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끝났겠다 글 실력 좀 늘리자!... 싶은 스레주가 세운 키워드 스레. 지나치면 섭섭하니까 단어 하나라도 던지고 가 주세용 (ง •̀_•́)ง✧

내가 나한테 주는 첫 번째 키워드는 편지!

>>2 수취인 불명. 처음 그대로 곱게 접혀 나뒹굴던 편지의 겉면에는 단정한 필체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제법 값이 나갈 듯한 재질 하며, 공들인 티가 역력한 필체까지. 분명 귀애하는 이에게 보내기 위함이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영은 도로 편지를 내놓아야 할까, 하는 멍청한 고민에 잠겼다. 그러니까, 편지를 주웠다. 낭만이라고는 쥐뿔도 없을 만큼 퍽퍽하고 메마른 지하 도시의 밤거리에서.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일평생 이곳에 거주하면서도 우체부라곤 본 적이 없었다. 찰나의 호기심에 온당히 누군가의 몫으로 도착해야 했을 연서를 낚아챈 모양이었다. 한참을 전전긍긍하던 영이 종내에는 양심과 타협한 듯 접힌 편지를 펴기 시작했다. 발신인을 알아야 돌려 주지, 라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변명을 얹으며. ㅡ 오늘은 날이 춥더라. 네가 사는 곳으로 코트를 보내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어. 알다시피 이 도시는 범죄자들로 가득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네가 왜 이곳에 사는지 실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 도중에 편지 많이 했어. 아마 넌 한 통도 받지 못했겠지. 사실 이게 내 마지막 연락이 될 것 같아. 사랑이 꼭 면죄부가 되진 않더라고. 말야... 영아. 다들 우릴 보고 미쳤다고 말해. 각별히 여기는 이가 생겼다고 널 소개하면 내게 욕이 날아왔지. 우린 미친 게 아냐. 알고 있지? 그러니 함께 이 도시를 떠나자. 목을 매달 때쯤에 연락해. 곧 보자. ...... 이영 씀.

>>3 화려함을 가장한 가면을 덧대자. 우리의 인격은 그리 적지 않다는 걸 알고 있잖아. 편협한 시선으로 서로를 재고 따지며, 그래. 욕망 앞에선 모두가 인간이야. 영민한 아이야, 왕자는 누구일까? 저기 순백의 옷을 입은 소녀는 정말 천사일까? 왜 답지 않게 떨고 그래. 육안으로 가늠하기에 무엇보다 쉬운 것이 사람 아니었어? 세상 물정 모르는 백치에게도 달려 있는 것이 눈이잖아. 그래, 허울을 벗어던지고 밤새도록 춤을 추자. 가면 속의 세상은 너무 퍽퍽하잖니. 몹시 질이 나쁘고 화려한 농을 던져 보렴. 네 혓바닥 위에서 노니는 것은 공주일까? 어느 귀족가의 영애일까? 독을 품은 미소들이 뒤엉켜 만개하는 밤을 보내자. 맞닿은 살을 통해 하루의 온기를 나누는 저치들은 귀족일까? 아니면 짐승일까?

좋겠다...ㅠㅠㅠ 난 오늘부터 시험시작인데 ㅠㅠ 끝나고 글 실력 늘리자는 것도 대단하고 ..!! 나도 아무거나 하나 던지고 갈게! '하수도'

시험 끝난 거 축하해! 키워드는 '모자'야!

>>6 부드럽고 묽다. 치우쳐 흔들리되 형태를 잃지는 않는다. 민은 물을 닮았다. 모두의 표면에서 명실상부히 그런 존재였다. 일련의 행동에 있어서 필수불가결인 사람. 즉 다시 말하여 민이 존재하지 않다면 그들을 이루는 근간이 사라지는 셈이다. 까닭에 아이들은 관련이 없는 자리에서도 민의 이름을 불러댔다. 민아, 민아. 마치 그 이름 하나가 저에게 유기적인 요소라도 되는 마냥. 저를 이루는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애틋한 이를 소개하는 마냥. 민 역시 제가 물을 닮았다며 흐리게 웃는 사람이었다. 제 어미는 산소이며, 제 아비는 수소였다고. 제 근원을 화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기라도 할 듯 열성적인 민에 에이, 그게 뭐야~ 라고 웃음 짓는 이는 있어도 뒷말을 기다리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탓에 말을 끝맺어 본 적이 없지만. 어쨌거나 자신은 앞으로도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일 것이다. 이만하면 되었다는 감정 사이로 흙탕물이 스몄다. 다만 민은 내색하지 않았다.

