 한 명이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나 5,000원 밖에 없는데,라고. 아마 그 여자애가 사주겠다 한 것일 것이었다. 옆의 여자애도 나 돈 없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과자를 더 싼 걸로 바꾸시거나 음료수를 1+1짜리로 바꾸시는 게좋을 것 같네요.”
최대한 웃으며 답변했다. 하지만 그 둘은 기분이 나쁜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다 다시 과자를 가져다 놓으면서 중얼거렸다.
“그깟 380원 가지고 엄청나게 생색내네.”
그러곤 자기들끼리 누구 같네 어쩌네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나쁘다. 뭐지, 쟤들이 뭔데 나를 함부로 판단하는 걸까. 나는 내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계산착오 시에는 내 돈에서 깎이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자기들의 잘못은 안중에도 없는 거려나.
갑질, 그런 거 많이 당해봐서 익숙하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눈물이 날 것 같다. 억울해. 답답해. 내가 받는 취급들, 내 잘못이 아닌 걸 아는데 내 잘못인 것 같다. 다들 그러지 않나, 남 잘못이 내 잘못인 것 같고 그런 거지. 나만 사라지면 다 괜찮을 것 같은데. 싫어, 무섭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자애 둘은 과자와 음료수를 던지듯 자리에 놓고 편의점을 나갔다. 던지고 간 과자는 여자애 둘이 나가자마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바닥에 맥없이 툭 떨어졌다. 계산대에서 나와 과자를 다시 제자리에 정리해 두고선 재고 칸을 보았다. 아무도 없네. 넋 놓기 하나는 잘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선 편의점 구석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3시 50분. 벌써 정리를 마치고 갈 시간이 되었다. 다음 순서에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은 편의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에 사시는 아주머니다. 아주머니가 빨리 오시다 보니 같이 있게 되는 시간이 좀 있는지라 그 점이 좋았다.
마침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이지만 주름살이나 나잇살이 별로 없으셔서 한참 젊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완강하고 곧은 성격은 꾹 다문 입술에서 보였다. 아주머니를 처음 뵌 것은 10여 년 전이다. 이 편의점에서 20살 초반이었던가, 그즈음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 아마 딱 10년이 됐던가 조금 넘었을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강인해 보이는 인상과는 다르시게 따뜻하고 포근한 분이셨다. 20살 당시 나의 옆집이셨던 아주머니와는 편의점에서 처음 뵙게 되었다. 그 이후에 옆집임을 알게 되고 교류가 잦아졌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사정이 좋아졌다며 이 편의점의 바로 맞은편 아파트로 가시고 나서는 만남의 기회가 이 편의점 말고는 없었다.
일찍 오시는 이유를 예전에 물어본 적이 있다. 아주머니는 씩 웃으시면서 ‘아가씨 얼굴 더 보고 싶어서지!’라고 능청스레 말씀하셨다. 그런 아주머니가 좋았다. 20살 때까지만 해도 아주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가씨, 오늘 어땠어?”
아주머니가 편의점 유니폼을 옷 위에 걸쳐 입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냥... 뭐, 평범했죠. 값질 손님 좀 있고, 점심시간엔 땡땡이친 학생들 몇 명 오고서 라면 먹고 가고, 담배 많이 팔리고...”
“갑질 하는 손님은 어떻게 해도 안 사라지더라고. 그러니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생기지.”
나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깊이 동감했다. 그러다 아주머니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 오늘 생 일 아니야?”
생일. 내 생일을 아주머니께 스쳐 지나가듯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신 듯했다. 왜인지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잘 되었다는 듯 나를 보며,
“잘 됐네, 우리 딸도 오늘이 생일이라 미역국 끓였거든. 좀 이따가 이거 끝나면 들릴 테니까 싸가. 알았지?”
