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07/08 16:13:56 ID : 3UZioZhatuk 1
1. 너를 봤을때
2 이름없음 2025/07/08 16:16:31 ID : 3UZioZhatuk 0
나는 그때 어렸다. 너도 어렸고 둘 다 어렸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나는 그때 알고있었던거 같다. 너는 여전히 모르지만.
3 이름없음 2025/07/08 16:19:19 ID : 3UZioZhatuk 0
초등학생 때였다. 요즘은 초딩이네 뭐네 하지만 그땐 초딩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나는 경기도 어딘가에서 살다가 서울로 막 전학을 왔다. 지금이야 서울 근방이라고 부동산과열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이지만 그때는 동네에 논,밭이 있는 시골 중의 시골이었다. 적어도 내 생활은 그랬다. 그러다가 서울에 왔는데 모든게 달랐다. 나는 적응하느라 한참 정신을 못 차린것 같다.
4 이름없음 2025/07/08 16:23:01 ID : 3UZioZhatuk 0
너는 옆옆반이었다 옆반도 아니고 옆옆반. 그런데도 너와 있었던 일이 기억난다. 너는 친구도 아니었다 친구의 친구였다. 누구한테 소개받았더라, 어떻게 서로 안면을 텄더라, 그런거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가끔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면 네가 있었다. 우리는 종종 거기서 만나서 놀았다. 단 둘일때도 있었고 이름도 모르는 이들과 섞여서 놀기도 했다.
5 이름없음 2025/07/08 16:25:18 ID : 3UZioZhatuk 0
아마 여름이었다. 나는 정글짐 맨 윗칸에 거드렁거리며 앉아 있었고, 너를 놀렸다. 우리는 정글짐 레이스를 벌였다. 직각 철물 골조 안에서 알록달록한 쇠냄새 사이로 너와 눈이 마주쳤었다. 호기로운 눈, 나를 이기기 위해 준비, 땅을 기다리고 있던 눈. 경기가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6 이름없음 2025/07/08 16:27:15 ID : 3UZioZhatuk 0
미끄럼틀에서도 마주쳤었다. 우리 학교 놀이터에서 가장 높은 미끄럼틀이었다. 전체가 쇠로 만들어져서 맨 위에서 미끄러져 내리면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 흙바닥을 구르기 일쑤였다. 나는 매번 그게 무서웠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그 무서움을 견뎌내기 어려웠다. 너는 내가 알고 있던 사람 중 그 미끄럼틀을 가장 잘 타는 사람이었다.
7 이름없음 2025/07/08 16:31:45 ID : 3UZioZhatuk 0
그런 일들이 종종 생각났다. 우리 시대에는 뺑뺑이라는게 있어서 사는 지역에 따라서 강제로 중학교 고등학교가 배정되었다. 학교를 같이 가지 못했다. 중학교에 가서도 종종 네 생각이 났다. 너와 아주 친했던 것도 아니고,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등하교를 매번 했던 것도 아닌데도 그냥 생각이 났다. 아주 가끔씩.
8 이름없음 2025/07/08 16:31:56 ID : 3UZioZhatuk 0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딱히 나눌 이야기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어느 학교 갔어? 요즘 잘 지내? 뭐 하고 있어? 공부 하기 너무 싫지 않아? 질문 몇개가 떠올랐다가 그대로 사라졌다. 잘 지내겠지. 굳이 연락해볼 이유가 없었다.
9 이름없음 2025/07/08 16:35:43 ID : 3UZioZhatuk 0
나는 연애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고등학교에 가서 남친을 한 번 사귀었었다. 고백을 받았고, 별 생각없이 받아줬고, 남친이네 여친이네 하면서 다녔던거 같다. 기억이 희미한 이유는 고작 2달 반 사귀고 헤어져서가 아니라 그에게 쏟았던 마음이 옅어서 일 것이다. 미안하게도 남친에게는 미안한 일이라 차마 말하지 않았지만 걔를 만나고 있으면 가끔 네 생각이 났어 나는 그 때 안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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