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5/01 19:32:04 ID : oMo2FeE2mle 0
지인과 더불어 가족과 함께 간 여행에서 너무 크게 다치셨어. 얼굴 아는 사람들에게 털어놓기 힘들어서 이렇게 스레딕 힘 빌려서 몇 자 올려볼게.
2 이름없음 2020/05/01 19:33:53 ID : oMo2FeE2mle 0
하소연판에 올린 것만 봐도 알다 싶이 영적인 얘기라거나 자극적인 얘기는 아니야. 그냥 어제 오늘 해서 벌어진 일이 전부 내 탓 같아서, 너네는 나처럼 후회하지 말라고 쓰게 됐어. 솔직히 방도를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3 이름없음 2020/05/01 19:36:46 ID : oMo2FeE2mle 0
아 실수했다. 레주라고 불렀어야 했는데 실수로 '너'라고 말했어ㅠㅠㅠ 위 스레는 가볍게 넘겨 읽어 줘. 다들 전동 퀵보드 알지? 시속 30km까지 나갈 수 있는 퀵보드. 다들 한 번 쯤은 봤을 거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니까. 어제 엄마가 전동 퀵보드를 타셨어. 그러고 다치셨지.
4 이름없음 2020/05/01 20:41:58 ID : 6jfQsnO3Bhs 0
지금은 많이 안좋아 보이시더라도, 꼭 다 나으실거라고 믿어. 뭐라 해줄말이 딱히 없지만, 너무 걱정하지말고, 그냥 빨리 나으실거라고 믿고 옆에 많이 있어드려. 빨리 괜찮아지시길 기도할게
5 이름없음 2020/05/01 21:20:19 ID : e3SFbbfRzQo 0
괜찮아 괜찮아 다 지나가는 것들 일뿐야
6 이름없음 2020/05/01 22:12:31 ID : oMo2FeE2mle 0
밥 먹고 온라인 수업 좀 하다가 늦었어. 양해해줘. .어제 우리가 간 곳은 바닷가가 있는 인천의 어느 한 섬이야(이름은 언급하진 않을게). 5년도 더 전부터 자주 왕래하던 곳이라 다칠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이었어.
7 이름없음 2020/05/01 22:14:20 ID : eFfVe1u5TSG 0
듣고있어
8 이름없음 2020/05/01 22:15:11 ID : oMo2FeE2mle 0
세 가족이 함께 조개를 캐러 가자고 했고, 엄마는 조개가 캘 만한 게 있는지 정찰을 갔다 오신다 했어. 갯벌 바로 너머가 차도라 전동 퀵보드로 갔다가 잠깐 보고 오면 됐거든. 그렇게 엄마는 전동 퀵보드를 타고 떠났어. 내가 후회하는 일들 중 하나야. 엄마랑 같이 걸어갔다가 오자고 말하려다 말았거든. 그 말을 했으면 다치지 않았을 텐데...
9 이름없음 2020/05/01 22:16:57 ID : oMo2FeE2mle 0
한 15분쯤 흘렀나? 갑자기 아빠가 뛰쳐나가는 거야. 오자마자 술판이 벌어졌고 아빠는 굉장히 취한 상태셨는데 어떻게 운전이 가능했느지 몰라. 거짓말 아니라 시속 100km는 될 만큼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가셨어.
10 이름없음 2020/05/01 22:18:20 ID : oMo2FeE2mle 0
처음엔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랐어. 정말 예상도 못 했지. 그냥 어디 가시는 구나하고 무덤덤히 넘어갔지. 멍청하게도 말이야.
11 이름없음 2020/05/01 22:20:06 ID : oMo2FeE2mle 0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게 있었는데 이모 말이(당황해서 정확히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어) 엄마가 다쳤다는 거야. 전동 퀵보드를 타다가 떨어졌는데 얼굴이 다쳤대.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황급히 나가신 거고.
12 이름없음 2020/05/01 22:22:15 ID : oMo2FeE2mle 0
얼굴을 다쳤대. 근데 조금 다친 것도 아니라 심하게 다쳤다는 거야. 피가 엄청 난다고. 무슨 생각으로 그 두 사람을 기다렸는지 몰라. 진짜 머릿 속이 새하얗게 물들면서 아무 것도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거든.
13 이름없음 2020/05/01 22:23:22 ID : oMo2FeE2mle 0
이모는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주고, 괜찮냐고 묻고. 당연히 안 괜찮았지.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어, 엄마가 심하게 다쳤다는데.
