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4/20 18:31:04 ID : Rva7hy6pdSG 0
이 코로나 시국에 갓대졸이야. 학교는 지방국립대 미대. 복수전공×. 스트레이트 졸. 현재 사는 곳은 모 광역시 본가. 새삼 자괴감들어서 쓰고 가.
2 이름없음 2020/04/20 18:38:56 ID : Rva7hy6pdSG 0
대학교 3학년때부터가 시작이였네. 교환학생에 떨어졌었어. 1학기 신청은 경쟁자가 없었지만 갓 3학년이라 전공지식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실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가고싶지는 않았어. 대상 학교가 동경예대였거든. 한국으로 치면 한예종, 설대미대... 뭐 그런 곳. 그 학교에서 교환학생 온 언니도 1학기를 추천해줬어. ?학기때 정말 좋은 답사수업이 있고, 1년 교환학생은 운영을 안했기 때문이지.
3 이름없음 2020/04/20 18:42:19 ID : Rva7hy6pdSG 0
2학기가 되어서 신청했어. 붙었어. 포트폴리오 보내고 연락하고 등등... 타과에 이탈리아 교환학생 가려던 친구가 있어서 같이 서로 포폴도 봐주고 엄청 고심했었다. 근데 갑자기 상대학교에서 연락두절. 징용공 판결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던 시기였어. 교수님의 연보다는 모교 교류체결로 넣은 거였기 때문에 그대로 끝나버렸어. 교수님도 얼른 마음 추스리고 다른 좋은 기회를 찾아보자고 격려해주셨지. 근데 그런게 어디있어. 학교 규정상 교환학생 대상 학년은 3학년까지인걸.
4 이름없음 2020/04/20 18:47:22 ID : Rva7hy6pdSG 0
그 와중에 전공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두 친구가 내 뒷담하는걸 들었어. 한명이 휴학하고 싶어 했거든. 휴학 예정자가 꽤 많이 겹친데 반해 복학생은 적었고, 졸업전시 공간채우는데도 어느정도 인원이 필요했으니 교수님은 더 이상의 휴학생은 받고 싶어하지 않아 하셨어. 이어폰끼고있었더니 음악듣는줄 알았나봐. 같은 방에서 등돌리고 있는데 바로 까였어. 바로 나가지는 못하고 저녁시간에 일찍 나와서 자취방에서 울었어. 짝사랑하던 선배랑 친했던 동생이 사귀기 시작했어. 2주 안에 벌어진 일들이였어.
5 이름없음 2020/04/20 19:00:42 ID : Rva7hy6pdSG 0
난 과대랑 동아리 동장, 알바 대학원 사업보조를 전부 겹쳐서 하고 있었어. 정말 어떻게 두달이 지났는지 모를만큼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종강했어. 나날이 멀어져가는 친구들에, 산더미같은 일에 과제에 비협조적인 동아리원들, 진상손님들. 마침 학과 일로 선배들이 누명까지 씌워서 잘 따랐던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이게 니가 잘못해서 벌어진 사단이 아니냔 식의 발언까지 들었어. 그걸 쉴드쳐준게 날 뒷담까던 애들이였어. 그리고 돌아서서 뒷담. 어쩌든간에 내 귀에 들어오지. 팔다리가 부러지면 병가휴학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3층 계단을 오를때마다 생각했어. 망치로 손가락 찍었는데 아프기만 하고 금도 안가더라. 그림도 안그려지고 전임교수님도 마음 떠나가시는게 눈에 띄었어. 독한 중국술 사다놓고 맨날 그거 털어넣고 잤어. 매일 새벽마다 깨고,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가슴이 콱 조이고 숨이 가쁜거 있지. 그땐 마침 어디서든 시선이 느껴지고... 뭐... 그런거 있잖아 누가 날 보고있는거 같고 특히나 씻을때 그게 너무 심했어. 그래도 빼먹진 않았지만. 상황 알고있는 룸메가 스트레스 너무 심한거 아니냬서 병원가보니 우울증 맞긴 하대. 일단 약 일주일 먹어보래서 약먹은날 저녁에 오히려 심장은 콱 조이고 숨을 못쉬겠고, 아무 말도 못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서 뭔진 모르겠지만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하면서 끅끅거렸어. 그러고 나서 전공톡에서 하하호호하는 카톡이 엄청 쌓여있더라. 엄청 자괴감들고, 약국가서 병원에서 받은 약 보여주면서 이게 무슨약이냐고 물어보니까 위장약이래. 대충 그런 학기였어.
6 이름없음 2020/04/20 19:06:24 ID : Rva7hy6pdSG 0
종강 후에 집에 전화해서 무슨 수를 써서든 교수님 허락 받아낼테니 휴학시켜달라고 했어. 아니, 애초에 약속된거였어. 이번 교환학생 못가더라도 꼭 휴학시켜주기로. 근데 약속 다해놨는데 스트레이트 하라는거야. 내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학교를 못다니겠다고, 버틸수가 없다는데 그래도 쭉 졸업하래. 쉰다고 휴학했다가 인생망치고어쩌고 저쩌고 80년대 이야기. 그런 논리로 내 재수도 막으셨었지.