>>7 열어 놓은 틈 사이로 비릿한 악취가 풍겼다. 단 꿈을 집어삼킬 듯 새카맣게 눌어붙은 구정물 사이로 어둠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가까이 가지 마, 하는 후견인의 말 따위는 귓등으로 넘긴 지 오래였다. 썩어 문드러진 도시의 지하에는 몇 해 전부터 시체가 썩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태양이 주는 향락에 젖어 밤을 시기하는 이들이 부풀린 거짓 증언이라 단언하던 간부의 말이 떠올랐다. 것 봐, 당신이 틀렸어. 비틀린 입꼬리가 조소하듯 올라갔다. 파리가 들끓는 하수도에는 어둠에 젖은 사체가 가득이었다. 부패한 상처가 또 다른 악취를 자아내는 풍경이었다. 이제 어떡할래, 율. 제시간에 구하러 올 수 있겠어? 종착지 모를 어둠이 망자를 토해내며 가까이 올 것을 종용했다. 뒤이어 생자의 맥박 소리가 깊은 하수도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11 와... 잘 쓴다.. 뭔가 내가 낸 키워드로 해줘서 감격스러워....bbb

와나 존잘이다... '데이터 말소'를 키워드로 던지고 갈게!

>>8 그러고 보니 요새 그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지. 항설은 어느 여인의 성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매 그믐마다 한산한 광장에서 춤을 춘다는 아이. 집시인 주제에 오직 모자만이 새것인 양 윤기가 돈다는 아이. 온 밤을 달굴 듯 이어지는 춤사위에 넋을 놓은 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풍문까지 나돌아 거리가 떠들썩했다. 눈치로는 일체 그믐을 고대하는 모양이었다. 그에 부응이라도 하듯 얼마간 자취를 감추었던 아이는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달빛을 등진 몸짓에 생을 다할 듯 진한 열이 담겨 있었다. 광장을 방문한 이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목도한 광경을 눈에 새겼다. 각막에 비춘 아이는 지독히도 처연하며 찬란했다. 동시에 외줄을 걷는 듯 위태로웠다. 아찔한 밤을 뒤로하고 여명을 맞은 광장의 가운데에는 밤새 소녀의 머리 위에서 요동치던 실크 모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아이는 두 번 다시 그믐의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이의 머리칼을 닮은 담흑색의 모자만이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었다. 어느 그믐밤에 집시 소녀의 머리 위에서 그랬듯이.

근데 (๑˃̵ᴗ˂̵)و 이거 은근 귀엽다

>>16 레스주도 귀여우니까 레스주가 쓰면 되겠다! (๑˃̵ᴗ˂̵)و + 아니... 기력만 되면 하루에 네 개씩 잇고 싶은데 요새 완전 졸립다 ㅠ_ㅠ 글 실력 좀 늘었으면 좋겠어...

>>9 사인은 과도한 환각초 복용으로 사료됩니다. 현장을 감독하던 이에게 건네받은 말이었다. 땅이 척박하기로 유명한 서부는 이런 일이 빈번하여 사건 축에도 들지 않았지만, 대대로 풍요롭기로 이름난 동부에서는 제대로 된 유혈 사태조차 터진 적이 없으리라. 까닭에 급히 서부의 조사관들이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무감하게 시체를 점검하던 시선이 일순간 우뚝 고정되었다. 너른 평야를 발아래 두고 반듯이 누운 소녀의 입매는 기이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다이아나, 소작농의 딸. 열두 살이고요, 삼 년 전에 모친을 잃었답니다. 먼저 도착하여 신원을 파악하던 조사관의 말이 떠올랐다. 서부에서 보았던 무수한 환각초 복용자들. 그들은 모두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화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인체의 특성상 환각초는 위험한 존재였다. 혈액과 함께 체내에 퍼지는 순간 복용자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느릿하게 몸을 마비시키니까. 그럼에도 해마다 환각초에 손대는 이들은 늘어만 갔다. 모든 번영을 손에 쥔 동부와 몰락한 서부. 서부의 이들에게는 한 가지 암묵적인 규율이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그간의 사정을 묻지 말 것. 모두가 사랑하던 이를 잃고 환각초를 집어삼켰다. 복용자의 분간 능력을 흐리게 하여 생의 마지막에 염원하던 것을 보게 해 준다는 악마의 식물. 이 아이는 동부 환각초의 최초 복용자가 될 것이다. 몇 해만 지난다면 그 수는 배로 늘겠지. 조사관의 입술이 기이한 호선을 그렸다. 모든 번영을 손에 쥐었던 동부와 몰락한 서부. 이제 몰락해 가는 것은 어디인가?