14 이름없음 2020/05/01 22:24:59 ID : oMo2FeE2mle 0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아빠차가 도착했어. 엄마가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난 바로 차로 달려갔지. 근데 아빠가 저지했어. 엄마가 너무 심하게 다쳤다고.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내가 보면 충격 받을까봐 그랬던 거 같아.
15 이름없음 2020/05/01 22:27:18 ID : oMo2FeE2mle 0
스치듯이 본 엄마의 얼굴 상관은 멀쩡했지만 하관은 수건으로 지혈하고 있었어. 병원에 한시라도 빨리 가야하는 상황이었대. 보건소에서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섬에 병원이 없으니까. 아빠는 펜션 주인에게 보건소의 위치를 물어보려고 잠깐 들린 거였어.
16 이름없음 2020/05/01 22:29:46 ID : oMo2FeE2mle 0
마침 같은 펜션에 머무르던 의사들이 엄마의 얼굴을 봤는데 당장 병원으로 가라고 했대. 헬기 띄워서라도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고. 그래도 일단 급하니까 엄마는 아빠와 함께 보건소로 갔어. 그리고 그 날 하루는 엄마 아빠를 볼 수 없었어. 펜션은 2박 3일로 빌린 거였고, 이 상황에서 나와 내 동생이 따라가는 건 짐만 될 테니까.
17 이름없음 2020/05/01 22:31:30 ID : oMo2FeE2mle 0
다행히 펜션 주인은 우리 가족이랑 꽤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1박 2일로 바꿔주시면서 오늘 나올 수 있게 됐어. 그래도 어제 하루 내내 전해들은 건 어른들의 입과 전화로 전해들은 부모님의 소식 밖에 없었지.
18 이름없음 2020/05/01 22:32:28 ID : oMo2FeE2mle 0
거긴 인도라고 부를 만한 곳도 없고 차도도 굉장히 엉망이라 엄마는 오는 차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속력을 줄이고 차도 한 쪽으로 피하려 했대.
19 이름없음 2020/05/01 22:33:11 ID : oMo2FeE2mle 0
근데 돌부리에 걸린 건지 엄마가 타던 전동 퀵보드가 휙 돌아갔고
20 이름없음 2020/05/01 22:33:46 ID : oMo2FeE2mle 0
엄마는 그 상태로 얼굴로 엎어졌대. 얼마나 세게 넘어졌는지 앞니 두 개가 모두 부러질 만큼.
21 이름없음 2020/05/01 22:34:38 ID : oMo2FeE2mle 0
차라리 이빨만 부러진 게 나았을 거야. 부러진 이빨은 엄마의 인중을 관통해서 인중이 찢어졌대. 어제는 거기까지 알고 있었어.
22 이름없음 2020/05/01 22:35:54 ID : oMo2FeE2mle 0
그래도 꿰매고 이빨은 임플란트로 메우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안도했어. 얼굴 뼈가 부러졌거나 엄청 찢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려보단 다행히 상처가 적었으니까.
23 이름없음 2020/05/01 22:36:46 ID : oMo2FeE2mle 0
근데 그게 아니였대. 이빨이 부러져서 인중을 관통하고, 그 상태로 아스팔트에 인중이 뭉개졌대. 꿰매도 흉이 크게 남을 만큼.
24 이름없음 2020/05/01 22:38:15 ID : oMo2FeE2mle 0
듣자마자 바로 울음을 터뜨릴 뻔했어. 내가 어제 뭔 생각으로 안도를 했나 싶고 엄마가 얼마나 아플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어.
25 이름없음 2020/05/01 22:39:52 ID : oMo2FeE2mle 0
근데 더 울분이 터지는 건 엄마가 바로 병원으로 가질 못했대. 배가 없어서 1시간 정도를 배를 기다렸대. 인하 대학 병원에서 응급차를 보내줘서 병원으로 이송되긴 했지만 거기서 몇 시간을 기다렸대. 그렇게 심각하고 처참한 상태로.
26 이름없음 2020/05/01 23:01:06 ID : eFfVe1u5TSG 0
스레주... 진짜 놀라고 힘들었겠다. 그 와중에 수업도 듣고 다 했네. 내 동생도 아닌데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참 장하다.