7 이름없음 2020/04/20 19:26:11 ID : Rva7hy6pdSG 0
그렇게 반강제로 4학년을 시작했고... 뭐... 길게 쓰고싶진 않다 그 학년은... 졸업작품은 내가 원하지 않던 주제로, 외형조차 원하던게 아니였어. 그것도 8월달에 싹 갈아엎고 다시 했어. 원래 대학원 가려고 했었는데... 갈 수 있었겠니 졸업작품이 엉망이였고 교수님은 노골적으로 싫어하실 수준이였는데. 졸업가능하겠냔 소리까지 나왔어. 교수님께서 지금이라도 다시 해볼 마음 있다면 휴학하라고. 근데, 부모님은 무조건 반대. 휴학하면 인생망친대. 그 당시의 나한테 망칠 인생이 있는 줄 알았나봐. 울면서 비는데도 원래 졸업논문은 다 그런거다. 니가 너무 나약한거다 하면서 반대. 학점은 떨어졌고 3학년 2학기부터 졸업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동안 평점 0.2점을 깎아먹었어. 참... 그 와중에 스터디 대외활동 알바는 했다....
8 이름없음 2020/04/20 19:32:41 ID : Rva7hy6pdSG 0
4학년 2학기동안 취업준비는 하지도 못했어. 그냥... 복수전공은 하고싶었는데 전임교수님들 다들 반대. 원하는 전공에 경쟁심 가지신것도 있지만... 뭐....부모님도 무조건 4학년 졸업 우기시고. 지방대 미대 3.82 학점으로 졸업했고 자격증 두개... 대외활동 두개... 끝이야... 그러고 졸업했어...
9 이름없음 2020/04/20 19:38:30 ID : Rva7hy6pdSG 0
대학원 가려고 했던거는 지금은 또 부모님 반대. 과 바꾸길 원하셔. 모교에서 못간다면 과 바꿔서 딴데가라고.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원을 관심도 없는 과를 가래. 취업준비는 어케생각하냐니까 공무원 아니면 관심없대. 무슨 말이지? 휴학막으면서 한 말이 졸업하면 1년 쉬게해준댔으면서? 진짜 개소리지. 늘 그래왔어. 근데씨발 부모지원없음 미대 대학원은 꿈도 못꾸는데 내가 무슨 소릴 하겠어. 그리고 이미 학점 갈아서 대학원 넣지도 못해. 저딴 학점으로 어느 대학원을 넣겠어. 대학원 가는 목적이 뭔데.
10 이름없음 2020/04/20 19:41:29 ID : Rva7hy6pdSG 0
그냥... 이미 대학원은 포기했다. 어디든 취직해서 집부터 벗어나려고 디자인 취업교육 신청했는데 코로나덕분에 무기한 연기네. 모르겠다 나는...... ㅎㅎ....... 이제 그림은 그리고싶지도 않을 정도고. 그냥 다뒤졌으면ㅎㅎㅎ
11 이름없음 2020/04/20 19:44:45 ID : Rva7hy6pdSG 0
정말 졸업전시 끝나고 이제 6달동안 그림 한번도 안 그렸어. 너무 신기하지? 나 입시땐 한타임 한장씩 완성해내면서도 전혀 질리지않았고 그렇게 까이면서도 그림이 너무 즐거웠어. 대학에서도 크로키북 한달에 두개씩 꼬박꼬박 다 채우고 집에 와보니 그렇게 신나게 그려댔던 노트들이 박스에 쌓여있더라. 근데 6달동안 화구는 꺼내지도 않았고 연필이나 펜은 잡지도 않았어. 그냥 그렇게 되더라.
12 이름없음 2020/04/20 19:46:57 ID : Rva7hy6pdSG 0
그냥... 뭘 해야된단건 아는데, 뭘 하고싶지가 않더라...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나마 그림 외에는 외국어 좀 하니까 그거라도 더 키워볼까 하는데 글쎄다ㅎㅎ... 그래도 길게 보면 일본어가 좀 쓰일 수 있을까.
13 이름없음 2020/04/20 19:53:03 ID : Rva7hy6pdSG 0
그래... 늘 그런 선입견어린 판단으로 한번씩 내 일을 가로막곤 했지. 대회 출품 준비하던 그림을 노닥거린다고 착각해서 캔버스채로 부숴먹고 나까지 발로 차대고 자료 다 들어있던 내가 돈모아서 산 패드는 부숴먹었지. 그게 마감 이틀전이였는데. 결국 그 대학 넣지도 못했지. 그래놓고 지가 더 힘든척 소주때려붓던 꼴 하고는
14 이름없음 2020/04/25 05:20:30 ID : q41zU5ammnv 0
갱신이긴 한데... 울적해져서 혼자 또 쓸게... 집안 싸움 중재하는것도 미치겠고 우리집은 조용하던 사람이 화내면 놀라는게 아니라 쟤는 조용하던 애가, 심지어 목표도 못 이룬 애가 무슨 자격으로 저렇게 화내지? 하는 분위기다. 나빼고 다 석사거든. 동갑 육촌이랑 사촌동생 이외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들은 전부 최소 석사야. 일가에 국립대 교수가 넷이고 그 외에도 다 전문직. 그냥... 난 우리집에선 이미 루저라 화낼 권리도 없는 식충이취급.
15 이름없음 2020/04/25 05:22:30 ID : q41zU5ammnv 0
대학원 못간게 그렇게 잘못인가보다 하하... 근데 관심도 없는 과를 할아버지 연줄로 꽂아넣는다고 인생이 잘 되겠니. 기초능력이 안되는 곳을 어떻게 가라는거야. 게다가 이미 척을 진 지도교수도 결국 그 바닥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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