>>12 아직 한참은 멀었어... (._. 힘 닿는 곳까지는 열심히 쓸 테니까 키워드 팍팍 던져 줘! 🥺

평범한 한 남자에게 동시에 프러포즈 거는 두 명의 자매 남자가 20세라고 가정할 때, 자매 어린 쪽은 21세, 자매 큰 쪽은 23세 셋 다 서로 서로 정말 친한 사이 자매는 재미로 합의 하에 꽃다발 하나를 사고 남자한테 다가가 서 무릎을 꿇고 웃음 어차피 한 쪽만 나갈 생각이 당연하지만 같이 살고 싶은 마음도 진지하게 있음

레주... 진짜 글 잘 쓴다... 혹시 몇 살인 지 물어봐도 될까? 무례한 질문이었다면 미안해 대답 안 해도 돼 ㅠㅜ 키워드는 학교!!

>>13 기도문을 달달 읊는 입술 사이로 자꾸만 헛숨이 샜다. 유리에 비친 파리한 안색이 시체와 다를 바가 없을 지경이었다. 데스크 너머 손님들이 이쪽을 힐끗댔다. 저러다 초상 치르겠다는 중얼거림이 여실하게 귀에 꽂혔다. 아무렴 시체라면 어떨까. 중요한 건 우리 엄만데요 씹새끼들아. 눈을 감고 다시 기도에 집중했다. 하나님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어떻게 하면 다이렉트로 신님한테 들릴 수가 있지. 신실하게 살게요. 경건하게 살게요. 저 좀 구원해 주세요. 저희 엄마 좀 구원해 주세요. 현은 비종교인이었다. 정확히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인생에 있어 기적을 바라지 않았고, 본인 한 몸 건사할 힘이 거뜬했으므로 자신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지 멀쩡하고 훤칠하게 태어났던 몫도 존재했다. 간절한 일이 없었으며 절박한 때도 없었다. 엄마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모아둔 돈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처음으로 사지가 멀쩡한 것에 감사하며 벽돌을 날랐다. 닥치는 대로 시간을 쪼개다 보니 내일을 끌어 쓰고 싶을 지경이었다. 절망은 빠르게 찾아왔다. 책임이라는 단어에는 육중한 무게의 돈이 필요했다. 안락한 삶을 당연하다 여기던 현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무게 만큼이. 현은 기적을 바랐다. 눈이 빠져라 간증을 찾아대고 기도를 달달 외웠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셔. 정말? 마음이 자꾸만 엇나갔다. 필요할 때만 찾는 너를 왜? 왜? 왜? 인간이니까. 당신이 만든 피조물이니까. 그렇담 어째서 이 지경이 되도록 냅두셨어요 네?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 책임을. 눈물이 났다. 좆같이 필요했다. 신이라는 단어가. 그가 주는 손길이. 기적이. 음성이. 현은 원망 거리를 찾았다. 신이라는 이름이었다.

>>22 거... 자꾸... 그렇게... 띄워 주시면... 제가 진짜... 잘 쓰는 줄 알고... 착각하게 되는데요... ㅠ_ㅠ 나이는 밝혀도 지장이 없으려나? 아무리 그래도 정확하게 말하기는 좀 그렇네.... 아직 모고 칠 나이는 아니야. 물론 내년에도 아니고! 키워드 소중하게 가지고 있다가 꼭 멋진 글로 보답할게 (๑˃̵ᴗ˂̵)و >>학교<< 접수 완료!