27 이름없음 2020/05/01 23:19:26 ID : oMo2FeE2mle 0
미안 할 거 끝내고 왔어. 위 스레 봐서 알겠지만 우리 엄마 얼굴에 흉 남을 거래. 대충 5cm 찢어져서 십자 모양으로 꿰맨 것도 꿰맨 거지만 이게 깔끔한 상처가 아닌 짓눌려 뭉개진 상처고, 아무래도 나이가 조금은 있으셔서 흉이 크게 남을 거래.
28 이름없음 2020/05/01 23:24:19 ID : oMo2FeE2mle 0
기도해줘서 고마워.. 정말로ㅠㅠㅠㅠ 응, 괜찮아지길 기다려야지.. 시간이 약이라니까. 고마워.... 내가 장녀다보니까 힘든데 내색할 수도 없었거든..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큰 위로가 됐어. 우리 엄마.. 엄청 울었대. 그렇게 다치고서도 의연했는데 의사가 엄청 겁주듯이 말했나봐. 솔직히 맘 같아선 멱살이라도 잡고 싶어. 왜 그렇게 급한 환자를 방치해놨는지, 그리고 그렇게 툭툭 내뱉듯이 영혼 없이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어,
29 이름없음 2020/05/01 23:27:48 ID : oMo2FeE2mle 0
엄마도 여자잖아. 우리 엄마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나 낳아서 많이 꾸미지도 못했는데 얼굴에 큰 흉이 생겼잖아. 정말 생각할 수록 내가 너무 미안하고 속상해. 속상하다는 말로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너무 슬퍼. 하필 엄마가 다치기 전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난데 엄마를 말리지 못한 것도, 같이 손 잡고 한 바퀴 걸으면서 보고 오자고 말하지 못한 내가 너무 싫어. 정말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30 이름없음 2020/05/01 23:32:24 ID : oMo2FeE2mle 0
밤에 울면서 기도했어. 그 동안 신 없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제발 엄마 너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앞으로 성경을 들고 다니며 매주 교회라도 다닐 테니 제발 우리 엄마 빨리 낫게 해달라고. 하다 못해 자는 동안에 통증으로 뒤척이지 않게 해주고 염증 없이 깨끗이 아물게 해달라고. 이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나중에 웃으면서 털어놓을 수 있게 해달라고 이불 속에서 엄청 울었어. 결론적으로 엄마 얼굴에 염증이 나서 기도가 잘 이뤄지진 않았지만.
31 이름없음 2020/05/01 23:34:46 ID : oMo2FeE2mle 0
그러고 갤러리에 들어가봤는데 엄마 사진이 없더라.. 정말 하나도 없었어. 그나마 있는 거라곤 내 생일 때 생일 케이크 앞에서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짤막한 영상에 밖에 없었어.
32 이름없음 2020/05/01 23:35:38 ID : oMo2FeE2mle 0
예전에 그런 글 본 적 있었거든. 부모님 살아계실 때 사진 많이 찍어두라고. 그런 글 보고도 난 우리 엄마랑 찍은 셀카 하나가 없는 거야.
33 이름없음 2020/05/01 23:36:20 ID : oMo2FeE2mle 0
너무 허탈했어.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얼굴이 그렇게 고왔는데 남은 거라곤 이 짧은 영상에 밖에 없어서.
34 이름없음 2020/05/01 23:39:16 ID : oMo2FeE2mle 0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야. 부모님이랑 사진 많이 찍어 둬. 부끄럽다고, 오늘은 날이 아니라고 미루지 말고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 찰나를 사진으로 남겨 둬. 정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예측 못하거든. 나처럼 그 시절 놓치고선 두고두고 후회하지 말고 꼭 사진으로 남겨. 긍정적으로 놓고 봤을 때, 다행히 난 우리 엄마를 잃거나 엄마의 머리나 눈이 다치진 않았어.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잖아. 언제 어디서 돌아가실지.
35 이름없음 2020/05/01 23:40:06 ID : oMo2FeE2mle 0
그니까 부모님이랑 사진 많이 찍어 둬. 말도 너무 툭툭 내뱉지 말고 한 번 쯤은 못 이기는 척하면서 포옹도 하고 그래. 지나고서 후회하는 것보단 지금 조금 민망한 게 낫잖아.
36 이름없음 2020/05/01 23:41:43 ID : oMo2FeE2mle 0
내 스레는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 엄마가 다친 지 이제 겨우 하루 됐고, 내가 할 얘긴 여기서 끝이거든. 엄마 상태가 좋아질 때 가끔씩 찾아올게. 빠른 시일 내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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