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6/30 01:37:05 ID : tvCmNy1vhhA 0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남자입니다.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진지하게 고민 털어놓을 곳이 마땅히 없고 하는 커뮤니티도 없어서 여기에 글 올려봐요. 여기 나이대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모르겠지만 한번 털어놓아봅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많은데 요즘 그중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회피하는 성향입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학창시절도 딱히 눈에 띄게 잘나간다던가 못나지 않아보이는 아주 평범한 축에 속하는 학생이었어요. 그 시절에도 공부는 집중도 안되고 너무 어려워서 단순히 '공부는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노력하는 성격도 아니었구요. 하지만 여태 인생을 살면서 느낀건 저는 정말 게으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어떻게 상황은 아주 나쁘지 않게 흘러가더라구요. 학창시절 공부하는 척만 하고 거의 안했음에도 성적이 최하위권은 아니었고 무슨 시험을 봐도 집중이 안돼 공부를 못하지만 점수는 그냥 나쁘지 않다 싶을 정도로 나오는 편입니다. 제 자체가 뭔가에 깊이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점수를 맞고도 시험후에 머리에 남는건 별로 없는 것 같구요. 여기서 말하는 '나쁘지 않은 점수'라는건 절대 좋은 점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말 '그래도 이정도면 좀 공부 좀 한건가?'싶은 애매한 점수입니다. 아무튼 그런 운 때문인지 아니면 나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인지 현재는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대학 네임밸류는 현지에서 높은 축에 속합니다. 이런 애매하게 나쁘지 않게 흘러가는 상황 때문에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냥 '괜찮은 애' 정도로 항상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회피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것 같다는걸 요즘들어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제 개인적인 일에 있어서도 항상 회피하려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기에 사람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않구요. 적당히 선을 지키며 사는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도 역시 '괜찮은 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제가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 뿐 아니라 제가 해야하는 일, 학업, 공부 등에 있어서도 조금 긴박해지면 회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꾸 들어요. 학기가 시작하기 전 시간이 충분했을 때는 어느정도 생산적인 일도 기쁘게 했었고 나름의 공부도 어느정도는 되었는데 학기가 시작되고 점점 바빠지며 과제와 수업에 쫓기는 느낌이 생기다보면 어느순간 그냥 안하게 됩니다. 내일까지 내야하는 과제가 있으면 미리미리 해야하는데 그 압박감과 피곤함 때문에 당장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급할 수록 게임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돼요. 그러다가 정말 몇시간 안남아서 이제 안하면 큰일나겠다 싶을때 시작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긴박하게 하는 과제는 별로 좋은 완성도가 나오지 않네요. 아무튼 이렇게 학기가 지속되면서는 계속 꾸준하게 현실적이지 않은 무언가에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시간 널널할때는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던 게임을 학기중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접속하고 몇시간씩 하게 되고, 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단순한 일임에도 일단 미루고 생각하지 않게 되고, 쾌락적인 일, 쉬운 것들만 자꾸 찾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정신이 멍한 느낌이 들어요..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신 분, 나름대로 극복을 하신 분 계신가요? 군제대 후 남은 시간 심리상담도 받으며 나름대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심리상담도 멈추고 혼자 살면서 할일들은 많아지니 다시 예전의 저로 돌아오네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ㅜㅜ
2 이름없음 2020/06/30 02:02:05 ID : ZeFjvzQpVbD 0
현재 28살이고, 여성이야. 상담 관련한 공부랑 일을 병행하고 있어. 상담사나 치료사는 아니고. 나도 비슷한 성향이었는데.. 솔직히 왜 괜찮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마 나이 먹은것도 있을거고, 주변 환경의 영향도 있을것같아. 아마 상담을 공부하며 나 자신을 조금 이해한것도 있겠지. 지금도 스트레스받으면 그런 성향이 나오긴 하지만 지금은 평소엔 괜찮아. 전엔 완전 동굴속에 틀어박혀서 주변 돌아가는거 전부 정신없고, 모르겠고, 거기 박혀서 숨고싶다는 생각뿐이었어. 아주 좁고 답답하고 까만 공간이 있어서 거기 갇혀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일은 불안한 채로 계속 끝까지 미루다가 당면한 때에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거의 울듯이 작업했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성공하지 못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곤 했고, 그 결과가 아닌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을 마주해야할 때 너무 공포스러웠어. 그럼에도 난 이해력이 좋고 운도 좋은 편이라 시험도 애매한 중상위정도, 학교도 적당히 원하는 곳에 갔지. 원하던 자격증도 땄고. 사교관계도 적당히 잘 했지만.. 몇몇 친구는 내가 적어도 2년간 동기 얼굴도 이름도 못외운걸 눈치 챘어. 다만 너무 대충 살아서 그런지, 계속 긴장하고 불안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많아서인지 취업을 못해서, 정말 우울한 시간을 보냈었어. 심리검사 받아보니 우울 나온게 약먹을 수준이라 하더라고. 그러다 어떤 좋은곳에 취직하게 됐어. 칭찬도 많이 듣고, 꼼꼼하고 성실하다고 그렇게 친절히 대해주시더라. 그러니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더 적극적으로 칭찬받은 일들을 하고. 그리고 거기에 정말 본받고 싶은 사람 두명이 있었어. 어른스럽고 유쾌하고 상냥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그 사람들을 계속 보고 가까이 하니까 어느새 흉내내게 되더라고. 이 사람이면 이렇게 했지, 하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평소엔 훨씬 괜찮은것같아. 최근 검사해보니 여전히 우울이 높게 나오지만, 평소 행동은 괜찮아. 최근에 나를 만난 사람들은 되려 나를 유쾌한 사람으로 아는 것 같아. 스레주도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그리고 네가 장점을 찾으면, 네가 할수 있는 선을 알게되면, 네게 따스한 공간과 따스한 사람들을 찾으면 점차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네가 편안하게 느낀 마음에 드는 상담사가 있다면,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계속 상담받는걸 추천해. 분명 네게 도움이 될거야. 정리 안된 말이라서 미안해. 그리고 너도 나도 힘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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