>>24 헐 진짜...?? 나 진짜 못해도 고등학생일 줄 알았어... 어린데 진짜 잘 쓴다 ㅠㅠ 그리고 키워드 하나만 더 말 해도 될까? 유언, 유언장 부탁해 ㅠㅠ 다른 키워드들 아직 밀렸을 텐데 레주 느낌으로 어떻게 써질지 너무 궁금해서 ㅠㅠ 오래 걸려도 되고 스루 해도 돼!

>>23 오아 고마오ㅠㅠㅠㅠ 온김에 하나 더 추천할래 마녀! 먼가 글이나 쩌임새가 현대물같아서 판타지도 보고싶어졌어!

>>14 검열 삭제. 시야 가득히 들어찬 붉은 빛의 화면이 노이즈를 띄웠다. 한때 최첨단이라 명성을 떨쳤던 모듈은 과거의 영광을 잃은 지 오래였다. 스파크를 튀기는 전선이 제법 아찔하여 눈매가 좁아졌다. 보고받은 바로는 미처 접촉 불량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천장에서 점멸하는 싸구려 형광등에 이어 번잡한 공명음이 내부를 메웠다. 떨어진 콘크리트와 곳곳에 널린 날카로운 부속물. 먼지가 내려앉은 곳곳에는 두둑한 공사 자재가 가득했다. 저기, 폐건물 지하 삼 층에 놓인 컴퓨터에는 누군가의 생이 담긴 영상이 있대. 현은 상부의 명령을 다시금 되뇌며 먹통 직전의 자판을 두드렸다. 어떤 중대한 비밀이 담겼다고 해도 보지 않을 작정이었다. 기억을 잃고 길바닥을 전전하던 현에게 지금의 조직은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었으므로. 코드를 넣고 가볍게 엔터를 치자 조잡한 팝업창이 떠올랐다. 검열 삭제. 검열 삭제. 잇따라 등장한 붉은 노이즈가 소란하게 경고음을 울렸다. 그리고 일순간이었다. 화면에 나타난 영상이 재생된 것은. 비디오에 등장한 아이는 교복 차림이었다. 앳된 얼굴과 잔뜩 부은 눈가. 안개가 낀 듯 흐릿했던 기억이 영상 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눌어붙은 핏자국이 악몽을 그리던 거실과 사라진 모친. 뒤에서 기척이 들렸으나 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수조차 없었다. 왼쪽 가슴에 박힌 노란 빛의 명찰. 새겨진 이름은 두 글자였다. 이 현. 기척이 잦아졌음을 느낀 현이 고개를 돌렸다. 하나, 둘, 셋, 넷. 아, 그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야. 카페트를 엉망으로 짓밟던 구둣발이 떠올랐다. 초점이 흐릿한 눈을 깜빡이던 현이 웃음을 흘렸다. 아주 지독한 꿈을 꾼 기분이었다. 더불어 기나긴 속죄 속에서 영영 이어질 내용이겠지. 감은 눈 사이로 기억이 아우성을 쳤다. 둔탁한 파열음이 흘렀다. <System: Data Erasure>

느와르 뒷세계 개인적으로 어두운 거 좋아함!ㅎㅎ

>>27 와......와 너무 멋있다 쩐다...... 그냥 생각난 걸로 툭 던졌을 뿐인데 이렇게 멋지게 써 오기 있니 없니 나 스레주 글 사랑해 뽀뽀쪽쪽

