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464)
2.청춘은 켜켜이 쌓인 하루하루의 잔상이라고 (27)
3.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724)
4.If you take these Pieces (487)
5.글 잘 안 쓰는 소재구걸주 (61)
6.이름 남기고 가면 간단한 분위기 대답해주기 (214)
7.ㄱ부터 ㅎ까지 좋아하는 단어 적는 스레 (103)
8.생각난 소설의 개요만 쓰고 가는 스레 (2)
9.나 로판식 제목짓기 잘함 (31)
10.요즘 글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1)
11.홀수스레가 단어 세 개를 제시하면 짝수가 글 써보자! (705)
12.✨🌃통합✨ 질문스레(일회성 스레 말고 여기!!!!!!!)🌌 (219)
13.네 홍차에 독을 탔어 (208)
14.내가 작가가 된다면 쓰고 싶은 대사 혹은 문장 (89)
15.요즘 릴레이 소설이 너무 하고 싶은데 (4)
16.제일 쓰기 어려운 게 bl 빙의물인듯 (4)
17.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33)
18.:D (64)
19.다치거나 아픈 사람 묘사 (2)
20.소설 써보고싶다 (1)
아직 선선하던 어느 여름밤 첫 글을 썼습니다. 치기였겠지요. 책이라고는 교과서나 간간이 읽던 제가 무슨 이유인지 글을 써 보고 싶어진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붙잡고 하루 온종일 글을 쓰고 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투박한 문체와 부족한 어휘력이 묻어난 엉터리 글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매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탔지요.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을 글에 담아 전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닳기라도 할까 쉽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첫 꿈이었습니다.
그때의 제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었지요. 제 감정을 글에 담는 것 하나만 바라보고 글을 썼으니 말입니다. 제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게으르고 가벼운 성정에도 글만은 그렇게 놓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첫 꿈은 소중했나 봅니다.
조금씩 커가는 제게는 조금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보다는 다른 취미에 시선이 가고 친구가 책보다 더 좋았었고 성인이 되면 자리를 잡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지요. 하물며 한참 재능의 벽을 느끼던 시기였으니 오죽했을까요? 누가 그리하라고 시킨 것처럼 지레 압박을 느껴 제 꿈을 버렸습니다. 꿈을 버리는 일조차 가벼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저 생각했지요. 제 꿈은 생각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고. 그저 잠시 바라보았던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고.
차츰 꿈을 잊어가던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현실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다 지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번 쓰러진 제게는 일어설 힘조차 없었습니다. 현실이 무섭고 버거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드문 불출하며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글을 다시금 찾은 것이 그 무렵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만은 저는 괴로움도 잊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버렸음에도 돌고 돌아 다시 글에서 안식을 찾았으니 참 우스운 이야기지요.
하나 유년 시절의 저와 그 당시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글을 좋아하던 순수함은 온데간데없고 글로 돈을 벌고 싶다는 물욕만이 남아있던 제가 글을 제대로 쓸 수나 있을 리가 없었지요. 저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글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려한 문체, 화려한 어휘, 대중들이 선호하는 플롯에 목을 매고 제 글을 틀 안에 가두었지요. 그 즈음 더 이상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거북하고 괴로웠습니다. 이게 아닌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던 거겠지요. 변질된 마음이 제 꿈마저 더럽힌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꿈을 접었습니다. 다만 어릴 때처럼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요.
이젠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꿈을 묻어둔 채였습니다.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저이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문장 따위는 없고 남들에게 으스댈 만큼 흥미진진하지도 않지만 제 온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치기도 물욕도 없이 그저 낡은 꿈 하나를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을 생각입니다. 버거울 때는 잠시 쉬면 된다는 것을 아니까요. 글은 항상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글에서 도망친 건 저 자신이었지요.
문득 지난 발자취를 곱씹어 보니 곱지 않은 눈초리와 손가락질이 무어라고 포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나가는 말에도 쉬이 움츠러들고 나아가는 법을 몰랐던 제게 한 평생 가진 열정은 손에 그러모을 만큼 작았지요. 만일 그 열정이 모두 글에 있었다면 그것이 없는 저는 온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느낀 희로애락을 모조리 글에 쏟아부었는데 말입니다. 인생의 한 면을 뜯어내고 살아왔으니 여즉 배회했던 것이 아닐까요. 수조 속 물고기처럼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물살을 가르고 헤엄쳐 그저 같은 길을 맴돌았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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