아주머니가 한쪽 눈을 살짝 접으며 웃었다. 나도 슬 웃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침 아르바이트가 끝남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나는 아주머니께 급히 인사를 하고서 편의점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집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오늘이 간만의 면접날이었다. 이전에 입사에 실패했던 회사에서 무슨 일인지 다시 채용 면접을 열었다는 소식은 나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집으로 급히 도착한 나는 대학 졸업을 하고서 사둔 정장 한 벌을 꺼냈다. 우리 집에 그나마 입을 만한 게 있다면 이 정장이다. 학비를 내느라 하루 벌어 하루 먹던 나날에 친구한테서 싼값에 산 정장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면접날 빼고는 아까워서 입지를 못했다.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꿰고 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복잡 미묘.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보다 이번엔 분명 합격할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 말도 안 되지만 분명 그럴 거라는 어떤 확고함 같은 것이 단추 하나하나를 채울 때마다 커졌다. 겉옷까지 걸치자 마치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커졌다. 훨씬 더. 만약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반지하에는 다신 발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집에도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고 당당하게 출근한다 말하는 그런 생활.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현재 시각 6시 20분을 막 지나고 있다. 면접은 망한 듯했다. 근 5년 동안 면접을 수도 없이 봐 온 경력이 있는데, 이건 망했다. 꿈에 잠긴 것 같았다. 말도 안 되게, 정말이지 내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폭포처럼 쏟아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구든 지어낼 수 있는 답인 것은 분명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입니까?라는 그 질문은, 그저 ‘지금 여기서 면접을 보고 있는 순간입니다.’라고 말해도 무방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가 그리 어려워서 멍하니 있었는지. 내가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누구라도 만나서,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대화하던지 위로를 받던지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느낌. 오늘은 내 생일이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이런 말을 하면 어쩌라고?라는 답이 들려올 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축하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가 원하는 날이 되고 싶단 얘기다. 생일을 싫어한다는 말과는 모순되지만, 그래도 나는... 아니다. 잘 모르겠다.
기껏 생각해두고선 하고 싶은 말이 설명하기 어려워 넣어 두었다. 느낌을 무어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제 마음속 생각도 설명을 못 하니 그런 간단한 질문에도 답이 막히지.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향한 곳은 집이었다. 갈 곳도 지지리 없다. 만날 친구도 없고, 가족한테도 갈 수 없다. 내가 위로받을 곳이 없다.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나만의 고통이 아니고 나만큼, 아니 나보다도 더 힘들고 괴로운 사람은 세상에 많고 많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꾹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피가 몽골몽골 맺히기 직전까지 깨물면서 울음을 참아봤지만 한번 터진 억울함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끅끅대는 울음소리가 아무도 다니지 않는 낡은 골목 사이사이로 퍼져 나갔다. 차가운 공기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금이 가 있는 빌라들이 두렵게만 느껴졌다.
그대로 주저앉아서, 눈이 퉁퉁 불 때까지 울었다.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서럽게 울면서 끈적하게 발에 달라붙는 바닥으로 쓰러지듯 누웠다. 이 와중에도 바닥에 머리를 박으니 고통이 생생했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행복했었나? 그랬을 것이다. 그랬겠지. 언젠가 그랬었겠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게 슬프다. 서글프다. 억울하고 짜증 난다.
행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다. 가족들의 눈치에 치여 집을 나와 자취를 시작했다. 밀려오는 독촉, 날이 갈수록 불려 가는 거짓말, 그리고 온갖 세금들. 하루에 아르바이트만 3곳을 뛴 적도 적지 않다. 과로로 쓰러진 적도 많지만, 병원비가 나올까 싶어 가더라도 응급실만 고집했다.
그렇게 쪼잔하게 아껴가면서 살았다. 어떤 정규직보다도 힘들게 일했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건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들. 다 이렇게 사는 건가, 싶었다.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받으려 했다. 근데 아니었다.
일찍이 졸업한 대학 동기는 대기업에 들어가 자금을 마련해서는 하고 싶어 하던 일을 한다고 했다. 아는 대학 후배는 책을 내서는 베스트셀러가 됐단다. 어렸을 적 우리 집 옆에 살던 누구는 컴퓨터로 취직해 잘 먹고 잘 산다고 했다. 근데 나는 이 지경 이 꼴이 될 때까지 뭘 한 거지.
엎어진 몸을 겨우 일으켜 간이 책상 위에 놓아둔 약들을 삼켰다. 평소엔 잘도 넘어가더니, 오늘은 큰 돌덩이 여러 개가 가슴속을 메우듯 무겁다. 목이 막혀와 페트병 뚜껑을 급하게 열어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끈적한 침에 엉겨 붙어 녹아내린 약들이 목구멍에 달라붙어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쓴 약 맛이 입안에 얼얼하게 퍼졌다.
벌써 7신데, 약을 먹어 버렸다. 오늘 밤도 제대로 자기는 실패인 듯하다. 23살 때부터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먹어왔다. 의사 선생님이 누누이 자기 전에 먹는 것은 불면증이 부작용으로 올 수 있으니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지금 이거라도 없으면 진짜 죽을 거 같아서 그래요..."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가에게 고해성사라도 하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울며 불며 소리칠 힘도 없었다.
내 메모 2019.11.27 17:15:31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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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덕후들아 너희는 어디까지 설정하는 편이니
픽션인지 아닌지는 네 결정이고
조각들을 모아낸다면
그런거 하자 약간 괴담속에 갇힌 릴레이 소설
📚창소판 명예의 전당 1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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