스레주 나 가끔 와서 보는데 혹시 다시 써 볼 생각없어? ㅠㅠ 나 진짜 스레주가 쓴 글 다 너무 내 취향이라서 ㅠㅠ 다른 글도 보고 싶다

>>18 먹고 싶은 건 없어? 영이 고개를 내저었다. 케이크는? 이젠 응답조차 없었다. 부러 허공을 더듬는 시선은 명백히 고의적인 셈이었다. 그런 영을 바라보던 율이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등을 돌리고 앉은 자세가 퍽 완강했다. 그러지 말고, 모처럼의 크리스마스잖아. 분위기를 내자며 속삭이는 말에 대꾸도 않던 영이 사납게 내뱉었다. 언니는 지금 그딴 말이 나와요? 오랜만에 듣는 거친 언사였다. 그래, 이영 성격에 이만하면 오래 참은 거지. 푸스스 흘러나온 웃음소리가 좁은 방 안을 유영했다. 날더러 오늘 같이 죽자면서요. 죽자는 사람 입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와요. 왜 그렇게 태연하게, 케이크 먹을래, 이딴 말이나 뱉냐고요. 남 속은 새카맣게 타드는데 언니는 왜. 영의 손목을 낚아챈 율이 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힘없이 맞대진 눈가가 새붉었다. 아니야, 영아. 반지하의 하나뿐인 창문으로 나긋한 캐럴이 흘러들었다. 비참하게 살았다고 죽는 날까지 비참할 필요는 없잖아. 마침 크리스마스인데. 거리에는 함박눈이 쏟아지고, 활기찬 소리가 적막을 메운다. 여러분, 약 십 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데스크에 앉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기운찼다. 해 진 지 오래라 빛 한 점 없는 하늘은 그럼에도 밝았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은 영의 뺨을 느릿하게 쓴 율이 나직하게 웃었다. 케이크, 안 먹어도 좋아? 맞닿은 호흡이 가늘게 떨렸다. 언니만 있으면 돼요. 그래, 그럴까 그럼.... 드러누운 바닥의 냉기가 서늘했음에도 붙잡은 손은 뜨거웠다. 우리 자정에 죽을래? 영의 앞머리를 가만가만 넘겨주던 율이 속삭였다. 네. 영이 입속으로 대답했다. 도시의 소음과 뒤섞인 캐럴, 차가운 실내의 온도, 비어있는 속. 무엇 하나 다행인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언니가 곁에 있어 좋다고. 영은 겨우 그 말을 제 속에서 꺼내어 완성할 수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직한 웃음소리가 불 꺼진 실내를 휘돌았다.

>>30 너무... 너무 늦게 왔나... 미안해 ㅠ_ㅠ 사실 현생 산답시고 스레딕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상단바에 알림이 있어서 엄청 놀랐어. 내가 무슨 기분이었는지 레스주는 상상도 못 할걸. 기다려 줘서 고마워. 자주라고는 말 못 하지만... 앞으로도 잊지 않고 올게. 레스주 덕분에 다시 한 번 글을 잡았어. 진짜, 진심으로 고마워. 많이 사랑해!

>>33 아니야 ಥ_ಥ 레스 쓴 지 며칠 만에 이렇게 빨리 와 줘서 기쁘다 ㅜ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고맙다고 말해 줘서 나도 뿌듯하네 ㅎㅎ 너무 부담 느끼지 말고 그냥 스레주가 글 쓰고 싶을 때, 오고 싶을 때 와 줘 절대 무리하지 말고!!

주황색 가로등 몇 개가 비추는 늦은 밤의 좁은 골목길

헐 성인인줄 알았어... 적어도 고등학생 정도는 될줄.. 진짜 너무너무 부럽다.. 글 스탈이 너무 나 취향이라 헉했어... 스크랩할게... 느긋하게 돌아와 응원할게 화이팅!! | ᐕ)੭*⁾⁾

>>22 그거 알아? 뭘. 부루퉁하게 돌아오는 답에 자영이 짧게 웃었다. 학교 건축 말이야. 교도소랑 똑같대. 발치에서 흰 실내화가 달랑였다. 난간을 끼고 앉은 두 소녀의 뒤로 볕이 스몄다. 결 좋은 담갈색 머리가 바람에 섞여 이리저리 흔들렸다. ㅡ 그래서 그런가 봐. 여기서는 숨을 못 쉬겠어. 헤엄치는 새. 물속에서는 숨을 쉬지 못하는, 날개 달린 짐승들. 그럼에도 자꾸만 살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우리들. 그렇게 말하는 네 얼굴이 꼭 질식하기 전의 것과 같아서, 무심코 어디에도 가라앉지 않은 손목을 쥐었다. 저 애는 꼭 가끔 사라질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다. ㅡ 그럼에도 살아야지. 딩동댕동. 긴 영원을 깨트리듯 거대한 종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감은 눈을 뜬 자영이 너털웃음을 쳤다. 이만 갈까? 오래도록 앉아 있어 접힌 모양 그대로 구겨진 치마가 바람을 타고 실내로 들어섰다. 들어서는 계단이 까마득해 꼭 나락이 입을 벌린 모양이었다. 아가미가 없는 우리는 그럼에도 이곳에서 숨을 쉬어야겠지. 그러다 정말 질식해 버릴지도 몰라. 그럼에도 돌아갈 곳은 네가 있는 학교뿐이라, 우리는 어쩔 도리 없이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 그럼에도 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37 스레주 오랜만이야!! 이번 글도 너무 좋다 ㅠㅠ

와 글 잘 쓴다... 나도 키워드 하나 써도 될까? 과일빙수를 키워드로 두고 갈게..!

>>26 고성에 불이 밝았다. 고요를 깨는 요란한 음성이 으슥한 내부를 뒤흔들었다. 쩐다, 장난 아니야. 내가 있다고 했지? 봐, 결국 찾았잖아! 얼핏 두 사람의 대화 같기도 한 혼잣말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소리의 근원은 다름아닌 배낭을 맨 어린 여행자. 용케도 불을 피워 고성을 어둠을 걷어낸 소녀가 히죽 웃었다. 동이 트면 성 안의 물건을 집어가야지. 뭐든 좋아. 그저 그 멍청이들에게 정말 이곳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 주는 거야. 흥분이 가득한 앳된 얼굴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 제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필시 그랬을 터였다. 안녕. 인사를 건네는 음성이 청아하다. 그래서 더 오싹했다. 청각이 예민한 아이가 듣지 못할 기척이 달리 있었던가. 하물며 문 역시 바로 제 앞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문득 마을 아이들의 항설이 뇌리를 스쳤다. 그 고성에 말이야, 어린애를 먹는 마녀가 산대. 솜털마저 바싹 얼어붙기 무섭게 목소리는 또 다시 인사한다. 이번에는 뒷말까지 따라붙었다. 귀엽다. 어려 보이네. 인사 좀 받아 주라. 응? 어린 여행자는 대답 대신 뒤를 돌았다. 무슨 용기인지는 모르지만 그랬다. 죽기 전에 마녀라도 보자, 순간 그런 대단치 않은 생각을 했던가. 그러나 이윽고 눈에 담긴 광경은 예상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눈꼬리를 곱게 접은 장신의 여인. 두 갈래로 땋은 은발이 네글리제의 허리께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소녀는 순간 말을 잊었다. 대단한 미인이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여자가 물었다. 왜, 이상한가? 당장 가진 옷이 이것뿐이라. 아이가 더듬더듬 말을 뗀다. 아, 아뇨... 너무 예쁘셔서요. 잠시 숨 쉬는 것도 잊었어요. 이번엔 여자가 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귀엽다. 얘 뭐지? 그러더니 덧붙인다. 그래, 오늘 여기서 동이 틀 때까지 있겠다며. 나랑 같이 있을래? 네 얘기가 듣고 싶어. 아이가 눈을 밝혔다. 들어올 때 못지 않게 흥분으로 발개진 얼굴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린 여행자의 볼을 문지른 여자가 속삭이듯 말을 건넸다. 이 성에는 신기한 곳들이 많아. 소녀는 대답 대신 여자의 손을 쥐고 앞장섰다. 그렇게 걸음을 뗀다. 한참이나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아이가 이내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동난 체력이 원인이었다. 아직까지 손을 놓지 않던 여자도 함께이다. 땀범벅인 얼굴을 문질러 닦던 소녀가 문득 생각난 듯이 입을 뗐다. 그런데요, 언니 진짜 마녀예요? 여자가 아이를 빤히 바라본다. 그렇다고 하면, 도망가게? 조근조근한 음성이 가늘었다. 담담한 투였다. 아뇨. 어린 여행자는 씨익 웃었다. 가라고 해도 같이 있을 건데요. 대답을 들은 여자의 입매도 호선을 그렸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덧붙인 목소리가 묘하게 즐거웠다. 원래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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